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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과 게임 속 언니(이불 웅덩이 게임 벗)

문을 열었다. 끼이익하는 소리가 집안에 울러 퍼졌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악취였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같기도 하고 오물 냄새 같기도 했다. 악취는 코를 타고 흘러 들어와 뇌를 흔들었다. 인상을 찌푸렸다. 악취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비틀거리며 바닥을 보았다. 샤샤샥, 샤샤샥. 바퀴벌레 한마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깜짝 놀라 뒷걸음질하니 그 주위에서 바퀴벌레 한 무더기가 나와 방안을 휘젖고 다녔다.

우욱, 순간 토가 쏠렸다. 입구멍을 막고 벽을 붙잡았다. 금방이라도 게워낼 것 같았다. 젠장. 이게 사람 사는 집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조금씩 괜찮아졌다. 아니 괜찮아졌다기보다는 익숙해졌다. 한걸음, 한걸음 방으로 향하는데 타닥, 타닥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방문 밖으로 새어나왔다.

“언니. 나왔어.”

일주일 만에 보는 언니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온 몸을 이불로 뒤집어 쓰고는 머리만 빼꼼 내밀고 TV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놈의 게임에 그리 집중하는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언니 주위에는 컵라면과 과자 봉지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얼마나 이런 생활을 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컵라면은 이미 탑을 쌓은지 오래고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층을 이루고 있었다.

“언니! 나왔다니까!”

언니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게임을 했다. 하.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의 눈동자를 보았다. 대체 무엇을 집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흐릿흐릿한 눈동자는 TV 화면 속 캐릭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저 TV를 바라보기에 내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 남자가 바람나 도망치고 난 뒤 언니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언니도 남들처럼 울었다. 연락을 받고 왔을 때 언니는 혼자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작고 초라해진 언니 모습이 낯설었다.

그날 밤 언니와 술잔을 기울였을 때 언니가 내게 얘기했다.

“개자식. 언제는 평생가자더니. 바람이나 피우고 말이야.”

평상시 언니와 달랐다. 적어도 내가 아는 언니는 남자 때문에 눈물을 흘릴 여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를 울렸으면 대성통곡하게 만들었겠지. 결코 눈물을 보이고 추하게 매달릴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도 사랑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언니. 그만 마셔. 응? 이러다 큰일나겠어.”

자정이 넘도록 언니는 술을 계속 마셨다. 이미 주량 따윈 넘어간지 오래였다. 몸도 가누지 못하고 겨우겨우 눈만 뜨고 있는데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비틀비틀거리면서도 끝까지 소주병을 쥐고 있었다. 소주잔에 따르다가 바닥에 흘리던 순간에는 병째로 입에 술을 들이부었다.

“야아! 네가 뭘 알아! 알아! 아냐고!”

“언니 마음은 아는데. 더 마시면 큰일나. 응?”

“됐어. 시발 살아봐야 뭐하냐고!”

그날 밤 언니는 정말 죽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하도 토를 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먹은 술을 바로 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토를 하고도 술을 마셨다. 계속해서 말려봤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쓰러져서 언니는 멈추었다.

“시발 어째서. 제발.”

바닥을 닦고 언니를 침대에 눕히는 동안에도 눈물을 보였다. 가느다란 눈물은 언니의 볼을 타고 내 옷을 적셨다.

언니는 정오가 지나서야 눈을 떴다. 밤새 술을 마신 탓에 피부는 완전히 뒤집히고 머리나 옷은 난장판 이었다. 밤새 대성통곡하며 술을 마신 탓에 눈은 붉게 충혈되어있었고 목소리는 찢어지듯이 갈라졌다.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언니는

“아니. 정말 비참한게. 아직도 그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하며 눈물을 흘렸다. 붉게 물든 그 눈물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언니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그날 이후로 언니가 달라졌다. 본래 언니는 동굴로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잠시 홀로 내버려두면 괜찮아져서 어느새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언니를 찾아갔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언니는 없었다. 언니는 동굴이 아닌 웅덩이로 갔다. 마지막 남은 그 남자의 흔적에 숨어버렸다. 그 남자의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깊고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삼키는 검은 웅덩이 속에서 언니는 홀로 웅크리고 있었다. 발버둥도 빠져 나오려고도 하지 않은 채 더 깊고 더 어두운 심연를 향해서 언니는 내려갔다.

 

TV 주변의 쓰레기를 치웠다. 각종 컵라면들은 층층이 쌓아 현관문 앞으로 가져다 놓았고 과자 봉지들은 미리 챙겨온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어찌나 쓰레기가 많은지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쓰레기를 치우고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여전했다. 이불 속에 숨어들어 세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언니. 이불이라도 걷어두자.”

언니에게서 이불을 뺏으려고 했지만 결코 이불을 주지 않았다.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문득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집에 귀여운 캐릭터 이불이 있었는데 그때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웠다. 그때는 내가 이겼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구 언니에게서 이길 수 없었다. 집념의 차이인가? 그것도 아니면 남아있는 미련이라는 놈이 그리도 강력한 걸까? 언니는 결코 이불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나뭇가지마냥 얇아진 팔은 이불을 꼬옥 쥐고 있었다. 앙상한 언니의 팔에 눈 앞이 흐려졌다.

어째서 언니는 이렇게까지 된 걸까? 믿었었다. 그 남자를 어리석게도 나는 믿어버렸다. 어려서부터 언니는 겉돌았다. 딱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닌데도 쉽게 남에게 어울리지 못했다.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너무 순수했다. 사람을 잘 알지 못해서 쉽게 믿어버렸다. 그래서 걱정이었다. 이상한 남자라도 만나면 어쩌나 싶었다.

“안녕하세요. 언니분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처음 만났을 때 남자의 인상은 푸근했다. 언니가 손을 수줍게 잡고 소개해준 날 두 사람은 빛나 보였다. 무엇보다 언니가 밝게 웃고 있었다.

“나 이 사람이랑 사귀고 있어.”

언니의 그런 미소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믿었다. 이 남자라면 언니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이 남자라면 언니를 맡길 수 있다고. 하지만 틀렸다. 틀렸다. 내 직감은 잔인하게 빗나가버렸고 그 결과로 언니는 엉망이 되었다. 미웠다. 그 남자가. 원망스럽다. 어리석은 내가. 어째서 그때 말리지 않았을까? 그때라도 늦지 않았을 텐데.

언니를 바라본다. 멍하니 tv를 바라볼 때가 많았는데 이따금씩 게임 패드를 누르며 움직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기는 할까?

“있잖아.”

화면에 게임오버라는 글자가 띄자 언니가 입을 열었다. 언니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소름 끼쳤다. 공허한 눈빛.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시체를 보는 것 같았다.

“게임에서 죽으면 다시 시작하는데 우리도 그럴까?”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할 말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게임 패드를 쥐고는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다시 언니는 내게서 멀어졌다.

“무슨 소리냐니까 언니”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달이 가득한 날 밤.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었다. 무섭다. 평생 언니가 이러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만일 평생 웅덩이 속에서 이불을 뒤집고 있는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차라리 욕이라도 저주라도 퍼 부어줬으면 좋겠다.

강제로 눈을 감자 언니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우리도 그럴까?’

섬뜩한 한마디. 그 한마디가 불길했다.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미 내가 아는 언니는 사라졌다. 손톱을 깨물었다. 손톱이 갈라지고 살 끝이 찢겨나갔다. 피가 나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불길하다. 언니는 무슨 생각일까? 대체 무어를 하려 저렇게 얘기한 것일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왔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당장이라도 언니를 만나야 될 것 같았다. 길거리에 나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타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택시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가 뚝 떨어졌다. 하늘을 칼로 베는 듯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택시가 도착하자마자 돈을 던지고 내렸다. 잔돈을 받으라는 기사의 말을 무시한 채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해 계단으로 올라갔다. 언니, 언니! 머리 속에서 언니가 떠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간절하게 빌며 문을 열었다. 현관문은 관처럼 무섭고 차가웠다. 문을 열자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침대 언니가 누워있었다. 한숨을 내쉬고 언니에게 다가갔다. 뚝뚝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언니 자?”

이불을 거두고 언니를 보았다. 침대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언니의 손목에서 이어져 나온 붉은 핏물은 침대를 적시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언니를 안았다. 119를 부르고 다급하게 손목을 눌러보았지만 피는 멈추지 않았다.

“언니! 정신차려 언니!”

언니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안돼. 안돼. 언니 제발.”

천천히 언니는 눈을 감았다. 언니를 품에 안았다. 온기는 없었다. 차디찬 감각만이 나를 깨우쳤다. 언니는 이제 없다.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내 곁에도, 웅덩이에도 언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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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두부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두부두부 2016. 07/18

안타깝네요.. 잊지 못해서 비참한 죽음을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