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고대하던 출구에 다다랐음에도,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터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적잖이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포크질이 서툴던 동네 꼬마를 떠올렸다. 왜 내가 그 순간 꼬마를 떠올렸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사실 그 꼬마의 얼굴 같은 건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 동네를 떠난 지 벌써 1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또 갓 싹을 틔워낸 떡잎들처럼 아이들의 생김새는 엇비슷하기 마련이다. 만약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여기에서 그 꼬마를 찾아보세요.’ 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올바른 답을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아이들 틈에서 꼬마를 단번에 알아낸다면, 그것은 아마도 생김새 따위가 아닌 다른 힌트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공기의 질, 이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현재의 시간과 이미 지나간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기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정확히 내가 걸어온 만큼의 길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마도 입구 혹은 또 다른 출구가 있을 것이다. 나는 완전히 몸을 돌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따끔거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웬일인지 이전만큼 두렵지가 않다.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운 냄새에 몸이 흠뻑 젖었다. 

 

  그렇게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올바른 경로를 이탈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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