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사랑하다

 

 

 

 

    드라마 <밀회> 7화에는 선재(유아인)가 모텔방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는 순전히 혜원(김희애)의 말, 그러니까 "집이라는 데가, 가끔은 직장 같을 때도 있단다." 라는 그 말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보통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집에서까지 쉬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쉼표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ATM기를 통해 확인한 통장 잔액은 채 20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에서 제일 좋은 방"을 보여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되어서, 선재는 안심한다.
 

 

 

 

  영화 <희극지왕>에서 사우(주성치)는 창녀인 피우(장백지)와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잠든 그녀의 곁에 자신의 코 묻은 전 재산과 꾸깃한 연기교본을 놓고 돌아선다. 가난한 엑스트라인 그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간절하게 배우가 되기를 소망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하지만 자신이 본 여자들 중 가장 예쁜 피우를 사랑하게 된 그는, 그녀를 위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당신을 먹여 살리겠노라고 용기 내어 소리쳐 보지만, "당신 앞가림이나 잘해, 바보!" 라는 답변을 남긴 채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우는 마음이 쓰리다. 돌아선 그녀는 그가 준 돈과 시계, 연기교본을 끌어안고 엉엉 운다.

 

 

 

 

  선재의 모텔방과 사우의 연기교본은 순수한 사랑과 진심의 상징이다. 영화 <서유기-선리기연>에서처럼 당신이 내 몸 속으로 들어가 심장을 볼 수는 없을 테니, 당신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싶은 거다. 사랑은 그런 거다. 없으면 없는 만큼 내어주는 것. 그러니까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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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연우 2016. 12/29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작품에서 같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네요. 소피-아님 덕분에 <희극지왕>이라는 좋은 영화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