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글 하나

매일 그대와

 

여느 때 같은 일요일 저녁, 눈살을 찌푸리며 시계를 보자 해가 질 시간이었다. 약을 먹은 탓일까? 늦게까지 잤는데도 불구하고 눈이 따갑고 어지러웠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침대를 벗어나는데 화장대의 사진이 눈에 밟혔다.

웃고 있었다. 사진 속 나는 환하게,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뒤의 거울로 시선을 옮기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분명 사진과 같은 눈, 코, 입, 안경을 가지고 있었건만 살가죽이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야위었고 생기하나 없었다. 이제와 새삼스레 놀라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제대로 살아온 것도 아니니 제 모양을 하고 있으리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거실로 나가 물이 든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리모컨을 집고는 몸을 웅크렸다. 세상 사람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일하고 있었고, 즐거워 보이기도 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어두운 방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그저 멍하니 TV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바라보니 딴 세상 같았다. 정녕 저것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가 하는 의문에 잠겼다.

물이 끓자 라면을 하나 꺼냈다. 옛날이라면 무슨 라면이냐고 혼이 났겠지만 지금은 자연스럽다. 마치 언제나 그랬던 것 마냥 물을 붓고는 소파 앞으로 가져왔다. 라면을 먹는 동안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보았다.

B의 모습이 보였다. B가 웃고 있었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내 손을 잡고 있었고,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에 빠지기도 했다. 둘이 같이 결혼식장에 있었고, 아침 햇살 아래서 졸린듯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까운 것이었다. 점점 B는 야위어 갔다. 애써 웃고 있지만 앙상해져만 갔고 병원을 가는 날이 많아졌다. 고통에 소리치기도 했고 힘없이 내 품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B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B는 온데 간데 없고 그 대신 B의 이름이 적힌 도자기만 덜렁 남겨졌다.

쓰레기통에 다 먹은 라면용기를 버린 뒤 다시 침실로 가 침대에 앉았다. 커튼을 거두니 붉은 석양이 하늘을 가득 채워나갔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저녁 노을 불타는 하늘도, 일요일에 느끼는 여유도, 이 사소한 모든 것들을 매일 토란토란 둘이서 함께 하고 싶었는데……

고개를 돌려 침대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쓸쓸하게 보이던 침대가 점점 뿌옇게 흐려져가며 뜨거운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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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로필사진
이상현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이상현 2016. 07/15

철저하게 슬프게 글을 쓰셨네요

두부두부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두부두부 2016. 07/15

슬프네요..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아챘을 때 그 감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