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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혈연, 반바지, 도요새)

이씨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며칠 전만 해도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해가지고는 밤낮으로 울었는데 이제는 평화롭게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짹짹

고개를 돌려 아이 옆에 있는 새를 보았다. 도요새? 아마도 그런 새이지 않을까 싶었다. 정확히 무슨 새인지 몰랐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도요새라고 나와서 그렇게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이다. 새는 다리 한쪽을 다쳐서 우스꽝스럽게 바지를 입고 있었다. 사실 아이가 바지라고 하는 거지 천 쪼가리 몇 개를 이어놓은 것이었다. 새는 조용히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다가와 천천히 몸을 기대었다.

우스운 얘기지만 어쩌면 정말로 아이가 하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항상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과학적이고, 설명이 전혀 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렇다면 아이가 하는 말이 꼭 틀렸다고 생각할 수 없다. 정말로 아이의 아빠가 새가 되어 나타난 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를 쳐다보았다. 까만 눈으로 아이를 보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눈의 깊이만을 느낄 수 있었다. 새의 눈은 바다와 같았다. 깊고 깊은 심해 속을 파헤치는 느낌이었다. 그 안에 어떤 것이 담겨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 천천히 아이의 눈물을 닦아준 뒤 꼬옥 안아주었다.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혈연의 죽음, 부모의 죽음은 다 자란 성인에게도 충격이지 않은가?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눈물을 흘리고 주저앉기 마련이다. 하물며 아이는 어떨까? 아빠의 죽음은 아이에게 너무 이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아이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얘기일 것이다.

 

“선생님, 아빠가 돌아왔어요.”

아빠의 장례식이 끝난 날 아이가 내게 그렇게 얘기했다.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상자 하나를 열어보였다. 새 한마리가 있었다. 다리를 다쳐서는 힘겹게 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내게 얘기했다. 아빠가 새가 되어 돌아왔다고. 당시에는 아이가 충격이 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뜻 아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빠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저런 새가 아니라 저 멀리 하늘로 갔다고 입을 열 수 없었다.

“정말이네. 그렇구나.”

다만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빠 잘 잤어요?”

아이가 일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것은 언제나 새를 보는 것이다. 요즘 무어를 해도 새가 우선이었다. 밥을 먹기 전에도 새 밥을 먼저 챙겨주고 자기 전에 새를 바라보고 일어나서는 새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였을까? 새는 굉장히 빠르게 나아갔다. 어느새 피가 사라지고 상처가 아물었다.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날개를 퍼덕이며 이곳 저곳 날아다녔다.

처음에는 아이도 좋아했다. 새가 나았다는 것에 신나서 하루 종일 그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이별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며칠을 조용히 새를 쳐보았다.

“선생님. 이제 아빠는 가야겠지요?”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다가와서 얘기했다. 두 눈에는 눈물을 머금고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응? 왜 그러니?”

“아빠가 창문을 바라볼 때가 많아요. 분명 나가고 싶은 거겠죠?”

아무 말하지 않고 조용히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는 내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무어라고 얘기할까 했지만 이내 아무런 말하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숨죽여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다음날 아이와 함께 뒷산으로 갔다. 양 손으로 상자를 쥐고 아이는 천천히 산에 올라갔다. 산 중턱쯤에 올라갔을 때 아이가 상자를 열었다. 새가 보였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이윽고 새가 날개를 펼쳤다. 아이는 얌전히 새를 쳐다보았다.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는 새를 보고 있었다.

“안녕 아빠.”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아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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