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글 하나

나의 일생은

나 혼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혼자서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었다. 집안 침대를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멈이 있었는데 어느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자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이럴 때면 큰 의지가 되었다. 아들이 지팡이를 내게 건네고 차까지 안내해주었다. 그리고는 집안으로 들어가 할멈을 가져오고 내 옆자리에 놔뒀다.

“이제 출발할게요. 잊으신 거 없죠?”

“그래. 가자꾸나.”

옆에 있는 할멈을 보았다. 병실에서 누워있던 할멈의 모습이 떠올랐다. 힘겹게 누워있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강한 여자였다. 머리가 빠지고 살갗이 늘어져도 예쁜 여자였다. 같이 있으면 어떤 일도 즐거웠던 행복한 여자였다. 코 끝이 시큰해졌다. 이제 더 이상 할멈을 볼 수는 없겠지.

강으로 가는 동안 창문을 보았다. 넓게 보이는 강가의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눈이 부셨다. 할멈도 이 강가를 좋아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할멈은 이 강가로 왔다. 아들이 군대를 갔을 때도, 동생이 죽었을 때도 할멈은 이 강가로 나와 함께 와 멍하니 강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할멈이 내게 얘기했다.

“나중에 죽거든 이 강가에 뿌려줘요.”

그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우리의 이별이라니 그때는 잘 몰랐다. 실감이 나지도 않았고. 그저 두려웠다. 할멈이 없는 나의 생이.

“아이고. 이 영감이 또 이러네. 그냥 얘기한 거에요. 참 무슨 말을 못하겠네.”

할멈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날 우리는 손을 잡고 강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나 홀로 이 강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다 왔어요.”

아들이 문을 열었다. 지팡이를 잡고 천천히 차에서 내린 후 강으로 갔다. 아들은 내 옆에서 할멈을 들고 천천히 따라왔다.

“생전에 니 엄마랑 이곳에 자주 왔었지.”

“네. 어머니에게 들었어요. 아버지랑 같이 왔다고.”

“그래. 정말 자주 왔었지.”

눈물이 흐릴 것만 같았지만 참았다. 여기서 울면 안돼. 속으로 되새기며 강가에 서서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아버지 여기 있어요.”

아들이 하얀 도자기를 건넸다. 도자기를 열어보니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다.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할멈이라니 어찌 믿을 수 있겠나? 아직도 내 곁에서 손을 잡으며 이 강을 바라볼 것 같았다.

할멈을 손에 쥐고 꺼냈다. 곱디 고운 가루가 손에 잔뜩 있었다.

“너무 슬퍼마요.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잘 살다 와요.”

마지막으로 할멈과 얘기한 날,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할멈은 이별의 순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을 알면서도 내게 힘든 기색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내 손을 붙잡고 미소를 보였다. 그날 할멈의 미소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할멈 잘가요.”

이제는 보내야 할 시간이다.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강바람에 할멈이 저 멀리로 흩어졌다. 눈물을 흘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코가 시큰거렸지만 미소를 지었다. 나의 일생은 당신과 함께였다. 당신과 만나 평생을 사랑했다. 후회는 없다. 남은 일생은 혼자겠지만 걱정하지 마라. 당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훗날 다시 만났을 때 내게 얘기해줬으면 한다. 당신도 나를 기다렸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얘기해준다면 나의 일생은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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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두부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두부두부 2016. 07/18

월요일부터 맘이 뭉클..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