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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9 - 10

355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윈디에게 기묘한 고양이 옷을 입은 내가 찍히고 나서, 잡화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분명 이 모습 그대로 가게 되면 잡화점 멤버에게 놀림감이나, 나중에는 하나의 이야기 거리로 소비되는 그런 전개는 사양하기에, 나는 여성용 남색 정장을 입기 위해서 곱게 포장된 종이에 손을 넣을 때였다.

 

-화르륵!

 

“아. 미안하군 카린 선생. 실수로 그 안에 있는 옷은 태워넣었...”

 

“고양이 어퍼컷!”

 

과거에 많이 맞았던 기술을 이사벨 씨 턱에 그대로 꽃아 넣은 뒤, 머릿속에 장악한 분노를 뒤늦게 나마 정리하면서 원망한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아주 그냥 이 모습으로 살라고 하지 그래요?”

 

“뭐. 그렇다면 나와 다른 사람들은 고맙겠지만, 카린 선생이 그 옷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큭!”

 

나는 이사벨 씨를 밟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겨우겨우 머릿속에서 밀어낸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르면서, 자제심이 끊어지기 시작하려고 했다.

 

“이사벨 씨? 지금 제 인내심이라는 존재가 모조리 다 사라지기 전에, 당장이라도 빌릴 옷을 준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카린 선생은 그 모습으로 될 때마다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가는 군. 남자였을 때는 M이면 여자였을 때는 S로 되는 건가?”

 

“쓸 때 없는 말은 신경 끄고! 옷 내놔! 아니면 그거라도 벗겨서 입고 가겠어!”

 

내 안에 정신줄이 서서히 끊어지려고 할 때, 느닷없이 학원장실에 노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 2번의 노크소리로 내 머릿속에 정신줄을 가까스로 잡으면서, 제정신이 든 나는 이사벨 씨에게 손을 내밀어서 일으켜 세웠다. 이사벨 씨는 웃는 얼굴로 “고맙군. 카린 선생.”이라며 내 옷을 계속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이 옷. 이사벨 씨가 만든 건가요?”

 

아무리 많은 의상을 백장미 찍었을 때 여장하면서 입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출도가 심한 옷은 처음이었다.

 

“카린 선생의 고양이 귀 보고 나서 4시간만에 만들었거든, 이래 보여도 나는 여성의 옷을 만드는 것이 취미다. 이건 뭐냐...내가 분노로 이성을 잃었을 때 카린 선생의 꼬리를 무차별적으로 잡은 것에 대한 사과라고 해야 할까?”

 

“아. 그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나는 사람에게 실수를 하면 선물을 하거나 사과를 꼭 해야 기분이 풀리는 성질이거든, 그래도 4시간동안 만들었지만 카린 선생에게 딱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4시간만에 만들었다고? 장갑하고 신발까지?

 

-똑똑!

 

“아. 미안하군. 들어오게!”

 

아까 노크소리가 누구인지 확인했을 무렵.

 

“와아! 카린!”

 

오늘 내 인생은 망했군.

내 눈앞에 등장한 것은 릴리 기사단의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루니아 누나였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서 잠깐 나온 것 같은데, 내가 있는 위치를 이렇게 빨리 알아낸 것으로 보아, 분명 윈디가 내 사진을 찍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카린 정말 귀여워요오! 세 마리 정도는 거뜬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오!”

 

날 ‘명’수로 아니라 ‘마리’수로 취급하는 걸로 보아, 이미 이런 내 모습에 익숙해진 모양이지만, 나는 루니아 누나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적어도 저는 사람이니까 세 명이 되겠죠. 아니 이게 아니라, 누가 누굴 키우는 거에요?”

 

어느 순간 루니아 누나는 나를 꼭 껴안으면서 “아아, 상쾌해라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나의 축복을 받아 내 주변에 마나는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치기 때문에, 가까이만 있어도 심신이 안정된다는 그런 소리를 들었지만...

 

“루니아 누나?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아. 임무 하나 때문에 고생이 좀 심하거든. 하멀 오빠에게 들은 말로는 신인류 소속에 있었던 내 여동생 닮은 호문쿨루스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해서, 그걸 수사하고 있어.”

 

하멀 씨는 가차없이 말하는 것에 대해 선수구나, 비밀이라는 단어가 그 사람에게는 없을 정도라니, 게다가 루니아 누나의 목소리는 조금 기운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나저나 그 모습에서는 ‘언니’라고 불러야죠오?”

 

“죽어도 싫어요.”

 

“따라 하세요오. 루니아 언.니.”

 

“거절한다!”

 

“거절은 거절합니다아.”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화제를 던져주는 것. 어느 사이에 내 품 안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비비며,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 루니아 누나를 떨어뜨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뭐 하러 온 거에요?”

 

“아. 맞다. 이사벨 씨~”

 

내 품에서 벗어난 루니아 누나는 허리 쪽에 있던, 문서가 담긴 종이봉투를 이사벨 씨 앞에 제출했다. 이사벨 씨의 날카로운 갈색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이윽고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잘 받았네. 이제 돌아가도 되네.”라고 입을 열었다.

 

“카린 선생. 이제 돌아가도 된다네. 나는 잠깐 할 일이 좀 남아서 말이야. 이제부터 학원 안을 시찰하면 안 되거든.”

 

이사벨 씨의 행동은 왠지 지금 당장 시간을 빼앗기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날 억지로 내쫓은 것 같았다. 나도 지금 내 제자들이 제대로 연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잡화점으로 돌아가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루니아 누나는 나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카린! 저와도 놀아 주세요오! 내 무릎 위에서 잠들어도 되니까아!”

 

“지금 제자들을 봐줘야 한다고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도, 카멜롯 학생과 막상막하라는 소리를 들어서 머리가 복잡할 지경이라고요?”

 

“마법 무투제 때문이죠오?”

 

대체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걸까? 정확히 집은 루니아 누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루니아 누나는 굉장한 아이디어라도 생각한 듯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

 

“그러면 저를 마법으로만 잡아 놓을 수 있다면, 실력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오?”

 

루니아 누나를?

차라리 자살하라는 소리가 더 빠를 것 같은데?

 

“이것도 분명 내기가 있겠죠?”

 

“당연하죠오. 우선 카린의 제자들 앞에 데려다 주세요오. 상세한 것은 거기서 말하도록 할 테니.”

 

***

 

루니아 누나는 마법 무투제에는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검술의 극을 뛰어넘은, 검사의 길 달인급을 넘어 신급에 도달한 사람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극한의 검술로 시공간을 단절시키고 날아오는 마법을 모조리 분쇄하고, 검을 휘두르면 땅이 놀라서 뒤엎어지고, 하늘이 놀라서 무너져 내린다.

 

그런 괴물 같은 사람을 내 제자들이 잡을 수 있을까?

 

“헬로 에브리원! 나이스 투 미튜! 아임 루니아 레이비스! 투 데이...”

 

“잠깐! 잠깐! 잠깐! 왜 느닷없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야. 저의 개성이 중요하니까요오.”

 

“개성이고 뭐고 제대로 설명하라고요! 제자들이 지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잖아요!”

 

다른 나라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그 자체부터, 내 머리를 휘저어버리고 루니아 누나는 내 모습을 보며 웃어댔다. 웃음을 멈춘 루니아 누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기를...

 

“오늘 귀여운 나의 카린이...”

 

“나의 카린은 또 무슨 소리에요! 앞에 접두사도 빼!”

 

다시 수정을 해서 루니아 누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 너희들의 선생님이 아테리카 학원장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어요오.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카멜롯에 있는 마법학원생도와 막상막하라는 소리인데, 오늘은 그 소리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확인을 하러, 제가 쉬는 시간 동안 저를 제압한다면, 아테리카 학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만약 실패한다면 뭐...막상막하보단 좀 열세로 추측될만한 실력테스트겠지요오.”

 

20분의 시간제한이 주어지고 루니아 누나는 기사답게 허리에 있는 얇은 한손검이 아닌, 뒤에 매고 있던 두꺼운 양손검을 한 손으로 꺼내 들었다.

 

“클레이모어를? 한 손으로?”

 

루니아 누나의 키보다 살짝 더 커 보이는 거대한 검을 한 손으로 들고, 왼손을 굽어서 팔꿈치와 맞닿게 검 면을 올려놓고, 그 상태로 오른손은 검자루를 잡아 들어올렸다. 평상시와 다른 매서운 피 빛의 눈동자는 루크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루크는 무엇에 홀렸는지 몰라도 마법검을 전개하면서 뛰쳐나갔다.

 

나와 루니아 누나의 암묵적인 약속은, 나는 절대로 제자들을 도와주지 말라는 것.

그리고 내기를 했는데...그건 결과가 나오게 되면 내가 실토하도록 해야지.

 

-카캉!

 

마법검으로 휘두르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루니아 누나는 뒤에 있었던 왼발을 축으로 뒤로 돌아 거대한 거리를 장점으로, 검의 손잡이 끝부분으로 루크의 배를 올려 쳤다.

 

루크가 날아가자 그 뒤에 아르메가 정령을 한꺼번에 불러모았고, 파르시아와 같이 마법화살을 써가면서 뒤로 후퇴. 그 사이에 마를렌이 빠른 발걸음으로 전방에 파고들어 공격하면서 막을 틈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적절한 연계였는데, 문제는 상대가 루니아 누나라서 정공법이 도저히 먹히지 않았다.

 

“아직까지 몸이 많이 유연하지가 않네요오?”

 

돌격하며 들어오는 마를렌의 마나가 담긴 주먹을 피하고는, 그대로 어깨로 밀쳐서 위로 뛰어들었다. 마법화살의 대부분은 마를렌이 맞을 위기였다. 하지만 등 뒤에 마법방패의 마법진이 튀어나오면서, 마를렌의 등을 보호하는 푸른 방패와 더불어, 루니아 누나가 어깨로 밀쳤던 전방에는 폭발 마법진이 심어져 있었다.

 

-파앙!

 

아르메가 그 짧은 사이에 마법진을 두 개씩이나 마를렌에게 심어놓을 줄이야. 언제 마를렌 옷에 마법부여가 되었는지 몰라도, 마법에 대한 피해까지 감소시켰으니, 거의 상처가 없는 마를렌은 한 숨을 내쉬면서 “위험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음. 생각보다 폭발마법이 강하진 않네요오.”

 

옷에 흠집도 없이 연기 속에서 나타난 루니아 누나를 보고 모두가 당황했다. 기사들은 자신을 단련한다고 하지만 옷도 단련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저 옷은 천처럼 보이는 판금이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그 폭발마법에 당한다면 판금이고 뭐고 최소한 흠집은 나야 할 터인데?

 

금색의 파도처럼 웨이브물결을 유지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머리카락도, 상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유효타가 아니라는 소리다.

 

“설마 클레이모어로 그 모든 피해를 다 흡수하고 막아냈단 소리?”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인의 손에 들려있는 도구가 좋은 도구라면,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달라진다.

 

“너무 급하게 시작하는 바람에 말씀을 못 드렸지마안, 이 옷과 클레이모어는 중급마법까지만 막을 수 있도록 코팅이 되어있어요오. 그러니 상급 이상의 마법부터 유효하단 소리겠지요오?”

 

루니아 누나는 4인방에게 검을 겨누면서 말을 이어 나아갔다.

 

“그러니. 적당하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거야. 전력으로 와도 부족하겠지.”

 

처음으로 루니아 누나는 나를 위해 제자들을 향해 웃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섬뜩한 가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붉은 살기가 흘러나와 클레이모어에 검강을 두르고 있었으니, 그 앞에서 대항해야 하는 내 제자들은 초조한 기분을 바로 잡고, 곧 이어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죽일 기세로 덤벼야 제대로 알 수 있지.”

 

 

루니아 누나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미 모든 것이 결판난 듯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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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피곤하네요.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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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어떤 여행

[안녕,어떤여행] D+04 아름다운 나의 도시

 

오늘은 해보고 싶은 일들이 좀 있어서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 어김없이 맛있는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햇살이 비추면서 너무 행복해졌다. 누구라도 붙잡고 "저 지금 행복해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 그렇지만 얌전하게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걱정했던 두통은 아주 미미하다. 하지만 나는 그리 오래 행복하진 못했다. 킬리킬리 전망대를 내일 밤에 택시나 우버로 다녀올 생각이라서 라이카코타 전망대는 낮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마침 숙소 근처라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최단거리 길은 뭔가 복잡해서 큰길로 가는 두 번째 경로를 선택했는데, 덕분에 운동 자-알 했다. 10분이면 될 길을 30분은 족히 걸은 듯했다. 몇 번이나 물어가면서. 그래도 (스페인어지만) 친절하게 대답해준 아주머니와 여학생들 덕분에 기뻤다.

 

라이카코타에 서자, 일단 드는 생각은 숙소가 코 앞이라는 사실이었고 감탄은 두 번째였다. 무슨 연유로 이 높은 산속 분지에 저렇게 달동네를 만들고 살아가는 걸까. 붉은 지붕들이 빼곡하게 산비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난 아무래도 이 도시, 라파즈가 좋은 것 같다. 이래서 첫 정이 무섭다. 비교의 대상이 없기 때문에. 나쁜 공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콧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뇨제 덕분에 화장실도 급해 숙소에 들르기로 했다. 내려오기는 분명 쉬웠을 계단은, 오르기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숨이 턱까지, 아니, 머리까지 차올랐다. 한국에서도 운동부족인 내가 산소가 부족한 여기서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고통도 2배다. 거의 울먹이며 숙소로 돌아와 일단 쇼파에 드러누웠다. 괜찮았던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1시 30분에 떠나는 달의 계곡 시티투어에 참가하고 싶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들어오면서 눈여겨보아둔 샌드위치 가게에 들러 샌드위치와 딸기주스를 먹었다. 13볼, 약 2천원에 아보카도가 듬뿍 든 샌드위치였다. 하지만 과식은 금물이라, 조금만 먹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나왔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정말 총소리였다. 이 대낮에? 총이라고? 오마이갓! 숙소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걸까! 일단은 목에 걸고 다니던 카메라를 백팩에 넣고 소리가 들리는 큰길 말고 아래쪽 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계속 총소리가 나는데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길래, 나도 의연하게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사실 스페인어가 됐다면 이유라도 물어볼 텐데, 여러모로 언어 장벽을 실감하는 여행이다.

 

시티투어 버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설마 이거 나 혼자 가는 건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백인 남자 한 명이 탔고 출발 직전이 일본인 가족이 마지막으로 탔다. 백인 남자는 분명히 영어권 나라에서 온 것 같은데, 영어를 쓰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해서 더 이상 말을 걸진 않았다. 흥. 일본인 가족은 사진을 찍어주면서 물어보니 나고야에서 왔다고 했다. 쳇, 하필이면 나고야여서 할 말이 없었다. 달의 계곡은 꽤 근사했고, 가는 길에 라파즈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해발 3,000미터 지점을 지나서 산소를 많~이 마셔두라고 했다. 맙소사! 기분 탓인지 정말 숨 쉬기가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달의 계곡은 달의 표면처럼 생긴 지형 탓에 붙은 이름. 후에 갈 칠레 산페드로 아타카마에도 동일한 이름의 계곡이 있다. 이런 계곡은 왜 생겼는지 궁금했지만, 영어가 짧아 관뒀다. 난 점점 의기소침 중이다.

 

다시 라파즈 시티로 돌아와서는 이 도시의 명물인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내일이었는데 시간도 남았고 다행히 체력도 남았다. 가이드가 노란 케이블카가 제일 가깝다고 알려주는데, 4블럭인가를 가야 한다고. 일단 출발하는데, 맞게 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결국 아주 가파른 언덕 앞에서 이 길이 틀리면 정말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예쁘게 웃는 언니(혹은 동생)에게 "텔레페리코!"를 외쳤다. 뭐라 설명을 하더니 내가 못 알아듣는 걸 알자 따라오라며 갑자기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 너무 고마워! 나도 씩씩하게 언덕을 올라야지......!

 

아, 근데 또 언덕이. 마침 텔레페리코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알겠어, 알겠어, 혼자 가볼게!" 했더니 "정말? 정말 괜찮아? 여기서 더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야 해!"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언니. 내가 절대 언니 따라가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에요, 방금 그 언덕을 내려온 언니가 다시 올라가는 게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 "그라시아스!" 유일하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스페인어를 크게 소리쳤다. 고마워요, 예쁜 언니. 다음 언덕에선 결국 남의 집 대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숨은 차고 심장은 날뛰고 다리는 천근만근, 마치 몸에 추를 매달고 걷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더 가보자! 하고 힘을 내보기로 한다. 마침내 평지가 나오고 공원은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평화로운 공원을 지나, 예쁜 언니가 일러준 대로 오른쪽으로 꺾자 드디어 케이블카 정류장이! 만세!

 

케이블카는 지하철을 만들 수 없는 라파즈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고안해낸 대중교통인데, 해발 4,000미터쯤 되는 산꼭대기와 아래쪽을 연결해준다. 내 기분으로는 케이블카 타러 가다 먼저 죽겠구나, 싶었지만. 3볼을 내고 일단 상행선을 탔다. 아, 정말 그 고생을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라파즈가 이렇게 큰 도시였다니! 아래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이 도시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산 위에 산다는데, 꼭대기 정류장은 왠지 분위기가 좀 별로였다. 기분 탓인가? 다시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 본다. 그리고 원래 탔던 중간 정류장으로 올라가 걸어서 언덕을 내려가기로 한다. 노점에서 5볼짜리 오렌지 주스를 사 먹었다. 천원도 안 하는데, 물도 시럽도 없는 즉석 주스! 오예! 숙소까진 다시 걸어서 가야 하는데 조금 걷다가 안 되겠어서 큰 맘먹고 택시를 탔다. 숙소 바로 옆 큰 호텔 이름을 말하고 흥정도 없이 출발! 트래픽잼이 장난 아니다, 이 도시는. 그래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요금은 12볼. 예상했던 범위 내라서 기꺼이 지불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마땅히 먹을 곳을 찾지 못해 리셉션에 물어보니 산프란치스코 광장 근처의 고려 대상 중 하나였던 호텔 라 카소나의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거기 말고 가까운 데는 없냐니 오전에 내가 죽을 뻔했던 계단 옆 식당을 추천해준다. 호기롭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6시부터 영업한다고, 30분 남아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난 이제 좀 지쳤거든. 볼리비아식 슈니첼은 꽤 맛있었지만 양이 많아서 많이 먹질 못했고 크림이 올라간 비엔나를 기대하고 시킨 비엔나는 (식당 이름도 비엔나였다) 웨이터 아저씨가 꼬냑이라고 말해줬는데 제대로 못 알아듣고 (또) Si, si라고 해놓곤 나오고 나서 알코올이냐고 물어봐서 아저씨도 나도 당황. "네, 네, 술 주세요!" 결국 카푸치노로 바꿔주셨다. 비엔나는 꽤나 수준 높은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즉, 내가 스니커즈를 신고 갈 곳은 아니었단 말이다, 하하.

 

힝. 저녁을 먹고 나오니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진다. 하루 종일 흐리다 맑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열심히 뛰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컴퓨터로 외장하드에 사진을 백업하고 졸음이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시차 때문인지 (내 몸은 그런 거 모르는 줄 알았는데?) 새벽에 깨서는 다시 잠이 들질 않는다.

 

+ 참, 댈러스에서 카메라를 떨어트렸다. 그 충격으로 렌즈캡이 밀려들어가 UV 필터를 산산조각 냈다. 다행히 렌즈는 무사하다. 필터는 이런 용도로 쓰는 거구나아!

++ 참, 총소리는 무슨 시위 중에 시위대가 공중으로 공포탄을 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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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1 - 2

460

 

 

 

아우리스와 비니스는 잡화점 안에서 느긋하게 앉아있는 데모르테를 바라보며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본래 데모르테를 붙잡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내가 한 말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또 어떻게 흘러갈지 알아내기 위해 자문을 구하는 것인데. 금기를 어겼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뻔뻔하게 있는 데모르테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에 대해 예지를 해달라고? 아까 전에는 잡화점을 부셔가면서까지 난동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거 아냐?”

 

“시끄럽다. 우리도 지금 귀중한 것이 걸려있기 때문에, 앞으로 마신이 깨어나고 벌어질 일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귀중한 것은 카일의 싸인이 담긴 백장미 최신화인 거야?”

 

“이번에 카일의 간곡한 부탁과 공물로 너의 죄를 감형하는 것이니까, 마신이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이 터지는지 알려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300년간 지상에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봐주지. 그러니 운명의 여신인 데모르테여. 미래를 밝혀보아라.”

 

비니스가 아우리스를 대신하여 데모르테에게 재촉하듯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300년씩이나 지상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은 너무한지 자연스럽게 제안을 하기 시작하고….

 

“300시간. 300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아. 300년은 너무 하잖아? 카일의 자손의 자손의 자손을 보게 될 거라고?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말이지?”

 

“왜 저를 보면서 그런 소리를 내뱉는 거에요. 우선 저는 관여하지 마시고 세분께서 알아서 맞춰주세요. 밖에 나가서 무너진 잔해나 쓸어 담아야 하니까. 시나와 레시아는 잠깐 저와 같이 이야기 좀 하죠.”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는 총총 걸음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뒤에서 들려오는 루니아 누나의 목소리로는“별거 아니지만 쿠키를 만들어보았어요오~”라는 말이 들려왔다. 저게 말로만 듣던 죽음의 협상인가.

 

“주인이 루니아에게 요리를 시킬 줄은 몰랐노라.”

 

“정확하게는 데모르테가 이 일을 전부 예지를 하고 루니아 누나에게 시킨 거겠죠.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해결할 문제가 또 하나 있어요.”

 

3명의 상위 여신이 잡화점에서 비밀리에 회의를 하는 동안, 무너진 잔해와 땅은 천천히 복구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의 달밤이 아직까지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 밖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한 명의 여신이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사실 후드에 가려져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모습으로부터 안쓰러울 정도로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걸 추측했다.

 

“거기서 뭐해요?”

 

“데모르테가 무사히 천계로 올라가주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일이 보여준 협상은 저에게 꽤나 흥미를 가져다 준 요소이기도 하며, 이후 천계에는 더욱더 밝은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다만, 인간계에서는 아리엘이라는 소녀가 마신의 그릇이 되어 마신이 깨어난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문이군요? 어째서 당신은 아리엘을 직접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던 거죠?”

 

2쌍의 날개를 지닌 여신은‘어째서’라는 말을 사용하여, 아리엘을 직접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조를 했다. 그 외에도 어차피 천계는 상관이 없지만 인간들은 모조리 혼돈의 도가니로 가도 내 알 바는 아니라는 뉘앙스까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인간과 절대 친하지 않은 여신이라는 것까지 알 수 있는데.

 

아리엘을 왜 보호하지 않은 가에 대해 물어봤으니, 내 나름대로의 대답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아리엘을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와중에, 마신이 되어 잡화점부터 날아가면 안 되기 때문이니까요. 마신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영혼으로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이미 시체협회에 있는 집단자살의식으로 거의 맞춰진 상태였고 1개의 영혼만 남았어요. 지금쯤이면 켈모리아가 그 사람까지 죽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아직 깨져나가지 않는 이유라면...글쎄요. 뭔가 더 필요하다는 소리인 거 같은데.”

 

그보다 켈모리아가 도망칠 장소를 제거하는 것이 1순위다. 아리엘을 데리고 와서 보호를 한다면 우리가 오히려 발을 묶이는 형태가 된다. 언제 각성할지 모르는데 각성하는 순간 무슨 일이 터지기도 전에 잡화점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혹은 파이론이 지도에서 지워지는 끔찍한 순간을 한번 더 맞이하면 안 되니까.

 

“마신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마도서가 필요하지. 마침 별의 아이가 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혹시 데모르테 대신 운명의 여신으로 된 거에요?”

 

“아니. 카일이 하멀을 알고 있고 에밀리를 알고 있다면, 과거에 카일이 얻었던 금단의 마도서를 둘 중 한 명에게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하멀을 자주 만나지 않고 에밀리를 만나는 것으로 보면, 에밀리에게 마도서를 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나는 운명의 여신이 아니라 레이비스 가문이 숭배하는 여신이야. 이름은 들어봤겠지?”

 

레이베리아가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너는 내 힘을 받는 걸 거부했다고 들었어. 아무리 루니아가 양녀라고 해도 그녀는 레이비스 가문이니. 평민인 너는 귀족의 이름을 따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저는 어처구니 없게도 잡화점에 귀속된 몸이거든요.‘카일 레이비스’라기보단...제가 네이밍 센스가 없어도 아마‘카일 엘티노스’로 되야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위대한 영웅은 천계로 가서 신이 되어있고, 그의 이름을 널리 기리기 위해 성을 꼭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엘티노스라는 성을 사용할 거에요. 그러니 루니아 누나의 경우에는‘루니아 엘티노스’가 되는 경우겠죠.”

 

“흠~ 잘 빠져나가는구나. 확실히 엘티노스의 말대로 너에게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은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엘티노스가 자신의 이름을 너의 성으로 쓰는 것은 반대할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어떻게든 납득시켜봐야죠.”

 

검은 고양이는 앞발로 내 볼을 툭툭 건드렸다. 건드릴 때마다 숨겨진 손톱이 살살 긁고 있었는데...

 

“주인. 그러면 짐은 레프리시아 엘티노스가 되는 것인가? 주인은 성이 없어서 간편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뒤에 글자가 달리는 것도 숙명인가 보군?”

 

“아니. 레시아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럼 마스터. 저는 람파시나 엘티노스로 호적에 써놓으면 되는 것인지요?”

 

“어째서 이럴 때만 둘이 호흡이 잘 맞는 건데. 서로 싸우면서 말이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때. 천천히 밖으로 나오고 있는 아우리스와 비니스는 내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데모르테와 회의를 했는데. 우리는 카일이 이번 한번은 다른 구역에서 난동을 부려도 눈을 감아 줄 것이다. 다만, 딱 한번뿐이고 그 이상은 인간들의 불만이 이곳까지 오기 때문이니, 실수 없이 일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러니 이 팔찌를 받고 우리들과의 언약을 어기지 말아다오.”

 

“그런데 이 팔찌는 뭐에요? 매우 위험해 보이는데?”

 

아우리스가 말을 끝마치고 내가 질문을 했을 무렵. 비니스 여신이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레테의 단검과 교환할 물건입니다. 딱 한번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그 팔찌 안에 모두 담아놨으니까요. 저의 권능이 담겨있는 팔찌이며, 그 팔찌를 착용하고만 있어도 신벌의 대행자라는 뜻이 됩니다.”

 

팔랑크스는 이 팔찌를 착용한 적이 없었는데. 신벌의 대행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내가 받은 팔찌는 본격적으로 다른 대륙에 공격을 나가거나 침략할 때, 단 한번만 천계에서 개입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뭐라 할 수 없다는 소리라면.

 

“고맙습니다. 성원에 힘입어서 꼭 성공하도록 하죠.”

 

“당연히 성공해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이 세계는 파멸을 맞이할 테니까요.”

 

아우리스와 비니스, 레이베리아가 순서대로 천계에 올라가는지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 심판자와 발키리가 모조리 사라지듯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한숨이 한 가득 몰려오고 여신들에게 받은 팔찌를 아공간 속에 넣어 보관을 한 뒤에서야. 일단락 마무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주인은 뒤에 엘티노스라는 성을 붙이고 싶은 건가?”

 

“그럼 어떻게 해요? 딱히 좋은 성도 생각나지 않는데.”

 

여전히 이름에 관련된 이야기로 물고 늘어지는 레시아와 시나는 나를 따라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정문을 열었을 무렵. 쓰러져 있는 데모르테와 왼손에 들려있는 것은 무시무시하게 요염한 빛을 띠고 있는 무지개 색의 쿠키였다.

 

“그러니까 대체 이걸 먹는 이유가 뭐냐고...”

 

아직까지 산처럼 쌓여있는 무지개 빛 쿠키를 베어 물고 있는 루니아 누나는, 나에게 권유하듯 한 손으로 쿠키를 들면서 오른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나는 배고프지 않아서 먹지 않겠다고 자연스럽게 후퇴했다.

 

“그런데 루니아 누나. 데모르테가 왜 그 쿠키를 만들어 달라고 한 거에요?”

 

“그거는요오. 데모르테의 예지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으로 만들 것이 필요하다고 했어요오.”

 

“무슨 수면침에 맞아야 추리를 푸는 탐정도 아니고, 의식을 잃어야 예지를 발현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무시무시한 거 아니에요? 그 전에 지금 의식을 잃은 건지, 아니면 스틱스 강에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천계의 존재는 불멸의 존재라서 어떻게든 돌아오겠지만, 여신마저 날려버리는 루니아 누나의 요리실력은 매번 무섭기만 했다.

 

“그런데 카일은 단 한번의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 거에요오?”

 

“그걸 좀 생각해봐야죠.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단 한번에 끝낼 수 있는지. 우선 팔찌를 받아서 막말로 카멜롯 그 자체를 지워버려도 상관은 없지만, 지금 잘못한 것은 켈모리아 하나뿐이니까. 켈모리아에게 항복을 받아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제거를 하기 위해서, 검은 높새바람의 힘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엘티노스도 만나러 가야하고요.”

 

엘티노스를 내가 스스로 만나러 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내일 당장 최후의 결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무지개 빛의 쿠키를 먹고 싶지는 않으니. 직접 천계로 가거나 이곳에 엘티노스를 불러야 하는 것이 옳은 방법.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찾아갈 수 없는 이유라면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며, 내일 아침에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켈모리아의 입장에서는 내가 급하게 뛰어가다가 넘어지길 바라는 상황이니까.

 

“생각을 해보니까. 2층과 3층에 있는 물품도 전부 확인해봐야겠네요. 이 상황에서 좋은 물품이 존재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안 좋은 상황을 전부 역전시켜줄 수 있는 물품도 있을 거에요.”

 

엘티노스 잡화점에 있는 모든 물건은 위험하기도 하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곳에서 보관을 하고 봉인을 하는 거지만, 이것들을 적절하게 사용만 할 수 있다면 저주받은 물품에서, 유능한 물건으로 바뀌기도 하니까.

 

 

제발 내일 별일 없이 아침 해를 맞이하기를 바라며, 조용히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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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엔비디아 지포스 데이에 가게 되어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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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7 - 2

522

 

 

 

눈을 뜨기 싫었다.

자고 일어나면 사람의 몸은 언제나 피로의 한계치가 오기 마련일까? 몸이 무거워서 고개도 들기 싫고 그냥 이대로 자고 싶은 기분만 들었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한 평생을 잠으로 잘 수는 없는 법. 잠을 무한적으로 자는 날이 있다면, 그 날이 스틱스 강을 넘어가는 풍경을 보게 되겠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아무도 없었고, 잡화점 안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천천히 일어나서 이불을 접으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커다란 이불 때문에 힘이 좀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기묘하네 분명 카운터의 높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레시아. 시나.”

 

평소에 부르는 목소리가 아닌 어린애가 부르는 듯 음이 높다. 설마 진짜로 날 여자애로 만든 거냐? 하나의 인생에 이상한 체험은 다 해보네. 조만간 외계인으로 변해서 ‘제 7원소’를 부르지 않을까? 참드람 벤드람하면서 말이야.

 

내가 부르는 목소리에 어디선가 덜그럭하는 목소리가 났다. 고개는 소리를 잡고 빠르게 감지했는데, 허리를 넘기지 못한 머리카락이라 해도, 고개를 따라 흔들리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그전에 이번 머리색상도 코발트 블루냐...

 

“뭐, 뭔가? 주, 주인.”

 

검은 고양이로 변한 타락의 마왕. 레시아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소리로 내 말에 대답했다.

 

“왜 거기에 숨어서 바라보고 있어요?”

 

“그거야 주인의 아이언 클로가 무서우니 그러지 않는가? 따, 딱히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건 아니다.”

 

아이언 클로는 핑계고 지금 내 모습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소리로군. 사람의 감정은 좀 기묘한 것이 있는데, 너무 귀여운 고양이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서 애교를 부린다면, 그 사람은 도덕적인 관점으로 형성된 초자아의 강력한 중재를 당함으로써, 어쩔 줄 몰라 하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도 가끔 길가에 어린 고양이가 버려지면서, 주워가야 하는가? 하지만 내가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가지는 선택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내 경우에서 그녀들의 입장은 어마어마한 내적 갈등이 피어 오르고 있겠지.

 

“마스터는 많이 당황한 모습이 아니군요. 오히려 침착하다는 말이 더...”

 

하얀 올빼미로 변한 빛의 여신 람파시나는 용기를 내며 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당당하게 나아가려는 올빼미를 보며, 검은 고양이가 “비, 비둘기! 그 앞은 위험하다!”라고 말했고, 시나는 “올빼미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5M앞까지 왔다.

 

“성별이 전환된 것은 이제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서 그래. 다만, 아직까지 어려진 것에 대해는 이질감이 생기긴 하네. 시나와 레시아가 어린 모습으로 있으려는 이유가 어쩌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있으면, 최약체인 상황에서도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는데, 나중에 성장하면 할수록 노련해지기 마련이다. 에너지를 관리하는 입장에 있어서 회전을 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신체를 강화하는 마법이나 특정 마법의 시전속도는 향상이 된다.

 

“어째서 가까이 더 안 오는 거야?”

 

쭈뼛쭈뼛하며 서있는 올빼미가 움찔거리면서 내 말에 반응했다. 내가 자연스럽게 결계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내가 한발자국 전진하자, 올빼미는 자연스럽게 뒤로 한발자국 후퇴한다. 저 멀리 있던 레시아마저 후퇴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전신 거울로 보는 내 모습에는, ‘카린이 만일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이라는 타이틀에 나올 정도로 닮았지만, 신비롭고 단아한 모습보다는 귀엽고 총명한 모습이 더 어울렸다. 긴 생머리와 곱고 깨끗한 이마까지 비춰졌고, 옷은 은은한 옥색의 하프넥 니트, 소매의 경우에는 내 손을 감추고 나팔꽃마냥 넓었다. 거기에 맞추려는 듯이 무릎을 넘어가는 옥색 치마까지 입히고, 짙은 녹색으로 겉 부분을 마무리했다. 누가 이런 옷으로 입혔는지 몰라서, 내 눈이 자연스럽게 거울을 노려보듯이 보자 쨍그랑!하고 깨졌다.

 

“거, 거울이 깨져버렸다! 역시 거울에도 심장이 있는 것인가!”

 

거울에 심장 없어요.

 

“마리아와 루니아 누나는요?”

 

앳되고 맑은 목소리가 퍼지자 카운터 위에 있던 유리컵이 깨져버렸다.

 

“세린. 유리 좀 그만 깨뜨려.”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자 이번엔 샹들리에가 떨어지면서, 나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아서 고치겠지...어쨌든, 제 질문에 대답을 해야죠?”

 

“저, 저는 천계에 볼일이 좀 있어서...”

“짐은 마왕성에 일을 해야 하니...”

 

“지금 현 상황은 300년 뒤에 천계와 마계가 전쟁하고 있잖아요. 전 마왕이면서 왜 일을 해야 하고, 천계에 추방당할 것 같은 시나는 왜 자리를 벗어나려고 해요?”

 

내가 말하고도 기억력에 아무 이상이 없는걸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내가 걸어오면서 2M정도 남아있을 무렵. 레시아와 시나는 구석에 몰려서 벌벌 떨고 있었다.

 

“아이언 클로는 하지 않을 테니 그만 떨어요.”

 

“아니. 지금은 아이언 클로보다 짐의 심장을 지키는 것이 먼저이니라.”

 

바보 같은 말에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경우도 있구나. 쪼그려 앉아서 반 강제로 검은 고양이를 들자. “냐아앗! 냣!”하며 어마어마한 반항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달라붙으면 좋아하는 레시아가 이 정도라니.

 

이리저리 휘젓고 있는 발톱에 상관하지 않고, 진정하라는 듯이 품에 꼭 안아주었다. 안아주면서도 레시아가 “주인! 이러지 말거라! 안 돼에에!”라고 소리쳤지만, 그것도 시간이 약간 지나니 소리가 나지 않았다.

 

“마, 마스터! 냥캣이!”

 

“응? 어라?”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혼절했는지 혀를 내밀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레시아? 레시아!”

 

마왕이 어린애가 안아줬다고 해서 기절할 줄은 몰랐는데.

이런 모습으로는 외출도 제대로 못하리라 본다.

 

잠깐 의식을 잃은 레시아를 다른 곳에 놓고, 시나는 내 어깨 위에 올라와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나마 시나의 경우에는 제대로 적응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마리아와 루니아는 방금 전에 마스터의 모습을 보고, 과호흡에 빠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외출하러 나갔습니다. 옷을 사러 간다고 했는데 외출한지 13분째 됩니다.”

 

“또 여러 가지 옷을 입히겠구나. 하아.”

 

이제 조건만 되면 자연스럽게 한숨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시스템 가동. 한숨, 출동준비 완료.”

 

“넌 사이클론이 아냐!”

 

이제 한숨을 쉴 때마다 태클을 걸어야 하는 걸까?

 

“마리아의 계획으로는 SNS에 영상을 퍼트리면서, 사람들의 자의식을 심어주는 최면마법까지 집어넣는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꼭 내가 변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마리아 본인이 찍어도 상관없고, 레시아와 시나가 변한모습으로 찍어도 될 텐데.”

 

“하지만 거울을 보면 마스터가 가장 으뜸입니다.”

 

나에게 있어선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상처가 되는 말이야. 상처라기보단 원래 없어야 했던 말이었지. 주기적으로 오고 가는 성별의 정체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라면, 원래 나는 남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빨리 이 모습에서 돌아올 생각만 하면 된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면 언젠가는 되돌아오겠지...

 

“그런데 지금 내 신장이 얼마나 되는 거야? 평소와 너무 달라서 상자라도 있어야겠는데?”

 

“대략적으로 139.9cm입니다.”

 

140이면 140으로 해줄 것이지, 0.1cm가 모자란 경우는 뭐야?

 

“한숨밖에 안 나오는 신체라. 죽기살기로 뛰어도 루니아 누나가 쉽게 따라잡을만한 신체능력이네.”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든 하얀 올빼미는 계속해서, 내 어깨 위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스터에게는 보호자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합니까?”

 

“내가 어린애로 변했다고 해서, 어른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거든? 내 상태는 마리아와 비슷하게 보면 될 거야. 몸은 소녀처럼 보이지만 마음은 건장한 21세 청년이라는 거지. 하아...코난도 어려지기만 했지 성별은 바뀌지 않는 게 부러울 따름이야.”

 

그래도 정신상태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신체나이가 어려졌다고 해서 정신연령까지 어려지면, 그거야 말로 큰일나는 상황이니까. 예를 들어서 천계와 마계가 전쟁 일어난 급박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솜사탕 먹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면, 그거야 말로 이불 속에서 우주 끝까지 걷어찰만한 상황이 된다.

 

흑역사를 신체나이가 낮아진 상태에서 만들고 싶지 않기에, 슬슬 레시아를 깨우기로 했는데 땅에 쓰러진 검은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20세 중반의 여성이 앞치마를 두른 상태로 서 있었다.

 

“......”

“......”

 

뼈 아픈 침묵과 갑작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사고. 소리를 질러야 할까? 핀잔을 줘야 할까? 내적 갈등이 심화되어 심화문제로 나오기 전에, 레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뭐냐. 주인과 같이 놀기 위해선 이런 복장을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루니아 누나에게 들었어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시아.

앞에 있는 여성의 연보라 빛의 파도가 살랑거림과 동시에, 공기라도 가를듯한 칼답으로 대답했다.

 

“아니니까. 평상시의 복장으로 돌아오기나 하세요.”

 

“짐이 이유식을 만들어주도록 하지.”

 

“요즘 이유식은 10대 초반도 먹어요? 암흑물질밖에 못 만들면서 억지로 요리하려고 하지 마시죠.”

 

“오늘따라 주인의 태클이 아프구나.”

 

잠깐이나마 한숨을 쉬며 나는 말했다.

 

“그러면 레시아가 남자의 모습으로 바꾸시던 가요.”

 

“알았다.”

 

“못하실 줄 알았어요. 애초에 레시아는 어릴 때부터 여성체로 살...잠깐? 뭐라고요?”

 

느닷없이 검은 마기가 레시아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 이후로, 짧은 연보라 빛의 올백머리, 날카로운 눈매와 그 안에는 홍옥처럼 번뜩이는 눈동자. 턱선과 콧날이 날카롭고 검은 후드티와 검은 청바지를 입은 상태로 내 앞에 나타났다. 당연히 앞치마는 왜 안 바꾸는지 입고 있었지만...

 

“어떤가? 짐도 잘 어울리는가?”

 

남자로 변해서 목소리까지 듣기 좋고 깔끔한 중저음으로 바뀌어버렸다.

 

“레시아? 안 불편해요?”

 

“마족에는 애초에 성별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한 것. 게다가 짐은 마왕이다. 때로는 특정 마족을 만나기 위해선 남자로 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주인의 이상형에 맞춰서 여성체로 오래 존재했노라. 의외로 지금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니 신선하고 좋구나.”

 

평상시의 레시아와는 다르게, 성별 하나가 바뀌었다고 권위적으로 들리는 건 처음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마왕.

정말 마왕이다.

 

손을 흔들자 그 끝에 마기가 서두르며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냈는데 하마터면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그대로 내 체감시간마저 정지할 뻔했다.

 

“생각을 해보면, 주인이 지금 어린 소녀로 변해있으니, 짐이 임시적으로 이 모습을 해야겠군. 짐이 곁에서 항상 지켜보면서 위험할 때는 구출해야 하니 말이다.”

 

섣부르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라면, 집안에 남자는 한 명씩 필요하기 때문. 여자만 있는 장소는 그리 안전한 구역이 아니다. 지금은 레시아가 임시적으로 남자로 변하면서 잡화점의 전체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기에, 알아서 하라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런 모습으로 느닷없이 안기면 당하는 입장에서 너무 놀라지 않는가? 심장이 부셔지는 줄 알았노라.”

 

“그건 평상시에 단련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 아니고요?”

 

“짐은 강력한 마왕이니라. 주인의 생각으로는 ‘전’마왕이지만, 단련을 하지 않아도 강해지는 것이 마왕이며, 단련을 하게 된다면 100배씩 전투력이 증가하여, 슈퍼 마왕 갓 블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1년도 걸리지 않지.”

 

“그 이상한 경지에 도달하기 전에 수련을 하는 모습부터 보여주라고요...”

 

남자로 변한 레시아는 아무 말 없이 뚫어져라 보기 시작해서, 고양이 특유의 공격자세인 줄 알고 잠깐 경계했다.

 

“지금 뭘 빤히 보는 거에요!”

 

내 목소리가 날카롭게 잡화점을 가로지르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는 레시아는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했다.

 

“아니. 순간 주인의 모습을 보아하니, 기이한 감각이 눈을 뜨려고 했노라. 마치 단 둘이서만 Yee.T 보드게임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라고 해야겠군.”

 

“그런 기이한 감각에 멋대로 눈뜨지 마세요. 단 둘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오해한다고요.”

 

레시아의 경우에는 남자로 변한적은 있어도, 오랫동안 살아본 경험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에 나를 보며 강력한 소유욕을 느낀 것 같은데,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그대로 은팔찌와 전자발찌가 세트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다음 레시아의 말에 묻혀버리고 말았으니.

 

“짐과 주인은 지금도 부부니까. 단 둘이 있어도 괜찮지 않는가?”

 

“설령 제가 괜찮을지 몰라도, 세간의 눈이라는 것이 있으니 자중하고 절제해줬으면 좋겠어요.”

 

 

세간의 눈이라기보단, 내 옆에서 어마어마한 열기로 바라보고 있는 올빼미 하나 때문에, 레시아와 싸우지 않기 위한 중재의 말을 계속 변호하고 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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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람파시나는 여신이란 타이틀이 붙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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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4 - 3

300

 

 

 

글쓴이가 많은 이들에게 붙잡혀서 옥상으로 끌려가 목숨을 위협받는 동안...아니. 나 뭐라고 하는 거지? 어쨌든 결과만 남은 아침에 베니를 끌어안고 숙연하게 나를 바라보는 시나는, “일어나셨습니까? 마스터.”라고 말하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레시아는 매우 흡족해 하는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을 꺼내기 전에...

 

“이 모든 일의 사악한 원흉아!”

 

“냐아아아아앗!”

 

아이언 클로를 시전할 뿐이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전개에 당한 나머지, 나는 이 억울함은 시나에게 풀 수 없으니 원인을 제공한 레시아에게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했고, 축 늘어진 검은 고양이는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거의 여러 의미로 만악의 근원인 레시아가 “후후후...”하고 작은 경직을 일으키면서 소리를 냈다.

 

“뭐 확실히 지금 이렇게 아이언 클로로 짐을 훈육하려고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7할은 주인이 주도권을 잡고 행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비둘기는 애초에 다른 차원에서 빛을 내뿜는 것과 동시에 구경도 하지 못하고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잠들었으니, 이런 경험에 있어서는 약간 생소한 감이 있지 않았을...캬앗!”

 

밝은 포크모양의 창 하나가 정말 빛의 속도로, 레시아를 일부러 피해가듯 벽을 뚫고 다음 벽에 박혔다. 시나의 오른손이 앞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시나가 던졌으리라 보고 있다만, 안정된 상태에서 이제 자연스럽게 권능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만큼, 위력이 상당히 올라가버렸다고 보면 되려나?

 

“시끄럽습니다. 냥캣.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저를 속이시다니요.”

 

잘못된 정보?

 

“아. 그거 말인가? 그건 나중에 주인이 없을 때 따로 말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사역마 둘이 무슨 일을 나 몰래 뭔가 더 꾸몄다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추궁하지 않고 우선 태연하게 넘기기로 했다.

 

“그나저나 시나?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제의 일로 인해 후유증이 잠깐...”

 

얼굴일 붉히면서 베니를 사용해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대략적으로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른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서 평소와 다름이 없이, 주변을 쭉 둘러본 다음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 시야가 확인되지 않는 곳에서 싸우고 있는 잡화점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티르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주 목표이며, 시공간마법의 요령을 빨리 익히는 것은 부수적인 목표.

 

두 목표 전부 달성하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본다.

 

“그건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모두 짐의 심부름을 하고 있노라. 아무래도 어제 비둘기가 소원성취를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전부 짐에게 달려와서 협력을 요구했으니 말이지. 이래서 유능한 사람이 주변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는 말을 깨달아버렸다. 양쪽으로 자유분방하게 공수교대가 가능한 주인의 능력을 확인한 후에야, 진정으로 주인의 무서움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짐에게...냐아아아아아앗!”

 

머릿속에 열이 올라온 나머지 내 몸 안에 있는 마나가 급속도로 회전시키고, 나와 레시아의 사이의 공간을 천천히 줄어들게 했다. 본래 10번을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공간침식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와중에, 때 마침 레시아까지의 거리까지가 사정거리 안이라 그 사이에 공간을 접고, 한 발자국으로 옮겨서 레시아가 있는 장소까지 도달한 후에, 아이언 클로를 아름답게 시전하면서 나는 말했다.

 

“어쭈? 이제 저를 두고 장사를 벌이시겠다? 그보다 전부 심부름을 하고 있다는 걸로 보면, 그 멤버들이 전부 저를 노리기 위해 레시아를 통해서 뭔가 안 좋은 것을 꾸미고 있다는 거네요?”

 

“따로 마법을 발동한 느낌도 들지 않았는데! 어째서 단거리 공간이동마법을!”

 

“단거리 공간이동마법은 맞긴 하겠죠. 애초에 공간을 접어서 이쪽까지 왔으니까요. 그리고 자유분방하게 공수교대가 가능한 모습을 봐? 레시아! 설마 안리아스의 수정구를 그 방 안에다 흘리고 온 거에요?”

 

“그. 뭐냐...하란국의 여제라던가 다른 심복들이 거짓말쟁이 취급을 해서...”

 

“누구 공개처형 시킬 생각이야!!!”

 

철저하게 이 고양이만큼은 부셔도 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간 레시아에게 도움을 받은 것을 생각해서 1분동안 아이언 클로를 한 뒤에, 다시 접은 공간을 이동해서 테이블 위에 앉았다.

 

“그나저나 마스터. 방금 전에 했던 것은 ‘공간접기’가 아닌지요?”

 

나는 시나의 말에 “아. 맞아.”라고 말한 뒤에 내용을 더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용을 말하면 말할수록 시나의 얼굴에서는 놀라움을 벗어나, 신기한 생물을 쳐다보는 듯한 얼굴로 바뀌었는데 내가 말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공간침식마법을 사용한 이후에 다른 마법을 사용한다고 들었을 때, 좌표마법은 신경을 써가면서 했지만 잘 안되었거든. 반대로 공간침식을 한 이후에 그 안을 내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안에서만큼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오늘 처음으로 공간접기를 사용한 거야. 이 정도면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치곤 정말 잘 되었네, 2년동안 좌표마법으로 기초를 닦아야 하는 것은 늘 해야겠지만...”

 

시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페어링 강화의 영향이 아니라...마스터 스스로가 활로를 뚫으시다니...”

 

작게 웃어 보이는 시나의 벽안과 내 시선이 마주치자, 시나는 다시 사무적으로 무표정하게 변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시공간의 흐름을 보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접는 것이 사용이 가능하시다는 것은, 아직까지 마스터가 더욱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나저나 시공간의 흐름을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걸?”

 

나는 시나의 말이 다 끝난 이후에 시공간의 흐름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시나는 올빼미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내 몸 속으로 들어갔다. 시나가 내 안에서 신격화를 하려는 모양인지 천천히 내 안에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옆에 있는 거울에서는 내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눈처럼 하얀 백발과 하늘을 담은듯한 벽안으로 단 2개만 변했을 무렵.

 

어느 사이에 잡화점의 공간은 거대한 땅이 되어있었다. 분명 내가 있는 위치인 테이블 앞에서 주방의 문이 보여야 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마나를 사용해서 최대로 시력을 강화했을 때 1km정도 볼 수 있는 내 시야에도 주방의 문이 잡히지 않았다.

 

“잡화점이 이 정도로 큰 건가?”

 

[어느 박사의 모험에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안이 밖보다 크다.”라는 말. 시공간마법을 이용한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소리가 되겠지요. 게다가 잡화점은 스스로 따로 방을 생성하는 이유도 실제로는 너무 넓은 면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압축을 너무 많이 한 거 아냐? 어라?”

 

천천히 이동을 하자 잔상처럼 내 모습이라던가 레시아의 모습이 여럿 나타났다. 시간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그만이 아니라, 1초전, 1분전에 있던 정보가 계속 남아있는 것일까?

 

“만일 저 잔상을 내가 지운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시나는 내 안에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시간대가 지워지는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과거의 행적은 지우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과거를 지운다는 의미는 현재의 자기자신을 지우겠다는 의미니까요.]

 

“그럼 저 실루엣을 늘린다는 의미는?”

 

[그 시간만큼 행동이 느려집니다.]

 

“완전히 프레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되잖아? 확실히 지금 이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보았다면 미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라. 시공간능력을 다루는 것이야 말로 신의 영역이라는 것이 지금 실감하게 되었어. 티아는 매번 이런걸 보면서 잘도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가.”

 

다시금 티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무렵.

검은 고양이는 나에게 말했다.

 

“시공간의 흐름을 직접 보아하니 꽤나 신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슬슬 주인의 뇌에 부담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만? 슬슬 눈을 닫는 것이 좋지 않는가 비둘기?”

 

레시아의 말과 동시에 눈을 깜빡이자 잡화점은 이전의 크기로 되돌아왔고,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주방의 문이 덩그러니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이 존재했다. 움직였던 나와 레시아의 잔상은 사라졌을 무렵. 약간의 현기증이 찾아와서 내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확실히. 지금은 5초가 한계인 듯합니다.”

 

“5초? 지금 5초밖에 안 지났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1분 정도는 된 것 같았는데?”

 

시나가 내 몸에서 나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자마자, 자동반사로 내가 입을 열었지만 시나는 오히려 담담하게 설명을 했다.

 

“시공간의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현재 흐르는 시간보다 더욱 느린 시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말 그대로 마스터는 과거의 잔상들을 두 눈으로 전부 확인하고도 여유로울 정도의 시간이지만, 실제로 다른 이가 마스터를 본다면 5초 동안 빠르게 이동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설마! 이것이 바로 메이드 인 헤븐!”

 

“마스터는 화이트 스네이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나의 짧은 태클에 잠깐 할 말을 잃고는 레시아를 보며 다시 말했다.

 

“그럼 레시아는 어떻게 시공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러자 레시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잊었는가? 짐은 마왕이니라. 시공간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 신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짐 또한 시공간의 흐름을 보기 위해서 철저하게 노력을 했노라. 그래도, 아까 전에 짐이 주인과 같이 이야기 하고 같은 흐름 속에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게 주인이 짐의 사역주이기 때문이며, 짐과 주인의 페어링은 단단하게 이어져 있지 않는가?”

 

페어링 때문이로군...

 

“아무튼 체험은 제대로 했어. 상당히 위험한 영역인 것도 잘 알았고, 현재 시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어. 그 짧은 시간만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이 올 정도면, 조금만 더 진행되었다간 뇌가 붕괴되고 말겠네. 아무튼 고마워 시나. 그리고 경고를 알려준 레시아도 고맙고요.”

 

확실히 레시아나 시나가 멈춰주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르고 그대로 즉사했으리라 생각했으니, 확실하게 살려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 도리다.

 

“이제 남은 것은 티르를...”

 

-쾅!

 

잡화점의 문이 과격하게 열림과 동시에 연녹빛의 하란복장을 입고 있는 여성이 들이닥쳤다. 단아한 외모를 가진 여성은 나를 보며 다급하게 달려왔으니...

 

“카일! 여기 있었구나!”

 

“아니. 잡화점이 내 집과 같으니까 여기에 있는 것이 맞지. 그보다 초량? 무슨 일이야?”

 

초량은 사색이 되어가면서 한 마디를 했다.

 

“여제님께서 곧 돌아가실 것 같아! 그러니 빨리 나를 따라 왔으면 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갈색의 눈동자에서는 한치의 거짓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3층으로 뛰어 올라가서 사키엘의 문을 이용했다.

 

***

 

“하아. 이제 살 것 같노라. 여는 카일이 오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토끼와 같이 연약한 여인이거늘. 너무 오래 방치해놓는 것이 아닌가?”

 

다짜고짜 이런 전개에 미안할 따름이지만, 아무래도 초량에게 거하게 낚인 듯 하다.

류하 씨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고, 처음에 류하 씨가 누워있는 상태로 가만히 있었길래 “죽은 건가?”라는 부활의 주문을 사용해 버렸고, 부활한 류하 씨는 내 손목을 붙잡더니 그대로 날 끌어 안았다.

내 생전에 이런 바보 같은 낚시는 처음 당해봤다.

 

“초량! 너!”

 

초량은 양쪽 손바닥을 비비면서 “미안! 류하 님께서 카일이 많이 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눈물연기로 카일을 속여버렸어!”라고 실토를 했고, 지금 나는 류하 씨에게 붙잡힌 상태로 거의 끌어 안는 인형의 처량한 극한직업을 내가 체험하면서, 이번에는 제발 빨리 놔주길 빌어야만 했다.

 

“그나저나 카일. 저번에 산타 복장은 잘 보았노라.”

 

제길! 루니아 이 악마가!

 

“산타 걸 복장이라뇨.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때 당일 저는 마법 맞고 날아가서 기억이 없어요.”

 

“여는 산타 걸이라 하지 않았다.”

 

제길!!!

 

“그래서 류하 씨? 저를 이렇게 부른 이유는 뭔가요? 설마 저를 이대로 끌어 안기용 인형으로 사용할 생각은 아니실 것이고, 초량까지 보내서 이곳에 오게 한 이유가 있지 않나요?”

 

류하 씨는 나에게 밀착을 하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카일은 언제나 좋은 향이 나는군. 여가 직접 카일이 씻을 때 사용하는 물품을 실시간으로 보았으면 좋겠다만...”

 

“다른 소리 하지 마시고...그리고 제가 쓰는 것은 류하 씨에게도 드린 거에요. 동일한 것이니 이제 슬슬 주된 목표를 말하세요!”

 

류하 씨는 입을 열었다.

 

“여와 혼약을 하거라.”

 

순식간에 모든 이들이 침묵을 유지했다.

검은 고양이인 레시아와 하얀 올빼미인 시나가 베니와 놀고 있다가 경직을 먹을 정도로, 강력한 데미지가 돋보이는 말이 류하 씨가 있는 방 안에서 퍼졌다. 오직 정확한 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초량만 의미심장한 웃음을 내보이면서 가만히 있을 뿐.

 

“네?”

 

믿겨지지 않아서 다시 물었을 때는 류하 씨가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칸포리우스 황제와 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여는 카일과 혼약하는 것을 택했다.”

 

아무래도 이 타이밍에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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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화 특집-

 

글쓴이가 하는 인터뷰 –카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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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일. 제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인터뷰를 맡게 될 환상계주라고 합니다.

 

“어차피 거부해도 멋대로 불러내서 할 거 아니었나요?”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이 인간이 멋대로...하아...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카일이라고 합니다. 끝.”

 

요즘 어린 애들도 그런 식으로 자기소개를 끝내지 않아요. 그리고 편집하라는 손동작은 그만 해주시고...애초에 독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므로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쓰리 사이즈라던가, 씻을 때 어느 부위부터 씻는다던가?

 

“남자에게 쓰리 사이즈가 어디 있어! 그리고 어느 부위부터 씻는다는 말은 자기소개에서 평범하게 내뱉을 거리가 아니잖아요!”

 

아무튼 다시 자기소개 해주세요. 취미라던가 특기라던가 그런 거 많이 있잖아요? 그간 300화까지 오면서 여러 가지로 활약을 해주셨는데. 독자들이 조금 더 알면 좋긴 하잖아요?

 

“가끔가다 보면 당신은 사악하단 소리 안 들어요?”

 

저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에게 사악이란 단어는 불가결이랍니다.

 

“순수가 다 얼어 죽었나...”

 

어쨌든 빨리 해주세요. 언제까지 하와이 춤을 추게 만들 거에요?

 

“어깨춤이겠지...아. 아무튼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를 읽고 있는 어디선가 있을 법한 독자님들께 인사 드립니다. 제 이름은 카일이고 다음해가 지나면 21살이 되는 청년입니다. 취미는 낮잠을 자는 것이고, 특기는 최근에 마법으로 바뀌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평화와 평온한 일상. 싫어하는 것은...”

 

어째서 제 눈치를 보는 건가요?

 

“그야 싫어하는 것이 ‘글쓴이’라고 말한다면, 전 다음화에 크나큰 수모를 당하잖아요?”

 

......

 

“아, 아니. 그건 당연히 만약에...라는 가정이 붙는 거고. 그렇게 살기를 올릴 필요는 없잖아요!”

 

아. 만약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킹 크림슨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필수일 정도로 수위가 매우 높은 글을 적어버릴 뻔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협박하지 말아주시죠. 아무튼 싫어하는 것은 평화와 평온을 깨는 것. 이상입니다.”

 

이번 300화 특집이 망하면 다 카일 탓으로 돌릴게요!

 

“돌리지 마!”

 

아무튼 지금 잡화점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그거야 당연히 매일매일 잡화점을 새벽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들죠. 몬스터들은 찾아와서 물건을 사고 돌덩이를 던지거나, 말도 안 되는 물품으로 사려고 하고, 저번에는 여우 요괴가 물건을 샀는데 나뭇잎을 주고 사라지더라고요. 그래도 글쓴이는 몬스터가 잡화점을 이용하는 장면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늘 반복이 되어 분량만 이상하게 늘어날 것 같아서 채우지 않으신 거 맞죠?”

 

아뇨. 귀찮아서 쓰지 않았어요.

 

“일이나 좀 해라!”

 

애초에 아르바이트하면서 글을 쓰는데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쓴다면,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글의 전개가 너무 늘어져버리니까요. 아무튼 다음 질문으로 카일은 지금 하렘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평화와 평온이에요! 하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 없어요!”

 

어라? 그럼 중성적인 외모와 모성애를 불러 일으키는 커스터마이징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댁이 그렇게 설정을 했잖아!”

 

아뇨. 저는 캐릭터 설정이나 세계관 설정을 전혀 하지 않고 써서...세부적인 설정은 저도 알고 싶더라고요.

 

“댁이 모르면 어떻게 해!”

 

아무튼 여성이 많은 곳에서 생활하니 편한지부터 물어보도록 하죠.

 

“여태 300화 썼으면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아 참! 굴리기 위해서 잔뜩 넣어줬죠. 잊고 있었네요.

 

“그런걸 잊지 말란 말이다!”

 

카일. 모르면 그만인 것입니다!

 

“어째서 카즈의 포즈로...그보다 그 팔에 붙어있는 휘채활도는 어디서 꺼낸 거에요? 유법이 빛이에요? 우주 공간에서 생각 그만두고 싶은 거에요?”

 

아까 전까지만 해도 옥상에서 날아가 우주에서 돌이 된 후, 메이드 인 헤븐으로 인해 세계가 일순하면서 다시 도착했거든요. 어쨌든 카일의 답은 ‘하렘이 최고다.’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음 질문을...

 

“잠깐! 엉망진창이잖아요! 전 그런 말 한적 없어요!”

 

뭐. 언론은 선빵이라고 하잖아요.

누가 그런 어이 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음 질문으로는 지금 잡화점 멤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말해주세요.

 

“저에게 지금 죽으라는 말을 하는 겁니까?”

 

잡화점의 멤버의 질투가 좀 심하긴 해도, 설마 이런 우리 둘만 모르는 인터뷰자리에 누가 찾아오기나 하겠나요?

 

“이거. 인터뷰이면서 비밀로 보장한다는 소리에요? 도대체 당신 구멍을 몇 개나 만드는 거에요?”

 

뭐. 때가 되면 올 픽션을 사용하죠.

 

“이럴 때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하지 말란 말이에요...그나저나 멤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라고 해도...저는 누가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럼 카일의 답변은 ‘전부 내 노예가 될 예정이니 건들이지 마라.’라고 하는 걸로...

 

“어이! 어째서 왜곡시키냔 말에요!”

 

아. 확실히 왜곡이네요. ‘내가 모두의 노예가 될 예정이니 건들이지 마라.’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그걸 정정하라는 것이 아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우와...저걸 진짜 멋대로 적었어. 당신 진짜 사람을 포기할 만한 인성을 가진 거 아니에요?”

 

저는 순수합니다.

 

“그러니까 순수가 다 죽었냐고!”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 생활에 만족하시면서 살고 있으신가요?

 

“만족이라뇨?”

 

그거 있었잖아요. 밤에 필살기를 맞아서...

 

“그거 덕분에 트라우마가 되고 있으니 지금 당장 댁을 때려죽여도 되나요?”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적을게요.

 

“왜 내 말과는 전혀 반대로 가는 거에요!”

 

그야 츤데레는 답과 속마음이 반대이기 때문이잖아요?

 

“저는 태클을 거는 캐릭터지! 츤데레가 아니라니까요! 글쓴이가 내 설정을 모르고 인터뷰를 하면 어쩌잔 거야!”

 

에이. 오늘부터 츤데레 합시다.

 

“안 해요!”

 

아. 시간상 제가 근로저스를 해야 해서...아니, 12시 이전까지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을 어디선가 해버려서 이만 마쳐야 할 것 같네요. 그러니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독자님들께요? 음...”

 

어렵지 않아요.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요.

 

“...살려주세요! 지금 글쓴이가...아아아악!!!”

 

-탕!

 

뭐. 지금 카일은 수면총을 맞고 조용히 자고 있는 듯하니, 카일이 하고 싶은 말을 제가 대신 전해줄게요. 아마 카일은 “300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으며, 1화, 2화가 쌓였으니 300화까지 온 것뿐이며, 글 솜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예정이었을 거에요. 아. 이건 내가 말할 것이었나?

 

“어라? 주인은 어째서 잠이 든 것인가?”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이제 인터뷰 다 했으니 데려가세요. 레시아.

 

 

-이상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인터뷰를 마치고 300화 특집을 종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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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저는 모든 걸 다 포기한 상태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2월에 글을 처음쓰는데 얼마나 잘 쓰겠나?' 라는 생각으로 쓴 것이므로

조회수, 추천/선작, 덧글/코멘트 등. 솔직히 바라지도 않았죠.

지금도 마음가짐은 대부분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구를 잃을 수 있는 엉망진창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말을 남겼을 때부터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다 떠나도 1명이라도 남으면 저는 그 1명을 위해 글을 쓸것이라는 각오를 하면서 지금 2017년이 다 왔을무렵 한번 뒤를 돌아보니.

 

J웹소설 사이트에서는 대략 2860명정도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선작을 찍어주셨더군요.

N카페에서는 알림을 하면서 다음화가 올라오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고...

 

물론 아직까지 다른 웹소설 사이트에는 어떤 반응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과박스에서는 한 분이 응답을 해주셨더라고요.

 

아직까지 엉망진창으로 진행하고 생각없이 써 갈기더라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 환상계주는 300화를 이만 마치고

301화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물론 클로저스도 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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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어긋남

⠀곧 생일이네요. 수화기를 어깨 사이에 댄 채로, 대답 없이 손가락에 침을 묻혔다. 테이블에 말라붙은 커피 자국을 닦기 위해서였다. 그럼 금방 또 한 살을 먹어요. 그녀는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커피 자국은 꼭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로부터 달아나려는 모양과 닮았다. 예를 들면 습한 날씨라든가, 한 살을 더 먹는 일 같은. 겨울에 태어난 덕분에 생일이 다가오는 것은 곧 한 살을 더 먹는 일이 되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끄면서 불어 내는 숨이 종종 나를 덜어내는 한숨이 되는 것이다. 그러게요. 이제 서른한 살이네요. 생일 케이크나 촛불은 없지만 말 끝에 한숨이 길게 따라붙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분주하게 커피 자국을 지운다.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꼭 생일을 닮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희미해지는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서른넷의 회사 선배가 말했다. 줏대 없이 여기저기 맞추는 게 아니라, 투명한 유리처럼 융통성이 있어지는 거라고 자위하면 마음이 조금 편할 거라는 말과 함께였다. 무언가로부터 달아나려는 흔적을 깨끗이 지운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손가락 끝에 냄새를 맡았다. 꼭 세월이 남긴 흔적을 찾는 것처럼. 검지 끝에서 커피향이 진하게 난다. 그것은 끝내 희미해진 것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이었다.

⠀전화를 끊고 그녀를 기다리면서 나이와 생일과 희미해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검지 끝에 남은 커피 냄새만큼의 흔적은 남겨야 할 텐데. 했다가, 죽고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또. 벌써부터 줏대 없이 여기저기 맞추려는 건가. 싶다가, 투명한 유리처럼 융통성이 있어지는 건가. 한다. 그야말로 어른이다. 사실은 서른해를 살았을 뿐인데, 서른하나가 되는 게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억울함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첫 생일을 두 살 때 맞는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아니, 태어날 때부터 한 살이라는 것이 잘못이겠지. 시작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처럼 어긋난 것이 죽을 때까지 나이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생을 쫓아다닌다. 나는 불현듯 내 삶이 엉망인 이유를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어긋난 시간을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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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힘들때면, 꿈이 나를 일으켰다.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때, 나는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다름아닌

늘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꾸며 늘 당차게 살았던 나의 지난날의 일기들이었다. 

 

일기장을 펼쳐 부지런히 그동안 나의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갔고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을 때.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면서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늦은 밤, 나는 글이 쓰고 싶어졌고 바로 노트북을 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글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희망을 갖고 꿈을 꾸기 시작한다. 

비록,

늦었다고 생각했었던 지난날의 불완전한 생각들과 마주할 나에게 두렵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넌 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노력하면 반드시 너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그 날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신을 믿고 굳건하게 너의 그 길을 걸어가라고 응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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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눈

거대한 나무 하나

박히고 치솟은 채

담담했던 나무가 있었는데

조용한 파동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

잎새 하나가 뚝 떨어졌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늘 준비하고 있었던

내색하지 않았지만

늘 예견하고 있었던

그런 결말이었다

단절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당신이 떠난 후

같은 세상만이 맴돈다

둘러싼 경계선을 넘어보려하면

번개가 내리쳐 발목을 잡는다

익숙해 그 안쪽을 돌고 돈다

그들이 겹겹이 씌운 베일은 아늑하다

 

당신이 떠난 후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은 보석들은 나날이 늘어

어느덧 방 하나를 가득 채웠고

치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빙 둘러 다른 방으로 향한다

 

나는 바다였다

물안개 자욱한 어둠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빛도 달빛도 없어

그 아래 무엇이 깔려 있는지

알지 못했고 찾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가 있었다

건들지 않았다

결코 요동치는 법이 없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소용돌이 한가운데

가만히 선 당신을 보았다

 

우리는 맞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적당하지 않았던 시간

적절하지 않았던 때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당신이 떠난 후

세상을 감싸던 한 거풀이 벗겨졌고

새로운 환상이 씌워졌다

폭풍의 눈 

당신은 거기에 있었다

바람을 뚫고 나는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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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사냥꾼

Echoes in the box

폐허에는 유령들이 맴돌았다. 무너진 건물의 구석진 방에도 유령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갑작스레 벗어난 혼들이었다. 땅으로 푹 꺼지던가, 하늘로 휘발되듯이 날아가버리던가 했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었기에 같은 자리를 공허하게 돌았다. 그들은 죽은 사람들의 죽지 못한 말들이었다. 살해당하지 못한 언어들의 망령이었다. 그들이 지껄이는 말은 거대한 원통형의 세계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안에는 푹신푹신하고 꿈틀거리는 붉은 주름들이 가득한 점막이 자리했다. 망령들은 그 위에 떠다니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의식은 죽었지만 언어는 살해당하지 못했다.
세계는 가끔 흔들렸다. 망령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제자리를 맴돌며 같은 말만 뇌까렸다. 그들은 진동 만을 느꼈으나 의식 너머로 그것은 맥없이 흘러갔다. 하늘에는 흰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들은 그 정경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하늘 너머, 세상의 밖까지 흘려갔다. 때로는 선명히 울려퍼지기도 했다. 어떤 망령은 그 이변을 깨닫고 몸부림쳤다.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고, 커졌다. 점막이 꿈틀댔다. 유령들의 메아리는 거세졌다.
 그들이 입을 모아 고함치기 전까지, 세상의 주인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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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당신은 아름답다

남들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

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말을, 여태껏 우리들은 잊고 살았던 건 아니였을까요?

 

"남들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

 

초,중,고,대...총 16년을 공부하고도, 더 공부하겠다고 대학원까지 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앞으로 인생에서 공부를 얼마나 더 해야하는 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우리는 아마, 죽을때까지 평생을 공부를 하다가 죽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의무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과정이라면 대학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고등학교도 졸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검정고시라는 시험이 있으니 의무과정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대학을 가느냐, 가지 않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은 사람들은 대학을 가는 것이고,

바로 돈을 벌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취업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스스로의 결정을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들 속도에 맞춰 따라가려다보니, 정작 나 자신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무조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정작 내가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생겼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분별하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누구누구는 좋은 대학에 붙어서, 이제 앞길이 짱짱하겠네."

"누구누구는 좋은 배우자 만나서 결혼도 잘했다던데?"

"누구누구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돈도 잘 번다더라."

 

왜, 늘 누구누구라는 게 앞에 붙어서 내가 비교대상이 되어야하는지.

왜, 늘 좋은것들만 고집하는건지.

왜, 남들이 살아가는 길을 내가 절차를 밟듯이 따라가야 하는건지. 

왜, 남들 속도에 맞춰야 하는건지. 

왜, 나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건지!!!!

 

억울하고, 화나는 일입니다.

남들 속도에 맞춰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나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아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더 늦으면, 길을 잃어 방황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은 각자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다르고,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사람들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굳이 나까지 빨리빨리 해야 된다는 룰은 없습니다. 

그러니, 천천히 걸어가면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남들 속도에 맞춰,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보단

조금 느리더라도 나 자신을 알아가며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 내가 이루고자 한 그곳에 언젠가는 다다르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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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7 - 3

523

 

 

 

마리아와 루니아 누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소녀로 변하고, 레시아는 오히려 20대 초반의 미남으로 변해버렸으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이곳에 가져와서 써 붙여도 될 것만 같았다. 여전히 마리아와 루니아 누나를 기다리는 동안, 하얀 올빼미는 레시아를 경계하고 있었고, 잡화점의 문이 열리면서 꼭 은발의 자매를 연상하게 만드는 릴리스와 아리엘이 복귀했다.

 

늘씬하고 몽환적인 자안이 나를 비추며, “어라라?”라는 말을 흘렸고, 주홍빛 노을을 담은 듯한 눈동자는 “엥?”이라며 당황한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 어서 오거라. 어디에 가있는지는 정기적으로 보고받았으니, 짐이 나중에 주인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도록 하지.”

 

“알았어요.”

 

“어라라?”

“엥?”

 

레시아와 나는 비록 성별이 전환되었어도, 익숙하듯 태연하게 대화가 오고 갔지만, 지금 들어온 사람에게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중에서도 릴리스의 경우에는 레시아보단 나 때문에 더 놀랐는지, 아무 말 없이 내 근처까지 다가가서 뚫어져라 보고만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빨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몰라도 너무 귀엽다!”

 

“안으려고 하지마. 릴리스! 숨막힌다고!”

 

상황을 드디어 깨닫고 아리엘은 레시아에게 다가가서, “마왕님은 남자로도 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며 엉망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억지로 릴리스의 어깨를 밀어서 떨어뜨리려고 해도, 지금의 모습에는 한계가 찾아오고 있는지, 양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좀 진정해! 릴리스!”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고 진정이 될 수가 있겠어? 아아, 너무 귀여워 인형으로 만들어서 박제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야~”

 

취향의 상태가 완전히 삐뚤어졌어.

등각 투상법처럼 삐뚤어졌다고.

 

“인형으로 만들어서 박제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 이야기니까, 둘 다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그보다 숨막혀 좀 떨어지란 말이야!”

 

그냥 안겼다면 내가 뭐라 말하지는 않았는데, 신장차이 때문에 위치가 좀 애매해서 질식으로 죽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릴리스가 좀 떨어지자 폐가 공기중의 산소를 바쁘게 찾아 다니기 시작했고, 우월한 몸매를 자랑하는 릴리스는 “미안해~ 너무 귀여워서 그만~”이라는 터무니 없는 대답을 내뱉었다.

 

“그런데 별일이네? 자기가 여자아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러게.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경우의 수였는데 말이야.”

 

사람이 살아가면 진로나 성격이 바뀔 때는 있지만, 적어도 나이와 성별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너무 특이한 케이스라, 지금은 무슨 방법으로 바꾸는지도 모르겠고, 마리아와 루니아 누나가 뭘 들고 올지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살짝 키가 큰듯한 아리엘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뭐해?”

 

“그냥 귀여워서요. 제 방에 묶어놓고 관람하고 싶을 정도의 사이즈네요.”

 

“릴리스 닮아가지마.”

 

둘은 몽마라서 서로 닮아가는 걸까? 분주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아리엘이 날 바라보는 눈은, 내가 남자였을 때의 눈과 많이 달랐다. 적어도 지금은 날 사람으로 보는 눈이 아니라, 인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주인에게 슬슬 떨어지거라, 당분간 짐이 주인을 관리할 것이니 말이다. 만일 주인과 사소한 이야기를 하려거든 짐의 허락을 맡거라.”

 

뜬금없는 레시아의 말에 나를 포함한 전원이 레시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레시아는 그런 우리들을 바라보고 자신이 고개를 뒤로 돌려서,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바보 같은 행동에 태클을 걸 정도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에 본론을 바로 토해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레시아가 절 관리하다니?”

 

“주인은 짐이 여성이며 고양이로 변했던 시절에는, 항상 관리를 해주지 않았는가?”

 

“그때는 레시아가 사역마이고, 지금은 부부니까 그렇죠.”

 

그러자 레시아는 이상한 궤변을 어디서 생산해내기 시작했는지, 한세월이 다 가도록 길게 읊어대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그때는 지위와 분위기상 주인이 짐보다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평적인 관계로 사역마를 소환하거나, 항상 동등한 눈높이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결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누군가는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이 세상의 진리. 따라서 지금은 주인이 어리고, 약하고 지위나 분위기를 보아, 짐보다 밑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짐의 눈에 띄는 그곳에만 있어야 하노라.”

 

“아니, 내가 언제 레시아와 이야기하고 싶으면, 제 허락을 받으라고 말한 적이라도 있어요?”

 

“있다.”

 

“단 한번도 없거든!”

 

오히려 풀어줬으면 풀어줬지 조이지는 않았다.

궤변마저도 듣기 좋게 울려 퍼지는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소리로 귀를 찌를 정도로 올라가고 있는 소녀의 외침. 모두가 나와 레시아가 역전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숨죽이고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머리에서 과열되기 시작하고 생각하기가 귀찮아진 나는, 천천히 예상하고 있었던 답을 향해 입을 움직였다.

 

“그래서 지금의 대사는 어디에 나온 건데요?”

 

“그야 당연히 딸 바보인 주인공이, 자신의 딸을 넘보는 불특정무리들에게 으름장을 내뱉는 장면이니라. 주인이 짐을 보호해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면, 기쁘기야 하겠지만 이렇게 역할을 바꿔서 말해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긴 하군.”

 

그런 거에 재미 붙이지마.

 

“그래도 주인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소녀의 몸은 의외로 약하다. 소녀가 몸을 이루는 것은, 달콤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근사한 무언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니라.”

 

“소녀라도 이루어진 구성물은 피와 살, 뼈를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고요...”

 

언제부터 소녀가 케이크로 변한 거야?

그런걸 따질 거면 빵집에서 따지라고.

서서히 가까이 간 레시아의 얼굴은 궤변과는 다르게 진지함이 너무 잘 묻어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주인이 너무 연약한 존재로 되어있기 때문에, 언제나 짐이 지킬 수 있는 범위 밖을 벗어나면 안 된다.”

 

“벗어나면요?”

 

내가 홧김에 말했지만, 그것 때문에 거칠게 뒷목을 붙잡아 내 고개를 억지로 돌려, 자신의 붉은 눈을 맞추게 한 레시아는 은은하면서도 서리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는 아무리 주인이라도 벌을 줄 것이니 각오하도록.”

 

“아, 알았어요...”

 

의, 의외로 진지한 목소리를 하면서, 협박을 하고 있지만 걱정해주는 눈빛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지렁이들처럼 기어들어갔다. 무섭다기 보다는 마음 한쪽 구석에서 설레기 시작했는데, 레시아의 진심이 들어간 걱정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건가?

 

“주인. 얼굴이 빨갛다.”

 

“시, 시끄러워요!”

 

쓸 때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저 소리를 듣는 바람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사실을 자각하고야 말았다. 정신이 남자라서 심리적인 요인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야 말로,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으니까. 설레는 마음을 타는 쓰레기에 얼른 던져버리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순간의 나의 심리 변화를 빠르게 눈치챈, 아리엘과 릴리스가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진지하게 걱정해주면 그 누구도 마음이 떨리기 마련이지. 그렇지? 아리엘?”

 

“그럼요. 릴리스 씨.”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입을 열고 있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한 행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레시아였다.

 

“주인도 그 모습이면 이틀 이내에 짐에게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로군?”

 

“거, 조용히 하시죠? 본래 성별로 돌아오는 날에는 아이언 클로를 3시간이 예약되어있으니까.”

 

내 앞에 있는 마왕은 타락의 표식을 지녔다.

강력한 타락의 힘으로 마왕인 자신마저 타락하여, 이상한 곳에는 성실한 마왕이 되어버렸는데, 왠지 모르게 지금 기회를 엿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스터. 저런 위험한 냥캣과 같이 있으면 안 됩니다. 후드티와 청바지 앞에 앞치마를 입은 마왕은 인류를 뛰어넘어 온 우주의 적이 되기도 하죠.”

 

마왕이 앞치마를 입고 싸우지는 않는데 말이야...

하얀 올빼미는 내 앞을 가로막으며, 레시아와 나 사이에 일정거리를 유지하도록 공간을 차지했다. 레시아는 다시 고양이로 변하기 시작하며, 체구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여성체였던 목소리로 돌아왔으니...

 

“주인이 그 모습으로 변하면서 여러 가지 반응을 해봤는데, 마리아의 시술이 제대로 먹힌 것처럼 보인다.”

 

“마리아의 시술이라뇨? 또 무슨 일을 한 거에요?”

 

“주인의 정신방어는 뚫기가 힘들어, 정신오염을 쉽사리 하기 어렵지만, 주인이 여성체로 바뀌면서 마리아가 견고한 방어를 뚫고 암시를 걸은 것뿐이다. 말 그대로 아주 약간이나마 소녀스럽게 만들었다고 해야겠지.”

 

소녀스럽다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언어인지부터 설명해줬으면 좋겠지만, 영문도 모르는 말을 어처구니 없게도 이해하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제가 소녀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성이 내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한다면, 거기에 반응하도록 되어있다는 소리가 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아까처럼 레시아가 저에게 진심 어린 걱정을 했을 때?”

 

“역시나, 주인은 짐에게...”

 

“아! 시끄럽고! 빨리 질문에 이야기를 해달라고요!”

 

그런 흑역사는 쑥스러우니 소리지르며 차단해버렸다.

다시 기억 속에 떠오르는 그 상황은, 술을 마시면서 잊어야...아 참! 지금 나는 술을 못 마시지...

 

이 저주받을 내 몸은 줏대 없이 변화무쌍한 거야.

 

“말 그대로, 마리아가 주인을 소녀로 바꾸기 시작하는 단계이니라. 계속해서 진행되면 본인의 성별도 까마득하게 잊거나, 남자로 되돌아왔을 때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폭탄과 같네요...”

 

검은 고양이 입에서 위엄이 넘치지만,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묘한 상황은, 애써 집중하지 말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다면,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가려는 나를 볼 수 있다는 소리니까, 마리아와 루니아 누나에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서, 가능한 빠르게 본래의 성별로 되돌아오면 되겠지.

 

잠깐? 나 방금 독백에서 뭐라고 했지?

 

“마리아와 루니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한다고 했노라. 그래야 빨리 남자로 되돌아간다는 주인의...”

 

“이런 제길! 도망치지도 못하게 만들어놓다니!”

 

마리아를 자주 본적은 없지만, 나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는 거 아냐?

남자로 되돌아오는 방법을 시간이 들여서도 따로 찾을 수만 있다면, 잡화점에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허무하게도 계획을 세우기전에 무산시켜버렸다.

 

머리를 감싸면서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가에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아리엘은 내 옆에서 차분하게 말하기를...

 

“그 모습으로 사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찾아와주세요.”

 

“꿈에서 자각하게 만들어서 제정신을 잡도록 도와주려고?”

 

“아뇨. 인형처럼 장식하고 지켜볼까 하는데요?”

 

“내가 너를 왜 잡화점에 받아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가장후회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였어.”

 

내 마음속에서 아리엘을 추방하고 싶었으나, 실질적으로 잡화점의 인격체인 세린이 자기 멋대로 할 테니, 내가 직접 추방하는 것은 크게 의미는 없다.

 

그나마, 하얀 올빼미가 내 무릎 위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쌓아두면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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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현실...

언제쯤 마음놓고 푹 잘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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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1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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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온지 2일 정도 더 지났을 무렵,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세상에 고민이 단 하나도 없다는 표정으로 밤에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열심히 노래와 춤을 추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물론 마리아나 루시피나 씨도 의상을 맞춰서 안무 연습과 노래연습을 한 성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는 물론이고 사람들까지 자주 오게 될 정도로, 제법 유명해지기 시작할 때쯤.

 

북적북적한 잡화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는 레시아와, 바쁜 와중에도 정신 차리며 계산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앞에 정면거울로 통해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넋을 놓고 있다가는 계산에 실수가 나기 쉬우니까, 일단 40실버를 거슬러주고 서술을 시작하도록 하자.

 

“여기 40실버 받으세요.”

 

“이번 잡화점 주인은 살이 마른 것 같아서 먹을게 없어 보이는구먼...”

 

잠깐 먹을게 없어 보인다고? 그보다 전 잡화점 주인은 광기에 미쳐서 감옥에 있을 텐데? 무슨 소름 끼치는 말을 하는 거냐? 설마 잡화점 주인들 중에 하나를 그대로 잡아먹어서 행방불명이 된 원인인가?

 

아무튼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되어 “네?”라고 다시 되묻자, “호호호...! 농담이여. 농담.”이라고 웃으면서 수세미를 사가는 기묘한 할머니가, 잡화점 밖에 나가는 것을 본 후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만일 혼자서 운영을 했다면, 식욕이 강한 몬스터에게 잡아 먹히는 것은 인간이 되겠지. 어째서 잡화점 규칙에 사역마와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적용이 된다.

 

몸은 알아서 지키라는 것.

지금 기묘한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 오늘도 하나 배워갔다.

애초에 잡화점에는 쓸모 있는 기능은 많은데, 왜 하필 침입자를 요격하는 기능이 없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때쯤. 잡화점에 온 손님은 밤 11시인데도 불구하고 60명이 다녀왔다. 이 정도면 카페로 개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잡화점에 손님을 받은 체, 물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도...

 

그러면 그 빌어먹게 짝이 없는 여장모델을 하지 않아도 된다.

루니아 씨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자 목표인 나에게는 어느덧 이룰 수 있는 소망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레이비스 씨의 조언. 레이비스 씨는 애초에 루나에 대한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으며, 루나가 왔다는 달에 무슨 안 좋은 일이 터진 것까지 알아차린 것을 보면, 괜히 수석 수사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나는 지금도 말해주지 않았다. 가끔가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있지만,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마 슬슬 같이 살면서 많이 편해졌다는 의미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비밀을 캐내지 않을까? 혹은 그 비밀을 알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그런 초조한 마음이 느껴지는 건 변하지 않았다.

 

슬슬 오늘 알아낼까? 아니면 조금 더 입을 열기를 기다릴까?

계속해서 선택지를 이리저리 반복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칠 무렵에, 내가 또 루나에게 질문을 해서 울리게 된다면, 그걸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3인방에게 멍석으로 말려서 구타를 맞아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마냥 기다리고 기다릴 수 밖에.

 

그래도 저렇게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레이비스 씨의 조언을 왠지 머리에 잊고 싶...

 

“감히 내 조언을 머릿속에서 잊으려고? 음...곤란한 걸?”

 

-철컥!

 

순식간에 회상 속의 레이비스 씨가 권총으로 겨누자, 나는 레이비스 씨의 조언을 다시 각인 시키며, 머릿속의 회상을 빠르게 지워버렸다. 무서운 인간...남의 생각 속에서도 나와서 위협을 가할 줄이야. 이쯤 되면 정말 레이비스 씨가 어째서 인간으로 태어났는지. 그리고 어째서 마왕으로 등극하지 않는 지. 이것도 시간이 나면 아이니스 집에서 파는 육포를 분석하면서 고찰을 해보도록 하자.

 

“오늘 루나는 정말로 힘냈어요!”

 

루나의 분홍빛의 토끼 귀는 위 아래로 흔들거렸다. 마치 효과음을 넣고 싶다면, ‘뿅뿅!’이런 효과음이 있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는 글이라 효과음은 넣을 수가 없고, 그래도 많이 기쁜지 귀엽게 낮은 점프를 반복하면서, 귀도 따라 같이 움직였다. 루나 덕에 매출이 늘어난 셈이 되니까, 루나도 이 잡화점에 살면서 1인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 따라서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서, 그 기대에 부흥을 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

 

“어디서 루나링의 머리를!”

 

-파앙!

 

지 못했다. 검은 마탄이 나에게 날아온 것으로 봐선, 마리아가 오늘도 검은 성배를 꺼내서 마탄을 내 쪽에다가 발포를 한 것이 틀림없지. 내가 루나와 가까이만 있어도 라이더 킥...아니 레시아 킥을 날리는가 하면, 루시피나 씨는 오히려 자신이 더 달라붙으려고 루나에게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하며, 마리아는 그냥 ‘발로 차! 싸커!’라는 노래 구절이 생각날 정도로 힘차게 차거나, 검은 성배를 소환해서 마탄을 쏴버린다.

 

덤으로 마리아가 발로 차는 것 또한, 상당량의 마기로 강화된 발차기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호마법<Protection>과 마법방패<Magic Shield>의 전개속도가 0.3초 안으로 모두 전개할 정도. 물론 그렇게 전개를 빠르게 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전개를 해도 아픈 것은 매 한가지다.

 

이번에도 마법방패로 막았으나,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이 송곳처럼 뚫어버리는 마탄을 막지 못한 체, 오늘도 카운터에 쓰러져있는 나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일어섰다.

 

“마리아...제발 쏘지 말라고 했잖아요...”

 

“루나링은 루나링이지만, 첩도 힘을 냈는데 어째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는가!”

 

“루나 다음에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면 쓰다듬어 줬을 거에요! 그보다 너무 급하게 쏘잖아요! 그 드릴같이 생긴 마탄은 또 뭡니까!”

 

“아 그거 ‘나노 드릴 브레이커’라는 기술이다.”

 

“하하. 기가 드릴 브레이커는 상당히 크니까, 나노는 작다? 그거 완전 기술 표절 비슷한 거 아니에요?”

 

“벤처 마킹이다. 아웃 소싱이다.”

 

“말은 잘해요...아무튼 다 쓰다듬어 드릴께요. 그러니까 다음부터 그 기묘한 마탄 날려서 제가 다시 일어나게 하지 말아주세요.”

 

결국 루나와 마리아. 그리도 뒤늦게 정리하고 온 루시피나 씨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레시아는 항상 쓰다듬고 있으니까 불필요 한 듯, 가만히 카운터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애초에 밖에서 선전하는 것은 몇 시 까지가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말을 했기에, 오늘도 30분만 공연을 하고 끝이 났다.

 

물론, 몬스터들과 인간이 섞여서 루나의 노래와 춤을 보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라는 듯한 소리를 지르더니, 그냥 없던 일로 묵언의 약속이라도 하듯 아무 소란 없이 돌아간다고...

 

이러다 몬스터와 인간이 공존이라도 하는 시대가 오기라도 하면, 릴리 기사단은 해체가 되는 걸까? 그것도 나름대로 기대해보도록 하...안 돼. 그러면 루니아 씨가 하루에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괴롭히게 될 꺼야.

 

부디 릴리 기사단은 이 행성이 망할 때까지 영원하기를...

 

그래도 아직까지 시간은 남아있고, 정말 루나의 효과가 대단하다고 느낀 중에 하나는, 루나가 공연을 마치자마자 잡화점에 찾아오는 손님은 없어진다. 조만간 이 잡화점이 카페로 개조하기 전에, 콘서트 장으로 개조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저도 같이 옆에서 도와드릴까요?”

 

루나는 멀뚱멀뚱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새벽을 보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말동무가 생기는 것이 정말 고맙지만, 그래도 괜찮은 건지 물어봐야, 나중에 날아온 그 나노 드릴 뭐시기를 안 맞지.

 

“공연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괜찮아요! 루나는 끄덕 없어요!”

 

두 손에 불끈 주먹을 쥐어, 자신은 아직까지 생생하다고 귀엽게 어필을 했다. 뭐 그렇다면 본인이 좋다고 하니까 나는 허락을 해야지.

 

“알았어. 그보다 레시아 어디가요?”

 

레시아가 느닷없이 자리를 비켜줬다.

아무래도 레시아는

 

“잠깐 마계에서 할 일이 있기에 짐은 이만...”

 

이라고 변명을 말하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주인. 이제 슬슬 루나링의 비밀을 알아내도록 하라. 이쯤 되면 슬슬 괜찮을 지도 모르니까.]

 

[레시아도 루나가 뭘 숨기는 건지 눈치를 채신 건가요?]

 

[짐은 그 잘난 마왕이다. 아무리 루나링이라고 해도, 지금의 루나링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숨기고 있는 것쯤은 처음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허나, 우리 셋보다는 주인을 더욱 신뢰를 하고 있으니, 이 일은 주인에게 맡기도록 하마.]

 

그렇게 레시아는 3층으로 올라가서 당분간 나타나지 않았고, 나와 루나 둘만 남은 체,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는 자러 들어갔다.

 

그나저나 이 거북한 분위기는 뭐지?

레시아와 같이 있는 것이 많이 익숙해서 그런가?

 

“저기...? 허브티 끓일까요?”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네! 주인님!”

 

...그 주인님이라는 단어 정말 익숙하지 않아서 다시 소름이 오를 때, 루나는 허브티를 끓이면서 아까 밖에서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리듬도 박자도 신세대라서 그런가? 중독성이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슬슬 나는 루나를 떠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루나? 달은 어떤 곳이야?”

 

“예? 어째서? 설마 주인님도 달에 이주할 마음이 생기셨나요? 그거 정말 다행이에요. 올해로 시집을 못 가는 줄 알았는데! 아 참! 저와 주인님은 주종관계였죠. 그래요 메이드는 절대로 주인님을 사랑할 수 없는 존재에요. 아아! 이런 비극적인 운명을...”

 

“멈춰! 어디서 혼자서 애증극이야?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달이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지, 내가 거기에 이주하면서 너와 같이 결혼하고 살 것은 아니라고!”

 

여전히 몇 단계를 생각하는 루나의 머릿속이 궁금하던 찰나, 루나는 토끼 귀가 축 쳐지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이걸 말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듯한 고민을 하는 표정으로 말 없이 서 있었다.

 

포트가 삐이이! 하고 김을 내뿜으며 소리를 지르자, 루나는 잠깐 멍해있던 의식을 되찾았고, 그 이후에 허브티와 빈 찻잔을 두 개를 가져와서, 카운터에 있는 내 앞에 하나를 살며시 놓고 허브티를 따라주었다.

 

“제가 있던 세계가 궁금하시군요...그리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곳은 절대 아니랍니다.”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루나의 말에 허브티가 식어가는 착각을 느끼며, 계속해서 루나의 말을 듣기로 했다.

 

“달에는 저와 같은 달 토끼들이 아이돌을 꿈꿔요. 물론 아이돌 밖에 길이 없기 때문에 직업은 한정적이고, 달에서 규율을 어기면 영원히 절구질을 하여 떡을 만들어야 하는 형벌에 처하죠. 게다가 저희들은 수명도 길답니다. 사실 제가 주인님보다 몇 세기는 더 살았을 지도 모르죠.”

 

달 토끼들은 수명이 많고, 형벌을 내린다는 시점에서 법과 그 위에 통솔자가 있다는 것을 추측했다.

 

“저는 달 토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까지 알아버렸죠. 저희들을 관리하는 관리원의 정체를...”

 

관리원이라고 알 수 없는 것에 루나의 찻잔에 있던 허브티는 파문을 그리며 떨었다.

 

“관리원의 정체를 아는 순간, 저희들은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따라서 저는 죽기 싫은 나머지, 마침 만월의 연회를 열어야 하기 위해 열려있던 공간이동장치로 도망갔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제가 자주 온 곳이라, 다른 몬스터들은 저를 알아보고 싸인해달라고 마구 몰려왔고, 레버를 조작한 대점프를 이용하여, 이 잡화점 문에 부딪친 거에요.”

 

레버 대점프?

그건...아냐 됐다. 태클 걸지 말자.

아무튼 그래서 검열삭제네 뭐네 라고 말한 것이구나.

 

“그럼 그 관리원의 이름은? 얼굴이나 특징 같은 것은 말해줄 수 있어?”

 

“그건...불가능 해요. 말하자마자 관리원은 그걸 듣고 쫓아올 거에요.”

 

이미 관리원을 안 시점으로, 그 관리원은 루나를 찾기 위해 달에서 긴급발령이 나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렇게 보면 조만간 침공이나 납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아까 루나가 잡화점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보아, 빠른 시일 내에 달에 있는 그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찾아오겠지...

 

루나는 벌벌 떨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루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래.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안심을 시키는 것.

내가 우선적으로 루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었다.

 

“네?”

 

갑자기 고개를 들며 더욱 눈이 커진 체 나를 바라보며, 의문을 입으로 표현하는 루나.

그리고 나는 대담하면서도,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여기에 있는 3인방은 다 나보다 강하거든, 나까지 도와주면 분명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겠지.”

 

더 고개를 숙인 체, 떨어지는 눈망울들은 기뻐서일까? 슬퍼서일까? 조용히 숨죽이고 우는 루나에게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나마 진정을 하게 될까? 여전히 자신의 죄가 죄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체, 죄악에 벌벌 떨고 있는 루나의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일까?

 

 

여전히 달은 뜨고 있고, 그 달을 뒤로한 체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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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사장님은 정말로 선하신 분이라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