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채팅

00. 시작합니다.

사랑이 내게 온 순간, 내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오갔다.

 

자정이 넘은 시간 침대에서 뒤척이다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였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모두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홀로 깨어있었다.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침대를 빠져 나와서 컴퓨터를 켰다. 까만 어둠 사이로 하얀 화면이 빛났다. 눈을 찌푸리고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부팅이 다 되고 나서야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인터넷을 누르고 즐겨찾기에 들어갔다.

‘그거 알아? 그 사이트에 연애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

언젠가 친구가 해주었던 얘기. 그때는 반 우스갯소리로 들었다. 나중에 심심해지면 들어가보자고 즐겨찾기를 해놨는데 지금은 진지했다.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천천히 채팅방들을 훑어보았다. 천천히 그를 찾았다. 사실 내 마음대로 ‘그’라고 하는 것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름, 나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는 것이라고는 밤에 연애 상담방을 만드는 것 정도였다.

커서를 내려 채팅방을 쭉 들여다 보았다. 대부분 쓸 데 없는 방들이었다. 불법 토토, 애인 구함, 혹은 대출이나 떼인 돈에 관련된 방도 있었다. 결국 헛소문에 불과 했던 걸까? 사이트를 닫으려는데 문득 한 채팅방이 눈에 들어왔다.

‘연애 상담 해드림.’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노골적인 방이다. 이 방이 맞는 걸까? 떨리는 마음으로 마우스 커서를 옮겼다. 클릭을 하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방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아무런 부가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서 깔끔했다. 음성채팅도, 화상채팅도 사용되지 않았다. 오직 문자, 즉 글자로만 채팅이 가능했다. 사용자들은 모두 익명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나타내는 공간은 따로 없었다.

화면 상단 부를 쳐다보았다. 짧게 써진 두 줄의 문장이 보였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읽어나갔다.

 

-하나. 연애 상담 시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 알아서 참고하든 말던지 할 것.

-둘. 상담시 성별은 말하지 말 것. 여차친구 혹은 남자친구라는 말 대신 애인이라는 말로 통일.

 

과연. 이 방이 맞는 것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타자를 누르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한자씩 치면서 상대방의 말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ㅎㅇ.

생각보다 간단한 대답이었다. 아니 그전에 달랑 두 글자에 그마저도 초성이라니. 하다 못해 자기 소개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예상외다.

-상담 가능한가요?

-응. 공지 읽었지?

-네.

-그럼 얘기해봐.

어떻게 보면 무례할 수도 있었고,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손이 근질거렸다. 얼른 하나라도 말하고 싶어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내 속에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가슴 속에서 기어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볍게 숨을 내 뱉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 익명이니 누가 나인줄 알겠나? 또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니면 말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데요.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간 내 가슴 속에서 썩어가던 고민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그것은 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화면을 쳐다보았다. 한번 나오기 시작한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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