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쓰는 단편선

희망고문

서걱서걱, 칼을 들고는 천천히 살을 발라내었다. 팔과 다리를 먼저 자른 뒤 안쪽 뼈를 살살 긁어내었다. 거리에 너무 오래 방치되었던 탓인지 살가죽 사이로 구더기가 튀어나왔다. 칼을 내려놓고 고무 장갑 위로 구더기를 잡아보았다.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살갗을 파고 나와서는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있었다. 별 상관 없겠지. 구더기를 내려놓고는 다시 칼을 집었다.

접시 위에 놓여있는 살덩이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이런 걸 어떻게 하나 했었는데 이제는 전문가가 되었다. 생선 회를 썰듯이 얇게 잘라내서는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언뜻 보면 편육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역한 냄새는 결코 편육이 아니었다. 뼈는 살을 발라내어 따로 분리했다. 자루에 담아놓았다. 눈이나 내장 같은 것들도 따로 빼서 뼈와 함께 자루에 담아 놓았다. 코 끝을 스쳐 지나가는 악취에 눈을 감았다. 정 급하면 아내가 내장도 먹겠지만 그래도 살코기만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

접시를 들고 부엌을 빠져 나왔다. 천천히 복도로 나가 굳게 잠겨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문고리 위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그 위에 더 큰 자물쇠가 있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첫 번째 자물쇠를 열었다.

으르르르르릉

첫 번째 자물쇠를 열자마자 괴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내가 내가 왔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매번 그랬다. 어떻게 아는지 문 앞에만 있으면 귀신처럼 나를 알아차리곤 했었다. 손을 뻗어 두 번쨰 자물쇠를 만져보았다. 자물쇠를 타고 냉기가 손으로 흘러 들어왔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기운에 침을 삼켰다. 철컥. 조심스레 자물쇠를 열고 방문 안을 쳐다보았다. 아내는 으르렁 거리면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고팠지? 밥 먹을 시간이야.”

아내는 나를 보고 이빨을 내세웠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돌리고는 접시를 쳐다보고는 침을 질질 흘렸다. 아니 어쩌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아내가 내게 달려들었다.

“키에에에에엑.”

손톱을 내세우고는 이리저리 손을 휘둘렀다. 목에 채인 쇠사슬 덕분에 아내는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다가오기는커녕 우스꽝스럽게 뒤로 넘어졌다. 꽤나 세게 머리를 부딪힌 모양인지 쾅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금방 일어나서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럴 떄마다 쇠사슬이 엉켜 팅팅 거리며 울부짖었다.

지긋이 아내를 쳐다보았다. 하얀 피부에 수줍은 보조개가 매력적이던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충혈된 눈, 이상하리만큼 벌어져서 침이 새어나오는 입,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피가 묻어있는 손톱,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무어 하나 아내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내는 아내였다.

“이거 먹어.”

조심스레 아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아내는 배가 고팠는지 접시 위에 얼굴을 던졌다. 그리고는 입을 접시에 박고는 하나씩 주워먹기 시작했다. 마치 짐승들이 사냥을 하고 먹듯이 아내도 이빨을 내세운 채 물어뜯고 있었다. 멍하니 아내를 바라보았다. 눈 앞이 흐려졌다.

 

눈을 크게 뜨고 보건소 직원을 쳐다보았다. 분명 저번에도 다음달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뻔뻔하게 다음달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직도 백신이 나오지 않았다고요?”

직원이 눈이 풀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렇게 따지는 것이 한, 두 명도 아닐 것이다. 아니 애초에 백신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가? 어쩌면 정부에서 그럴듯하게 지어낸 거짓말 일수도 있다. 애초에 사건이 터지고 가장 먼저 도망쳤던 놈들인데 이제 와서 제대로 무언가를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도 정신 나간 짓 같다.

“죄송해요. 지금 신청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이렇게 많이 필요할지 몰랐거든요.”

순간 직원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고 싶었다. 망할 놈. 당사자가 아니니 이런 속편한 얘기나 하는 것이지. 아마도 이 직원은 모를 것이다. 좀비를 데리고 산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소중했던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하루하루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이놈들은 도저히 모를 것이다. 내 뒤에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편하게 도망쳤던 네놈들이 무어를 알까?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끔찍함을……

“그럼 식량 보급이라도 해줘요. 이번에는 어디로 가면 되죠?”

“이번에는 이쪽으로 가면 되요.”

“망할! 지금 장난쳐요?”

지도 위에 표시된 지점을 쳐다보았다. 망할. 이놈들이. 누가 봐도 안전 구역 밖이었다. 물론 안전 구역 밖이라고 좀비가 득실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다못해 안전 구역 안으로 해줘야하지 않은가?

“저기 좀비 출몰 지역이잖아요. 지금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입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더 이상 안전 지대에 시체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하게 되었어요.”

하아. 숨을 내쉬고 지도를 쳐다보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아무리 도시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한들 해도 매일 같이 시체를 먹였다면 더 이상 시체가 없을 법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뒤에 수 많은 사람들도 각자 시체를 먹여야 하는 좀비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알았어요. 다음에 백신이나 나오면 연락주세요.”

지도를 들고 보건소를 나왔다. 그리고는 배급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데 저 멀리서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호리호리한 몸에 커다란 머리가 역시나 이씨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워 손을 흔들었다. 이씨가 나를 쳐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평소와 다른 분위기다.

“이씨 오늘도 백신 없대. 가봐야 허탕이야.”

이씨가 아무런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보건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것보다 요즘 딸은 잘지내? 요즘 배급소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데 괜찮아? 아무리 좀비라도 굶기면 진짜 죽는 수가 있다고.”

이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나를 쳐다보았다. 이씨의 눈이 텅 비어있었다. 아무런 빛도 희망도 느낄 수 없었다. 이씨의 목소리는 점점 잠겨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꾸만 먼 곳을 바라보려고 눈을 돌렸다.

“죽었어.”

“응?”

“오늘 딸을 죽이고 왔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자네도 정신 차려. 언제까지 헛된 희망만 붙잡을 꺼야? 죽은 사람도 편해져야지. 백신 같은 건 없어. 자네 아내도 이제 편해져야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어라 얘기하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이씨를 봐왔지만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다. 좀비 놈들에게 쫓기고 죽을 뻔 했을 때도 이씨는 웃어넘겼다. 조용히 걸어가는 이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그 등이 유난히 작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배급소는 여전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사람들은 그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한 손에 도끼를 들고 시체들을 잘라나갔다. 이번에는 팔과 다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항상 누군가 채가서 몸 뚱아리를 힘들게 들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무언가 이상했다. 도끼를 들고 시체를 찍어 눌렀다. 그러자 나뭇가지처럼 똑하고 부러졌다. 까악까악.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눈을 찌푸리다가도 자른 시체를 자루에 담았다.

자루를 들고 집으로 가려는데 문득 사람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배급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이씨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시체를 놔두고 싸우던 아줌마도, 혼자서 낑낑 거리며 시체를 옮기던 아이들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언제까지 헛된 희망만 붙잡을 꺼야?’

어쩌면 다들 이씨처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백신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는 걸. 벌써 이 짓거리를 해온 게 몇 년 쨰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좀비 사태가 벌어지고 정부가 재정립되는 순간까지 오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좀비가 된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었고, 놔두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좀비를 묶고 가두어서 돌봐주었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백신만 있으면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사실 그렇다. 지금은 좀비라지만 한때는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들 차마 죽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희망도 일, 이년 이야기지. 그 얘기 나온 것도 벌써 오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고개를 돌리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나도 이씨처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네 아내도 이제 편해져야지.’

언제까지고 희망을 붙잡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내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살은 썩어가기 시작하였고 때로는 울부짖는 것이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여기서 끝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한 뒤 아내가 갇혀있는 방을 열어보았다. 아내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와 있었는지도 모른 채 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어디에서도 옛 아내의 모습은 바라볼 수 없었다. 이제는 정말 끝인가보다. 천천히 허릿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냈다. 총은 무겁고 차가웠다.

후우. 천천히 숨을 내쉬고 총구를 아내의 머리를 향해 돌렸다. 아내는 내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머리통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도 계속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지금 방아쇠를 당기는 게 옳을 것이다. 헛된 희망에 부풀 바에 나도 아내도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젠장……”

총을 거두고 허리춤으로 감췄다. 아내의 시선 끝에는 내 사진이 있었다. 아내는 내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그래도 아내를 쏠 수 없었다. 비록 이런 흉한 모습이라도 아내는 내 아내였다.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괴물이라도 내 아내다. 자리에 주저 앉아 아내를 쳐다보았다. 훌쩍거리는 소리에 아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무릎을 쭈그리고 그 안에 얼굴을 파묻었다. 귓가로 아내의 괴성이 들렸다. 한숨을 내쉬고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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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연우 2016. 12/29

주인공의 갈등이 느껴지네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