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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당신은 아름답다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방황해도 괜찮아!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우리들은 방황을 하고, 수없이 넘어지고 깨집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고 이겨내면,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일말의 희망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예를들어, 노래를 굉장히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너 노래 진짜 잘한다." , "가수를 해 보는 건 어때?" 라며

칭찬이 자자하지만, 이 친구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노래 실력은 그저 그런, 누구나 다 이렇게 부를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노래가 아니더라도, 다른 것이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다른 일에 열심이고 그 일에 집중을 하면서 도전이라는 것을 해봅니다. 

 

주변 사람들이, 장점을 찾아주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으니까, 난 나의 길을 가겠습니다.' 의 사람들도 분명 있기 마련입니다.

고집이 센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도 받기 마련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불같이 달려드는 열정과 집중도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기어코, 자신이 원하던 일을 꼭 성취하겠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꿈은 굉장히 거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꿈은 거창하지도 않고 화사하지도 않습니다. 

 

김미경 원장님의 저서, 김미경의 드림 온 Dream On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꿈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환상이 뭘까? 바로 '꿈은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라는 착각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꿈은 '백마 탄 왕자'다. 운명적인 내 꿈만 만나면 저절로 가슴이 뛰면서 열정이 마구 솟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완전히 몰입해도 피곤하지 않고, 24시간 행복할 것 같은 일, 그게 바로 진정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처럼 만나지는 꿈은 절대 없습니다. 꿈이란 것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

그 일을 하면 힘들지만 행복하고 더 배우고 싶은 열정이 솟아나는 것입니다.  

아직 하고 싶은 일,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만나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본인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내면의 소리를 귀울이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마음껏 방황해도 괜찮습니다. 

넘어지고, 아프고, 깨지고, 부딪혀서 한 걸음 더 가까이 꿈을 찾아가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많이 다치고, 방황도 하고, 넘어지고 힘들어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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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4

04

 

 

내 품 안에서 고개만 쏙 내민 체 추운 바람을 피하고 있는 마왕님은 꽃이 개화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정확한 타이밍에 왔도다."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비니스의 꽃이 외형이 맞는지 아닌지 마왕님께 받은 종이를 열어봤다.

 

신나는 꽃 탐방

-대마법사 엘티노스

비니스의 꽃

외형 : 녹색 줄기와 청색 잎사귀 2쌍, 길다란 분홍색 꽃잎이 4쌍이 존재한다.

개화를 하면 꽃잎이 푸른색으로 변한다.

설명 : 비니스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사실상 '무언가'를 담고 다른 곳에 옮길 수 있는 꽃이다.

힘을 옮긴다면, 힘을 옮길 수 있고,

능력을 옮긴다면 능력을 옮길 수 있다.

 병을 담고 옮기고자 하면, 병을 담고 꽃을 태우면 그 병은 말끔히 없어진다.

비니스는 이 꽃을 통해 옛날에 많은 이들에게 능력과 힘을 주고,

병을 치유하며 다녔지만, 이 꽃은 비니스가 있어야만 번식이 가능한 것을 봐선

아마 이게 마지막 비니스의 꽃일지도 모른다.

p.89

 

마왕님께서 책 제목과 페이지까지 다 옮겨 적을 정도로 나와 가위바위보를 기대하고 있구나.

그럼 나는 하루에 한 번씩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가?

 

비니스의 꽃은 가방에 넣고, 이제 귀환마법을 사용할 차례다.

출발하기 전에 귀환마법을 배웠지만, 사실상 간단하게...마왕님께서 사용하시면 된다.

 

"그런데 마왕님? 돌아가야 하는데 뭐하시나요?"

 

작은 앞다리로 땅을 정신 없이 파고 있는 마왕님께선 내가 모르는 사이에, 관 하나를 놓을 정도로 넓게 파고 있었다. 그보다 그 안에 뭐가 있길래?

 

"이질적인 기운이 여기서 나오고 있다."

 

"그건 천계와 관련된 물품에서도 그러지 않았나요?"

 

"그건 알고 있지만, 잘만 하면 비니스의 물건 중 하나를 볼 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을 어둠으로 물들어서 짐의 비밀병기로 간직할 것이다."

 

하기사 마왕님은 뭔가 타락시키는걸 잘 하신다니까...

 

"아니!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응? 무엇을 말인가?"

 

"물건을 타락시킨다는 말이요!"

 

"주인은 나=레프리시아라는 마왕이 왜 무서운지 알고 있지 않은 건가?"

 

보통 일반인들이 마왕을 만나면, 정신이 붕괴하거나 심하면 입에 침을 흘리며 기절한다면서요.

 

"짐의 권위를 나타내는 표식은 '타락'이니라. 짐이 마왕으로 군림하면서 나에게 대항하는 자들을 전부 타락시켰다."

 

타락이 아니라 가위바위보겠지.

 

"그래서 마계공작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천계로 올라가서 성수를 마시거나, 대부분의 마족들이 인간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타락했지."

 

"그건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개과천선이란 말을 씁니다!"

 

무섭다. 정체성을 잊을 정도의 타락이라니...

아무튼 20분동안 땅을 판 끝에 목걸이 하나를 물고 나오셨다.

물론 고양이 몸 구석구석이 흙투성이가 되어 나왔지만, 나중에 씻으면 될 일이다.

 

"그래서 그게 이질적인 물품인가요?"

 

"그렇다. 이게 무엇인지는 돌아가서 확인하면 될 것이다."

 

마왕님은 나에게 목걸이를 목에 걸어줬다.

 

"당분간 주인이 착용하고 있거라. 그래야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

 

"제가 왠지 임상실험의 피해자가 될 기분에 한숨만 나오는 듯 합니다. 마왕님."

 

귀환마법은 간단하게 귀환장소에서 오래된 물품 하나를 가지고 마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했지만, 애초에 마법을 쓸 줄 모르는 나는 마왕님께 대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사역마는 써먹을 때 써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해라! 마왕!

 

"냐아앙!"

 

마왕님이 울부짖자 장소가 바뀌었고, 여기는 욕실인데?

 

"마왕님. 귀환마법은 공중에 뜬 채 천천히 내려오나요?"

 

"아니. 잠깐 좌표를 착각해서 욕실 공중으로 소환된 것뿐이다."

 

아하!

 

-첨벙!

 

마침 따듯한 물로 입수되어 데미지는 없다.

이야! 역시 힘들게 땀을 흘린 이후에는 바로 목욕을 하는 게 가장좋다!

 

"아니! 누가 공중에서 욕실로 내려오고 싶다고 했어요!"

 

"아까 주인도 납득하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태클이 늦은 것뿐 이라고요! 하마터면 다른 곳에 추락해서 다칠 뻔 했잖아요!"

 

"주인을 생각해서 일부러 욕실로 귀환을 한 것 뿐이다. 뭐 그리 화내지는 마라."

 

날 생각해서 했다고는 하나...옷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왕님은 고양이 모습이니 그냥 털이 젖는 것 뿐이고, 나는 다른 옷을 가지러 가야 하는 상황이고, 아무래도 이 때는...

 

"저기 마왕님?"

 

"무엇이냐 주인? 눈이 한층 더 무서워졌다."

 

"기왕 이리 된 거. 제가 직접 그 옥체를 씻겨드리죠."

 

마왕님이 나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서서히 나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다. 주인도 고생을 했는데 짐을 씻기는 그런 중노동을 시킬 수 없다."

 

"아니죠. 아니죠. 저의 귀환을 도와주신 마왕님께 친절히 오늘은 씻겨드리는 것으로 화답을 해야겠죠? 후후후...그러니까 당장 이리와!"

 

그 후에 30분간 고양이를 씻기려는 집념의 추격전 끝에 내가 먼저 지쳐서 쓰러졌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기르는 주인의 마음을 이해할 거 같다.

 

***

 

마을시장으로 나왔다. 여러 가지 물품을 팔고 상인들은 이리저리 소리치며, 관객들을 불러오기 위한 어필을 많이 한다. 모든지 활기차 보이고 아무런 걱정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엄청나게 짜증이 나긴 했어도, 여전히 살아있어서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다만, 나를 보던 친한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사과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평화로워 보였다.

 

"카...카일이니?"

 

"네...로웰 아주머니."

 

"꺄아아! 망령이야!"

 

결국 나의 출현으로 시장은 난리 나고, 경비대가 나를 포위하기까지 5분도 안 걸렸다.

훈련을 잘 받은 경비대가 있어서 이 마을의 치안은 안전한 모양이긴 한데...

언제부터 엘티노스 잡화점 주인은 살아있는 망령 취급을 받았는지 그것도 알고 싶었다.

 

"저기...여러분? 나는..."

 

"망령이여 물러가라!"

 

내 친구였던 베가프는 어느새 사제가 되어 이 곳으로 파견되었나 보다, 그나저나 어디 집안에서 퍼올린 물이 성수가 되어 내 머리를 적셨다.

 

"아니...베가프 사제. 그건 성수가 아니라 뜨거운 물이에요."

 

맥이 빠지는 내 태클에 베가프 사제는 잠깐 멈칫하더니.

 

"카일? 정말로 살아있는 거야?"

 

"그럼 살아있지 죽었냐! 잡화점이 무슨 마물의 소굴인줄 알아! 왜 멀쩡한 가게를 괴물의 집으로 탈바꿈하고 난리야!"

 

그리고 그 괴물의 집에서 살고 있는 날 망령취급을 했으니...

 

"너의 시체를 찾아 부활주문을 외우려는 나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 은근히 날 죽이려는 건 네가 아닐까?"

 

그렇게 소동은 줄어들고, 베가프 집으로 우선 몸을 옮겼다.

뜨거운 물을 수건으로 털고 있는 도중에 베가프는 허브티를 건넸고, 나는 허브향을 음미...할 줄 모르니 그냥 눈치껏 마시고 있었다.

 

"내가 왕궁에서 사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을 때, 네가 잡화점 주인이 되었다고 해서 상당히 놀랐어. 그래서 더욱 더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고, 파이론에 있는 작은 성당으로 파견 나와서, 너의 시체를 본격적으로 찾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잡화점 하나 운영한다고, 친구가 단기간 내에 파견까지 나올 정도라니...

 

"이제 2일째야. 첫 날부터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첫 날부터 죽었으면, 그게 잡화점이 아니라 처형장이지.

 

"그나저나 사제의 길은 결혼을 하면 안되잖아? 베가프. 너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어?"

 

"아...작년에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더라고..."

 

"미안하다. 내가 그냥 왠지 미안하다."

 

침울하던 분위기를 깨는 것은 베가프의 한 마디로 시작됐다.

 

"나도 그 잡화점 가끔가다 놀러 가도 될까?"

 

"놀러 가도 상관은 없지. 물론 마ㅇ...아니 고양이 하나가 있고."

 

"고양이?"

 

순간 마왕님이라 말할 뻔 했다.

입은 항상 조심하자.

 

"나 고양이 많이 좋아해! 지금 당장 가자!"

 

"네?"

 

"개점 시간 전에는 돌아갈게. 그 고양이 한번 보고 싶어."

 

"아...그래...뭐...별일 없겠지..."

 

그리고는 다시 잡화점으로 발을 옮겼다.

잡화점으로 가기 전에도 여러 가지 잡담을 했지만, 알아내고 싶어하는 정보는...

 

"알프레이드 왕자라...확실히 지금 불치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지."

 

베가프는 담담하게 구운 옥수수를 먹어가며, 알프레이드 왕자의 상태를 말했다.

 

"사제들의 축복도 소용 없는 거냐?"

 

"내 스승도 참여를 했지만, 회복될 기미가 안보였거든."

 

나는 잡화점을 열...

아니 왜 닫혀있는 거야?

 

[주인. 그 옆에 있는 이질적인 인간은 뭐냐.]

 

뭔가 굉장히 불쾌한 음성으로 나에게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내 친구인데요? 마왕님?]

 

[설마...마왕인 짐을 제거하게 위해서...]

 

[그럼. 내가 뭣 하러 사역마로 불렀을까요? 평범하게 고양이 흉내를 내면 조용히 넘어갈 상황이니까, 그냥 좀 열어요!]

 

[싫다! 짐이 걱정하는 것은 신성력을 막 품은 사제 애송이가 아니라, 저 음흉하게 짐의 옥체를 더듬으려 하는 분위기가 무서운 것이다!]

 

그래 봤자 지금은 고양이잖아...

그리고 남들 헷갈리게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시죠.

 

"어라? 무슨 일이야? 열쇠를 잊어버렸어?"

 

"애초에 이 잡화점은 열쇠가 필요 없어. 주인을 인식하거든..."

 

조만간 마법을 많이 배워야 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잡화점이 주인을 마왕님으로 인식하는 중이지만, 내가 문고리를 계속 잡자 서서히 개방되었다.

 

"허브티는 없지만...과자 하나는 줄 수 있어. 미안해 베가프...아직 나도 수입이 없어서."

 

"괜찮아! 고양이를 보러 온 거니까!"

 

목적이 참 명확하시네요.

그보다 마왕님은...내 키를 훨씬 넘기는 5층 수납공간에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지금 텔레파시로 엄청나게 뭐라 말하는 것이 들리지만, 뭐 이건 됬고...

 

"검은색 고양이네? 그나저나 이름이 뭐야?"

 

이름...

이름?

 

[마왕ㄴ...]

 

[싫다! 저런 자에게 굴욕이란 굴욕을 다 당하고 심지어 (생략)]

 

정서적으로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닌가 보다...아마 신성력을 품은 배가프와 마왕은 본능적으로 사이가 안 좋은 거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냉정을 유지했던 마왕님이 저렇게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는 내 친구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나저나 이름이라...

음...

 

"레시아. 내 사역마 이름이야."

 

"레시아? 그보다 사역마라니 무슨 소리야?"

 

사역마라고 소개한 이유 중 하나는 엘티노스 잡화점 규칙 때문이다.

어차피 종이 쪼가리를 써먹어야 하기도 하고, 친구가 출세를 했는데 나만 잉여처럼 쓸모없이 살아가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야 하지 않는가?

 

"엘티노스 잡화점의 규칙 중에는 절대로 혼자서 운영하지 말고,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 혹은 사역마와 같이 하라고 했으니까."

 

"아하...그보다 좋은 이름이네. 레시아라..."

 

그리고 30분동안 베가프는 5층에 있는 마왕님에게 "레시아! 내려와!"라고 하고, 그 때마다 마왕님은 내 머리 속에서 수 십 만개의 텔레파시를 전송했다. 그만해요. 마왕님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사역마의 본 모습은 본거야?"

 

"아직. 그 전에 나올 때부터 고양이모습 이였으니까."

 

"나도 사제하지 말고, 마법사로 할까?"

 

이제 와서 전직을 바꿀 수 없습니다. 고객님.

 

"나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

 

아니 사역마를 소환한다 해도 다 고양이는 아니니까.

개점시간이 되어 베가프가 돌아가자마자 마왕님은...

 

"고양이 어퍼컷!"

 

"가위바위보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또 다시 공중에서 1초간 내려오지 않았다.

 

"아니...마왕님..."

 

고통을 참고 일어나서 말하는 순간...

 

"레시아다!"

 

"네?"

 

"주인이 지어준 이름. 레시아로 불러라."

 

"...왜요?"

 

"인간들은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끼리는 이름이나 애칭, 별명으로 부른다고 들었다."

 

"네...그렇죠."

 

"그러니까 레시아로 부르거라."

 

"아니. 그건 마왕님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즉석으로 만드는 3분카레처럼 지어낸 겁니다."

"부르라고 하면 불러라!"

 

"레시아."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3번 더!"

 

"레시아. 레시아? 레시아!"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짐을 마왕이라 부르지 아니하고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더욱 주인과 가까워짐을 알 수 있노라.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내가 사용할 마나와 힘은 더욱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주인은 항상 기억하도록 하라."

 

"네. 레시아."

 

...?

 

"그런데 레시아는 절 이름으로 안 부르네요?"

 

"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하니까."

 

나도 마왕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편했는데...

리타 씨는 오늘 올 테니까... 미리 비니스의 꽃을 준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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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2화씩 올리고 있는데...

비축해둔 것을 언제 다 올릴 수 있으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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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3

03

 

 

발키아 산맥.

그 산맥의 전설은 여신 비니스가 인간을 창조할 무렵, 자신 또한 창조물과 같이 지내기 위해 산맥의 꼭대기에는 비니스가 거주했던 궁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애초에, 발키아 산맥은 매우 험난하여 감히 산 짐승조차 굴러 떨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기 조차 버거워, 자신들이 험난 산길을 포기하는 대신에 드래곤과 정령들이 그 장소를 지킨다고 믿어왔다.(라고 지어냈더라...)

 

비니스는 인간을 가여워하며 꼭대기에 있는 궁전에서 자주 내려와 인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였고, 20년 후에 비니스는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하는 신계로 떠났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발키아 산맥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지금 빌어먹을 의뢰 때문에 발키아 산맥 정상 끝까지 도달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긴장을 늦추지 마라. 그 암벽에서 손을 놓는 순간 리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왕님은 제 손을 그 앙증맞은 손톱으로 쿡쿡 찌르는 건가요?"

 

"어쩌다가 주인이 떨어질 수 있게 사전준비를..."

 

"떨어져 죽으라는 거냐!!!"

 

이 바보 같은 산행을 하는 것의 목적은 과거로 잠시 돌아가보자.

 

-12시간 전...

 

"비...니스...의...꽃..."

 

나와 마왕님은 손님의 특유에 기괴한 음성에 귀를 기울인 체, 비니스의 꽃에 대해 마왕님께 질문을 드렸다. 마왕님은 고양이 모습 이였기에 눈초리가 더 아팠다. 확실히 말하면 그 눈빛 속에는 '그것도 모르냐?'라는 그런 뜻 이였다.

 

"비니스의 꽃은 여신 비니스가 생명을 창조했을 때, 사용했던 전설의 꽃이다. 하지만 발키아 산맥 정상부근에서 핀다는 소문은 있어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엘티노스 뿐이다."

 

"하지만 엘티노스는..."

 

"주인의 생각대로 죽었다."

 

대체 아무도 외형을 모르는 이 꽃을 어디서 찾으라는 건지.

 

"이틀...후...다시...찾아온..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손님은 검은 연기가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인간이 운영하는 잡화점에 인간이 아닌 손님들이 온다는 것은 엘티노스 잡화점에서는 항상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인가 보다.

 

그러니까 전 주인들이 미치거나 행방불명 됬지.

 

"이틀의 시간이 있나 봐요."

 

"주인. 어떻게 비니스의 꽃을 구할 생각인가?"

 

...

아...

 

"그건...3층에 있는 물품 좀 같이 봐주실래요?"

 

결국 오픈을 했지만, 1층을 놔두고 3층으로 올라가서 마왕님과 둘러보았다.

마왕님의 말로는 계속해서 "이질적인 기운..."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건 둘째치고 3층인데 다른 방으로 가는 문처럼 생긴 것을 보았다.

 

"저건, 천계장인 중 사키엘이 날마다 다른 종족의 여자와 접촉을 하기 위한 문이다. 저 문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지."

 

천계에서는 저런 범죄자도 있는 겁니까?

그나저나 저 문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을 마왕님께 말했다.

 

"마왕님. 사키엘은 대나무로 날아다니는 비행장치도 만들었나요?"

 

"주인. 그건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마 7번 규칙에 쓰여져 있던 내용에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쓰는 3층의 물건이 이 문 인건 알겠지만,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하고, 애초에 비니스의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최소한 단서라도 잡아야 했다. 만약 힘겹게 올라갔는데 잡초를 뽑거나 다른 꽃을 뽑으면, 나도 손님도 엄청난 헛수고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주인. 그 꽃을 건네줘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어느새 마왕님은 본 문제의 핵심을 집기 시작했다.

물론 잡화점에서 용병처럼 의뢰를 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신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그 손님에게 '어째서 비니스의 꽃이 필요 하는가?'를 중점을 뒀다.

 

"애초에 그 문제라면, 그 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봐야..."

 

"그것은 주인의 실수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는 그때 분위기에 위압되어 제대로 된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개안 되어있던 내 눈에는 그 손님의 모습 주변에 수많은 얼굴 모습을 한 핏빛악령들의 외침을 보고 겁에 질려있었고, 처음으로 내가 주인이 되어 가게를 처음 운영하는 모습은 명백히 초보검사가 검 좀 쓴다고 휘두르다 엎어진 꼴과 같다.

 

한심하게 그지 없는 모습을 나는 애써 머리 속에 지웠고, 지금 있던 문제나 다시 생각했다.

 

"추측을 하 건데...분명 사람은 아닐 거란 말이죠?"

 

"그렇다. 짐 또한 보고 있었노라."

 

"주변에 핏빛악령들이 보였던 것은 영혼을 수확하기 때문에 보이던 사념체들 맞죠?"

 

"확실히 희생당한 자들의 외침 중 그 자를 죽여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왜 비니스 꽃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중에 3개로 좁혀진다. 

그 중에 가장 제일 가망이 없는 가능성은...

 

"자신이 살아남을 목적은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마왕님?"

 

"자신이 살아남을 목적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애초에 그것은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뿐. 그러나 그 육신도 3일 안으로 해결을 보아야 한다. 썩어있는 시체로 있다가 그 꽃으로 부활하면, 그게 언데드지 무엇이겠나? 게다가 짐이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이미 그 자는 명계에 있어야 될 자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은 무엇일지 고민을 하던 도중, 또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시만 기다리...! 으아아악!"

 

3층에서 계단으로 급히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맹렬한 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1층에서 기다리는 손님의 발 밑에서 엎어진 채로 굴러가는 카일의 쇼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

 

 

 

"아직! 안 죽었어!!! 아차! 어서오...큭!...세요!"

 

욱신거리는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감수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아...저기..."

 

어지간히 당황한 손님의 고운 목소리에서는 나를 걱정해주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괜찮으..."

 

"암요! 괜찮고 말구요! 정말이지 계단 수만큼의 주마등을 스쳐 지나간 것만 빼면 말이죠!"

 

나는 벌떡 일어서서 앞에 있는 여성 손님에게 성심성의를 다하여 일어서서 허세를 부렸다.

한쪽 발목이 아파와서 왼쪽 다리로 버텨야만 했다.

 

"저는 리타라고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엘티노스 잡화점에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연녹색에 붉은 긴 생머리를 한 소녀는 차분히 비니스의 꽃을 의뢰 했...

 

"비니스의 꽃은 왜요?"

 

믿겨지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되물었다.

 

"제가 사모하고 있는 남자분께서 곧 죽음에 임박 하시다고 해서..."

 

이윽고 작은 체구가 떨려오더니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여기 잡화점 아니에요? 내가 왜 여기서 애증극을 들어야만 하는 겁니까?

엘티노스가 대체 이 잡화점을 만들고, 무슨 생고생을 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었다.

 

"알프레이드 왕자님을 사모하여, 열심히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아! 알프레이드 왕자라면, 그 건달처럼 보이는...'

이란 말이 목까지 넘어 올려다가 겨우겨우 삼켜서 다시 되돌려 보냈다.

아니! 다시 올라오고 있어! 무슨 물 위에 얼음을 띄웠나!

휴...다시 내려갔다.

 

"그때. 저는 봤습니다. 새벽에 몰래 비행마법으로 창문 틈으로 엿보다가,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신을..."

 

검은 후드? 그거 나도 방금 전에 만나봤는데 하하...

설마 동일인물은 아니겠지?

 

"그리고 마나의 활로를 통한 개안을 통해 피빛의 망령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는 그 흉측한 광경...저는 도저히...도저히...!"

 

그 이후로 슬픔으로 인해 눈물은 나오지만, 극도의 분노를 보이고 있는 리타 씨는 자신의 손으로 왕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사신과 같은 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나저나 같이 안가는 겁니까? 리타 씨? 나 혼자 두근거리는 신나는 모험을 떠나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마왕님은 자신의 앞발을 핥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바보같이 행동하지 말거라! 주인! 주인은 한 명의 의뢰를 수행하는 자로서, 이 기회에 주인의 한계를 부수고 경험을 쌓아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는가!]

 

오! 텔레파시다!

와! 신기해라!

오오오오!

 

...어떻게 하는 거지?

 

[주인과 짐은 이어졌다. 강한 의식을 통한 대화가 성립된다.]

 

[그러니까...대화하려고 하고자 하는 강한 의식이 대화를 하게 한다는 성립이 되는 것인가? 그것이야 말로 참으로 편한 커뮤니케이션의 일화 중 하나였다.]

 

[주인? 그건 누구에게 설명하는 것인가?]

 

[네? 아니! 마왕님께서 제 텔레파시가 들리는 건지 아닌 건지 테스트를 해본 겁니다.]

 

[아무튼 짐이 살아온 것 중에 기묘한 일화 군. 사신과 그 계집이 원하는 물건이 같다는 말은 이상하구나.]

 

확실히 사신은 오히려 죽은 자를 인도하러 가는 자. 오히려 죽길 기다려야 한다면, 만약에 비니스의 꽃을 사신에게 주는 순간 바로 시들어버리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에 반해, 리타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왕자를 스토킹 하다가, 죽음에 임박한 모습을 보고 왕자를 살리기 위해 비니스의 꽃을 원하고 있다.

 

비니스의 꽃을 아는 사람이 엘티노스라면, 그가 남기고 간 책에 실려있지 않았을까?

 

***

 

새벽 4시가 되자마자 폐점을 하고, 마왕님께 2층에 있는 책장에서 엘티노스가 저자로 되어있는 책을 조사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처음에는 "짐이 왜 주인을 위해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지만 가위바위보를 하루에 한 번씩 하겠다고 하자. "좋다! 짐이 특별히 그대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라는 대답으로 바뀌었다.

 

아침에 눈 뜨자 아침 8시였고, 마왕님과 하루에 한 번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 다녔고, 3층에서 귀엽게 앉아있는 마왕님을 보고는 인사했다.

 

"마왕님? 거기에 앉아서 유령이라도 보고 있어요?"

 

고양이의 행동에는 천장 구석을 뚫어져라 보는 그 모습을 보고 말하는 거지만, 역시 마왕님은 달랐다.

 

"짐은 떠다니는 먼지를 보고 있다."

 

유령이 아닌 게 어디야...

 

"그보다 주인. 짐은 주인이 자는 동안 비니스의 꽃 외형과 사키엘의 문의 작동법을 파악했다."

 

외형이 그려진 종이를 다시 옮겨 그린듯한 종이를 건네 받고 사키엘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등산준비를 했다. 물론 등산준비라고 해도... 도시락과 물, 밧줄 그리고 제발 살아서 돌아오는 기적을 위한 기도로 마무리를 했다.

 

사키엘의 문의 작동방법은 마음속으로 가고 싶은 구역을 말하고 문을 열면, 그 장소로 이동된다고 한다. 게다가 결계가 있어서, 보통의 몬스터나 사람들은 열려있는 문을 못 본다고 하지만,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는 보통이 아닌 몬스터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아채기 때문이다.

 

"마왕님. 이 곳으로 귀환하는 마법 알고 있나요?"

 

떠나기 전에 마법 하나를 더 배워야만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3시간의 사투 끝에 발키아 산맥 중간부터 시작해서, 끝부분까지 겨우겨우 도달할 수 있었다. 마왕님은 마력을 이용해 거침없이 올라갔지만, 그건 무시하고...

내 앞에 보인 것은 발판이 되어주고 바위와 그 옆에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개방된 거대하고 장엄한 건축물과 그 가운데에서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꽃 한 송이가 나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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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의 시, 나의 시인

나의 시, 나의 시인

 

1

“드러내지 않아야 드러나는 것이 있다. 감추지 않아야 숨어드는 것이 있다. 드러나는 것은 네 것이고, 감추지 않은 것은 내 것이다. 숨어드는 것은 네 것이고, 드러내지 않은 것은 내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묘사하지 않아야 꽃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꽃이 진 것을 감추지 않아야 꽃 진 자리에 새 꽃이 핀다. 시들이 때때로 사건물시(事件物時)를 자세히 묘사하려 든다. 감흥을 전하거나 공유하고 싶어서일 게다. 그 대상이 실체실상 그 뿐이라면, 그렇다면 그저 사진 한 장 찍어서 드러내는 것이 낫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느낌이나 감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메모와 일기는 충분하다. 

 

때때로 시는 착각한다. 일상과는 딴 세상이라고 착각한다. 때때로 시는 우쭐한다. 일상과는 격이 다르다고 우쭐한다. 때때로 시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일상보다는 훨씬 다이어트라며 빈혈을 느낀다. 때때로 시는 성형을 한다. 일상은 너무 못생겼다고 뜯어고친다. 때때로 시는 비겁하다. 일상을 송두리째 배신한다. 때때로 시는 사산한다. 일상에게서 잉태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시는 전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로 그 목적이 아닐 것이다. 시는 시를 이루게 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이라고 하겠다. “시를 읽는 가슴에서 시를 이루게 하는 시, 그 언저리 어디 쯤에서, 시는 붓을 놓아도 좋을 것이다.  

 

2

당대의 시는 시인의 언행보다 훌륭하지 않다. 후대에 남겨진 시일지라도 시인의 행적보다는 아름답지 않다. 시는 붓을 놓는 순간 시인의 시가 아니라고 하던, 시와 시인 별론도 일견 수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인의 언행과 행적이 아름답지 못하면 시는 더한 치부가 되어 남는다. 그대가 시인일 것은, 그대가 시로 살아야 할 것과 같다. 그대가 시인이고 싶은 것은, 그대가 시로 살고 싶은 것과 같다. 그대가 시인이라면, 그대는 세상의 시인이 아니라 그대의 시인이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시인올시다`하고, 세상이 아니라 그대에게 말해야 한다. 

 

시인은 평생 사색하며 산다. 도중에 가끔은 소리 흥얼흥얼 쉬어가기도 할 것이다. 그 흥얼거림으로 다름 아닌 시라야 한다. 시인은, 시가 아니라 가슴으로 시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언행과 행적으로 시인이어야 한다. 그런 그 삶이 통째로 시를 동반해야 한다. 시인은 사색가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궁구하는 사색가다. 몸져누웠거나, 숨을 거두었거나, 그 말고는 사색을 멈출 수 없다. 시인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시인은 또한 그렇게 살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런 아름다움이란 추함의 반대편이 아니라 같은 편이다. 시인의 사색에 자주 흙탕물이 지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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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애도하는 마음

 

 

 

   

    좋아하는 언니가 있다. 나와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눈 그녀가, 얼마 전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난 뒤 참 많이도 힘들어했다. 연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결코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나날들의 연속.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모진 시간일텐데, 언니는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 때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던 소중한 이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대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나는 그저 곁에서 언니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붙잡으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뿐. 추측 그 이상도 이하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고, 또 아프다.

 

  헤어진 연인이라고 치부하기에, 그 둘은 너무나 오랜 기간 사랑을 했다. 언니의 스무살, 오빠의 스물두살에 떠오른 빛은 무려 7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속되었다. 헤어지고 나서 그가 별이 되어 사라지기까지의 3년조차도, 그 둘의 인생은 서로의 흔적과 추억으로 가득했다. 그는 그녀의 인생에 단 한 명뿐인 사랑이었다. 그래서 더 시리고 휑하겠지. 더 많이 무너지고, 부서지고, 깨지고, 닳고, 흘러내리고 있겠지. 언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도 미움도 간절함도 사랑도 다 고백하지 못한 채, 이제는 온전히 각자의 세상에서 살게 된 두 사람. 그는 이 생에서 다 지키지 못한 그녀를 하늘 위 어딘가에서 바라보며, 그저 행복하길 바라고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며. 만약 훗날 그녀의 인생에 다른 사랑이 찾아오더라도, 그에게 주었던 것만큼 크고 소중하며 생생한 마음은 품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언니에게 나는 말했다.

 

며칠만에 나아질 일은 아니에요. 언니가 괴롭고 슬프고 힘들고 무너지고 부딪치고 깨지고, 그런 건 지금 너무 당연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당연하고, 그냥 어둠 속에서 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해요. 지금 나는 이럴 수밖에 없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그냥 있는 그대로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오빠를 생각하고 괴로워해요. 시간이 조금 많이 흐른 뒤에야 오빠가 언니를 이렇게 사랑했구나, 나도 힘을 내봐야겠구나, 생각하면 되니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런 건 정말 나중에 해요. 지금은 그냥 마음에 뭔가 떠오르는 감정들을 그대로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신 많이 많이 흘려보내고.

 

  그녀를 위로하면서 나는, 동시에 그녀의 그를 진심으로 애도했다. 그래야만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좋은 곳에 둥지를 틀어, 혼자 남은 그녀를 더 살뜰히 지켜줄 것 같아서.

 

미안해요 오빠. 나는 언니를 위해 오빠가 있는 하늘에 기도를 해요. 부디 우리 언니가 더 많이 많이 흘려보내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끝까지 착하고 맑았던 오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곳에선 부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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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자고 싶어요.

나는 잠이 많다.

등만 대면 잔다.

가끔 내 등판에 수면을 유도하는 버튼이 있지는 않을지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유독 소리에 민감한데,

특히 수면 중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는

체감상,

독일군의 기관총이자 히틀러의 전기톱이라 불렸던 MG42의 발사 소음에 버금가는 정도.

-실은 MG42가 뭔지도 모른다-

 

하여튼 나는 소리와 차단된 수면 환경이 필요한데,

휴대전화의 기상 알람을 이용하기 위해 소리를 꺼놓지 않는다.

매일을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기를 바라며 

운에 맡기고 잠에 드는 셈이다.

 

한번 깬 정신은 까만 새벽을 좀비처럼 헤매곤 한다.

다음날 눈뜬 좀비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

 

나의 취침 시간은 자정을 넘기지 않는다.

오늘 나는 ‘나답게’ 11시께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예상컨대 일분도 채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아마 수면 유도 버튼이 눌러졌을 것이다.

 

최근 헤어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많다.

까닭에, 잠들기 전 ‘앞머리 있는 긴머리 스타일’에 대해 검색했고

나는 꿈에서 긴 머리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스타일이 나쁘지 않았다.

이참에 눈 딱 감고 길러볼까 싶기도 하다.

 

긴 머리의 나를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보며 흡족해 하던 찰나, 들리는 소리

‘띠링’

 

이메일이다.

내가 이런 계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미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드는 생각.

아, 이메일이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9단 이세돌을 4승1패로 이긴

이 눈부시고 소름끼치는 시대에

휴대전화는 이메일이 왔다고 나에게 알려준다.

소리를 내서.

 

맙소사. 나 오늘 잠 다 잤네.

 

---

 

갑작스럽지만 고백하건데 

나는 변화를 싫어하고, 모험을 두려워한다.

나는 '안정'이란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한다. 

그런 성격 탓에 예상치 못한 상황은 통 반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면 시간에 맞이하는 예상치 못한 휴대전화 울림을 싫어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예상치 못한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헤어진 지 3년도 더 된 옛 남자친구의 메일.

 

‘누구게’

 

이 얼마나 어이없는 메일에, 실소 나오는 제목인지.

근황이 궁금해 메일을 보낸다는 내용에

고민을 하다 답장을 보내본다.

 

‘거참 뜬금없네.’

 

남자는 두 번째 메일을 보내 내게 질문을 던진다.

‘아직 그 회사 다녀? 어디 살아? 결혼은?’

 

앗, 속사포 랩 하는 줄.

예상되는 질문을 담고있는, 예상치 못한 이메일.

 

나는 오늘 새벽형 좀비가 될 예정이다. 

그러니 좀 더 고민을 해보겠다.

 

이거 답장을 보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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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2

02

 

전설의 대마법사가 남기고 간 (민폐덩어리)잡화점의 첫 오픈.

나와 마왕님은 카운터에 서서 멍하니 가게 문만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떠다니는 먼지들까지 보일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손님의 '손'자도 안 보인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결국에는...

 

"오늘은 일찍 닫을까...청소도 못했는데."

 

이 발언만 벌써 4번째 내뱉은 나의 처참한 모습을 정면에 우연히 있던 거울을 통해 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규칙에는 새벽 4시에 닫으라고 쓰여있다."

 

처음의 소환자의 정서적인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왕님은 귀여운 고양이 발로 규칙 4번의 항목에 놓았다. 그나저나 고양이 발바닥을 만지면 마왕님께서 화를 내시려나?

 

"그래도 새벽 4시까지 깨어 있으라니. 그건 애초에 낮과 밤이 바뀐 폐인의 신세와 다를 게 없다니까요?"

 

"나는 안 자고 7일을 버텨보았다."

 

"저기? 마왕님과 저는 신분이기 전에 기초적인 신체 스펙부터 다르거든요?"

 

"괜찮다. 주인도 나와 같은 마족이 되면 되는 것을."

 

"제가 마족이 되면 주종관계가 바뀌거든요..."

 

하물며 목소리조차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왠지 감정이 없는 인형같은 사람이 내 상관인건 좀...

 

그보다. 앞으로 깨어있는 시간까지, 마왕님과 만담을 하는 그런 시기가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여기서는 사역마와 그 사역마를 소환한 자의 관계로서, 서로에 대한 대화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마왕님은 최근에 어떤 일을 했는가?

 

"저기 마왕님 최근에 한 일이 궁금합니다."

 

"흠...주인에게 불려지기 전에 말인가?"

 

"네."

 

"주인에게 불려지기 전에는 마계를 통합하고 난 뒤였다. 통합되기 전의 마계는 전부 따로따로 노는 애송이밖에 없어서 천계의 병사들이나 인간들의 성직자,성기사단에게 계속해서 목숨을 잃는 것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한심할 뿐이었지. 그래서 짐은 마계를 통합하기로 결심하고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숙청했다."

 

혼자서 생각한 것 치곤 꽤나 장대한 계획을 실행했다.

물론 그것을 같이 의견을 나누고 지지해준 동료와 부하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예상했다.

 

"반대 세력은 얼마나 많았길래...?"

 

"마계 공작 12명중 12명이 다 반대를 해서 전부 숙청했다."

 

"그거 완전히 물갈이 아닙니까!"

 

"마왕도 반대하길래 숙청했다."

 

"마왕도 죽인 겁니까!"

 

"그래서 짐이 마왕이 된 거다."

 

하긴 지금 이겼으니 나와 같이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전투였다면...

 

"큰일 아니었나요? 전 마왕과의 전투라니..."

 

"확실히 가위바위보를 했을 때, 46번정도 비긴 끝에 겨우 이겼지. 주마등이 보이고, 모든 자들이 보는 앞에서 했기에 짐도 역시 긴장했느니라."

 

그 빌어먹을 놈의 가위바위보로 다 숙청했다는 것은 무슨 소리야!

 

"어쨌든 저쨌든 천계로 직접 들어가서 조약을 맺은 이후에 마계도 60년동안 평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이윽고 전투로 굴렸던 머리들을 이제 마법공학이나 식량재배로 쓰이고 있다."

 

어쨌든 저쨌든이란 말로 넘기지 말아 주시겠어요?

그보다 천계도 가위바위보에 졌구나...

 

"그럼 바로 어제는 뭘 하셨는데요?"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잠깐 뭐라고 했어요?"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 드디어 목도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만 내 마음속에서 퍼져나갔다.

무언가 태클을 걸어야 하는데 저 말에 태클을 걸다간, 내가 나쁜 사람으로 될 것이라 생각되기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그 이야기 두 번째는

마왕님의 취미와 특기

 

여전히 고양이 특유의 버릇인 혀로 털을 빗는 행동을 하던 마왕님께, 이번엔 취미와 특기를 물어보기로 한 이유는, 아까 전에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는 말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마왕님의 취미와 특기가 뭐에요?"

 

"짐의 취미와 특기 말인가?"

 

여전히 고양이 눈에서는 붉은 빛이 맴돈 체 잠시 다른 쪽을 보고서는...

 

"취미는 요리와 특기는 가위바위보다."

 

그 놈의 가위바위보에서 그만 멀어질 수 없습니까!

 

"그럼 요리는 어느 정도 하시나요?"

 

마음속으로 태클을 걸어 맥이 다 빠진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야 마계에서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입맛이 맞으리라 생각은 되지 않는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보다 놀랐네요. 주로 마계에서 어떤 요리를 하나요?"

 

"다크메터."

 

?

 

"다크메터다."

 

"못들은 게 아니에요! 요리를 하랬더니 왜 이상한 물질을 만들고 있는 거야!"

 

"주로 짐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포로들의 영양 음식 중 하나다."

 

"그건 고문이라고 하는 거에요. 마왕님..."

 

"내가 친절히 떠먹여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고문이라고 하는 거라고요."

 

"때가 되면 주인도 먹어 볼텐가?"

 

"사양합니다."

 

특기...특기는 다른걸 좀 말했으면 좋겠지만.

 

"특기가 가위바위보인데 고양이 모습으로는 못하겠죠?"

 

"왜? 못하리라 생각하는가?"

 

할 수 있어요? 그거 다 보자기로 되는 손이잖아요.

어떻게 굽히지 못하는 손가락으로 그게 되는지 의문을 품을 쯤, 마왕님은 제촉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험 삼아 해보면 될 것이 아니냐. 참고로 나는 보만 낼 것이다."

 

"그건 고양이 손이라 당연한 거고!"

 

어쨌든 내 인생에 처음 고양이와 가위바위보를 해보는 기묘한 일이 지금 여기에 있다.

가위바위보의 구령과 함께 나는 역시나 가위를 냈고, 마왕님은 바위를 냈다.

 

바위?

 

"마왕님? 보만 낸다면서요?"

 

"주인도 물렀군. 남의 말을 그리 쉽게 믿으면 안 된다."

 

댁은 내 사역마거든요?

 

"아무튼 벌칙이다."

 

벌칙이야...딱밤을 때리거나, 손목을 손가락 두개로 찰지게 때리거ㄴ...

 

"고양이 어퍼컷!"

 

-퍼억!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2초간 공중에 뜨다가 내려왔다. 어느샌가 턱에 서서히 올라오는 치열한 고통과 함께 등쪽의 욱신거림을 참고 일어났다.

 

"누구 죽이려고 해요? 그보다 고양이 어퍼컷은 뭐에요! 마왕 입장에서는 귀여운 필살기로 사람을 살해 할 만한 데미지를 주는 게 말이 돼요?!"

 

고양이라 만만하게 봤는데, 한 순간에 강을 건널 뻔했다.

 

"마계에선 가위바위보의 벌칙은 이겼을 때, 그 것을 형상한 것으로 마력을 담아 싸우는 일을 말한다."

 

그럼 그 작은 고양이 손에 마력을 담아서, 내 턱을 전심전력으로 쳤다는 소리잖아...

 

"다시! 다시 해요! 차고로 저는 마력 못쓰니까. 사람들이 쓰는 벌칙으로 하죠."

 

다시 가위바위보

나는 보를 냈는데 마왕님은 가위였다.

그보다 어떻게 내는 건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할 쯤...

 

"고양이 베기!"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자 앞머리 몇 가닥이 깨끗하게 잘려나가 드랍됬다.

 

"소환한 사람 죽이려고 해요! 대체 그건 또 뭐에요!"

 

"짐의 벌칙을 피하다니! 무례한 것!"

 

"화내는 건 그쪽이냐!"

 

벌칙을 하나하나 다 받으면 죽겠다!

결국 가위바위보는 중단하고 30분간 설득과 설득을 한 끝에 마왕님과 가위바위보는 중단 되었다.

 

그 이야기 세 번째는

어째서 소환된 거에요?

 

"그거야. 주인이 짐을 불렀으니까."

 

"아니. 그건 알아요. 애초에 저는 마법석의 힘을 이용해서 부른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난 주인의 재능을 높게 사고 소환에 응한 것이다."

 

"아니요. 저는 일반인과 같다니까요?"

 

"그것은 주인이 마나 컨트롤과 수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군요. 저도 마나 컨트롤하면 마법사 되거나? 그런 건가요?"

 

"아니. 짐의 마력창고가 되는 것이다."

 

네?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주인의 마나의 양을 보고 정한 일이다. 내 옆에 둔다면 평생 쓸 마나의 양을 얻은 셈이지."

 

어머나! 프로포ㅈ...가 아니라!

소환된 이유가 나를 마력창고로 쓰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소리잖아!

내가 무슨 마나를 빌려주는 은행이냐!

 

"여기서 그럼 누가 노예가 되는 거에요!"

 

"그야 주인이지."

 

"아니 주인의 뜻은 노예를 부리는 상위권력자고! 지금은 마왕님이 사역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사역마의 마력창고가 되면 그게 노예잖아요?"

 

"그렇지."

 

"그럼 대체 누가 노예가 되는 거에요?"

 

"그야 주인이지."

 

아니...

이대로 가다간 1루수가 누구인지도 모른 체 끝나겠다.

이렇게 낙담하는 사이에 내 가슴 쪽에 고양이 발이 올라왔다.

 

"역시 그대와 마나는 친화력이 높구나. 게다가 그걸 수용하고 있는 그 몸도."

 

그럼 난 마법사에 잠재력이 돋보인다는 건가?

 

"하지만...주인은 머리가 나빠 보이는군."

 

"사역마가 주인에게 할 소리가 좀 날카롭습니다만..."

 

마왕님이 진단해준 거라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영문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일깨워주도록 하겠다."

 

"혹시. 마나의 양에 따라 축적된 오러나 기운이 보이는 그런거요?"

 

"정확하다. 짐과 같이 살던 이후에 주인이 가장 영특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구나."

 

얼마나 같이 살았다고 이러는 거야.

댁과 나와 만난 지 이제 4시간쯤 지났어.

 

"눈을 감거라."

 

눈을 감고 어두워진 내 시야 나를 반겼다.

지금 내 인생이 딱 저것일까...

 

"크게 심호흡 5번"

 

심호흡을 5번정도 하니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대로 있거라."

 

내 몸에 작은 뭔가 올라왔다. 아마 마왕님이 고양이 모습이니 어깨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할짝...할짝..."

 

"마왕님? 목은 왜 핥아요?"

 

"소독이다. 지금부터 체내에 내 마력을 조금 주입해서 막혀있는 마나의 활로를 뚫을 것이다."

 

"아하...그렇구나..."

 

-콱!

 

얼마나 강하게 물었는지 눈이 번뜩 떠져서, 마왕님을 급하게 떼어냈을 정도로 아팠다.

 

"오늘따라 제 목숨의 위기가 많이 보이잖아요!"

 

"활로는 뚫었으니. 이제 내가 어찌 보이는지 보면 된다."

 

"어찌 보이긴요 고양..."

 

고양이에..뭔 검은색 오러가...

고양이의 체구보다 수십 배나 되어 보이는 검은색 오러가 일렁이고 있었다.

 

"호오. 그 정도면 짐이 제대로 주인의 활로를 열었구나."

 

잠깐 멍해진 나를 보고 알아챈 듯, 다시 고양이 세수를 하는 마왕님은 이윽고...

 

"이제 주인과 나의 길이 이어졌으니, 언제든지 그대의 마나를 이용해서 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네? 

나 또 사고를 친 건가?

이제 저 마왕님은 마음에 안 들면 내 마나를 이용해서 날려버릴 텐데...?

 

"게다가 2층은 왠지 마계와 관련된 도구들이 많았다. 덤으로 3층에는 천계와 관련된 물품이 많다."

 

그럼 만약 3층에서 사역마 소환했으면 대천사를 소환했다는 의미가 되는 거냐?

 

"이로써. 이런 불편한 몸에도 간단한 마법은 식은 죽 먹기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감사를 표한다. 주인."

 

"아뇨...별말씀을 마왕님..."

 

확실히 눈이 개안되고 나서 2층을 올려다 보니, 불길하고 음산한 오러가 보이는 듯 말듯 했다.

그래도 편리한 눈이네. 힘의 크고 작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쓸모가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적어도 저게 뭔지 모르고 덤비다 죽는 경우는 없으니까.

 

-딸랑~딸랑~!

 

문 쪽에 있던 작은 종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손님은 흑색의 로브를 둘러쓴 체 조용조용 내 앞으로 걸어왔다.

첫 손님을 맞이하는 나로선 영업 스마일이 자동으로 올라가 첫 마디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찾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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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평균 5천자 이상인지라...

많을겁니다.

물론 퇴고를 해야 하지만, 그런거 신경쓰지도 않...미안합니다.

이 곳에서는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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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1

01

 

 부당하게 생각한다. 

 고작 가위바위보 하나에 모든 운명이 달렸다.

 규칙이 쓰여있는 종이를 웃는 얼굴로 촌장이 나에게 쥐여주는 순간,

 나는 최고의 절망에 빠졌다.

 - 차기 엘티노스 잡화점 주인이 된 카일의 생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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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카일.

20세에 건장한 청년이다.

짧은 인생을 생각해보면, 그리 멋진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잘 자란 듯 하다.

 

해는 화창하고, 아이들은 뛰어 놀면서 웃고 떠든다.

새는 노래를 하고, 꽃은 바람에 이끌려서 무용을 뽐낸다.

어른들은 열심히 소리를 높이고, 뛰어다니며 성취감이란 것을 표정으로 변화 시켰다.

 

그래...

어제 잡화점 차기 주인을 가리는 가위바위보 대회에서는 그리 오만상을 써가면서, 

별별 이상한 핑계까지 붙여가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이지...

 

지금 쪼그려 앉아 유서를 작성하면서, 어제 있던 일을 떠올려보면...

 

어제 가위바위보 대회에서 1등 2등 3등에게는 좋은 선물을 내린다고 했었는데. 

하필 1등을 해버려서 이 종이 쪼가리를 내 손에 곱게 쥐어주고, 웃어주는 촌장의 얼굴을 한 대 때리지 못 한 것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갔는지, 집에 돌아오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내 짐과 물품을 다 마당으로 빼내고, 이미 나를 위한 제사가 시작되었다.

결국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잡화점 내에서 자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우울한 생각은 그만두고, 유서도 다 써서 봉투에 집어넣은 후에 잡화점 규칙을 다시 봤다.

어제는 세상이 망한 듯이 머리가 하얀 눈꽃처럼 변해버려서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없었는데, 역시 운명을 받아들이니까 생각할 시간과 할 일이 많아졌다.

 

규칙을 다시 읽는 순간, 나는 엘티노스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와 동시에 얼마나 무책임 한 노인네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엘티노스 잡화점 규칙*

 

1. 청소를 할 때는 1층의 진열된 물건은 흩트려도 좋으나 2층과 3층은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2.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2층 침대를 이용하면 크나큰 봉변을 당하니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3. 심심하다고 3층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놀다가 사신을 만나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잡화점은 항상 밤 8시 기준으로 오픈하고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다.

5. 항상 사역마와 같이 가게를 운영한다.

6. 사역마가 없으면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와 같이한다. (예시 : 드래곤)

7. 재료를 구할 때는 항상 3층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사용한 즉시 그 물건의 작동을 중지 시킨다.

8.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이곳 저곳에 숨겨져 있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마라. 

(그냥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9. 만월이 뜨는 밤에는 문을 3중으로 잠가놓는다.

10. 어떤 사람이 운영하든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마법이나 마법공학, 연금술의 기초만 알면 좋겠다.

 

위에 있는 규칙 중에 치명적인 것들만 골라서 어기게 될 경우

잡화점에서 근무하는 자는 살아남길 바란다.

- 대 마법사 엘티노스

 

아직도 나는 엘티노스 잡화점에 대한 안 좋은 소문만 듣고 자란 터라, 부정적인 시각에 눈에 박혀있지만, 만약 진짜 엘티노스가 살아있었다면, 정말 한 대라도 때리고 싶을 정도의 규칙이었다.

 

애초에 사역마도 없고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의 예시를 드래곤으로 잡았던 점부터, 드래곤은 엘티노스의 입장에서는 그냥 좋은 동물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드래곤은 한 번의 날개짓으로 마을을 날리고 한 번의 포효로 왕국을 떨게 하고, 브레스를 쏘면 제국이 반파되는 그런 존재다.

 

물론 과장일 수 있지만, 나에게 있는 드래곤의 이미지가 이렇다.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아직 오후 4시.

앞으로 4시간 이후에 오픈이지만, 나는 애초에 마법이나 마법공학, 연금술의 기초도 모른다.

그래도 10번 규칙에는 어떤 사람이 운영하든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대단하다! 잡화점을 오픈을 하기도 전에 난 규칙 하나는 지켰다!

 

규칙은 왜 있는가? 라고 생각하면 뻔할 정도로 간단한 결론이 나오는데...

그것은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곳으로 오기 전에 전 잡화점 주인들은 다 행방불명이나 광인이 되어 돌아왔을 것이 뻔했다.

그러므로 나는 저 규칙 중에 치명적인 것들을 골라야 한다.

 

우선 1번과 2번 3번은 모두 2층과 3층의 물건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는데. 

2층과 3층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마법사답게 금기물품이나 봉인된 것들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생각 된다.

 

4번은 잡화점을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오픈 하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상적인 인간들이 오지 않는 시간대.

따라서, 이곳에 오는 모든 손님에 대해서는 긴장해야 한다. (강도라도 들면 안되니까.)

 

5번과 6번은 아마 혼자서 운영하기 힘드니 파트너를 구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를 구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면, 자신이 천생의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파트너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물론...이 곳에서 일하게 된 나의 운은 이미 악운이지만...

 

7번은 아마 재료를 수집하거나 구하게 되었을 때, 사용하는 물건 인거 같은데...

문제는 다 사용한 뒤에 무조건 작동을 중지시키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설마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이트인가?

 

8번은 잡화점의 대결계에 대한 것인데. 어른들은 찾기 힘들고 어린아이가 찾기 쉬운 곳에 있나 보다.

애초에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여는데 그 때까지 어린애가 안 자고 있을까?

 

9번 만월에 대한 위험성을 제시했다. 

물론 사람은 만월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몬스터들 중 대부분은 이상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늑대인간은 변신을 하거나, 흡혈귀들은 더욱 활발히 흡혈활동을 벌인다거나, 마력이 충만해진 리치가 좀비와 스켈레톤을 깨우고 꼬리잡기를 하는 등. 

여러 대 재앙을 맞이하기 때문에, 특히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이 잡화점이 아직도 안 부셔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10번은...말을 말자. 난 이건 지켰다.

그래도 추측상 사람이 최종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라 본다.

 

신이 내린듯한 10계명같은 규칙들을 쥐어 들고, 가게를 청소하기 시작하기 위해 잡화점의 열쇠를 열었다.

 

1층에는 총 5단으로 되어있는 물품 수납공간이 있었고, 약 170cm정도(169.6cm을 반올림했다.)되는 나의 키를 보았을 때. 4단 물품을 수납하려면 박스가 필요할 정도였다.

먼지 털기로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기 위해선 1명의 작업량을 이미 뛰어 넘어다니기에, 사역마나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를 추천하는 것이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들...이곳에서 사역마를 부르는 재주가 있을리가..."

 

나는 탄식하며 목소리를 냈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해는 이미 퇴근 준비를 하려는 시간대로 접어 들면서 노을에 의해 안 그래도 쓸쓸한 분위기는 더욱 더 쓸쓸해져만 갔다.

 

잠깐? 여긴 잡화점이잖아?

2층과 3층의 물품을 잘만 쓰면 이건 약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난 천재야!

 

분명 사역마를 소환하는 방법이 2층과 3층 물품 중에 최소 하나는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올라갔다.

2층의 방을 볼 겸으로 올라갔는데 거대한 사이즈의 침대가 보였다.

 

아마 규칙 2번에 나와있던 침대 중 하나인듯 한데. 최소 4명이서 자도 될 정도로 거대한 사이즈로 인해 공간 낭비가 문제였다.

거기다 다홍색으로 매력적인 프릴이 침대 위에 장식되어 있었고...아니 누가 여기서 뭘 한 거야!

엘티노스는 아마 많은 여자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여전히 여자친구도 없는 내 인생이 더 처량해진 순간을 직면하던 찰나에 반대쪽 테이블에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이란 책을 발견했다.

문제는 저자가 엘티노스였지만...그래도 사역마 소환이 쉽고 간편하다면, 내가 바라던 바!

 

엘티노스의 말에 따르면 1층에 있는 물품 중에 사역마를 소환하는 재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당장 시행을 하는 것이 맞지만 주의 사항에는 이리 적혀있다.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

- 저자 엘티노스

*주의사항*

사역마는 소환될 때, 영향을 받는 항목들이다.

1. 마나

2. 재료

3. 주문

4. 시간

5. 소환자의 친화력

6. 노력과 의지

7. 변수

이 항목들은 책의 본 내용에 상세히 기술 되어 있으니 잘 읽어서,

자신만의 욕ㅁ...아니 자신만의 최고의 사역마를 소환하길 바란다.

 

주의사항부터 태클 걸게 있는 이 책을 토대로 1층에 물품을 골라, 그나마 넓은 2층에서 사역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을 보고 따라 그렸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사역마를 소환하는 것에 있어서는 마나도 영향을 받는 항목 중 하나이고, 소환하는 사람의 친화력도 문제.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내 문제다.

 

이렇게 해도 사역마가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대체 이곳에서 뭐가 나오는 것일까...

 

"현재시간 7:12분이라...앞으로 40분정도에 문을 열어야 하니 빨리 끝내야지."

 

사역마 소환에 대한 기대 반과 불안 반이 섞인 혼잣말을 내뱉고, 마나가 담긴 마법석을 마법진 주변으로 5개를 놓았다. 5망성이니 끝부분에 5개를 놓고, 주문을 외웠다.

그저 혼자서 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 생각에 나도 필사적으로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주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목소리를 실어담는 느낌으로 말했다.

 

5분정도의 긴 주문이 끝났을 무렵 마법진의 상태를 보았을 때는 마법석에 있는 마나가 마법진 주변의 기류를 형성해서 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점점 검은색으로 퇴색하면서 마치 어둠의 게이트가 나타ㄴ...

 

잠깐?

나 이거 사고를 친 건가?

이거 왜이리 불안하지?

 

서서히 어둠 속에서 붉은 빛이 2개가 번뜩이면서 검은 형체가 솟아올랐다.

그 뒤로는 서서히 빛이 사라지면서, 그 검은 형체의 정체를 알게 됬다.

 

"소환에 응해서 왔노라. 그대가 짐을 불렀는가?"

 

맑고 고운 여성의 소리로 유창하게 말하던 것의 정체는 고양이였다.

그보다...

 

"아니. 기다려봐! 왜 고양이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거야?"

 

나의 한 마디에 잠시 손바닥을 핥던 고양이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소환을 했기 때문에 왔노라."

 

"아니! 그걸 몰라서 물어 본 게 아냐!"

 

"아...이 모습인가? 내 본 모습을 본 소환자들이 전부 정신이 붕괴되거나 심하면 침을 흘려서 기절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모습으로 온 거다만?"

 

"저기 최소와 최대가 뒤바뀌었거든요?

 

정신붕괴가 최대고 침을 흘려서 기절을 하는 게 최소잖아.

아니. 그것 보다 이 고양이는 왜 이리 쓸 때 없이 말투가 고압적으로 나오?

 

"나. 마왕 레프리시아를 소환한 자로써 상당히 굉장한 자질이 보이는 구나. 그래.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내가 원하는 것은...가게를 같이 운영을 하는 사역마를 소환하기 위해 너를 소환한 것이니까."

 

...

...마왕?

 

"잠시...성함과 직책이 뭐라고요?"

 

믿기지 않는 이 현실을 부정하며 나는 다시 한 바퀴 되돌렸다.

 

"마왕 레프리시아라고 했노라."

 

"왜! 사역마 소환하는 곳에서 마왕이 소환되는 거야! 그보다 마왕은 할 일도 없어요!"

 

정신차려보니까 주제도 모르고, 한낱 인간 따위가 마왕에게 태클을 걸어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대가 오늘부터 주인이니까. 짐은 그대의 일을 도우면 된다."

 

"황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절까지 하며, 자신의 무지함을 비판했다.

 

"가...아니라! 어째서? 인간에게 소환을 당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이 마을을 전부 날려버리겠다는 그런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 순순히 납득을 한 겁니까!"

 

맹렬하게 들어오는 태클에도 마왕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야. 그대가 원하는 일이, 잡화점을 같이 운영할 사역마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노라."

 

"댁은 마왕이잖아요! 다른 애를 보내요!"

 

"그대가 짐을 불렀다."

 

"그렇다고 정직하게 오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보다 고양이를 마왕님이라고 부르며 태클 걸고 있는 나도 적응한 모양이구나...

우선. 오픈 시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왕님께는 첫날에 1층 물품만 청소 및 정리만 맡기고 첫 번째 개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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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왜 오른쪽 정렬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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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포항가는 버스_#1

 

경태는 술을 끊은 지 어제로 99일이 됐다. 오늘만 지나면 100일을 채우게 된다. 타는 듯한 갈증으로 목이 말라왔지만 막대사탕을 잘근잘근 씹으며 단맛으로 갈증을 잊어보려 애썼다. 막대사탕은 긴급호출로 눈곱도 못 떼고 서둘러 나가는 아빠를 위해 세 살배기 딸이 입에 물려준 것이었다. 술에 절어 있던 때는 몰랐던 딸의 애교였다.졸린 눈을 부비며 아끼고 아꼈던 막대사탕을 조심스레 꺼내 내밀던 딸의 분홍빛 볼을 떠올리며 오토바이의 속력을 올렸다. 7시까지는 인천고속터미널에 도착해야 했다.

호출이 왔을 때는 아침 6시였다. 사장님이었다. 중요한 일이라 직접 연락했다면서 반드시 7시 10분에 떠나는 포항행 버스에 물건을 실어달라고 했다. 강남도 동서울도 아닌, 인천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대신 요금은 따따블로 쳐준다고 했다. 퀵배달을 시작한 지 두 달, 경력은 짧았지만 경태는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다른 기사들보다 시간 정확도가 높은 편이었다. 사장도 경태가 가장 믿음직스러워서 부러 연락을 줬다고 했다.

경태는 쓰레기처럼 살았던 자신을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말에 잠시 울컥했다. 가슴 한구석에 온기가 퍼지는 기분이었다. 경태는 입가에 새어나오는 미소를 꾹 누르며 물건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동대문역에 가면 고객이 물건을 들고 나올 거라고 했다.

경태는 경력은커녕 전과가 있는 자신을 믿고 받아준 사장님이 고마웠다. 면접할 때 어깨를 두드리며 잘 해보자고, 노력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워주기까지 했다. 게다가 입사하자마자 건강검진도 회사 부담으로 해주었다.경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경태는 부랴부랴 동대문으로 가서 라면박스 크기의 상자를 들고 있는 키가 큰 중년 남자를 만났다. 남자의 얼굴엔 크고 작은 흉터가 가득했다. 산전수전공중전에 우주전까지 치렀을 법한 흉터들이었다. 험난한 삶을 살아왔음이 분명했다. 게다가 새까만 눈은 서늘한 한기를 내뿜어서 경태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날 정도였다.

경태는 기계적으로 핸드폰에 물건의 사이즈와 내용물을 기입하려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남자는 오만 원 권 지폐 여섯 장을 경태의 핸드폰 위에 디밀었다.

“별거 아니고요, 깨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주세요.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포항 가는 버스 운전기사에게 전해주면 됩니다. 절대 늦으면 안 되요.”

“센터와 상담한 금액 맞나요? 좀 많은 거 같은데요.”

“갈 길도 먼데 넣어두세요. 제 작은 성의예요.”

경태는 돈을 확인해 상의 안쪽 주머니에 넣으며 남자의 눈을 올려봤다. 가까이 있으니 더욱 위험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경태는 뭔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두둑한 액수에 미소를 지으며 대충 내용을 기입하고 인수증을 건넸다. 남자는 인수증을 대충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한손으로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는 무척 가벼워서 한손으로 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경태는 상자를 오토바이 뒤에 단단히 묶으며 남자의 첫인상이 음침해 보여 기분 나쁘다고 속으로 폄한 것을 반성했다.

“감사합니다. 걱정 마세요. 꼭 시간 안에 배달하겠습니다.”

경태는 한산한 종로를 지나 경인고속국도에 접어들었다. 원래는 이륜차가 지나다닐 수 없는 곳이지만, 이 시간에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드시 시간에 맞춰야 했다. 그래야 덤으로 받은 돈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 경태는 과속 감시 카메라가 자신을 찍건 말건 무시하고 최대한으로 달렸다. 어차피 정상으로 등록된 번호판도 아니었다.

경태는 과속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에 북적였다. 경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매표소로 향했다. 투명한 유리창 뒤에 앉아 있는 여직원은 잔뜩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경태는 재빨리 여직원에게 포항행 버스 승차장을 물어보고 서둘러 돌아서다가 뒤에 서 있던 윤수와 부딪혔다. 경태와 윤수는 서로 사과를 하려고 동시에 고개를 숙이다가 이번엔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헬멧을 쓰고 있던 경태 때문에 윤수의 이마는 새빨갛게 물들었다.

경태는 마음이 급했지만 윤수가 눈도 뜨지 못하고 이마를 쥐고 주저앉자 헬멧을 벗어들고 다시 사과했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윤수는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대꾸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흐를 정도였지만 쪽팔리게 질질 울 수는 없었다.

경태는 <07:10 인천-안산-수원-오산-경주-포항> 팻말이 있는 버스로 다가갔다. 포항행 버스 주변은 적막하리만치 사람이 없어, 터미널 안의 북적임과는 대조됐다. 경태가 버스로 다가가자, 짐칸을 정리하고 있던 김기사가 경태를 향해 손짓했다.

“퀵입니다.”

“에구구, 에구, 허리야, 어휴. 빨리 왔네요.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김기사는 두툼한 허리를 주먹으로 살살 두드리며 넉살 좋게 반겼다.

“아직 출근시간 전이라 빨리 왔어요.”

경태는 김기사에게 상자와 인수증을 내밀었다. 김기사가 서명을 하자마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이왕 일찍 시작한 거 빨리 종로 쪽으로 넘어가야 했다. 지금 출발하면 출근시간과 겹치겠지만 9시 전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김기사는 돌아서는 경태를 멈춰 세우며 난감한 얼굴로 부탁했다.

“지금 허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미안하지만 짐칸에 좀 넣어주세요. 죄송합니다. 요즘 디스크가 재발을 했는지,살짝 허리만 숙여도 찌릿찌릿 한 게, 영 시원치가 않네요.”

경태는 쾌활하게 대답하며 상자를 받아들었다.

“디스크 많이 아프실 텐데. 기사님들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김기사는 고맙다고 말하며, 짐칸을 가리고 있던 무거운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경태는 허리를 숙여 짐칸에 상자를 넣으며 물었다.

“전구가 다 나갔나 봐요? 하나도 안 보이네요.”

“그거 맨 안쪽으로 밀어 넣어요. 전구가 다 시원찮아서 정비하면서 싹 다 갈아버릴려고 다 빼놨는데, 그게 깜빡했지 뭡니까. 그래요, 그래, 더 안쪽으로 쑤욱.”

김기사는 태연스레 말하며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김기사는 수면제가 든 주사기를 엉덩이춤에서 꺼내며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한쪽에 달린 CCTV가 정류장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을 터였다. 완벽한 사각지대였다.

경태의 상반신은 짐칸 안으로 쑥 들어가 있었다. 김기사는 능숙하게 경태의 허벅지 뒤쪽에 주사기를 찔러 넣고, 경태를 안쪽으로 힘껏 밀었다. 경태는 갑작스런 공격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들다가 짐칸 천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며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경태는 김기사의 우악스런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댔지만 나른해지는 약기운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경태는 엎어진 자세 그대로 널브러졌다. 김기사는 축 늘어진 경태의 다리를 잡아 옆으로 돌려 짐칸에 눕혀놓고 청테이프로 양 손목과 양 발목을 묶고 입을 막았다.

김기사는 허리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찡그렸다. 하던 일을 멈추고 허리를 펴며 잠시 쉬었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았다. 최근 부쩍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이제 슬슬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였다. 다시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위해 김기사는 짐칸으로 몸을 거의 넣다시피 해서 맨 안쪽에 있는 간이 칸막이를 올렸다. 칸막이 안쪽에는 실신한 여자가 묶여 있었다. 김기사는 여자 옆으로 경태를 나란히 눕히고 운전 중에 움직이지 않도록 안쪽 벽에 부착된 끈으로 두 사람을 한번에 묶은 후 간이 칸막이를 내려 밖에서 안 보이도록 했다.

김기사는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자 인상을 구기며 자세를 바로 했다. 최근 더욱 심해진 허리 통증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오후에 운반이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7시 4분이었다. 슬슬 출발할 시간이었다. 보통 이 시간대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기에 자주 빈 차를 운행했다. 보아하니 오늘도 빈 차로 갈 것 같았다. 짐칸 문을 닫으려고 허리를 살짝 굽히기만 했는데도 온몸이 찌릿했다.

“젠장. 아파죽겠네.”

김기사는 투덜거리며 허리를 주물렀다.

“포항 가는 거 맞죠?”

 

 

 

 

(매주 목요일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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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 소설을 연재할 은실입니다.

이상하기도 하고 요상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재미"는 보장합니다. 

왜냐하면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들 이니까요. ^^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시기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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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Prologue

전설에 따르면 대마법사 엘티노스가 자신의 일을 다 마치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도중 만들었다는 3층건물의 잡화점.

 

잡화점 중에서도 가장 비밀리에 이용된다는 엘티노스 잡화점.

 

그 안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품들 뒤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상품들이 있다고 전해진다.

 

파이론이란 작은 마을의 동쪽에서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지역과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그곳이 엘티노스 잡화점의 위치.

 

마을사람들도 온갖 마물과 유령들이 나타난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엘티노스 잡화점은 일반인들이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있고,

주인이 바뀌기도 한다.

 

최근 왕국 세무관이 다녀왔을 때는

'얼빠진 청년'이 고양이와 같이 가게 안에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잡화점 주인이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한 소문으로는

엘티노스 잡화점을 전에 운영하던 주인들은

행방불명이 되어 사라지거나, 광인이 되어 미쳐날뛰다가 자결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직도 기록과 소문과 추측 투성이로 이리저리 엉켜저버린 잡화점에는

말 하지 못할 사정과 고통(?)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전해져오고 있지 않다.

 

 

*엘티노스 잡화점 규칙*

 

1. 청소를 할 때는 1층의 진열된 물건은 흩트려도 좋으나 2층과 3층은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2.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2층 침대를 이용하면 크나큰 봉변을 당하니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3. 심심하다고 3층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놀다가 사신을 만나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잡화점은 항상 밤 8시 기준으로 오픈하고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다.

 

5. 항상 사역마와 같이 가게를 운영한다.

 

6. 사역마가 없으면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와 같이한다. (예시 : 드래곤)

 

7. 재료를 구할 때는 항상 3층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사용한 즉시 그 물건의 작동을 중지 시킨다.

 

8.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이곳 저곳에 숨겨져있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마라.

(그냥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9. 만월이 뜨는 밤에는 문을 3중으로 잠가놓는다.

 

10. 어떤 사람이 운영하든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마법이나 마도학, 연금술의 기초만 알면 좋겠다.

 

위에 있는 규칙 중에 치명적인 것들만 골라서 어기게 될 경우

잡화점에서 근무하는 자는 살아남길 바란다.

 

- 대 마법사 엘티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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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 만가지의 어색한 문맥과 오타로 인해 여러분들의 눈을 실명시킬

환상계주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이상으로 할 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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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당신은 아름답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우리들은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유년기에는 그저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넌 꿈이 뭐니?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질문하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그 무언가를 쉽게 이야기하고

나중에 크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줄만 알면서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 시절이 되면,

공부하느라 머리 터지고 시험 점수에 목매는 안타까운 현실을 살아가게 됩니다. 

점수에 맞는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들은 좌절을 하게 되고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많이 방황도 하고, 깨지고, 다치면서 우리들은 하나씩 세상을 알아가게 되고,

그런 어려운 시기를 겪은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너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야 해!' 라며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내 마음의 속내를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고

정작 나는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는데 억울하게 시간은 빨리도 지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소리만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회사에 들어가서 안정기에 접어들면,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것이란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평범한 것이 제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갔다해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졸업은 미뤄지고,

제때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문제가 됩니다.

힘들게 고생해서 졸업을 했는데, 중소기업에는 들어가기 싫고,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보상심리가 내면에서 꿈틀꿈틀 피어오릅니다.

 

그렇게 또 다시, 몇 년을 취업준비생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혼도 늦어지기 마련입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격증도 따야 하고, 언어 공부도 해야하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소위 말하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 어학연수도 다녀오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이는 훌쩍 서른이 되고 또 다시 절망을 하게 됩니다. 

 

'나 정말 여태까지 뭐하고 산거지?'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지 다 힘들고, 아프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잠깐만 멈춰서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유년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어릴 적의 나는 어떤 꿈을 꾸면서 살았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합니다. 

현실에 부딪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분명, 타고난 재능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재능을, 썩혀두기엔 아직은 너무나 젊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그 재능을 탈탈 털어 써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천천히 찾아가도 늦지 않습니다. 

아직은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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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소설

사진관 3 - 습관

습관

 

 

 

 현관을 열자마자, 오른 손을 더듬거려 어두운 방의 스위치를 찾는다. 형광등은 몇 번을 깜박거리더니 희미하게 떨리고 또 다시 꺼진다. 조도가 낮은 방. 형광등을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사오는 것을 깜빡한다. 숨이 깔딱깔딱하는 형광등처럼 내 기억력은 불안하다. 한쪽 어깨를 짖누르는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티비를 켠다. 구식 브라운관의 푸른 불빛에 방은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 방은 한 귀퉁이에 놓인 침대에는 어지러운 아침의 흔적이 여전하다. 익숙한 침대를 보자마자 피로가 몰려온다.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힌다. 뻑뻑한 눈꺼풀. 느리게 몇 번 껌벅거려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묵직한 꺼풀이 눈을 덮으면 오히려 앞이 환해진다. 따뜻하고 밝은 빛이 눈은 감싼다.

그 빛은 너무 부드럽고 평온해서 그 항구가 눈앞에 그려진다. 여권사진을 찍으러 왔던 그 여자가 간다던 나라. 그 곳에서 나는, 린넨 소재의 가벼운 반바지와 엷은 바다 빛의 셔츠를 입고 야외의 카페테라스에 앉아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카페 사람들과 인사를 하다가도 주위를 한 번씩 두리번거린다. 곧 굵은 웨이브를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고, 나와 여자는 익숙하게 가벼운 키스를 한다. 그것은 K일까. 시원한 해풍이 우리 둘을 감싼다. 어두운 눈꺼풀의 뒤안, 그 곳에서 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잠이 오는 길목, 사이에서 유영하듯 맴돌며 기억을 헤집어 본다.

 

그러고 보면 K이후로 변변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여행지에서 혹은 클럽에서 만나, 생리적인 욕구에 의해 몇 번의 마른 섹스를 나눈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지금도 만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K와 무척 닮은. 그녀는 항상 K와 같은 상표의 음료를 마신다. 언젠가 K에게 했던 농담을 하면 K처럼 웃을 줄도 안다. 하지만 그녀가 K는 아니다.

 

몸을 일으켜 무거운 청바지를 벗는다. 주머니에서는 열쇠와 동전 따위가 요란한 마찰음을 낸다.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캔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K는 내가 맥주를 마실 때 마다 목울대를 가만히 쓰다듬곤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천천히 맥주를 삼켰다. K를 기억하는 것은 내게 인이 베어버린 오랜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려놓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녀의 단축번호를 길에 누른다.

 

집에 들어갔어?

 

그녀는 K처럼 묻는다.

 

난 친구들 만나서 밥 먹는 중이야. 맥주도 한 잔 하고.

 

그녀도 K처럼 내게 않는 일상적인 것들을 보고 한다.

 

알았어. 들어가서 전화 할게.

 

나는 여전히 K에게 하는 것처럼 묻고, 그녀는 K처럼 대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일상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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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20대 중반 회사 일 때문에 
육군 부대 사람들과 회식을 한 적 있다.

 

난 경악했다.
군인이란 이런 것이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어딘가에서 끝도 없이
무언가를 꺼내
그 모든 것을 쉐키쉐키. 
그리고 원샷. 

 

술이라면 자신있었던 나는
다음날 예정이었던 회사 워크샵을 대신하고
새벽, 응급실로 실려갔다.

 

"탈수 증세가 있긴 한데, 입원할 정도는 아니에요."

 

회사 선배는 막내 주제에

워크샵에 빠지냐며 초 흥분 상태. 
그녀는 아침부터 부재중 전화 10통을 남긴다.

 

"술 조절도 못해서 무슨 사회 생활을 하냐?"
꾸짖는 선배의 전화에

기어가는 목소리를 짜내 한 마디를 던져본다.

 

"..군인들하고 마셔보셨어요..?"

 

 

 

생각해보니 
술을 마시고 응급실에 간 적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생애 '첫 술'을 마셨을 때 
내 나이 18세.

 

옥상으로 향하는 친구 아파트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가 집에서 빼온 파란색 소주 한병과 
집앞 슈퍼에서 산 숏다리를 질겅 씹었다.

 

나는 딱딱한 음식을 씹는 걸 힘들어하는 구강구조다.

그날은 달랐다.
소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내 생애 가장 열심히 숏다리를 씹었다.

 

- 간혹 '치열하다'는 표현을 쓸 때마다 

나는 숏다리를 씹던 십대의 내가 떠오른다. -


쓴 맛인지 짠 맛인지 단 맛인지,는 모르겠고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단단히 잠긴 아파트 옥상문을 뒤로 하고 
나는 당당하게 친구 집으로 향했다.
온 가족이 있는 그 집으로.

 

그리곤 화장실에서 숙면을 한 뒤 
응급실에 갔다. 무려 대학병원으로.

 

 

의사 선생님의 코는 예민했다.

분명 눈으로는 

'새파란 고딩놈이 술을 마셨네. 어쭈'

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결코 입은 열지 않으셨다. 

 

대신 배를 콕콕 찌르며

연신 던지는 질문.
"아파요?"

 

"선생님. 누르니까 당연히 아프죠."

 

 

나는 아직도 가끔,

술을 마시면 

생각이 난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시던 군인들의 웃음과 

배를 콕콕 찌르던 의사 선생님의 눈빛과 

화장실 밖에서 들리던 친구 부모님의 혀 차는 소리.

 

아, 이거 진짜

안주가 따로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