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

초여름, AM 1:30의 바람

잠을 자고 싶지 않다. 먹는 거는 싫은데 마시는 건 또 마시고 싶은걸.. 믹스커피를 시원하게 탔다. 방으로 들고 와 헤드셋을 끼고서 인디음악을 들어본다. 잔잔한 것이 참 좋다. 침대에 기대어 앉아 옆에 뚫린 창문을 보았다. 붉은빛의 십자가가 밝게 빛이 난다. 까만 밤, 까맣다고 하기보다는 진한 남색의 천공의 홀로 빛나는 십자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모기를 싫어해서 방충망은 꼭 해 놓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새벽 공기가 너무나도 좋다. 얼굴 표면에 닿는 바람의 느낌도 차가운 듯 시원한 듯 너무 강하게 불어서 싫지도 않은 그런 바람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한다. 지금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좋다. 행복이라는 것은 항상 큰 것에서 오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이렇게 사소한 하나까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전날은 너무 힘들었다. 근래 들어서 모든 것이 다시 무기력해지기 시작하였다. 사는 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예민해져 있는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자꾸만 다른 탓을 하는 것을 보면서 참, 거지 같다고 생각하였다. 자꾸만 남탓으로 돌릴 때마다 끝에는 자기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인정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기대고 싶은 건지, 위로받고 싶은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주의 만물을 아는 것보다 자기의 생각과 의도를 아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짧은 생각을 해본다. 입맛도 도통 없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다. 정말 억지로 이어나가는 인간관계가 보였다.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 자신을 본다. 눈물이 많아진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다. 종교를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댈 곳이 필요하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않은가, 분명 그 사람들도 힘들고 말 못 할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새벽에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는 바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공기를 살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사서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다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적당한 커피의 맛, 달지도 쓰지도 않은 적당한 맛과 적당한 바람, 그리고 적당한 노래 모든 것이 완벽해서 행복하다.
  
고마워, 바람 그리고 새벽

 

* 정말 오랜만에 들려 글을 쓰는 것 같네요.. 요즘에는 책도 자주 못 읽고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날들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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