인문학 사전

지금

 

지금 Now

: 말하는 바로 이때

 

 

마치 내 안으로 여행이라도 떠난 듯이, 내 마음속 아득한 곳에 있는, 내가 지금 느끼는 단조로움과는 매우 다른, 오래된 시골집의 단조로움을 기억한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는지 아니었는지 말해야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기서 살았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나였다. 그 삶과 지금의 삶은 비교 불가능한 다른 삶이다.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中

 

 

 

 

오래된 친구와 만날 때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가 좋았어”라는 말.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연신 잔을 채우고 이리저리 신나게 부딪쳐도, 어쩐지 그 말은 뼛조각처럼 마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를 찌른다. 왜 우리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때’를 ‘좋았다’고 말하며 그리워하는 걸까. 영 마음이 불편한 까닭은, 그 말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자기긍정이 아니라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반대편에 올려놓고 둘을 저울질하다 결국 지나간 시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버리는 이상한 계산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1년 전, 그리고 오늘의 ‘그때’가 가리키는 시점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겹쳐지면서도 분리되어 있다.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지금’도 얼마 후면 ‘좋았던 그때’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손에 쥐고 있어 언제나 가벼운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을, 비교도 경쟁도 없이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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