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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사전

지금

 

지금 Now

: 말하는 바로 이때

 

 

마치 내 안으로 여행이라도 떠난 듯이, 내 마음속 아득한 곳에 있는, 내가 지금 느끼는 단조로움과는 매우 다른, 오래된 시골집의 단조로움을 기억한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는지 아니었는지 말해야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기서 살았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나였다. 그 삶과 지금의 삶은 비교 불가능한 다른 삶이다.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中

 

 

 

 

오래된 친구와 만날 때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가 좋았어”라는 말.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연신 잔을 채우고 이리저리 신나게 부딪쳐도, 어쩐지 그 말은 뼛조각처럼 마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를 찌른다. 왜 우리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때’를 ‘좋았다’고 말하며 그리워하는 걸까. 영 마음이 불편한 까닭은, 그 말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자기긍정이 아니라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반대편에 올려놓고 둘을 저울질하다 결국 지나간 시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버리는 이상한 계산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1년 전, 그리고 오늘의 ‘그때’가 가리키는 시점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겹쳐지면서도 분리되어 있다.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지금’도 얼마 후면 ‘좋았던 그때’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손에 쥐고 있어 언제나 가벼운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을, 비교도 경쟁도 없이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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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다는 건

2000년, 12월 초.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왔을 때,

'과연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그저 설레고 마냥 기분 좋았던 어렸던 나에게 환상을 심어줬었지. 

한국은 추운 겨울이었던 12월이 뉴질랜드에서는 여름이라는 것도 마냥 신기했고,

길거리에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당연히 많았던, 조금은 아니 많이 낯설었던 뉴질랜드의 삶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환상적인 일들이 일어날까? 늘 기대했던 나에게 큰 시련이 다가온 것은, 

영어의 A도 모르고 무작정 학교부터 입학한 것이었다.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벽이었고,

그 벽을 뛰어넘기엔 의지가 없었던 나에게 낯선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자꾸 말을 걸어오는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영어가 빨리 늘었을텐데

파란 눈동자를 가진 그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하는 말을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에 도망만 쳤던 나.

결국, 영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며 영어를 소홀히 했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뉴질랜드에서 살면 현지인처럼 영어 진짜 잘 하겠어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지인처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얼마나 노력을 했고, 얼마나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틀려요~ 오래 살았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예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12월 초, 

17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뉴질랜드의 여름은 여전히 아름답고 예쁘다. 

바닷가에 놀러가기 딱 좋은 요즘, 언제 바다 놀러가지? 생각에 들떠있다. 

영어공부는 늘 해야하는 일, 여전히 영어는 어렵지만 사는 데 지장없으면 됐지, 뭐. 

 

이제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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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Zine

27살, 친구 만들기 #1.

돌이켜보면 우리는 수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그 중 '친구'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관계는 대부분 20살 전후로 형성되는 것 같다.

그 이후에 형성되는 관계에 있어 '친구'라는 단어를 붙이는게 가능할까?

 

어쩌면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겠다.

남자들의 단순한 논리를 따르면 같이 술 한 잔 하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 안에서만 존재할 뿐, 그 이후에도 그 단어를 붙이기는 힘들다.

 

20대의 중반, 27살에 만난 친구, 오늘은 그 친구에 대해 적고자 한다.

무려, 3부작으로.

 

#1. 너 나를 놀린거지?

대학교 4년 + 군대 2년 + 휴학 1년, 7년이라는 시간을 거치고 취업한 회사.

지금은 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회사지만 당시에는 갓 태어난 신생회사였다.

이 곳에 입사를 하고 정확히 일주일 후 한 녀석이 교육을 받으러 왔다.

여자였고, 조용했고, 차분했던 녀석.

비슷한 시기에 함께 입사했던 탓에 친근감이 갔지만, 같이 마주칠 일이 없던 녀석.

 

직업 특성상 우리는 외근이 많았다. 포토그래퍼와 함께 촬영을 나가야 했고, 인터뷰를 해야 했고, 디렉션을 해야 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원고를 써야 했기에 서로의 친밀도 보다는 정보 공유자로써의 역할이 중요했던 직업.

그래서 서로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로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시간, 회식.

 

회사 생활에서 회식은 중요하다. 오랜 시간 공들여온 것들이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고민했던 것들이 한 순간 해결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녀석은 회식 중간에 왔다.

촬영이 늦게 끝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음날 교육이 끝나 짐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중간에 들어온 그 녀석이 앞자리에 앉았다. 사수였던 선배가 서로를 인사시켜줬다.

'youth'야, 얘가 'DoDo, Kim'이야.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서로가 인사를 하고, 술을 한 잔 마시고, 우리는 각기 다른 대화를 하고 있었다.

 

사수였던 선배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DoDo야, 너 몇살이랬지?"

"27살이요."

 

그 때 앞에 있던 그 녀석의 한 마디

"진짜요?"

조그만 눈을 정말 동그랗게 뜨고 놀라 묻던 한 마디.

동갑이라 반가워서 그랬다고 말했지만, 난 느꼈다.

 

너, 나를 놀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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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여행은 선물!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에 늘 만족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드는 것은,

지금 내 인생에 아주 큰 불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안드나요?

다른 사람들과 별다를 것 없이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약속을 잡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면서

불만들만 늘어놓고 집에 가면

하루가 얼마나 허무한 지 다들 한번쯤은

아니 여러번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으니까요.

물론 여행은 떠난다는 설레임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레임만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다 털어버릴 수 있을까요?

 

여행을 떠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것이 아닙니다.

여행을 떠나 그곳의 문화를 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그저 여행은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다는 것 뿐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사람들의 일상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저 여행은 우리들의 마음에 잠깐의 쉼을 주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생활에 만족하길 바랍니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면 불만들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불만들을 크게 부풀려 말하지도 않게 됩니다.

일상생활이 무료하다고 해서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작정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행은 우리들의 삶에 좀 더 풍요로움을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여행은 우리에게 아주 큰 선물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할 줄 안다면 분명,

여행이라는 선물도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