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기다리다

 

 

 

 

    집에 들어왔는데 또 깜깜하다. 해가 다 지고 어두운데 왜 자꾸 불을 꺼놓고 청승을 떠느냐고 투덜대니 그녀가 말한다.

 

  기다리는 것이 있어서 그래.

 

  저녁이 되도록 불을 꺼놓고 어둑어둑한 집 안에서 있다 보면 정말로 사람이 그리워지거든. 누군가 들어오고 나면 그제서야 사람의 기척이 생기고 생활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잖아. 작정하고 그리움을 흠뻑 들이마시다가 네가 오면 정말 살 맛이 난다. 혼자 지내다 보면 내가 내뿜는 온기나 에너지 같은 것도 익숙해져서,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하며 부지런을 떨어봐도, TV나 라디오를 크게 틀어놔도 괜히 빈 집 같은 생각이 들어. 남과 님은 티끌 하나 차이라 젊었을 땐 점 하나 붙이고 제 멋에 살았는데, 살고 살고 또 살아내다 보니 그 점 떼어낸 게 더 예쁘더라. 보통날도 특별한 날인 것처럼 느껴져. 매일 보는 널 더 사랑스럽게 볼 수도 있고, 얼마나 좋아. 기다리는 건 좋은 일이야. 사람도, 빛도.

 

  나는 아직 멀었구나 엄마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려면,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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