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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라는 감정

차분한 일상

**차분한 일상
나의 하루는 의미 없이 흐른다.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시간을 잘게 쪼개어 쓸 줄 모른다. 아니, 사실은 그러고 싶지 않다. 뼛속까지 나태한 나라는 인간은 핸드폰을 붙잡고 있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는 등의 늘어진 일상만이 익숙하다. 어느 하나 생산적인 일이 없고 어느 하나 가치 있어 뵈지 않는다. 어쩐지 낙오자 같아서 우울해졌다.
그럴 때, 나는 나로써 깊어지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말도 안 되는 포장 안으로 숨어든다. 겉보기만 좋은 빈 선물 곽처럼 안은 텅텅 비었으면서, 번지르르한 말들로 내 가치를 세우려고 한다. 나는 나를 공격하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 지켜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의미 없이 부서질 방패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 방패 안에서 위로 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누군가 저 방패를 제치고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기대라는 게 마음을 깎아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이란 이름으로 포장한다. 희망이라는 이름마저 저버리면 내 모든 삶이 버림받은 것처럼 처절할까봐.


<의연한 척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더 멀어질까봐. 폭풍 속에서도 굳건해 보이는 내 모습에 누군가 감동하지 않을까. 그걸로 내 삶이 조금 더 가치 있어 보이지 않을까 위로한다.
고작 내 삶은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 처참한 비명을 혀끝에 달랑달랑 매달고 있으면서, 천근같은 한숨을 목 끝에 꾹꾹 밀어 넣고 있으면서. 입 밖으론 보기 좋은 말만 해댄다. 그런 게 나를 더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한다.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보다 혼자 감내하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을 더 멋지다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어렵다. 아마 영원히 어린아이일지도 모르는 우리는. 어른이라는 책임감에 쉽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자라지 못했다고. 그래서 두렵고 도망치고 울고 싶다고. 내 지금이라도 당장 메마른 입술을 가르고 비명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이렇듯 언제나 차분하고 고요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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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거닐다

오늘 감사했던 것 세가지를 고른다면?

 

"오늘 감사했던 것 3가지를 고른다면 뭘까?"

 

종종 수업시간에 아이에게 묻곤 한다.

 

그럼 아이는 매우 고민고민하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꺼내본다.


특히 '무언가'를 '이뤄낸'기억, 
혹은 '무언가'를 '받게 된'것들을 말이다.

 

'오늘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는데 제가 골을 넣었어요.'

 

'엄마가 새 운동화를 사줬어요'

 

그렇게 한 두개를 얘기하곤 도저히 세번째 감사제목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럼 나는 운을 뗀다.

오늘 아침에 잘 일어났어?
네.

평상시와 달랐던 점이 있어?
음.. 오늘은 휴일이어서 늦게 일어났어요.
우와 평상시보다 좀 더 잠을 잘 수 있었구나~

 

그러면 아이는 곧 눈치채곤 이렇게 웃으며 말하곤 한다.
'오늘은 좀 더 늦잠 잘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아침밥은 먹었고?
네. 
맛있었어? 
맛있지는 않았어요.
누가 해주셨어?
엄마가요.
이야, 엄마가 해준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구나.

 

 

그럼 또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비록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뭐 어쨋튼 엄마가 밥을 차려주신것은 고마운일이네요.'

 

 

침대 이불이 정말 보송보송 해보이는데?
네 푹신해서 좋아요. 하하. 폭신한 이불이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인가요?
그럼~ 

 

 

처음에는 감사제목을 한 두가지 못나눴던 아이도

1년쯤이 지나면 꽤 많은 것들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미'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일상을 감사함으로 나눌 땐 
참 감동적이다.

 

그래, 그렇게 우린 우리 주위에 있는

일상의 소소함을, 
그것들을 다시 보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

 

또 다시 잊고 정신없이 삶을 살다 이 수업을 통해 나 역시 다시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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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거닐다

비가 오는 밤이면

 

이렇게 오늘 밤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돌곶이역에서 살았던, 

아주 작았던 옥탑방이 생각난다.

 

다시 부모님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하지만 당장 있던 곳에서 나가야 할 때.

 

가장 저렴한 곳을 고르고 골랐다.

서울에서도 저 윗동네,

상가건물 옥탑에 있었던 방 하나.

심지어는 방세조차 둘이 나눠 냈던.

 

그렇게 처음 만난 친구와 함께 옥탑방 생활을 했다.

 

그녀나 나나 아무 기댈곳 없이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중이었다.

 

한번은 비오는 날, 둘이 조용히 앉아 옥상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요, 전 비오는 날의 로망이 하나 있어요. 빗소리를 들으면서 와인 한잔 마시는거에요. 아직 한번도 마셔본 적은 없지만."

 

"그런 로망이라면 언제든 실현할 수 있죠! 우리 당장 와인 하나 사러 가볼까요?"

 

바로 이마트에 가서 점원의 추천을 받아 만 얼마짜리 와인 한병을 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이소에서 와인잔도 덤으로 준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와인잔이 아닌 샴페인 잔이었지만)

 

그녀나 나나 술이 약했다. 그저 와인잔에 반정도만 따르고는 비오는 옥상에 서서 한 두 모금을 마셨을 뿐이다.

 

그 이후로 비가 오는 밤이면, 우린 약속한 것도 아닌데 옥상에 나가 와인을 즐겼다. 비오지 않은 날엔 생각조차 나지 않던 와인을 말이다. 

 

우리가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사치였다.

 

정말로 무더웠던 여름이 그렇게 갔다. 

난 다시 집을 옮기게 되었고, 그 후로 우린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때의 기억이 따뜻하게 떠오른다.

 

정말 가난했던 20대의 어느 날, 

원룸에서조차 살 수 없었기에

좁은 옥탑방을 둘이서 공유하며,

 

비오는 날이면 즐겼던 

만 얼마짜리의 싸구려 와인 한 잔의 여유가

참 풍성했던 그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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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이러니

#31

십 분 동안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쓰기.

 

몸이 차다. 그래선지 겨울이면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도 남들보다 많이 시려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맨발이다. 여간해서는 집에서 양말을 신지 않는다. 양말을 신으면 너무 답답하다. 마치 갑옷을 입고 있거나 내 발에 족쇄라도 채워놓은 것 같은 기분 마저 든다. 평소 넥타이 할 일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매지 않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내 고질적인 산만함과 허약한 집중력의 원인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환절기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 혹은 추위가 지속되는 겨울이면 비염은 버젓이 다시 고개를 든다. 참으로 집요하다.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게 무척이나 미안해지고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구한테 미안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세상을 만드셨다는 창조주 하나님? 아니면 운 좋게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 밑으로 무수히 얽혀있는 먹이사슬 안의 동물들? 그것도 아니라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미안하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을 참이다. 그런데 무심코 보게 되는 경우라던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법. 그럴 땐 그냥 재밌게 보면 된다. 인생을 걸만한 신념이나 소신 같은 것이 아닌 이상에야 자신이 뱉은 말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조금 가볍게 살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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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1 여행.

연말에 남아있던 연차를 모두 소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주위 직장 동료나 상사분들은 연말인데 어디 놀러가냐고 필자에게 물었고, 그저 고향에 내려가서 쉬다가 온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들 신기한 듯이 필자를 쳐다보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며칠 전, 휴가 일정을 공유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다들 휴가를 길게 쓰면, 으레 어느 나라를 여행할 계획이냐고 묻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을 가는 직장인들의 대다수는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특히, 아직 나이가 젊은 사람들일 수록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 아무래도 책임져야 할 것이 적을 수록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도 아직은 '젊은 사람' 축에 드는 보통 사람이다. 그러나 여행에서만큼은 철저하게 보통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다. 20살 대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해외여행 한번 안 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심지어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중인데,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필자는 독특한 면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회식이라던가 업무에서 벗어나는 시간에 회사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여행 이야기만큼은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닫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행한번 못갈 정도로 벌이가 시원찮은 건 아니다. 그렇게 높은 벌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한몸 건사할 정도는 된다. 주변에 친한 친구나 후배들도 여행 한번씩은 잘 다녀오지만, 가끔씩 만나 이야기를 하면 필자는 여전히 독특한 캐릭터로 취급된다.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는 일이 잦다.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서로의 삶을 바라보고 나아가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여행을 예찬하며 해외로 향하게 된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가게 된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엔 해외에 나가지도 못했던 보통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매년 명절시즌이나 연말이 되면 다들 여행을 떠난다. 물론 그런 보통사람들 와중엔 필자와 같은 일부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행을 예찬하는 사람들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여행을 예찬하곤 한다. 당장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봐도 예쁘고 화사한 필터로 찍은 여행사진들이 즐비하며, 해쉬태그에는 각종 유명 여행지 이름들이 즐비해있다.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면,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은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고역에 불과한 타향체험에 불과할 수 있다.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느냐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그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여행을 가는 시간보다 지금 이곳에서의 시간이 더 많기에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여행을 가는 것보다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한다거나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여행의 효용가치를 비판한다거나 여행의 감동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중요해 보이는 것 만큼이나 일상의 일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본인은 집에서 편히 쉬면서 늦잠도 자보고, 가보고 싶었던 카페도 가며 일상 속의 행복을 누리고 싶지만, 뭔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묘한 압박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인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는 여행도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판단을 내릴 순 없다. 오로지 여행이라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만족만이 측정 기준이 될 것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내가 만족한다면 굳이 여행을 안가도 된다. 여행에서 얻는 만족보다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던가, 따뜻한 장판에 몸을 지지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더 큰 만족을 줄 수도 있다. 이를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

 

그런고로 필자 역시 연말에 긴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면서 딱히 무언갈 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집 근처 카페를 가거나, 평소에 보기 힘든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필자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다 보면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이런 휴가를 통해 풀어버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엄청 특별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나만 만족하는 이런 휴가도 한번쯤은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모두에게 추천해본다. 굳이 무언가 하지 않더라도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것들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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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5

285

 

 

 

언제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난 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는 미이라로 만들어버린 붕대를 조금씩 풀면서 점점 사람다운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 옆에서 노란 슬라임처럼 움직이고 있는 생물은 점점 위로 올라와 내 무릎을 점거했다. 그래도 정말 신기한 것은 이 녀석을 끌어 안았을 때만큼은,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나 해야 하나? 머리가 쾌적해진다고 해야 하나? 계속 끌어 안고 있어도 좋은 기분이 든다. 다우니 향도 나고...

 

“어이! 베니! 그 무릎은 짐의 자리이니라!”

 

아. 그러고 보면.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그 계기가 아무래도, 시나가 어떤 사람의 코멘트를 보고, 카시로 부르려고 하다가 레시아에게 사전차단을 당한 이후, 둘이 또 격하게 싸워서 잡화점을 날려먹었다. 결국 내가 이름을 짓기로 해서 ‘베니’가 되었지만, 베니는 은근히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으로 보면, 마치 애완견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니는 차고로 내가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였지만...

 

“당장 비키지 않으면 페가수스 유성권을 사용하겠노라!”

 

“레시아. 그건 대체 어디서 계속 주워듣는 건지 몰라도 그건 다른 만화의 필살기잖아요.”

 

“밤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니. 밤에 사용하면 100%로 죽겠죠.”

 

하얀 올빼미는 내 왼쪽 어깨에서 입을 열었다.

 

“베니가 온 이후로 마스터 옆에 있기 더욱 힘들어진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마스터는 베니를 한번 끌어안으면 놓지 않고 계속 그러고 계시니 말이죠.”

 

“그래도 각자 베니를 다 안아봤을 거 아냐?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것. 대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몰라도, 끌어 안기만 하면 심신이 안정이 된다고 하면 되나? 여태 살아오면서 잡화점을 쭉 이어나가다가, 드디어 잡화점을 하게 된 의미를 찾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은 베니만 끌어 안을 수 있다면 확실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베니도 고무풍선에서 나올 법한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기뻐한 거 맞지?

 

갑작스레 마나의 반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는 레시아와 시나 중에서 한 명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소리인데, 뭔가 화가 잔뜩 난 레시아가 붉은 눈동자를 내 앞에 들이댔다.

 

“주인은 이걸로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잘 모르겠지만, 짐에게도 어디 한번 줘보거라!”

 

거칠게 베니를 빼앗아 가면서 끌어안는 레시아는 순식간에 땅에 주저 앉더니.

 

“그렇군! 그대도 짐이 좋은 것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대와 같이 짐을 행복해주는 자는 처음이로다!”

 

볼을 베니에게 비비면서 격렬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이 능력이 얼마나 무서운 능력인가에 대해 입증한 것은, 루나 또한 베니를 끌어 안았을 때 상당히 기뻐했고, 쇼콜라 씨도 살벌한 오러에서 상당히 평온하고 행복한 오러로 바뀌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능력.

 

이제는 마왕까지 함락을 시켜버린 능력인 만큼, 베니는 잡화점 멤버의 일부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째서 베니와 말이 통하는 거지?

 

“아 행복하군. 정말 행복해서 이대로 잠들 것만 같노라.”

 

어느 사이에 쿠션이 되어버린 베니와 둥근 카펫에서 눈을 감으려고 하는 마왕 레시아.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이 카펫의 일부분에 넓게 퍼지면서...

 

“아니. 레시아. 바닥에서 자면 안 되요. 차라리 침실에 가서 자야죠. 게다가 지금은 고양이 모습이 아니고, 본 모습으로 고양이 행세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냥?”

 

“하지 말라고!”

 

레시아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볼을 부풀리고는 입을 열었다.

 

“침실은 주인과 같이 들어가는 장소가 아니던가?”

 

“왜 저하고 같이 들어가는 장소로 명명한 것인지 몰라도, 그건 확실하게 긍정적으로, 절대적으로도 아니라고 봅니다만?”

 

“주인과 낮잠을 같이 자본 기억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다니.”

 

“댁은 올해에 처음 만났거든!”

 

2월 말에서 3월 초로 기억하는데...

 

“저는 마스터와 낮잠을 잔 기억이 없으니 지금 당장 같이.”

 

“이상한 곳에 투지를 발휘하지 말라고 시나.”

 

올빼미는 내 옆에서 말이 막힌 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와아. 카일!”

 

의자 뒤에서 루니아 누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내 목에 양 팔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늘도 카일을 통해 충전해야지이.”라는 말과 함께 떨어질 줄을 몰랐다.

 

“루니아 누나는 대체 저를 통해서 뭘 충전한다는 거에요?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원소 중 하나에요? 그리고 언제까지 안 놔줄 생각이에요?”

 

“세슘 충전할 때까지이?”

 

“세류 충전이겠지! 세슘은 충전을 하면 죽는 거고!”

 

“카일도 끌어 안을 때 좋은 기분이 드는 걸? 마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나가 기류를 형성해서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걸? 베니하고 비슷한 능력이잖아?”

 

“뭐 그건 얼핏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베니 같은 경우는 잡화점의 벽난로 안에 있는 대결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녀석이니까요. 아마 그 대결계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부분일 거에요.”

 

나와 싸웠을 당시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술과, 마법까지 복사를 해서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베니는 상당히 안정화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왼손에 아직까지 붕대를 감고 있지만, 왼손에 있는 상처도 거의 다 아물어가는 시점에서, 그냥 이대로 붕대를 감고 다니면 흑염룡이 생길 것 같으니, 서서히 오른손으로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런 아메바 같은 단세포생물은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아?”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지금은 슬라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위족 4개로 지탱하면서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4족보행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나중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시키려는 목적으로, 레시아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 것?

 

“단 거 좋아해요. 베니는.”

 

사탕이나 케이크, 푸딩 그런걸 주면 매우 좋아하며 한 순간에 삼키고 분해해버린다. 영양분은 그리 많이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흐느적 흐느적거리며 레시아의 배낭처럼 등 뒤에 붙은 베니. 사물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할 무렵. 레시아는 확실히 기뻐하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주인. 잠깐 외출하겠다!”

 

“다녀...잠깐! 무슨 외출이야! 그 모습으로 나갔다간 보통 사람들이 죽거나 심한 경우에는 침을 흘린다며! 지금 그 모습으로 Re: 파이론부터 시작하는 인간계침공을 작성할 생각이야!”

 

너무 기뻐해서 문제가 있기도 하다.

 

“아직 아버지는 왼손이 다 회복되지 않으셨잖아요? 그냥 그 상태로 놔두시는 것이 어때요?”

 

내 무릎 위에 앉은 카렌이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너무 터무니 없이. 그리고 느닷없이 내 앞에서 말을 꺼내왔다. 여전히 붕대를 풀고 있는 왼손을 붙잡고는 다시 붕대를 감으면서 입을 여는 카렌의 말은 이러했다.

 

“정말 무식하게 사브르라고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왼손을 주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요? 언제나 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라는 소리에요. 아니면 붕대를 빨리 푸는 이유가 뭔가요? 애인을 빨리 만날 생각인가요?”

 

“...애인?”

 

“아버지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 이걸 이해한 사람은 태반이라고 봅니다.”

 

“뭔지 몰라도 독자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하지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카렌이 매우 쓸 때 없는 소리를 한 것만 같았다. 카린 때와 모습이 거의 일치하는 카렌은 코발트 블루 색상의 머리를 포니테일로 유지하면서, 단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애석하게도 이 아이의 포지션은 내 유전자를 사용한 호문쿨루스라면서, 태클 캐릭터가 아니기라는 점에서 보아. 그 기계에서 뭔가 오류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나를 억압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본성대로 지낸다면, 저런 성격으로 되어 다른 누군가가 나를 태클 걸겠지.

 

“어쩔 수 없어요. 제 담당이 명확하게 성인에 맞춰진 드립을 하는 역할이라...”

 

“오늘부터 호적에서 파면 되는 거냐?”

 

“농, 농담이에요!”

 

애초에 호적에도 쓰여지지 않았지만, 카렌은 계속 내 무릎 위에서 떠날 줄은 몰랐고,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계속 뭘 충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제발 놔줬으면 좋겠다. 베니가 필요해.

 

“주인! 이거 보거라! 짐이 베니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기술을 교육시켰노라!”

 

“꺄하하하핫! 그만! 베니! 그만해! 아하하핫!”

 

루나에게 그런 걸 실험하지 마.

그 전에 교육하지마.

 

바닥에서 위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베니의 간지럼 공격을 받으며, 쓰러져있는 루나의 표정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과하면 괴롭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적당하게 루나를 제압한 베니는 마치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4개의 위족으로 내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면서, 내 시선을 계속 주시하게 만들었으니까. 이쯤 되면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혼동이 오는 그런 경우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슬라임처럼 기어 다니는 것이 더 편한지 위족을 전부 감췄다.

 

약 5분간의 시간이 더 지날 무렵. 이제서야 오후 12시라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1층에 마법진이 펼쳐지면서 마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여전히 마왕님이 쌓아놓은 잡일은 정말이지 많군. 이러다가 첩이 과로사를 해서 어디론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 스트레스는 베니를 끌어 안아야 치유가 되는 것이지만.”

 

마리아가 온 것과 동시에 베니가 점프를 뛰었다. 확실히 다른 잡화점 멤버에게 하루가 다르게 적응한 베니의 역할이라면, 고된 일을 끝마치고 왔을 때라고 해야 할까? 마리아는 금세 피곤한 표정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베니 없으면 이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노라.”

 

베니는 마리아의 말에 기이한 소리로 응답을 했다.

 

“그런가! 역시 베니도 첩 없이는 못사는 건가!”

 

그러니까 어떻게 이야기가 통하냐고!

 

“늘 궁금한데. 저는 베니가 말하는 것은 고무풍선의 마찰음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레시아나 마리아는 베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요? 아무리 잡화점이 이세계인이나 다른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통역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베니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거든요.”

 

“무슨 소리인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을.”

 

“모르는 거냐!”

 

“그래도 첩은 베니의 사념을 읽을 수 있으니, 이 아이가 답하는 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보통 강아지들의 반응을 보면 잘 알지 않는가? 꼬리를 흔들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는 표정만 봐도,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이 아이의 표정도 그렇지 않는가?”

 

아니. 저거 표정을 어떻게 읽냐고요?

 

“그건 그렇고 이번 백장미에는 베니도 출현시켜야죠오?”

 

잊고 있었다.

루니아 누나가 여기에 휴가까지 써서 온 진정한 목적을...

 

“제길! 또 그 저주받은 잡지를 찍기 위해 이곳에 휴가를!”

 

순식간에 의자에 일어나서 도망가려던 찰나에, 순식간에 루니아 누나에게 잡혀서 제압당했다.

 

“놔! 베니에게 만큼은 나의 참담한 꼴을 보여줄 수 없어!”

 

“무슨 소리인가 주인. 무궁무진한 주인의 반전매력을 베니에게 전부 보여주는 것도, 의외로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좌표는 맞춰놨으니 마법진에 들어가면 촬영장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끌은 이유가 그거냐! 안 돼! 끌고 가지마!”

 

나는 바닥에 최대한 밀착한 상태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루니아 누나는 그런 나를 뒷목으로 잡고 번쩍 들어서 마법진으로 끌고 갔다.

 

“12호도 수많은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오!”

 

 

“그런 거 기대 안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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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다 베니 같은 녀석이 있으면, 오늘 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덜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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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4

284

 

 

 

불꽃이 튀어 허공에서 춤추며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강철과 강철이 만날 때마다 그 수많은 불꽃은 허무하게 희생되고, 잡화점의 검은 나무 벽과 바닥을 채색하듯이 튀어가는 검은 점액과 붉은 피는 서서히 말라가기도 전에, 그 위를 덧칠하면서 계속해서 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이 4분밖에 지나지 않는 시간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상처들이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 앞에 있는 생물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크나큰 차이가 있다면, 저 생물은 자동으로 수복이 가능하고, 나는 피에 대한 권능이 아무것도 없으니, 튀어나간 피는 다시 내 몸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은빛 송곳의 시퍼런 날이, 붉은 피에 도취되어 붉게 달아오르고 있을 무렵. 다시 날아오는 공격에 허리를 숙이고, 피의 대가를 치르는 검이 다시 인간의 형태를 띈, 슬라임의 옆구리에 박힌 상태로 내 양 어깨를 노리기 위해, 다시 경화된 단검모양의 젤리가 쏜살같이 내려왔고, 내 왼손에 있는 단검으로 상대의 오른팔을 박아 넣고, 그 오른팔이 자연스레 상대의 왼쪽 손목을 내려찍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감각도 없고 경직도 없는 호문쿨루스와 싸우는 것 같잖아!”

 

눈에서 빔이라도 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피융!

 

아니 쏴서 다행이 아니구나.

 

“애초에 눈에서 빔을 쏜다는 말에 의식하지 말라고!”

 

사실 빔이 아니라 나무 바닥을 꿰뚫을 정도로 경화된 상태로 나아간 것. 하지만 역시나 늘 생각해왔듯이,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이 현실로 되어 이루어지니 조심해야 한...

 

잠깐? 생각?

 

“너도 내 독백 읽었냐!”

 

요즘 내 독백을 읽을 수 있는 다른 생명들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만간 땅에 박혀있는 잡초마저 내 독백을 읽고 침을 뱉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칠게 발로 차서 박혀있는 검이 2차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는 사이에, 나도 거리를 살짝 뒤로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피의 대가가 활성화된 티르빙으로도 저 생물의 상처가 재생된다는 의미는, 분명 저 안에 어디 있을 법한 잡화점의 대결계 중에 하나가, 살아 숨쉬게 될 수 있는 코어 역할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잡화점 규칙의 8번째를 보면,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으니,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말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떤 아이가 벽난로 쪽에 있는 대결계를...

 

아. 크리스마스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설마 벽난로에 벽돌 중 하나는 아니겠지? 그보다 레시아와 시나가 내 쪽으로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나 혼자서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잖? 어라?”

 

내 앞에 있는 젤라티노...아니. 젤리인간의 무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오른손에 초승달처럼 아름답고 유아한 곡검이 나타났다.

 

“저건 분명...”

 

나 또한 티르빙을 사브르 형태로 바꿔나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시아의 검술마저 따라 할 생각인가?”

 

확실히 레시아의 검술에는 매력이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그런 바보 같은 설정이 붙었지만, 이걸 좀더 구체화하고 서술해서 말하자면, 레시아의 검술은 하나의 춤사위와 같다. 시선을 빼앗고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드는 검술. 그게 지금 내 눈 앞에서 실현하고 있었다. 오히려 레시아의 검술에 대처하는 방법은, 절대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면 안 되는 무서운 검술.

 

목이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상황에서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보는 순간, 오히려 그 틈을 깊게 파고 들어 천계나 마계에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리라.

 

“제길. 어느 은행에서 일하는 검사의 심안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참철도를 사용할 수 없잖아?”

 

긴장을 풀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을 흘려 보낸 뒤에, 겨우 채워졌던 마나를 다시 신경계에 과부화 하기 위해 온 몸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가르고 나에게 날아오는 시퍼런 날을 감지하는 것만으로, 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여 튕겨냈다.

 

“내 앞에서 이미 지난 수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상황만 악화될 뿐이야.”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 앞에 모여드는 붉은 빛의 점멸하는 순간, 내가 폭발음과 함께 온 몸이 으스러질만한 충격을 받았다.

 

“커흑...! 마법...이라고?”

 

핏덩이를 토해내고 나서 겨우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나는,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젤라티ㄴ...아니 그거 말고! 구미베어...도 아니고! 젤리인간 앞에서 입을 열었다.

 

“마법 데미지는 아니더라도...크으읏!”

 

충격으로 날아가서 부딪친 곳이 하필이면 거대한 유리조각이 있던 곳. 아슬아슬하게 급소는 빗나가서 반신 불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갔었다면 분명 척추가 무너져 내렸을 거란 생각에 머리가 잠깐 아찔해졌다. 몸을 더 움직이려고 하면 크나큰 고통이 온 몸을 억눌렀고, 젤리인간은 천천히 검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나는 거의 비어가고, 몸은 이미 성한 곳이 없다고는 한다면...

 

“강화.”

 

한 마디를 읊었다. 

내 시력을 최대한 강화를 하면서 대결계의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신체에는 빛나지 않았지만, 정확히 두개골 쪽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화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째서 이런 도박에 과감해질 수 있는지 이제 알겠다니까. 이야기 전개야 내가 볼 수 있으니까 도박에 성공한 것을 예측할 수 있어도,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는 해도 죽고, 안 해도 죽으니까!”

 

젤리인간의 사브르가 내 목을 노리고 오는 것은, 내 왼손을 꿰뚫은 뒤에 붙잡아 봉쇄 시키고, 오른손에 마나를 한 가득 담아 강화된 시력으로 젤리인간 머리에 밝게 빛나는 핵을 향해 뻗어나갔다.

 

“쓸 때 없이 죽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었다고!”

 

아이언 클로 때와는 전혀 다르게, 단숨에 얼굴을 무너뜨리고 꿰뚫어서 밝게 마법진이 빛나고 있는 구체를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경질화 되고 모습을 구성했던 젤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철퍽!’하고 주저 앉으면서, 나 또한 지금까지 있었던 빈혈과 탈진으로 주저 앉았다.

 

“그건 그렇고...일단락 끝냈으니...이걸 되돌려야 하는데...”

 

더 이상 힘이 나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내가 짜낼 수 있는 에너지는 여기까지인가?

모든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고작 바닥만이 나를 반겨줄 뿐이다.

 

“바닥...청소해야 하는데...”

 

***

 

다시 눈을 뜰 무렵에 보통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면, “맘마미아! 내가 살아있잖아! 이건 기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나와 같은 경우에는 검은 나무 벽을 확인하는 순간...

 

“살아있는 건 좋은데. 미이라 코스프레를 좀 많이 하는 것 같네.”

 

아무래도 신은 여기서 죽을 운명이 아니라고 전해주는 듯이, 아직까지는 내가 적절한 상황에 구출을 받았다는 사실에, 머나먼 행성으로부터 직수입해온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한숨이 어디 있냐고?

있을 수도 있지.

 

“마스터. 일어나셨습니까?”

 

하얀 올빼미가 내 머리 위에서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시나가 보고 있었어?”

 

“아뇨. 아까 전까지만 해도 냥캣이 마스터의 옆자리를 지켰습니다.”

 

“그것 그렇고. 여기는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쉬는 곳이잖아. 원래 내가 이곳에 쉬면 안 되는 거 아냐?”

 

“모두 루나의 방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루니아는 마스터를 대신해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고, 쇼콜라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쇼콜라 씨가 옆에 있었다면 정말 무서웠을 거야.”

 

간병을 하면서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쓰러지고 나서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쓰러지기 전에도 뭔가 이상했는데?”

 

시나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왔다. 눈보다 하얀 백발과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벽안을 의식하게 만들 무렵.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나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다.

 

“마스터가 잡화점에 홀로 들어가시자마자, 잡화점이 이 세계로부터 소실되었습니다. 시공간적으로 따지자면 이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공간으로 동일한 위치에 없어서 귀환마법도 들지 않았고, 페어링 또한 끊어진 상태에서 약 5시간 뒤에 다시 잡화점이 나타났을 무렵에는, 거대한 중상을 입고 나타난 마스터밖에...”

 

“그럼 이곳은 파이론이 아닌 건가?”

 

“아뇨. 주인님이 들고 있던 대결계를 이루는 물건을 벽난로 쪽에 수복을 하고, 정문을 닫고 다시 열어서 본래 위치했던 그 장소에 위치했습니다. 잡화점이 자동으로 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위치에도 뭔가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을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안정을 취해가면서 쉬는 것이 답이다. 붕대가 약간 심하게 감겨있는 왼손을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나는 이거 언제쯤 나을 것 같아?”

 

“루니아의 특제 약품을 발라놨으니, 이틀 정도면 자연스럽게 움직이실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등에 있는 상처도 3일 정도면 회복을 하실 겁니다.”

 

내가 의식이 없었을 때 바르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온 몸의 통증을 고스란히 받아가는 동안, 시나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고스란히 나를 껴안았다.

 

“시나?”

 

“가만히 있어주세요. 마스터. 지금 제 심신에 안정을 되찾고 있으니까.”

 

나는 그저 오른손을 옮겨서 시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런 몸으로는 떨쳐내지도 못해.”

 

시나는 작게 몸을 떨면서 이윽고 더 강하게 힘을 주면서 안았다.

 

“무서웠어요. 마스터. 조금만 늦었더라면 마스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생각에...”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행동하란 말이야. 그래도 지금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 온 베가프가 축복을 내려서 그런 건가?”

 

시나는 다시 일어나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건...”

 

반 투명한 노란 젤리가 느닷없이 내 침실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 아니라! 저 생명체는 또 뭐야!”

 

아파 죽겠는데 소리지르느라 몸이 더 아파왔다.

 

“루니아가 만든 요리에서 나온 생명체인데, 이 아이가 핵을 오염시키며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마스터가 마지막에 어떻게 하셨는지 몰라도, 저의 권능을 이용해서 이 아이의 사악한 기운을 침식해서 없애버리고, 성향이 반전이 된 이 아이가 주인을 품어서 5시간 동안 죽지 않게 유지시켜왔습니다.”

 

아까 위에서도 5시간정도 잡화점이 소실 되었다고 했으니까...

 

-스믈스믈

 

노란 젤리처럼 흐믈흐믈하게 다가오는 생명체이지만, 내 몸에 수분도 묻지 않았고 뭐랄까 물풍선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그럼 내가 마지막에 사용했던 것은 시나의 권능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는 페어링이 끊어진 상태였잖아?”

 

시나는 잠깐 고민을 하고 난 뒤에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차원의 여신. 잡화점이 날아가던 장소에는 제가 마침 깨어나고 있던 장소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여신’이 저를 대신해서 도와줬을지도 모르죠. 아까 안겼을 때 익숙함이라고나 할지...그리움의 잔재가 남아있었습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시나는 잠깐 복잡해진 얼굴을 보였다가 숨기고는, 그 노란 젤리를 들어서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놨다.

 

“이 아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키워야지 뭐. 5시간동안 내 목숨을 유지해준 녀석이잖아.”

 

노란 젤리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가 마치 뭐랄까? 공기가 가득 찬 고무풍선들이 비벼지는 소리랄까?

 

“그럼 이 아이의 이름도 지어야겠군요.”

 

 

시나는 슬라임과 비슷한 생명체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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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은 이렇게 위험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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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3

283

 

 

 

잡화점은 양 팔에는 기다란 촉수마냥 여러 다발이 달린 상태에서, 발은 계속 뭔가가 흘러내리는 듯한 검은 점액을 뒤덮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외부적으로 파괴가 불가능하고, 전설 속에서 나올법한 괴물은 파이론부터 시작해서 행선지를 보았을 때, 프리트론을 지나갈 동선을 띄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루니아 누나를 피해 도망간 것이, 최종적으로 프리트론에 있는 중앙 시장이라는 것이라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잡화점 안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 방법이 없단 말이지.”

 

“없긴 왜 없는가? 수정구로 보면 된다.”

 

“아. 그거 좋네요.”

 

레시아는 아공간에서 수정구를 꺼내, 사건의 원인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다. 수정구에 녹화된 기록에 따르면, 루니아 누나는 요리를 끝마친 뒤에 카렌과 루나에게 먹여서 쓰러뜨린 뒤. 루시피나와 마리아가 루니아 누나에게 항의를 해서, 결국 루니아 누나는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 쪽에 남은 음식을 버렸다. 그 후에 느닷없이 그 안에서 슬라임 같은 것들 것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이후에는 온갖 비명과 함께 영상이 깨져버렸다고...

 

“그러니까 이거 장르가 호러였나요?”

 

“벽난로부터 시작해서 잡화점을 장악한 것으로 보아, 벽난로 쪽에 있던 대결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부분을 정화하면 된다는 소리네요. 그나저나 루니아 누나는 정말로 잡화점을 베놈으로 만들어 버린 걸까나...”

 

이럴 때 심비오트 복선이 회수될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잡화점의 너무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베가프마저 여우 귀와 꼬리까지 나와 반신격화가 된 상태였고, 지나가는 어린 아이마저 알 수 있는 “저는 사실 최종보스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잡화점이 마을에서 탭 댄스를 출 때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니 저건 마리아가 말하기를 셔플 댄스라고 하던가? 아니 너무 사소한 것은 그만 생각하고...

 

“마스터. 지금 잡화점을 정화하기에는 너무 강합니다.”

 

“시나보다도 강한 거야?”

 

“거기에 질문을 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만, 지금 저와 냥캣이 힘을 합쳐도 2%정도는 부족합니다.”

 

얼마나 강한 거야?

아니면 루니아 누나로부터 “카일에게 음식을 꼭 먹이겠다.”라는 일념이, 설마 잡화점을 오염시켜버리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오랜만에 1면 신문에 다 나오겠군. 그러면...”

 

“잠깐 멈추거라.”

 

잡화점으로 뛰어나가려는 나를 갑자기 막는 레시아는, 나에게 한가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인은 지금 파이론에서도 대대적인 잡화점의 주인이다. 잡화점의 주인이 지금 잡화점과 대립을 한다고 할지라도, 지금 사람들과 병사들 사이에서는 주인의 얼굴을 진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오히려 주인을 역으로 치려는 움직임이 보일 수 있다. 혼란스러운 곳에서 과거의 망령이 나타났다는 듯이.”

 

“그럼 가면이라도 써야겠네요. 이제 와서 어릿광대가 나에게 준 가면을 써야 하는...”

 

“마스터. 그냥 카린으로 변하시는 것이.”

 

“아 좀! 이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기뻐하고 있는데 TS장르로 바꾸라고? 그 다음 나에게 뭘 요구할 거냐? 레시아가 지금 꺼내려고 하는 고양이 귀가 달린 머리띠를 씌우려는 건 아니겠지? 제발 이번엔 내가 활약을 하던 말던 그게 중요하지 않고, 내 본래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다고!”

 

레시아는 뒤늦게 아공간으로 머리띠를 ‘스윽!’하고 감췄고, 나는 천천히 허리에 있던 마스크를 오랜만에 꺼냈다.

 

“다시 쓰니까. 마치 초능력 암살자가 되는 기분인데.”

 

오랜만에 써도 정확하게 잘 맞는 가면이 살짝 빛이 나자, 잡화점은 내 쪽으로 몸을 틀기 시작했다. 리베리티아 고원까지 우선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레시아와 시나 또한 나와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뛰기 시작했고, 잡화점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속력을 내면서, 나를 무자비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이 잡화점 왜 이리 빨라! 100M달리기를 9초 안에 뛸 녀석인가?”

 

“마스터. 4분도 안 돼서 따라 잡힐 것 같습니다.”

 

시나의 경고에 나는 잠깐 뒤를 돌아 손바닥을 잡화점 방향으로 돌리고, 거리가 거리인 만큼 손가락 한마디 정도 위로 올린 상태에서 마나 캐논을 발포했다. 바다 빛의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잡화점의 정문에서 폭발이 일으켰다. 균형을 살짝 잃었는지 휘청거리다가, 오히려 더 광분한 상태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 뭐 이리 튼튼하냐!”

 

“주인. 주인을 지킨 잡화점의 벽은 1만 대군의 호문쿨루스들이 합공을 해도 뚫지 못한 외벽이니라. 그 화력을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미약한 주인의 마법으로 흠집도 나지 않는다.”

 

“그거 정말 미안하네요. 미약한 마법이라!”

 

잡화점이 무슨 오토봇도 아니고, 나중에는 로봇으로 변신할 것도 아니지만, 왠지 이 모습을 보아하니 나는 이미 끝판 왕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미믹도 이 정도로 무섭지 않았는데 잡화점이 저러니...

 

“비행 마법을 배우지 않아서 한 자리에 묶을 수도 없고.”

 

“그러니 짐과 동화를 해서 마법소녀 카린으로...”

 

“아 시끄럽고!”

 

지금 나 혼자 엄청난 괴물을 혼자서 레이드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아마 별 15개 만점 중에 20개 정도 되어 보이는 보스 레이드를 그나마 이기는 방법은...

 

“레시아! 내가 지나가는 땅에 타이밍을 맞춰서, 넓이는 2M 깊이는 3M정도로 파놓고 숨겨놔요!”

 

지형을 이용해서 넘어뜨리는 수 밖에 없다.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은 모든 전략의 중심. 이 정도라면 아무리 저 거대한 잡화점이라고 할지라도, 오른쪽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쓰러질 거라 생각...

 

-슈아악!

 

했는데 엄청난 점프력을 돋보이며 함정을 피해가기 시작했다.

 

“아. 위험 감지도 잡화점이 했던 것 중에 하나였던가?”

 

나는 내 머리위로 하늘을 날듯이 뛰어오른 잡화점을 멍하니 지켜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빈틈이 없는 잡화점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시나는 내가 멈추자 내 왼쪽으로 활공을 하면서 천천히 가까워 지더니, 사뿐하게 내려 앉고는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전방에 방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잡화점에서 나온 기묘한 촉수로부터 거대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저건. 마리아의 권능 중에 하나이지 않는가!”

 

곧 검은 에너지가 서서히 모이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대검 하나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무렵. 나는 그 상황을 즉각적으로 이해했다. 거대한 대검이 나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오는 것을 시나와 같이 방어마법을 나는 펼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 잡화점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거의 복사했네요.”

 

잠깐?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주인! 바닥을 조심하거라!”

 

설마 새벽<Daybreak>마저!?

 

마나가 순식간에 고갈 되는 것을 느끼고는, 강력한 탈진 때문에 천천히 의식을 놓을 뻔했다. 숨이 순식간에 막혀서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레시아와 시나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쓴 마법이긴 한데. 내가 직접 맞아 봤지만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마법이네...”

 

숨을 그나마 토해내고 입을 열었을 무렵에, 내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잡화점의 2층 창문이 천천히 가까워 지고 있고, 아직까지 가면을 쓴 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 인식에 오류가 생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나를 잡화점에 집어넣고 그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까.

 

“주인. 잡화점의 정문이 열리려고 하는...!”

 

거대한 검은색 물질이 정문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대로 급류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레시아와 시나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주인!”

“마스터!”

 

“제길!”

 

빠르게 레시아와 시나를 집어삼킨 잡화점은 다시금, 나를 밟기 위해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있었지만, 나는 가면을 벗어 허리에 다시 매달아 놓고, 머릿속에서는 과열이 된 상태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이 배은망덕한 녀석! 주인도 못 알아보냐!”

 

정화는 둘째치고 우선 안에 들어있는 인원을 구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마나가 거의 거덜난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잡화점은 발을 다른 곳에 서서히 내려놓고 서서히 나를 붙잡기 위해, 왼쪽에 있는 거대한 촉수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티르빙을 타도로 변환시켰다.

 

“제길. 뭘 먹었는지 몰라도 정말 기분 나쁘네.”

 

아까 잡화점이 토해낸 검은색의 액체들을 힘껏 맞은 것도 있고, 잡화점에 있는 사람들이 안에 붙잡혀 있는 것을 생각하자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끝끝내 검을 뽑아 크게 휘둘렀다.

 

“이 모든 원흉이 휴가를 나온 루니아 누나로부터 생긴 것이, 정말 아이러니 하지만 그나마 파이론에서 멀리 떨어졌으니.”

 

검을 검집에 넣은 순간, 잡화점의 팔과 다리가 전부 절단이 되고, 내 앞으로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루니아 누나를 추궁해야 할 일이구나.”

 

대기에 있던 마나가 그래도 나의 뜻에 따라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시 한번 크게 현기증을 느끼고 바닥에 검을 꽂아서 겨우겨우 지탱하고 있을 때. 잡화점의 문에서 방금 전에 잡혀 들어가던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 뜬금없는 전개에 당한 루시피나와 마리아, 최초의 피해자인 카렌과 루나 그리고...

 

“으우...기분 나뻐요오.”

 

의외로 의식이 빨리 깨어난 모든 일의 원흉 루니아 누나가, 바닥에 기어나오면서 검은색 점액투성이인 상태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루니아 누나의 요리가 범 우주적인 위험 레벨로 들어섰잖아요!”

 

“그래도 저는 카일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지 않을까 해서어...”

 

“잡화점이 지금 파이론의 40%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겨우겨우 리베리티아 고원 방향으로 끌어들여서 막았는데, 뭘 맛있는 음식이에요! 당장 잡화점에게 사과하세요!”

 

“배 하면 안될까요오?”

 

“이 상황에서 말 장난이 나오냐! 어!”

 

“죄송해요오...후으으...”

 

루니아 누나는 주눅이 든 상태로 울먹거리고 있었다.

쇼콜라 씨는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고...

 

“으. 슬라임에게 30일 동안 속박당한 기분이었다. 첩은 이토록 무서운 경험은 살아생전에, 2만 5천 3백 2십하고도 7번째다.”

 

“그걸 대체 어떻게 다 기억해요...”

 

마리아도 눈을 뜨면서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면서 서서히 일어섰고, 내가 거기에 태클을 걸면서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까지 루나와 카렌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서 일어나기까지 조금 걸리니까 놔두고, 시나와 레시아는 다시 나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왔다.

 

“주인. 저 안은 끔찍하군.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마스터.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거기서 뭘 봤는지 몰라도 이제 대강 끝난 것 같아요. 저는 벽난로 쪽에 있는 대결계 장치 좀 확인해보고 올게요.”

 

1층에 들어간 나는 주변이 진득한 검은색 젤리로 변한 것을 보면서,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가 자신의 집을 들어가는데 그 집 안에 온통 케첩이 있는 기분이랄까? 발을 들이기도 꺼려지는 공간에서 나 혼자.

 

-쾅!

 

어? 잠깐만? 거짓말?

이런 전개는 호러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잖아!

 

“이 녀석. 일부러 날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아직까지 정체불명의 슬라임 비슷한 괴상한 생명체하고, 2차전이 막 시작될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검은색의 인간처럼 생긴 무언가가 흐물흐물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그 안에서 뻗어나가는 날카로운 촉수들을 다시 타도를 뽑아 베어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마나 없이 싸워온 용병이었다.

지금 마나가 없다고 해서 싸울 수 없는 것도 아니겠지.

 

양손을 은빛 송곳으로 바꾸며 나는 말했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앞에 있는 녀석도 은빛 송곳처럼 비슷한 무기를 손에 달고,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서로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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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거지만...

이건 뭐 개판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