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Adulthood

 

 

 

 

    어른이 되면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있다. 성인이 되고 난 뒤 가장 좋았던 것은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 적어도 학창시절엔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서먹하면 1년이 고달팠으니, 나는 그런 불편함이 싫어 서른 명이 넘는 모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수고로움을 택하는 아이였다. 덕분에 1년이 모두와의 우정으로 꽉꽉 들어찼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하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나는 억지로 애쓰지 않았다. 입학 첫 학기에는 친한 친구들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대신 그 '손에 꼽히는' 친구들과는 정말로 많이 친해져서, 서로 온 마음을 내어주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함께 하는 사람의 숫자는 적어졌지만, 공기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일당백의 감정들. 서로를 위해 울고, 웃어주는 나날들이 좋았다.

 

  정말로 친한 사람들과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제법 융통성있게 잘 엮어갈 수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 나이를 먹으며 능글맞게 어떤 일을 웃어넘기기도 하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어쩌다가 마주쳐도 반가운 것처럼 인사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한 편으로는 내가 정말로 어른이 된 것 같아 편하고 좋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모든 일, 모든 사람에 최선을 다해야만 성이 풀렸던 순수하고 에먼 열정이 사라진 것만 같아 슬프기도 했다.

 

  확실히, 이건 어른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여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것.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 불가능한 일, 잘 못하는 일을 나누고 '내 영역'을 선택하는 것.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2순위로 제쳐둘 수도 있는 것.

 

  그러니 어른으로 사는 일도 꽤 할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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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al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DreaMeal 2016. 03/10

모든 사람에게 마음주려하니 몸도 마음도 탈진하기 마련이더군요. 작가님 말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