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애도하는 마음

 

 

 

   

    좋아하는 언니가 있다. 나와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눈 그녀가, 얼마 전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난 뒤 참 많이도 힘들어했다. 연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결코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나날들의 연속.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모진 시간일텐데, 언니는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 때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던 소중한 이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대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나는 그저 곁에서 언니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붙잡으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뿐. 추측 그 이상도 이하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고, 또 아프다.

 

  헤어진 연인이라고 치부하기에, 그 둘은 너무나 오랜 기간 사랑을 했다. 언니의 스무살, 오빠의 스물두살에 떠오른 빛은 무려 7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속되었다. 헤어지고 나서 그가 별이 되어 사라지기까지의 3년조차도, 그 둘의 인생은 서로의 흔적과 추억으로 가득했다. 그는 그녀의 인생에 단 한 명뿐인 사랑이었다. 그래서 더 시리고 휑하겠지. 더 많이 무너지고, 부서지고, 깨지고, 닳고, 흘러내리고 있겠지. 언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도 미움도 간절함도 사랑도 다 고백하지 못한 채, 이제는 온전히 각자의 세상에서 살게 된 두 사람. 그는 이 생에서 다 지키지 못한 그녀를 하늘 위 어딘가에서 바라보며, 그저 행복하길 바라고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며. 만약 훗날 그녀의 인생에 다른 사랑이 찾아오더라도, 그에게 주었던 것만큼 크고 소중하며 생생한 마음은 품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언니에게 나는 말했다.

 

며칠만에 나아질 일은 아니에요. 언니가 괴롭고 슬프고 힘들고 무너지고 부딪치고 깨지고, 그런 건 지금 너무 당연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당연하고, 그냥 어둠 속에서 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해요. 지금 나는 이럴 수밖에 없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그냥 있는 그대로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오빠를 생각하고 괴로워해요. 시간이 조금 많이 흐른 뒤에야 오빠가 언니를 이렇게 사랑했구나, 나도 힘을 내봐야겠구나, 생각하면 되니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런 건 정말 나중에 해요. 지금은 그냥 마음에 뭔가 떠오르는 감정들을 그대로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신 많이 많이 흘려보내고.

 

  그녀를 위로하면서 나는, 동시에 그녀의 그를 진심으로 애도했다. 그래야만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좋은 곳에 둥지를 틀어, 혼자 남은 그녀를 더 살뜰히 지켜줄 것 같아서.

 

미안해요 오빠. 나는 언니를 위해 오빠가 있는 하늘에 기도를 해요. 부디 우리 언니가 더 많이 많이 흘려보내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끝까지 착하고 맑았던 오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곳에선 부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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