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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어느덧 어른이 된 아이의 소토리

김훈 작가는 동인문학상 수상소감에 이런 말을 남겼다.

 

"생사의 급박함을 스스로 알아서 사람 모이는 대처에 나다니지 않고 혼자서 처박혀서 한 글 한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 무리를 아늑해하지 않으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스물일곱이었을까. 이 문장을 읽을 즈음 나는 세상을 아는 척하며 사람 모이는 대처에 들어앉아 무리 속의 아늑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놈'이었다. 무엇이 중한지도 모른 채 목적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지금은 생사의 급박함에 허덕이며 한 무리의 일원으로서 여전히 희미한 삶의 목적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세상살이가 다 힘들다지만 그 중 가장 고된 것이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홀로 있는 시간을 무언가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우며 버텨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퇴근 후 돌아온 내 작은 방에 어둠이 짙다. 애써 가라앉은 공기를 들추며 방 한 구석 책상 위에 노트북을 켰다. 저녁도 잊은 채 직장동료 덕분에 알게 된 옴니글로에 글을 끄적인다. 책 제목이란 것도 만들어 보고, 간략한 소개도 덧붙인다. 문득 내게도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음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글을 끄적이고 있었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깊이를 담지 못했어도 나름의 삶이 묻어나는 글을 쓰려 했었다. 내 글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세상을 다 알 것만 같던 나이, 서른.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번엔 여전히, 아직은 좁고 얕은 우주 속에서 헤메는 나와 대화하고 싶다. 무리를 아늑해하지 않으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