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화양연화(花樣年華)

두 발은 온통 진흙투성이고

두 다리는 후들거리며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는 걸 보니

이제 끝까지 걸어왔나 보다.

 

사방이 컴컴한 벽으로 가로막혀

무엇도 들리지 않고

무엇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이제 문이 열릴 차례인가 보다.

 

침전하는 시간 속에서

그칠 줄 모르고

야속하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드는 걸 보니

이제 눈물을 그칠 때인가 보다.

 

잠시도 쉬지 않고

거세게 휘몰아치던 파도가 고요해지고

벼랑 끝으로 내몰던 바람마저도

숨죽이는 걸 보니

이제 다시 일어설 때인가 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간절한 그 순간에

이제 도착했나 보다.

너와 나의 화양연화가

이제야 비로소 시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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