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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타

발레타 2-4

트리폴리는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암벽 돌출부에 자리하고 있는 해안 도시였다. 에스파냐 수비대와 성 요한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성채는 에스파냐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이곳의 음울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밝고 평온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작고 소박한 자신의 방에서 발레트는 릴라당에게 보내는 서신을 쓰는 중이었다. 짧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로메가스가 급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밖에 나와 보셔야 겠어요. 에스퍄냐 병사 한 명이 도망치려다 잡혔어요."
발레트는 쓰기를 멈추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연병장에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병사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수비대장 멘데스가 단상 위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군인에게 병영을 무단 이탈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나가서 무엇을 하려고 한거지? 바르바리 해적이라도 되려고 했나?"
멘데스는 숨도 쉬지 않고 병사를 몰아부쳤다.
"아닙니다.. 고.. 고향으로 가려고 했던 것 뿐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요."
병사는 벌벌 떨며 울먹거렸다.
"함께하는 전우들은 보이지 않나? 이들도 고향에 처와 자식을 두고 왔다. 도망치는 것은 조국을 버리는 일이다!"
"살... 살려주십시요.."
병사는 얼굴이 땅에 닿을 때까지 연신 몸을 굽혔다. 탈영하는 병사는 즉각 처분되는 것이 규율이었다. 발레트는 단상으로 올라가 멘데스 옆에 섰다.
"병사들이 많이 지쳐있습니다. 엄중하게 경고하고 매로 다스리는 것이 어떻겠..."
멘데스는 손을 들어 발레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발레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어떤 말도 통할 것 같지 않은 무쇠같은 얼굴이었다.
"저 자는 탈영병이요. 군에서 명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오. 예외란 없소."
"본국에서 보급품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식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타국의 요새를 지키는 것이 쉽겠습니까?
군대의 규율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발레트는 이 버려진 곳에서 병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를 알았다.
"에스파냐 수비대의 일이요. 기사단이 참견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끌고 가라!"
멘데스는 굳은 표정으로 지시를 내리고는 단상을 내려갔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요.. 자비를!!"
병사는 끌려 나가면서도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연병장에 남아있던 병사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상황이 갈수록 나빠져 가네요. 이곳은 허울뿐인 요새에요."
로메가스는 멘데스의 차가운 얼굴을 흘깃 쳐다보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에스파냐에게 이곳은 잊혀진 곳이야. 여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없어. 요새를 지어 해적을 막는 시늉만 할 뿐이야."
발레트 자신도 앞으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병사들의 볼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바르바리 해적들이 불시에 요새를 습격할 수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병사들을 격려하며 함께 요새를 지키는 것 밖에는 없었다. 발레트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겠군."
두 사람은 탈영병의 절규만 남은 연병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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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 주인공

속마음을 겉으로 말한다는 것,

난 속과 겉이 다른거 같다.

 

이말은 이상하게 보여지는 이중적인 모습이 아니라

정작, 내가 속으로 말하는 것들을 겉으로 표현할때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나이도 어느덧 먹을만큼 먹었지만...

 

솔직한 표현조차 못한다는게 조금 우수워진다.

 

한때는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철없이 말한다는 말을 듣고

나의 말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속마음을 누르고 있었는데...

 

이게 어느덧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린 듯 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동체 룰에 맞춰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나눠서 할 줄 알다보니

 

구지 하루에 80% 이상 보내고 있는 직장내에서는 속마음을 보여줄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의 속마음을 보여주면 또 나로인해 상처받을 사람이 생길 거 같다는 그런 마음에서인지...

 

나의 속마음 풀어버리기. 

'풀어버리다: 이야기하다. 표현하다. 상대방이 알수있게 눈치를 주다.'

 

 최근 나의 가족의 일로 인해

속에 담아 주고 있던 마음을 어느정도 표현해 본적이 있다.

 

너무 나의 속마음을 다 이야기 해버린다면...

나만의 생각으로 인해 상대방 및 당사자에게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

그냥 작게나마 포인트로 딱딱 표현을 한 적이 있다.

 

혹시나 제 삼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몇 가지 사진과 상대방 및 당사자 상황을 비밀글로 모 카페에 적은적이 있는데...

현재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댓글이 난리가 나버렸다.

상대방과 당사자는 철저히 비밀로 했으며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글도 일주일 뒤엔 스스로 내려버리겠다고 했다.

 

구지 내가 스스로 아파해 가며 그 글을 남겨둘 필요도 없을 거 같고

어느정도 내가 판단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댓글을 보면서 '그래 내가 저렇게 까지 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론...

'내가 더 이상 해봤자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증거가 없다면 당사자만 힘들어질거야...'

생각도 들기때문에 향후 멀리 생각해 보고 결정한 일이다.

 

그런일이 있은 후 상대방은 더더욱 조심스럽게 나의 말과 당사자의 행동에 관심있게 듣고 표현해주고 있으며,

난 당사자가 더이상 나의 최종적인 생각에 아니라고 판단되어 지길 바라며...

조금은 느리겠지만 빨리 적응 할 수있게 아침마다 자는 얼굴을 보며 기도하고 있다.

'그래 넌 잘 할수 있을거야. 같이 힘내자. 그리고 미안하다...'

 

 

 

일년 반 정도 다시 글을 적기 시작했다.

게으른 탓도 있고 정말 스스로 너무 힘들었던 일도 있다.

최근엔 어느정도 일도 다시 익숙해졌고 나름 스트레스 해소하는 법도 알고 있기에...

속마음을 털어놓고자 할 때...

글을 적어볼까 한다.

 

최근 매일마다 구독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의 글귀게 나의 폰에 스크랩 되어있다.

 

"If you are quilty, you are dead."

"너에게 되가 있다면 넌 죽는다."

 

내가 이렇게 까지 이번 일을 덮어둘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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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2 - 8

581

 

 

 

검투사는 검과 방패 등. 여러 장비를 부딪치면서 싸워나간다. 그 안에선 수많은 힘겨루기와 심리전이 오고 간다면, 빠르게 휘두르고 길이가 짧은 단검들의 싸움은 힘을 쳐내고 흘리기보단 차라리 피하는 게 속 편하다고 보면 된다. 그 이유라면 단검을 쳐내서 경직을 주는 것보다, 다음 공격이 더 빠르게 들어오기 때문이니까. 차라리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공격경로를 가로막는 게 더 좋다.

 

손끝이 아려오는 칼부림에도 꿋꿋하게 들어오는 공격은 당황을 넘어서 질리게 만들었다. 바람의 정령왕의 가호를 받은 단검인데도 불구하고, 어릿광대가 들고 있는 검은 단검에 뭔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 힘을 계속해서 상쇄하기 시작할 무렵. 거대한 돌풍처럼 내 단검을 감싸고 있던 바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음. 그렇군.]

 

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혼자만 알고 있는 히드라에게 질문했다.

 

[혼자만 알지 말고 정보는 공유하면서 좀 살도록 하지?]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다. 혼자서 골똘히 잘 생각해보도록.]

 

매정하게 걷어차버리듯이 거절하는 말에 지금 당장이라도 몸통을 붙잡아 비틀어버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대화로 해결하자.

 

[지금은 손과 발. 그리고 머리가 한참 바쁠 시기에 그것까지 생각하려고 하면, 5G여도 불가능하니까 제발 좀 알려줘라.]

 

[흐음. 자비로운 내가 알려주도록 하마.]

 

자비는 개밥그릇에 같이 던져서 준건가? 그 단어는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닐 텐데?

 

[저 어릿광대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확하게 저 객체는 월식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이라 보면 된다.]

 

[너희들도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나중에 눈에서 레이저도 나가는 거냐?]

 

[그랬으면 꽤나 재미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돌연변이가 아니다. 월식이라는 존재들은 본래 하나였으나, 다른 객체에게 붙어서 힘을 빼앗기면 다른 객체가 월식이 되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니 저 어릿광대도 본래의 형태를 잃고 뱀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 무언가가 인간의 형태로 붙잡아 놨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뱀의 형태가 아닌 인간형의 월식으로 인지하게 만들게 된 것이다.]

 

[그걸 공유할 수 있는 너희들은 이제 뱀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거잖아?]

 

검은 실루엣의 인간들이 사방팔방에 돌아다녀서 세상을 포식하는 상상을 해보니, 악몽으로 나타나면 꽤 무서운 이미지가 되었다. 지금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데...

 

“지금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람?”

 

“이런!”

 

언제 파고들었는지 서늘한 감촉이 내 상의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웠다면 오른쪽 옆구리부터 왼쪽 어깨까지 베일 뻔했다는 사실이, 내 몸을 조금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신경이 곤두설 때쯤 옆에서 다가오는 검은 칼날을 왼손을 움직여 차단하려고 했으나,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힘 때문에 휘청거릴 뿐이었다. 계속해서 빈틈을 내주면 크게 당하기 마련인데, 그나마 윈디의 바람장막이 어릿광대가 단검을 제대로 찌르지 못하고, 옆으로 빗겨나가 겨우겨우 살 수 있었다.

 

“춤을 잘 추지 못하면 앞에 있는 숙녀에게 실례라고?”

 

“이게 무슨 춤이냐? 살려고 발버둥치는 거지!”

 

단검에 대한 숙련도도 그렇고 아슬아슬하게 따라붙고 있지만, 미세한 차이로 어릿광대가 내 실력을 앞서고 있다. 결국 다시 시공의 눈을 개안하기 위해 지금까지 신체강화로 사용하던 에너지들을 다량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느려지는 어릿광대의 공격을 옆으로 쳐낸 다음, 회전력을 이용하여 왼발로 어릿광대의 가면과 같이 차버렸다.

 

사람들이 항상 궁금해 하는 것은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려서 결정타를 먹이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내 경우에는 어릿광대에게 뜯어낼 정보가 많아서 그렇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순간 잊고 있었는데 후회가 막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느릿느릿하게 일어서는 어릿광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금이 간 가면 속에 붉은 눈을 한 소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선생님. 많이 아프네요. 쿠쿠쿡.”

 

과거에 만났던 어린 시절의 레프리시아 그대로 모습을 바꿔버린 어릿광대. 정말 그 머나먼 과거 속에서도 어릿광대는 도플갱어로서 존재했다.

 

“도발의 의미라면 소용없어.”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이번엔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어릿광대. 이번엔 내가 선생으로 변장했을 때의 그 모습. 머리카락은 가발을 써서 긴 장발이었으나, 옷은 광대복장에서 제발 제외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군. 그래도 지금 이 모습이 꽤 좋았는데. 그때는 순한 성격이 아니라 과격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었지?”

 

“사람은 각오를 하면 변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 그 모습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야?”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나의 모습으로 어릿광대는 피식하고 비웃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어. 그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깨우쳤으면 좋겠다는 거? 아니, 지금은 그 신적인 에너지를 이용해서 인간의 규격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으니, 깨우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몰라?”

 

“이브센티아의 학살자였던 나를 깨우치라는 거냐?”

 

어릿광대의 질문에 답을 내리자. 피투성이인 내가 그 자리 앞에 서 있었다.

 

“당연하지! 아직도 자기가 죄값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혹은 죄를 뉘우쳤으니 그 사건에 대해 멀리 떨어져도 좋다는 건가? 아니! 절대로 아니지! 그 잔혹한 학살자는 어디 가지 않고 300년 뒤의 미래에 버젓이 나타나, 모든 평행차원에 대 재앙을 이끌고 있으니까! 이거야 말로 진정한 대학살이 아닐까?”

 

“진정한 대학살을 하기 전에 너부터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더 빠를지도 몰라.”

 

급격하게 떠오르는 분위기를 급격하게 식혀버렸다. 당연히 내 말 때문에 짜증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고,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하던 찰나에, 다시 하얀 가면을 써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 전에 저 가면은 또 어디서 꺼낸 거야?

방금 전에 발차기로 가면을 박살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월식 안에서 작은 난쟁이들이 가면을 만들고 있지롱~”

 

“웃기지마! 그 안에 들어가면 다 죽는 건 용병인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 마치 H2O가 산소인 것처럼 말이지!

아니...저건 물이잖아?

누가 저런 말을 당당하게 내뱉은 거야?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자기는 유머감각이 너무 없다~”

 

“애석하게도 나는 태클을 거는 사람이거든. 그게 나의 숙명이고 말이야.”

 

다시 날아드는 단검을 오른팔로 휘둘러서 튕겨냈다. 불꽃이 내 눈 앞을 그리고 지나가는데 느닷없이 날아드는 어릿광대의 오른팔은 검은색 뱀이 입을 열고 뻗어 나아갔다. 유연하고 신속함마저 내 눈 앞에서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속도였고, 대놓고 붙잡아서 멈출 수 있어도 경솔한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되니, 거리를 먼저 떨어뜨린 다음 지켜보기만 했다.

 

“응? 더 이상 두고 볼 것이 또 있는 거야?”

 

“당연하지. 미지의 적을 두고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선, 어릿광대. 네가 무슨 꿍꿍이로 그런 무의미한 일을 벌였는지 잘 모르겠어.”

 

과거에 자신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심리를 흔드는 건 나에게 불필요하지만, 아마 어릿광대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보여줬다. 물론 과거에도 어릿광대는 존재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금에 와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크게 보면 지금 이 녀석의 정체는...

 

[월식에서 돌연변이라? 그러면 내 앞에 있는 어릿광대는 다른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거잖아?]

 

[사례가 있다면 지금 딱 모습을 보아하니 니알라토텝이 되겠군.]

 

[왜 크툴루 신화에나 나오던 녀석이 여기서 돌연변이 일으킨다고? 왜 여기서 난동을 부리는 거야? 은가이숲으로 떠나라고 해!]

 

이곳에서 다른 세계의 설정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아니, 다른 세계의 설정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라면 다른 평행차원들이 융합되기 때문일지도 몰라. 모든 평행차원이 이곳으로 밀집되려고 하니까, 그 차원에 다른 에너지들이 이곳으로 점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괴상한 크툴루 신화라던가 예전부터 있었던 가지각색의 패러디 같은 것들이 나타난 걸지도 모르지.

 

“이 세계는 너무 난장판이네.”

 

“응? 갑자기 왜 신세한탄을 하는 거야? 자기는 지금 나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

 

“이게 그러면 연인싸움이 되는 거냐? 태클을 걸 게 여러 곳 존재하지만, 내가 직접 이야기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이 나올지는 다 알 테니 말을 아끼도록 하지. 레이베리아는 이 일까지 꿰뚫어보고 각본을 쓴 건가?”

 

어릿광대는 키득키득하고 웃었다. 하얀 가면 뒤에 어떤 얼굴로 하며 웃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3초간 웃고는 어릿광대의 가면에서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다 깨달은 거 같네? 이번 일로 인해 우리가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으면 둘 중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나는 모든 평행차원을 다 멸망시키는 거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를 그만 놔주고 과거로 가는 거야. 이런 싸움 더 안 해도 된다고?”

 

싸울 의지를 꺾는 걸 넘어서 이곳에 존재할 이유도 제거했다.

 

그래도 뭐...

그건 다른 일이고...

 

“뭐 먼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내 이유는 굉장히 사소하다는 소리인가?”

 

“이런 싸움을 하면서 모든 차원을 멸망시킬 이유가 없다는 거지. 어차피 자기는 본래 시간대로 돌아갈 거고, 오히려 미래가 이렇게 되도록 정해진 삶밖에 못 사는 거 아닐까? 그래도 미래를 알았다고 과거를 급하게 바꾸려고 하지는 마. 더 비참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패러독스인가.

 

“미래에 모순이 생기는 것만큼 인생이 꼬여버리는 일이 적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던가?”

 

나도 돌아가면 레인과 같이 정해진 흐름대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 그건 또 골치 아픈 소리였다. 누가 예정된 일을 생각 없이 살아가면서 죽기까지 기다릴까? 사람은 죽는 걸 알면서도 잘 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존재다. 영원한 삶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된 생명이니까.

 

좀 더 편하고 부유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세계를 지워서 다시 만든다고 해보자.

열심히 살아온 모든 게 없어지는 셈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나만 생각해봐야겠어. 우주가 어찌되든 뭐가 걱정이냐?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데?”

 

“흐응?”

 

방금 발언에 의아해하는 어릿광대의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아무래도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한 모양인데...

 

“뭐 어쨌든...내가 이곳에 있는 건 내 맘대로니까. 멋대로 가라 마라 하지마.”

 

“그러면 뭐 어쩔 수 없고.”

 

시공의 눈이 개안된 상태에서 상대의 움직임이 느리지만, 어느 순간 어릿광대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튀는 불꽃이 내 시야에 흩날렸고, 머지않아 거대한 실선이 내 몸을 그어버렸다.

 

“큿!”

 

붉은 액체가 내 상체부터 쏟아져 내렸다. 따끔한 고통마저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박혀있는 검은 단검은 내 몸을 그대로 침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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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은 정말...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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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입에서 귀로
목소리만이 전달 수단이었던 시절
떠도는 풍문만이 유일했던 날들

땅을 파헤치고
세력을 늘리고
군대를 세우고
지위를 나누고

군락과 성을 지키고 나누었다
철과 피가 늘 함께 하리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영광 있으리라
허상의 거미줄을 향해 그들은 용맹히 뛰어들었다

아무도 알지 못해 찾아오지 않는 동굴
그는 홀로 찾아왔다
단검 하나와 빛 뿐이었다
마녀는 그의 간곡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의미하다, 무의미하다
머릿속 공허함이 북채를 두드린다
허상을 파헤치고, 파헤치고,
개척하고 세우고 파괴하여

필사적으로, 살아가기를 갈망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견딜 수 없어
직시할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 무의미함을
파헤치고 파괴하자
세우고 무너뜨리고 가르고 분할하자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러나 마녀는 반문했다
그런 게 무슨 소용이죠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냥 살아가면 되잖아요

같은 공간
그들은 다른 세계에 있었다
이른 빛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우리는 같은 영역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파헤치고, 허물고, 파괴하고
죽이기만 해요
그리고 되살리겠죠
왜 무의미한 짓을 반복하죠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처럼
남자는 잿빛 성으로 돌아와
전처럼 전쟁을 벌이고 나누었다
철은 점점 쌓여갔고 재산은 불어났다

나는
세상을 가졌다
나는
세상이다

빼앗고 죽이고
나누고 가르고
세상의 이치를
올바르게 세웠다

만져지는 것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당신은
완전해질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우리와 하등 다르지 않다
당신은 무의미함이며
채워질 수 없다

팽창하려 들지 말라
내게, 우리에게 맞서지 말라
죽음이 수많은 손을 뻗었을 때
그는 맞섰으나 패배했다

누군가가 찾아왔다
당신을 안다
희미한 기억, 옅은 빛이 흘러내리던
잿빛 동굴 속 그 형상을

저는 당신이 기억하는 그 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죽었습니다
저는 계승자 입니다
검은 돌 같은 눈과 이끼 같은 목소리

휘장 안은 누구도 들여다 볼 수 없어서
그는 수세에 몰렸다
수 백 명의 군사보다

더 두려운 것
말은 화살과 방패가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오간다

전투를 치르러 온 게 아닙니다
마녀를 죽여라, 마녀를 죽여
검버섯과 주름살 투성이의 쪼그라든 노인이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죽음이 임박한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요
군사들이 달려왔을 때 숨이 끊겨졌다
무한한 암흑으로 쏜살같이 하락했다

이곳도 곧 불타리라
재 한 올조차
바람에 실려 흩어진다

저 견고한 성벽
무엇을 숨기기 위함인가?
무엇을 지키기 위함인가?

 

결국 종착지는 어디였는가?

그 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이 스쳐갔다

쇠는 녹슬고 무뎌졌고
벽은 허물렸으며
사람들은 떠났다

지나간 날의 영광을
드러내는 표적
비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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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2 - 7

580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꽃은 이곳 저곳에서 튀어 오른다. 윈디와 동화하여 바람의 힘을 빌리고 있는 동안에도, 어릿광대의 단검은 매섭게 그지 없었고, 하나하나가 죽음으로 가는 편도여행이 되기 전에 쳐내고 회피한지 얼마나 흘렀을까? 아직까지 시공의 눈은 개안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주변에 차량도 없고 사람도 없다는 의미라면, 나와 어릿광대의 싸움이 눈에 보였으니 그 자리에서 피한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나의 존재감을 극한으로 낮춰도, 어릿광대는 존재감을 낮추거나 그러지 않았으니, 자연스럽게 나까지 사람들의 눈으로 들어왔겠지. 허공을 돌아도 날아오는 검은 단검을 쳐내는 것도 일이지만, 바람장벽 하나가 날아드는 단검을 무력화 시키고, 뱀 조종자가 내 의지를 받들며 내 왼팔에서 쏜살같이 뛰쳐나왔다.

 

-촤라라라라락!

 

[야. 히드라. 너는 왜 안 나가냐?]

 

정확하게 8개의 사슬단검만 튀어나가고 가운데에 장식처럼 가만히 서있는 검은 사슬단검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움직이기 귀찮다. 봄이니 말이다. 언제나 봄은 편하게 쉬기 위한...]

 

[어째서 월식이 춘곤증에 힘들어하는 거냐! 그러고도 잘도 세상을 포식하고 다녔다?]

 

[먹는 것과 춘곤증은 별개의 문제니 나는 자고 있겠다. 끝나면 다시 깨우도록...하암~]

 

협력관계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 어릿광대에게 콩트를 보여줄 만큼 여유로운 상대도 아니니까. 결국 8개의 사슬만으로 내 홈 그라운드를 만들어야겠구나.

 

“자기는 매번 아군과 티격태격하나 봐?”

 

“너는 춘곤증에 힘들지 않냐?”

 

“응?”

 

“아냐. 아무것도.”

 

어릿광대도 커다란 분류로 따지면 월식이니까. 혹시나 월식의 종족특성상 춘곤증에 약하다라는 약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춘곤증을 앓고 있는 건 히드라뿐인 것 같다. 이건 대체 무슨 난장판인지...

 

어릿광대는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싸울 마음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는지, 살기를 거두고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매번 생각해오는 거지만 자기는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300년전에 있어야 할지라도 우리를 방해하러 온단 말이지? 어디 정의의 사도처럼 “너희들의 사악한 계획을 막으러 왔다!”라는 패기도 없고, 고작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그저 방해하려고 할 뿐이니까.”

 

“너희들의 하는 일이 사악한 계획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 이 세계를 지우고 다시 재구축한다는 그 자체가 다른 이들 입장에선 사악한 계획이 아닐까?”

 

“흐음? 성경에서도 인간들이 하도 최악을 저지르고 다니니까, 홍수로 모든 생명체의 암컷과 수컷만 남긴 체 한꺼번에 갈아엎어버렸잖아? 어떻게 보면 우리가 신의 대행자와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

 

마치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은 꼭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고 자부하고 있구나.

 

“각본가. 레이베리아는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 어째서 이 세계를 지우려는 거야? 오로지 나 때문이라던가, 잡화점의 존재 때문은 아닐 거고? 살아생전에 레이베리아는 대체 얼마나 더 앞을 내다보고 이런 일을 꾸며왔던 거냐고?”

 

어릿광대는 무너져 내린 의자에 올라서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 그야 안정적인 세계를 가지기 위함이지. 시공간에 대한 제약도 걸어놓고, 천계나 마계, 명계 등. 다양한 차원도 막아놓을 것이고, 어디까지나 인간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함일까? 그 편이 더 안전하다고 하지. 나도 이런 세계가 멸망하든 하지 않든 상관은 없지만, 이 세계가 존재함에 있어서 마법사나 마법공학자들은 언제나 금기를 어기고 살아가니까.”

 

“금기를 어긴다니?”

 

“그건 자기도 포함되어있는 거야. 지금 시공간술사의 힘을 다시 찾아온 것도 모자라서, 인간의 틀을 깨부수기 직전이지. 다시 봉인하면 괜찮을지 모르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이제 멈출 수가 없어서 말이야.”

 

한번 시작한 일은 이제 멈출 수가 없다라...

이 힘을 봉인하는 것도 이제 일시적이란 소리가 되나?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생각이란 것은 또 다시 굴러가기 시작하고, 평범함을 넘어서 좀 더 우주적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마법사들과 마법공학자들의 목표는 모든 우주의 진리를 깨우치고, 더 나아가 자아를 각성하여 전지전능한 것이 꿈이다. 금기를 어기면서까지 사고치는 거야 말로 마법사가 하는 일인데, 그 마법사들이 시공간마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도 당연했다.

 

잠깐만? 그러면 엘티노스가 본래 마법사나 마법공학자들의 수를 점차 줄여가고 초능력자를 만든 의미는? 어쩌면 엘티노스마저...

 

“뭔가 큰 걸 깨달았다는 의미네? 하하! 애초에 각본가는 유랑극단의 각본만 쓰는 게 아니거든? 온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의 각본을 쓸 수 있다는 그 자체야 말로, 각본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되니까.”

 

“그럼 네가 나를 찾는 것도 모두 각본에 쓰여있는 거냐?”

 

상상이상으로 레이베리아의 힘은 너무나도 커져버렸다. 엘티노스가 봉인되어있던 사이에 성장한 각본가의 힘은 알게 모르게 엘티노스마저 조종하고 있었다니? 아니. 엘티노스가 봉인되기 이전에도 분명 레이베리아는 남들 모르게 힘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 힘의 원천은 과연 어디에? 레이비스 가문을 갈아 엎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기만큼은 레이베리아가 각본을 쓸 수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더라고? 어떻게 각본을 쓰려고 해도 카일이라는 존재에 대해선 각본을 적을 수가 없다고 해.”

 

“그거 극비는 아니군. 전에 어렴풋이 추측은 가능했으니까.”

 

아주 예전에 맹수 조련사가 자신이 데미지 입을 것을 몰랐다고 퇴각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때 이후로도 각본가의 힘은 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와 더불어 레인도 각본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겠지. 그 애는 이미 정신상태부터 난리가 났으니까.

 

어릿광대는 어느 사이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애초에 각본대로 움직였다면, 지금 이렇게 대치하지도 않았겠지. 그건 그렇고...너.”

 

물구나무서면서 하얀 가면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왜 그래?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말이야?”

 

“내가 과거에 있었던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대가 어긋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과거에 어릿광대를 본 기억은 전혀 없었고, 과거에 레프리시아를 구출하는 과정을 모두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과거라면 자기가 ‘선생’이었던 그 시절이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릿광대는 알고 있었다. 초승달처럼 호를 그린 가면의 입이 더욱 더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거라면 간단해. 나는 오랜 과거부터 사람들 사이에 살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처음으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 거지! 아아, 그때를 잊을 수 없었어.”

 

“괴상한 촌극을 할 거라면 그만두고 제대로 말해.”

 

“촌극이라니? 이건 하나의 오페라와 같은 거라고?”

 

“뮤지컬이겠지!”

 

어릿광대에게 오페라가 어울릴까 보냐?

아...생각해보니 어울리는 오페라도 존재할 것 같다.

 

“그래도 그때 어린 마왕을 지키는 자기의 모습을 처음보고, 그 고결한 모습에 내가 악착같이 강해지고 살아남아서, 당당한 모습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단 말이야. 하지만 빨리 만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그 결과! 드디어 모든 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자기를 찾았다는 거지. 그 풋풋한 용병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어릿광대가 나의 과거사부터 참견하기 시작했구나.

 

“잠깐만 그럼 내가 과거에 갔을 때 넌 누구였어?”

 

“누구였냐고? 당연히 별 볼일 없이 자기가 훔쳤던 옷 가게 주인이었지!”

 

완전범죄라 생각했는데 다 들켰었잖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태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모습! 나는 매우 로맨틱하다고 생각해. 그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 지금까지 내가 있을 수 있었어. 은빛송곳니의 단검술을 따라 한다고 했을 때도, 멀리서 나는 그걸 지켜보며 같이 따라서 했고, 엘티노스 잡화점을 걸었던 가위바위보에서도 나는 그 자리에 있었지. 부디 자기가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 되어, 나를 좀 더 봐주고 추격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져주기도 했어.”

 

일부러 져주다니?

 

“설마. 그 결승전 때...그 아저씨가?”

 

“맞아. 그 사람의 모습을 한 ‘나’였지.”

 

말도 안 돼. 하나부터 열까지 이 녀석이 다 개입되었잖아?

 

“그 이전에 월식의 봉인된 구슬을 몰래 그 노인에게 준 것도. 전부 나야.”

 

“정말 터무니 없는 소리를 연속으로 들으니 믿기지가 않아서 한숨만 나온다. 한숨이 가출해서 지금쯤 말머리 성운에 도착하고 있을 때인데, 그러면 그 과거에 있었던 일이 전부 우연이 아니라고? 모두가 의도적으로 일어난 일들뿐이야?”

 

정말 머릿속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태 어릿광대가 가면을 선물하고 그 외에 다른 사건에서 죽을 뻔하고, 어이없이 놓친 모든 것들의 원흉은 과거에 레시아의 선생님으로 있었던 그 일 때문이라니?

 

그거 하나 때문에 이브센티아가 몰살당하고,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지금까지 살아가야 했다니? 매번 꿈마다 비가 오는 이브센티아에서 묘비만 바라보게 만든 것이 전부?

 

“정말 터무니 없어.”

 

말을 반복하기 싫지만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문제니까.

 

“터무니 없어도 받아들여야 해~ 첫눈에 반하게 한 책임은 지어야지?”

 

“뭐가 첫눈에 반한 책임이냐? 여태까지 내 과거의 행적을 엉망으로 만든 게?”

 

“아니지. 그게 과거의 올바른 행적이었다는 거야.”

 

살아있는 자체가 괴로웠던 순간마저도 전부 어릿광대의 개입이라니.

 

“그렇군. 아무래도 내가 널 죽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상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면, 지금 싸움을 멈추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다.

 

“실피드. 나의 검이 되어라.”

 

윈디의 진명을 부르고 날카로운 돌풍이 단검을 감쌌다. 봄이라서 따듯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은 한겨울처럼 싸늘하기만 했으니.

 

“일단 더 물어볼 것은 있으니 죽지는 마라. 죽으면 별 수 없겠지만...”

 

“아하핫! 바로 그거야! 그 살의에 가득 차오른 눈. 하도 억울해서 악밖에 남지 않은 그 눈 말이야! 그걸 계속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마음을 알긴 뭘 알아줘! 정신 놨어!”

 

이 상황을 대체 왜 즐기는 거냐?

 

“이런 살벌한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춤은 언제나 최고야! 드디어 나를 제대로 봐주기 시작한 것도 너무 흥분돼! 이 일은 내 생에 최고의 날이 될 거야!”

 

“대사만 들어보면 사망플래그야. 그거 알아?”

 

“그래도 죽지 않을 건데? 오랫동안 같이 싸워나가며 친하게 지내야 하잖아?”

 

싸우면서 친하게 지내는 건 어린 시절 한정 아니었던가? 아직까지도 싸워나가며 사이가 돈독해진다고 착각을 하다니...미운 정이 더 오래간다는 걸 이용할 속셈인가?

 

그것마저 이용한다면 정말 징그러운 녀석이다.

대체 그런 사소하고 쓸모 없는 것까지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무래도 내가 상대하고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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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하루는 일하는 게 8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