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ㅂㅈㅇ

내게 업힌 나이 많은 소녀

늦은 밤,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외할머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 좀 같이 가 줄 수 있으시나며

조심스레 물어보시던.

 

내일 아침 일찍 갈게요 라며 할머니를 안심시키시고

애써 담담하게 전화를 끊는 엄마의 모습 뒤로

문득 딸에게 또 짐이 된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편치 않게 수화기를 내려놓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스쳐간다.

 

다음 날 아침, 한 발짝 떼기조차 버거운 할머니를 보며

안되겠다 싶어, 내 등에 업히시라고 하자

'아서라' 하시며 기운 없는 고집을 피우시다가

내심 좋으셨는지 이내 소녀처럼 업히신다.

 

연신 '가벼우냐' 라고 물으시며

수줍은 할머니의 웃음소리에서

25년 전, 다섯살배기였던 나를 업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셨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허리가 아픈 덕분에 큰손주 등에도 업혀 보고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시다며.

그러다가도 행여 내가 조금이라도 힘들까봐

계단을 다 내려오기가 무섭게 자신을 내려달라고 하시던.

 

이제 갈 사람인데, 나 때문에 고생이 많네 라는 말씀에

울컥!

차마 눈시울을 붉힐 수 없어

몰래 맘시울을 대신 붉힌다.

 

왜 이제서야 업어드렸을까

언제 이렇게 늙으셨는지

언제 이렇게 가벼워지셨는지

언제 또 업어드릴 수 있을까

언제까지 업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마치 그걸 왜 이제서야 생각하냐며

철없는 나를 나무라는 듯 떠오른다.

 

내게 업힌 나이 많은 소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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