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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연애 말고 남들의 연애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게 좋아서 사귀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냥 듣고 있으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안부를 물었을 때,

“헤어졌어.” 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이 이상해진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가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이 보였고,

‘둘이 다시 사귀나 보네.’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참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고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싶었다.

 

잊어갈 때쯤, 우연히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커플 기억나?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그 여자애 죽었대.

완전 충격적이지 않아? 더 충격적인 건 자살이라는 거지.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는데, 하도 연락이 안 돼서 집에 찾아가니까 그렇게 됐대.

완전 소름 돋지 않아?”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 그 남자애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 둘이 헤어졌나?

전에는 다시 만나고 있던 거 같았는데,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함부로 입을 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자는 내내 꿈속에서는 그 커플이 재회하던 그 날이 자꾸 되풀이되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목이 말라 물 한잔을 마셨다.

갑자기 무언가 끼적이고 싶어졌다.

책상에 앉아 수첩과 펜을 꺼내들어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

누구에게 쓰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울지 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술 좀 적당히 마시고 고민 있으면 오래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욱하는 성질머리도 고쳐야 하고 말이지.”

 

결국, 나에게 쓰는 편지를 끼적이고 해가 뜨는 걸 보고나서야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역시, 올빼미형 인간인가? 잠시 짧게 생각하다

이불의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여자를 보았다.

 

“이제 아픈 사랑 따위 하지 말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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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5

285

 

 

 

언제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난 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는 미이라로 만들어버린 붕대를 조금씩 풀면서 점점 사람다운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 옆에서 노란 슬라임처럼 움직이고 있는 생물은 점점 위로 올라와 내 무릎을 점거했다. 그래도 정말 신기한 것은 이 녀석을 끌어 안았을 때만큼은,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나 해야 하나? 머리가 쾌적해진다고 해야 하나? 계속 끌어 안고 있어도 좋은 기분이 든다. 다우니 향도 나고...

 

“어이! 베니! 그 무릎은 짐의 자리이니라!”

 

아. 그러고 보면.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그 계기가 아무래도, 시나가 어떤 사람의 코멘트를 보고, 카시로 부르려고 하다가 레시아에게 사전차단을 당한 이후, 둘이 또 격하게 싸워서 잡화점을 날려먹었다. 결국 내가 이름을 짓기로 해서 ‘베니’가 되었지만, 베니는 은근히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으로 보면, 마치 애완견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니는 차고로 내가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였지만...

 

“당장 비키지 않으면 페가수스 유성권을 사용하겠노라!”

 

“레시아. 그건 대체 어디서 계속 주워듣는 건지 몰라도 그건 다른 만화의 필살기잖아요.”

 

“밤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니. 밤에 사용하면 100%로 죽겠죠.”

 

하얀 올빼미는 내 왼쪽 어깨에서 입을 열었다.

 

“베니가 온 이후로 마스터 옆에 있기 더욱 힘들어진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마스터는 베니를 한번 끌어안으면 놓지 않고 계속 그러고 계시니 말이죠.”

 

“그래도 각자 베니를 다 안아봤을 거 아냐?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것. 대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몰라도, 끌어 안기만 하면 심신이 안정이 된다고 하면 되나? 여태 살아오면서 잡화점을 쭉 이어나가다가, 드디어 잡화점을 하게 된 의미를 찾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은 베니만 끌어 안을 수 있다면 확실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베니도 고무풍선에서 나올 법한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기뻐한 거 맞지?

 

갑작스레 마나의 반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는 레시아와 시나 중에서 한 명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소리인데, 뭔가 화가 잔뜩 난 레시아가 붉은 눈동자를 내 앞에 들이댔다.

 

“주인은 이걸로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잘 모르겠지만, 짐에게도 어디 한번 줘보거라!”

 

거칠게 베니를 빼앗아 가면서 끌어안는 레시아는 순식간에 땅에 주저 앉더니.

 

“그렇군! 그대도 짐이 좋은 것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대와 같이 짐을 행복해주는 자는 처음이로다!”

 

볼을 베니에게 비비면서 격렬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이 능력이 얼마나 무서운 능력인가에 대해 입증한 것은, 루나 또한 베니를 끌어 안았을 때 상당히 기뻐했고, 쇼콜라 씨도 살벌한 오러에서 상당히 평온하고 행복한 오러로 바뀌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능력.

 

이제는 마왕까지 함락을 시켜버린 능력인 만큼, 베니는 잡화점 멤버의 일부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째서 베니와 말이 통하는 거지?

 

“아 행복하군. 정말 행복해서 이대로 잠들 것만 같노라.”

 

어느 사이에 쿠션이 되어버린 베니와 둥근 카펫에서 눈을 감으려고 하는 마왕 레시아.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이 카펫의 일부분에 넓게 퍼지면서...

 

“아니. 레시아. 바닥에서 자면 안 되요. 차라리 침실에 가서 자야죠. 게다가 지금은 고양이 모습이 아니고, 본 모습으로 고양이 행세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냥?”

 

“하지 말라고!”

 

레시아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볼을 부풀리고는 입을 열었다.

 

“침실은 주인과 같이 들어가는 장소가 아니던가?”

 

“왜 저하고 같이 들어가는 장소로 명명한 것인지 몰라도, 그건 확실하게 긍정적으로, 절대적으로도 아니라고 봅니다만?”

 

“주인과 낮잠을 같이 자본 기억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다니.”

 

“댁은 올해에 처음 만났거든!”

 

2월 말에서 3월 초로 기억하는데...

 

“저는 마스터와 낮잠을 잔 기억이 없으니 지금 당장 같이.”

 

“이상한 곳에 투지를 발휘하지 말라고 시나.”

 

올빼미는 내 옆에서 말이 막힌 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와아. 카일!”

 

의자 뒤에서 루니아 누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내 목에 양 팔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늘도 카일을 통해 충전해야지이.”라는 말과 함께 떨어질 줄을 몰랐다.

 

“루니아 누나는 대체 저를 통해서 뭘 충전한다는 거에요?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원소 중 하나에요? 그리고 언제까지 안 놔줄 생각이에요?”

 

“세슘 충전할 때까지이?”

 

“세류 충전이겠지! 세슘은 충전을 하면 죽는 거고!”

 

“카일도 끌어 안을 때 좋은 기분이 드는 걸? 마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나가 기류를 형성해서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걸? 베니하고 비슷한 능력이잖아?”

 

“뭐 그건 얼핏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베니 같은 경우는 잡화점의 벽난로 안에 있는 대결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녀석이니까요. 아마 그 대결계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부분일 거에요.”

 

나와 싸웠을 당시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술과, 마법까지 복사를 해서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베니는 상당히 안정화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왼손에 아직까지 붕대를 감고 있지만, 왼손에 있는 상처도 거의 다 아물어가는 시점에서, 그냥 이대로 붕대를 감고 다니면 흑염룡이 생길 것 같으니, 서서히 오른손으로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런 아메바 같은 단세포생물은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아?”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지금은 슬라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위족 4개로 지탱하면서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4족보행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나중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시키려는 목적으로, 레시아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 것?

 

“단 거 좋아해요. 베니는.”

 

사탕이나 케이크, 푸딩 그런걸 주면 매우 좋아하며 한 순간에 삼키고 분해해버린다. 영양분은 그리 많이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흐느적 흐느적거리며 레시아의 배낭처럼 등 뒤에 붙은 베니. 사물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할 무렵. 레시아는 확실히 기뻐하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주인. 잠깐 외출하겠다!”

 

“다녀...잠깐! 무슨 외출이야! 그 모습으로 나갔다간 보통 사람들이 죽거나 심한 경우에는 침을 흘린다며! 지금 그 모습으로 Re: 파이론부터 시작하는 인간계침공을 작성할 생각이야!”

 

너무 기뻐해서 문제가 있기도 하다.

 

“아직 아버지는 왼손이 다 회복되지 않으셨잖아요? 그냥 그 상태로 놔두시는 것이 어때요?”

 

내 무릎 위에 앉은 카렌이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너무 터무니 없이. 그리고 느닷없이 내 앞에서 말을 꺼내왔다. 여전히 붕대를 풀고 있는 왼손을 붙잡고는 다시 붕대를 감으면서 입을 여는 카렌의 말은 이러했다.

 

“정말 무식하게 사브르라고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왼손을 주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요? 언제나 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라는 소리에요. 아니면 붕대를 빨리 푸는 이유가 뭔가요? 애인을 빨리 만날 생각인가요?”

 

“...애인?”

 

“아버지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 이걸 이해한 사람은 태반이라고 봅니다.”

 

“뭔지 몰라도 독자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하지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카렌이 매우 쓸 때 없는 소리를 한 것만 같았다. 카린 때와 모습이 거의 일치하는 카렌은 코발트 블루 색상의 머리를 포니테일로 유지하면서, 단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애석하게도 이 아이의 포지션은 내 유전자를 사용한 호문쿨루스라면서, 태클 캐릭터가 아니기라는 점에서 보아. 그 기계에서 뭔가 오류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나를 억압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본성대로 지낸다면, 저런 성격으로 되어 다른 누군가가 나를 태클 걸겠지.

 

“어쩔 수 없어요. 제 담당이 명확하게 성인에 맞춰진 드립을 하는 역할이라...”

 

“오늘부터 호적에서 파면 되는 거냐?”

 

“농, 농담이에요!”

 

애초에 호적에도 쓰여지지 않았지만, 카렌은 계속 내 무릎 위에서 떠날 줄은 몰랐고,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계속 뭘 충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제발 놔줬으면 좋겠다. 베니가 필요해.

 

“주인! 이거 보거라! 짐이 베니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기술을 교육시켰노라!”

 

“꺄하하하핫! 그만! 베니! 그만해! 아하하핫!”

 

루나에게 그런 걸 실험하지 마.

그 전에 교육하지마.

 

바닥에서 위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베니의 간지럼 공격을 받으며, 쓰러져있는 루나의 표정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과하면 괴롭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적당하게 루나를 제압한 베니는 마치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4개의 위족으로 내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면서, 내 시선을 계속 주시하게 만들었으니까. 이쯤 되면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혼동이 오는 그런 경우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슬라임처럼 기어 다니는 것이 더 편한지 위족을 전부 감췄다.

 

약 5분간의 시간이 더 지날 무렵. 이제서야 오후 12시라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1층에 마법진이 펼쳐지면서 마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여전히 마왕님이 쌓아놓은 잡일은 정말이지 많군. 이러다가 첩이 과로사를 해서 어디론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 스트레스는 베니를 끌어 안아야 치유가 되는 것이지만.”

 

마리아가 온 것과 동시에 베니가 점프를 뛰었다. 확실히 다른 잡화점 멤버에게 하루가 다르게 적응한 베니의 역할이라면, 고된 일을 끝마치고 왔을 때라고 해야 할까? 마리아는 금세 피곤한 표정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베니 없으면 이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노라.”

 

베니는 마리아의 말에 기이한 소리로 응답을 했다.

 

“그런가! 역시 베니도 첩 없이는 못사는 건가!”

 

그러니까 어떻게 이야기가 통하냐고!

 

“늘 궁금한데. 저는 베니가 말하는 것은 고무풍선의 마찰음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레시아나 마리아는 베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요? 아무리 잡화점이 이세계인이나 다른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통역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베니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거든요.”

 

“무슨 소리인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을.”

 

“모르는 거냐!”

 

“그래도 첩은 베니의 사념을 읽을 수 있으니, 이 아이가 답하는 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보통 강아지들의 반응을 보면 잘 알지 않는가? 꼬리를 흔들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는 표정만 봐도,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이 아이의 표정도 그렇지 않는가?”

 

아니. 저거 표정을 어떻게 읽냐고요?

 

“그건 그렇고 이번 백장미에는 베니도 출현시켜야죠오?”

 

잊고 있었다.

루니아 누나가 여기에 휴가까지 써서 온 진정한 목적을...

 

“제길! 또 그 저주받은 잡지를 찍기 위해 이곳에 휴가를!”

 

순식간에 의자에 일어나서 도망가려던 찰나에, 순식간에 루니아 누나에게 잡혀서 제압당했다.

 

“놔! 베니에게 만큼은 나의 참담한 꼴을 보여줄 수 없어!”

 

“무슨 소리인가 주인. 무궁무진한 주인의 반전매력을 베니에게 전부 보여주는 것도, 의외로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좌표는 맞춰놨으니 마법진에 들어가면 촬영장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끌은 이유가 그거냐! 안 돼! 끌고 가지마!”

 

나는 바닥에 최대한 밀착한 상태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루니아 누나는 그런 나를 뒷목으로 잡고 번쩍 들어서 마법진으로 끌고 갔다.

 

“12호도 수많은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오!”

 

 

“그런 거 기대 안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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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다 베니 같은 녀석이 있으면, 오늘 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덜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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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4

284

 

 

 

불꽃이 튀어 허공에서 춤추며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강철과 강철이 만날 때마다 그 수많은 불꽃은 허무하게 희생되고, 잡화점의 검은 나무 벽과 바닥을 채색하듯이 튀어가는 검은 점액과 붉은 피는 서서히 말라가기도 전에, 그 위를 덧칠하면서 계속해서 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이 4분밖에 지나지 않는 시간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상처들이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 앞에 있는 생물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크나큰 차이가 있다면, 저 생물은 자동으로 수복이 가능하고, 나는 피에 대한 권능이 아무것도 없으니, 튀어나간 피는 다시 내 몸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은빛 송곳의 시퍼런 날이, 붉은 피에 도취되어 붉게 달아오르고 있을 무렵. 다시 날아오는 공격에 허리를 숙이고, 피의 대가를 치르는 검이 다시 인간의 형태를 띈, 슬라임의 옆구리에 박힌 상태로 내 양 어깨를 노리기 위해, 다시 경화된 단검모양의 젤리가 쏜살같이 내려왔고, 내 왼손에 있는 단검으로 상대의 오른팔을 박아 넣고, 그 오른팔이 자연스레 상대의 왼쪽 손목을 내려찍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감각도 없고 경직도 없는 호문쿨루스와 싸우는 것 같잖아!”

 

눈에서 빔이라도 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피융!

 

아니 쏴서 다행이 아니구나.

 

“애초에 눈에서 빔을 쏜다는 말에 의식하지 말라고!”

 

사실 빔이 아니라 나무 바닥을 꿰뚫을 정도로 경화된 상태로 나아간 것. 하지만 역시나 늘 생각해왔듯이,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이 현실로 되어 이루어지니 조심해야 한...

 

잠깐? 생각?

 

“너도 내 독백 읽었냐!”

 

요즘 내 독백을 읽을 수 있는 다른 생명들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만간 땅에 박혀있는 잡초마저 내 독백을 읽고 침을 뱉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칠게 발로 차서 박혀있는 검이 2차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는 사이에, 나도 거리를 살짝 뒤로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피의 대가가 활성화된 티르빙으로도 저 생물의 상처가 재생된다는 의미는, 분명 저 안에 어디 있을 법한 잡화점의 대결계 중에 하나가, 살아 숨쉬게 될 수 있는 코어 역할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잡화점 규칙의 8번째를 보면,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으니,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말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떤 아이가 벽난로 쪽에 있는 대결계를...

 

아. 크리스마스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설마 벽난로에 벽돌 중 하나는 아니겠지? 그보다 레시아와 시나가 내 쪽으로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나 혼자서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잖? 어라?”

 

내 앞에 있는 젤라티노...아니. 젤리인간의 무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오른손에 초승달처럼 아름답고 유아한 곡검이 나타났다.

 

“저건 분명...”

 

나 또한 티르빙을 사브르 형태로 바꿔나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시아의 검술마저 따라 할 생각인가?”

 

확실히 레시아의 검술에는 매력이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그런 바보 같은 설정이 붙었지만, 이걸 좀더 구체화하고 서술해서 말하자면, 레시아의 검술은 하나의 춤사위와 같다. 시선을 빼앗고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드는 검술. 그게 지금 내 눈 앞에서 실현하고 있었다. 오히려 레시아의 검술에 대처하는 방법은, 절대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면 안 되는 무서운 검술.

 

목이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상황에서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보는 순간, 오히려 그 틈을 깊게 파고 들어 천계나 마계에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리라.

 

“제길. 어느 은행에서 일하는 검사의 심안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참철도를 사용할 수 없잖아?”

 

긴장을 풀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을 흘려 보낸 뒤에, 겨우 채워졌던 마나를 다시 신경계에 과부화 하기 위해 온 몸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가르고 나에게 날아오는 시퍼런 날을 감지하는 것만으로, 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여 튕겨냈다.

 

“내 앞에서 이미 지난 수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상황만 악화될 뿐이야.”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 앞에 모여드는 붉은 빛의 점멸하는 순간, 내가 폭발음과 함께 온 몸이 으스러질만한 충격을 받았다.

 

“커흑...! 마법...이라고?”

 

핏덩이를 토해내고 나서 겨우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나는,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젤라티ㄴ...아니 그거 말고! 구미베어...도 아니고! 젤리인간 앞에서 입을 열었다.

 

“마법 데미지는 아니더라도...크으읏!”

 

충격으로 날아가서 부딪친 곳이 하필이면 거대한 유리조각이 있던 곳. 아슬아슬하게 급소는 빗나가서 반신 불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갔었다면 분명 척추가 무너져 내렸을 거란 생각에 머리가 잠깐 아찔해졌다. 몸을 더 움직이려고 하면 크나큰 고통이 온 몸을 억눌렀고, 젤리인간은 천천히 검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나는 거의 비어가고, 몸은 이미 성한 곳이 없다고는 한다면...

 

“강화.”

 

한 마디를 읊었다. 

내 시력을 최대한 강화를 하면서 대결계의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신체에는 빛나지 않았지만, 정확히 두개골 쪽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화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째서 이런 도박에 과감해질 수 있는지 이제 알겠다니까. 이야기 전개야 내가 볼 수 있으니까 도박에 성공한 것을 예측할 수 있어도,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는 해도 죽고, 안 해도 죽으니까!”

 

젤리인간의 사브르가 내 목을 노리고 오는 것은, 내 왼손을 꿰뚫은 뒤에 붙잡아 봉쇄 시키고, 오른손에 마나를 한 가득 담아 강화된 시력으로 젤리인간 머리에 밝게 빛나는 핵을 향해 뻗어나갔다.

 

“쓸 때 없이 죽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었다고!”

 

아이언 클로 때와는 전혀 다르게, 단숨에 얼굴을 무너뜨리고 꿰뚫어서 밝게 마법진이 빛나고 있는 구체를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경질화 되고 모습을 구성했던 젤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철퍽!’하고 주저 앉으면서, 나 또한 지금까지 있었던 빈혈과 탈진으로 주저 앉았다.

 

“그건 그렇고...일단락 끝냈으니...이걸 되돌려야 하는데...”

 

더 이상 힘이 나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내가 짜낼 수 있는 에너지는 여기까지인가?

모든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고작 바닥만이 나를 반겨줄 뿐이다.

 

“바닥...청소해야 하는데...”

 

***

 

다시 눈을 뜰 무렵에 보통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면, “맘마미아! 내가 살아있잖아! 이건 기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나와 같은 경우에는 검은 나무 벽을 확인하는 순간...

 

“살아있는 건 좋은데. 미이라 코스프레를 좀 많이 하는 것 같네.”

 

아무래도 신은 여기서 죽을 운명이 아니라고 전해주는 듯이, 아직까지는 내가 적절한 상황에 구출을 받았다는 사실에, 머나먼 행성으로부터 직수입해온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한숨이 어디 있냐고?

있을 수도 있지.

 

“마스터. 일어나셨습니까?”

 

하얀 올빼미가 내 머리 위에서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시나가 보고 있었어?”

 

“아뇨. 아까 전까지만 해도 냥캣이 마스터의 옆자리를 지켰습니다.”

 

“그것 그렇고. 여기는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쉬는 곳이잖아. 원래 내가 이곳에 쉬면 안 되는 거 아냐?”

 

“모두 루나의 방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루니아는 마스터를 대신해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고, 쇼콜라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쇼콜라 씨가 옆에 있었다면 정말 무서웠을 거야.”

 

간병을 하면서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쓰러지고 나서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쓰러지기 전에도 뭔가 이상했는데?”

 

시나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왔다. 눈보다 하얀 백발과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벽안을 의식하게 만들 무렵.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나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다.

 

“마스터가 잡화점에 홀로 들어가시자마자, 잡화점이 이 세계로부터 소실되었습니다. 시공간적으로 따지자면 이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공간으로 동일한 위치에 없어서 귀환마법도 들지 않았고, 페어링 또한 끊어진 상태에서 약 5시간 뒤에 다시 잡화점이 나타났을 무렵에는, 거대한 중상을 입고 나타난 마스터밖에...”

 

“그럼 이곳은 파이론이 아닌 건가?”

 

“아뇨. 주인님이 들고 있던 대결계를 이루는 물건을 벽난로 쪽에 수복을 하고, 정문을 닫고 다시 열어서 본래 위치했던 그 장소에 위치했습니다. 잡화점이 자동으로 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위치에도 뭔가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을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안정을 취해가면서 쉬는 것이 답이다. 붕대가 약간 심하게 감겨있는 왼손을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나는 이거 언제쯤 나을 것 같아?”

 

“루니아의 특제 약품을 발라놨으니, 이틀 정도면 자연스럽게 움직이실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등에 있는 상처도 3일 정도면 회복을 하실 겁니다.”

 

내가 의식이 없었을 때 바르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온 몸의 통증을 고스란히 받아가는 동안, 시나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고스란히 나를 껴안았다.

 

“시나?”

 

“가만히 있어주세요. 마스터. 지금 제 심신에 안정을 되찾고 있으니까.”

 

나는 그저 오른손을 옮겨서 시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런 몸으로는 떨쳐내지도 못해.”

 

시나는 작게 몸을 떨면서 이윽고 더 강하게 힘을 주면서 안았다.

 

“무서웠어요. 마스터. 조금만 늦었더라면 마스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생각에...”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행동하란 말이야. 그래도 지금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 온 베가프가 축복을 내려서 그런 건가?”

 

시나는 다시 일어나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건...”

 

반 투명한 노란 젤리가 느닷없이 내 침실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 아니라! 저 생명체는 또 뭐야!”

 

아파 죽겠는데 소리지르느라 몸이 더 아파왔다.

 

“루니아가 만든 요리에서 나온 생명체인데, 이 아이가 핵을 오염시키며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마스터가 마지막에 어떻게 하셨는지 몰라도, 저의 권능을 이용해서 이 아이의 사악한 기운을 침식해서 없애버리고, 성향이 반전이 된 이 아이가 주인을 품어서 5시간 동안 죽지 않게 유지시켜왔습니다.”

 

아까 위에서도 5시간정도 잡화점이 소실 되었다고 했으니까...

 

-스믈스믈

 

노란 젤리처럼 흐믈흐믈하게 다가오는 생명체이지만, 내 몸에 수분도 묻지 않았고 뭐랄까 물풍선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그럼 내가 마지막에 사용했던 것은 시나의 권능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는 페어링이 끊어진 상태였잖아?”

 

시나는 잠깐 고민을 하고 난 뒤에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차원의 여신. 잡화점이 날아가던 장소에는 제가 마침 깨어나고 있던 장소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여신’이 저를 대신해서 도와줬을지도 모르죠. 아까 안겼을 때 익숙함이라고나 할지...그리움의 잔재가 남아있었습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시나는 잠깐 복잡해진 얼굴을 보였다가 숨기고는, 그 노란 젤리를 들어서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놨다.

 

“이 아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키워야지 뭐. 5시간동안 내 목숨을 유지해준 녀석이잖아.”

 

노란 젤리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가 마치 뭐랄까? 공기가 가득 찬 고무풍선들이 비벼지는 소리랄까?

 

“그럼 이 아이의 이름도 지어야겠군요.”

 

 

시나는 슬라임과 비슷한 생명체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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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은 이렇게 위험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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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3

283

 

 

 

잡화점은 양 팔에는 기다란 촉수마냥 여러 다발이 달린 상태에서, 발은 계속 뭔가가 흘러내리는 듯한 검은 점액을 뒤덮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외부적으로 파괴가 불가능하고, 전설 속에서 나올법한 괴물은 파이론부터 시작해서 행선지를 보았을 때, 프리트론을 지나갈 동선을 띄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루니아 누나를 피해 도망간 것이, 최종적으로 프리트론에 있는 중앙 시장이라는 것이라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잡화점 안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 방법이 없단 말이지.”

 

“없긴 왜 없는가? 수정구로 보면 된다.”

 

“아. 그거 좋네요.”

 

레시아는 아공간에서 수정구를 꺼내, 사건의 원인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다. 수정구에 녹화된 기록에 따르면, 루니아 누나는 요리를 끝마친 뒤에 카렌과 루나에게 먹여서 쓰러뜨린 뒤. 루시피나와 마리아가 루니아 누나에게 항의를 해서, 결국 루니아 누나는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 쪽에 남은 음식을 버렸다. 그 후에 느닷없이 그 안에서 슬라임 같은 것들 것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이후에는 온갖 비명과 함께 영상이 깨져버렸다고...

 

“그러니까 이거 장르가 호러였나요?”

 

“벽난로부터 시작해서 잡화점을 장악한 것으로 보아, 벽난로 쪽에 있던 대결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부분을 정화하면 된다는 소리네요. 그나저나 루니아 누나는 정말로 잡화점을 베놈으로 만들어 버린 걸까나...”

 

이럴 때 심비오트 복선이 회수될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잡화점의 너무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베가프마저 여우 귀와 꼬리까지 나와 반신격화가 된 상태였고, 지나가는 어린 아이마저 알 수 있는 “저는 사실 최종보스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잡화점이 마을에서 탭 댄스를 출 때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니 저건 마리아가 말하기를 셔플 댄스라고 하던가? 아니 너무 사소한 것은 그만 생각하고...

 

“마스터. 지금 잡화점을 정화하기에는 너무 강합니다.”

 

“시나보다도 강한 거야?”

 

“거기에 질문을 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만, 지금 저와 냥캣이 힘을 합쳐도 2%정도는 부족합니다.”

 

얼마나 강한 거야?

아니면 루니아 누나로부터 “카일에게 음식을 꼭 먹이겠다.”라는 일념이, 설마 잡화점을 오염시켜버리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오랜만에 1면 신문에 다 나오겠군. 그러면...”

 

“잠깐 멈추거라.”

 

잡화점으로 뛰어나가려는 나를 갑자기 막는 레시아는, 나에게 한가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인은 지금 파이론에서도 대대적인 잡화점의 주인이다. 잡화점의 주인이 지금 잡화점과 대립을 한다고 할지라도, 지금 사람들과 병사들 사이에서는 주인의 얼굴을 진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오히려 주인을 역으로 치려는 움직임이 보일 수 있다. 혼란스러운 곳에서 과거의 망령이 나타났다는 듯이.”

 

“그럼 가면이라도 써야겠네요. 이제 와서 어릿광대가 나에게 준 가면을 써야 하는...”

 

“마스터. 그냥 카린으로 변하시는 것이.”

 

“아 좀! 이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기뻐하고 있는데 TS장르로 바꾸라고? 그 다음 나에게 뭘 요구할 거냐? 레시아가 지금 꺼내려고 하는 고양이 귀가 달린 머리띠를 씌우려는 건 아니겠지? 제발 이번엔 내가 활약을 하던 말던 그게 중요하지 않고, 내 본래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다고!”

 

레시아는 뒤늦게 아공간으로 머리띠를 ‘스윽!’하고 감췄고, 나는 천천히 허리에 있던 마스크를 오랜만에 꺼냈다.

 

“다시 쓰니까. 마치 초능력 암살자가 되는 기분인데.”

 

오랜만에 써도 정확하게 잘 맞는 가면이 살짝 빛이 나자, 잡화점은 내 쪽으로 몸을 틀기 시작했다. 리베리티아 고원까지 우선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레시아와 시나 또한 나와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뛰기 시작했고, 잡화점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속력을 내면서, 나를 무자비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이 잡화점 왜 이리 빨라! 100M달리기를 9초 안에 뛸 녀석인가?”

 

“마스터. 4분도 안 돼서 따라 잡힐 것 같습니다.”

 

시나의 경고에 나는 잠깐 뒤를 돌아 손바닥을 잡화점 방향으로 돌리고, 거리가 거리인 만큼 손가락 한마디 정도 위로 올린 상태에서 마나 캐논을 발포했다. 바다 빛의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잡화점의 정문에서 폭발이 일으켰다. 균형을 살짝 잃었는지 휘청거리다가, 오히려 더 광분한 상태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 뭐 이리 튼튼하냐!”

 

“주인. 주인을 지킨 잡화점의 벽은 1만 대군의 호문쿨루스들이 합공을 해도 뚫지 못한 외벽이니라. 그 화력을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미약한 주인의 마법으로 흠집도 나지 않는다.”

 

“그거 정말 미안하네요. 미약한 마법이라!”

 

잡화점이 무슨 오토봇도 아니고, 나중에는 로봇으로 변신할 것도 아니지만, 왠지 이 모습을 보아하니 나는 이미 끝판 왕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미믹도 이 정도로 무섭지 않았는데 잡화점이 저러니...

 

“비행 마법을 배우지 않아서 한 자리에 묶을 수도 없고.”

 

“그러니 짐과 동화를 해서 마법소녀 카린으로...”

 

“아 시끄럽고!”

 

지금 나 혼자 엄청난 괴물을 혼자서 레이드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아마 별 15개 만점 중에 20개 정도 되어 보이는 보스 레이드를 그나마 이기는 방법은...

 

“레시아! 내가 지나가는 땅에 타이밍을 맞춰서, 넓이는 2M 깊이는 3M정도로 파놓고 숨겨놔요!”

 

지형을 이용해서 넘어뜨리는 수 밖에 없다.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은 모든 전략의 중심. 이 정도라면 아무리 저 거대한 잡화점이라고 할지라도, 오른쪽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쓰러질 거라 생각...

 

-슈아악!

 

했는데 엄청난 점프력을 돋보이며 함정을 피해가기 시작했다.

 

“아. 위험 감지도 잡화점이 했던 것 중에 하나였던가?”

 

나는 내 머리위로 하늘을 날듯이 뛰어오른 잡화점을 멍하니 지켜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빈틈이 없는 잡화점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시나는 내가 멈추자 내 왼쪽으로 활공을 하면서 천천히 가까워 지더니, 사뿐하게 내려 앉고는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전방에 방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잡화점에서 나온 기묘한 촉수로부터 거대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저건. 마리아의 권능 중에 하나이지 않는가!”

 

곧 검은 에너지가 서서히 모이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대검 하나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무렵. 나는 그 상황을 즉각적으로 이해했다. 거대한 대검이 나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오는 것을 시나와 같이 방어마법을 나는 펼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 잡화점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거의 복사했네요.”

 

잠깐?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주인! 바닥을 조심하거라!”

 

설마 새벽<Daybreak>마저!?

 

마나가 순식간에 고갈 되는 것을 느끼고는, 강력한 탈진 때문에 천천히 의식을 놓을 뻔했다. 숨이 순식간에 막혀서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레시아와 시나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쓴 마법이긴 한데. 내가 직접 맞아 봤지만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마법이네...”

 

숨을 그나마 토해내고 입을 열었을 무렵에, 내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잡화점의 2층 창문이 천천히 가까워 지고 있고, 아직까지 가면을 쓴 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 인식에 오류가 생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나를 잡화점에 집어넣고 그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까.

 

“주인. 잡화점의 정문이 열리려고 하는...!”

 

거대한 검은색 물질이 정문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대로 급류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레시아와 시나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주인!”

“마스터!”

 

“제길!”

 

빠르게 레시아와 시나를 집어삼킨 잡화점은 다시금, 나를 밟기 위해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있었지만, 나는 가면을 벗어 허리에 다시 매달아 놓고, 머릿속에서는 과열이 된 상태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이 배은망덕한 녀석! 주인도 못 알아보냐!”

 

정화는 둘째치고 우선 안에 들어있는 인원을 구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마나가 거의 거덜난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잡화점은 발을 다른 곳에 서서히 내려놓고 서서히 나를 붙잡기 위해, 왼쪽에 있는 거대한 촉수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티르빙을 타도로 변환시켰다.

 

“제길. 뭘 먹었는지 몰라도 정말 기분 나쁘네.”

 

아까 잡화점이 토해낸 검은색의 액체들을 힘껏 맞은 것도 있고, 잡화점에 있는 사람들이 안에 붙잡혀 있는 것을 생각하자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끝끝내 검을 뽑아 크게 휘둘렀다.

 

“이 모든 원흉이 휴가를 나온 루니아 누나로부터 생긴 것이, 정말 아이러니 하지만 그나마 파이론에서 멀리 떨어졌으니.”

 

검을 검집에 넣은 순간, 잡화점의 팔과 다리가 전부 절단이 되고, 내 앞으로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루니아 누나를 추궁해야 할 일이구나.”

 

대기에 있던 마나가 그래도 나의 뜻에 따라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시 한번 크게 현기증을 느끼고 바닥에 검을 꽂아서 겨우겨우 지탱하고 있을 때. 잡화점의 문에서 방금 전에 잡혀 들어가던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 뜬금없는 전개에 당한 루시피나와 마리아, 최초의 피해자인 카렌과 루나 그리고...

 

“으우...기분 나뻐요오.”

 

의외로 의식이 빨리 깨어난 모든 일의 원흉 루니아 누나가, 바닥에 기어나오면서 검은색 점액투성이인 상태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루니아 누나의 요리가 범 우주적인 위험 레벨로 들어섰잖아요!”

 

“그래도 저는 카일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지 않을까 해서어...”

 

“잡화점이 지금 파이론의 40%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겨우겨우 리베리티아 고원 방향으로 끌어들여서 막았는데, 뭘 맛있는 음식이에요! 당장 잡화점에게 사과하세요!”

 

“배 하면 안될까요오?”

 

“이 상황에서 말 장난이 나오냐! 어!”

 

“죄송해요오...후으으...”

 

루니아 누나는 주눅이 든 상태로 울먹거리고 있었다.

쇼콜라 씨는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고...

 

“으. 슬라임에게 30일 동안 속박당한 기분이었다. 첩은 이토록 무서운 경험은 살아생전에, 2만 5천 3백 2십하고도 7번째다.”

 

“그걸 대체 어떻게 다 기억해요...”

 

마리아도 눈을 뜨면서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면서 서서히 일어섰고, 내가 거기에 태클을 걸면서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까지 루나와 카렌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서 일어나기까지 조금 걸리니까 놔두고, 시나와 레시아는 다시 나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왔다.

 

“주인. 저 안은 끔찍하군.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마스터.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거기서 뭘 봤는지 몰라도 이제 대강 끝난 것 같아요. 저는 벽난로 쪽에 있는 대결계 장치 좀 확인해보고 올게요.”

 

1층에 들어간 나는 주변이 진득한 검은색 젤리로 변한 것을 보면서,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가 자신의 집을 들어가는데 그 집 안에 온통 케첩이 있는 기분이랄까? 발을 들이기도 꺼려지는 공간에서 나 혼자.

 

-쾅!

 

어? 잠깐만? 거짓말?

이런 전개는 호러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잖아!

 

“이 녀석. 일부러 날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아직까지 정체불명의 슬라임 비슷한 괴상한 생명체하고, 2차전이 막 시작될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검은색의 인간처럼 생긴 무언가가 흐물흐물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그 안에서 뻗어나가는 날카로운 촉수들을 다시 타도를 뽑아 베어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마나 없이 싸워온 용병이었다.

지금 마나가 없다고 해서 싸울 수 없는 것도 아니겠지.

 

양손을 은빛 송곳으로 바꾸며 나는 말했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앞에 있는 녀석도 은빛 송곳처럼 비슷한 무기를 손에 달고,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서로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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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거지만...

이건 뭐 개판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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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2

282

 

 

 

다른 곳에서도 이제 연말을 맞이하여 많이 바쁘리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연말이기에 쉴 수 있는 곳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없이 항상 잡화점을 열어야 하는 운명이고,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하는 나의 모습에 내가 더 기겁을 할 정도. 대체 어디서 공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정량 공급만 하고 그 이후에는 자동으로 물품이 오지 않는다. 이 잡화점 안에도 미스터리가 가득 쌓여있지만, 밝혀낸 것은 아주 조금밖에 없는 이 기분.

 

“나중에는 이 잡화점이 후박사의 모험처럼 파란색 경찰박스가 되는 거 아니에요?”

 

“후박사의 모험이 아니라 닥터 후다. 그리고 짐은 잡화점이 시공간을 뚫고 외계행성으로 가는 것은 그리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잡화점 그 자체가 나중에 날아다니며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고 생각을 해보니, 그건 더욱 말도 안 되는 전개라고 생각을 하노라.”

 

레시아는 내 말에 꼬투리를 잡으면서도 자신의 꼬리를 다시 잡기 위해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데 왜 혼자서 꼬리잡기를 하고 있는 거지?

 

“레시아. 어째서 자신의 꼬리를 쫓아서 놀고 있는 건가요?”

 

“주인도 알다시피 이 모습으로 이런 자연스러운 행동을 해야. 온 세상에 있는 고양이들의 귀여움을 전파할 수 있다.”

 

“마왕이 그거 전파시켜서 뭐에 써먹으려고! 고양이 홍보 대사냐!”

 

나중에 뭐 고양이 광고 찍을 거야?

 

“마스터. 저는 올빼미의 또다른 매력을 알리기 위해 북북춤을 추겠습니다.”

 

“시나는 그런 춤 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시나가 이상한 것을 시전하기 전에 나는 사전차단을 했다. 그보다 북북춤은 그 할아버지가 추는 춤이잖아? 그거 춰서 뭘 발동시킬 생각이야?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을 때는 점차 졸음이 몰려올 시간이기에,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 내가 자러간다고 하면, 예상하지도 못한 사고를 터트릴 가능성이 있는 레시아와, 시장에 같이 따라나선 루니아 누나가 존재한다.

 

시장에서 슬슬 돌아올 때이기도 하니까.

베가프 집에 잠깐 가야겠다.

 

“저는 베가프랑 점심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알겠다. 주인.”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잘 다녀오라는 사역마들을 뒤로 한 사이에, 파이론에 돌아온 베가프의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당연히 은폐마법으로 나를 감추고 지나가면서,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은폐마법을 하나도 하지 않고, 파이론에서 사람이 밀집된 이곳을 걸어 다니면, 마녀사냥이라도 하듯이 나를 농기구와 횃불만으로 내쫓으려고 하거나, 아니면 모두가 문 앞에 짐승의 피로 십자가를 그려놓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겠지. 정말로 내가 무슨 죽음의 사자도 아니고...

 

나는 베가프의 집 앞에서 3번 노크를 했다.

2층으로 이루어진 집 안에서 비교적 가까운 건너편에 “네에~”라고 응답을 했고, 다시 10초정도 기다리자 베가프는 문을 열었다.

 

“카일 어서와. 오늘은 무슨 일로 이곳까지 찾아온 거야?”

 

“죽음을 피하기 위해 찾아왔어. 그리고 낮잠을 좀 자려고.”

 

“죽음?”

 

베가프의 집에 들어가서는 문을 닫고, 현관을 지나 안방에 있는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하. 이제야 뭔가 좀 안심이 되네. 정말 인생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이만 저만이 아냐.”

 

내 잡화점에서도 내부요인으로 천천히 쉴 수 없는 나의 일생에서, 가장 크나큰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휴식.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그런 행복함. 그리고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경 쓸 것이 없

 

“오. 카일이구먼. 오랜만이다.”

 

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백색의 구미호인 아랑이 나를 보며 인사했다.

 

“이제 현실에 실체화 할 정도로 힘이 강해진 건가요? 본래 의식세계에서만 살아가면서 현실에서는 절대로 실체화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베가프가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신앙을 모아준 덕이다. 아우리스 교인으로 활동하는 베가프는 의외로 많은 귀부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이는 아우리스를 신봉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베가프라는 한 남자를 추앙하는 마음이 나에게는 신앙이 된 것이다.”

 

한 때는 아랑을 베가프에게 그냥 맡기기 위함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아랑과 베가프는 상호간의 도움을 주는 공생의 삶을 살고 있었다.

 

“카일은 분명 이런 미천한 구미호를 전부 생각해서, 베가프와 연을 맺으라는 것이었지? 거기에 대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뭐...고맙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 제안을 받아준 것은 아랑이니까요. 아랑의 결정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감사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어요.”

 

어쨌든 아랑과 잠깐 이야기하는 중에, 두툼한 양고기를 베가프가 빵과 함께 테이블 위에 두고 있었다.

 

“사과소스네? 오랜만이네 이 요리.”

 

상큼하면서도 달달할 것 같은 사과소스가 가득 담긴 병 하나를 보고, 군침에 못 이겨 쇼파에서 다시 식탁으로 찾아갔고, 베가프는 조리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때 카일의 몇 번째 부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루시피나 씨에게 레시피를 받았어. 아랑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해줘야겠다고 가끔가다 요리를 배웠거든.”

 

‘몇 번째 부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왜 나와?

 

“잠깐. 분명 루시피나와 약혼을 한 사실은 맞지만, 몇 번째 부인이라는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소리야?”

 

“뭐야?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어?”

 

마지막으로 따듯한 양고기 스프를 내 앞에 두고 나서, 베가프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요즘에 너를 아는 사람 대부분이, 네 주변에 있는 여성들을 순위를 먹여가면서 ‘누가 가장 카일을 먼저 함락시킬까?’라는 내기를 하고 있는 것.”

 

“요즘 내가 없는 곳에서 제대로 된 날벼락을 듣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니?”

 

누가 먼저 시작을 했는지는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걸 선동하고 있는 인원은 대부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아마 레시아 외에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선동하고 있겠지. 의외로 하멀 씨가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깔아놓은 것일 수도 있기도 하고.

 

“그런 거 지금 생각해서 뭐하겠나. 그냥 밥이나 먹어야지.”

 

“그렇긴 하다. 주인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양고기를 먹도록 하라.”

 

“마스터. 체하지 않도록 꼭꼭 씹어서 드셔야 합니다.”

 

?

 

나는 테이블 밑에 시나와 레시아가 작은 접시에 양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사과소스가 담긴 병을 놓고나서 입을 열었다.

 

“저기. 레시아와 시나는 언제 여기에 있었어요?”

 

“방금 전에 공간도약으로 쫓아왔다.”

“저도 공간도약으로 마스터를 찾아왔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또 어떻게 왔나 했네.

 

“아니! 잠깐만! 잡화점은 어떻게 하고 찾아온 거에요? 제대로 문단속은 했어요?”

 

“애석하게도 주인이 무의식적이며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나버려서, 짐과 비둘기는...”

 

“올빼미입니다.”

 

“어쨌든 주인과 특수한 페어링으로 이어져 있던 탓에, 주인의 위치로 곧바로 공간도약을 사용한 것뿐이다. 게다가 지금 잡화점을 찾아간다면 카렌과 루나링처럼 최후를 맞이하겠지.”

 

설마. 루니아 누나가...

요리를 한 건가.

당분간 집에 들어가면 안 되겠다.

 

“루니아 누나는 제가 어디로 갔는지 알던가요?”

 

“아니. 짐은 ‘주인은 외출중이다.’라고 말한 것뿐이지, 절대적으로 어디라고는 정확하게 말 한 적이 없노라.”

 

그럼 식사하는 동안에는 안전하다는 소리구나.

 

“마스터. 어째서 그런 위험한 생화학병기를 만들어내는 여성이, 잡화점에서 머물고 있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안 갑니다.”

 

“휴가라서 그럴 거야.”

 

생화학병기라는 타이틀까지 얻은 루니아 누나는 지금쯤 쓰러져있는 카렌과 루나를 보고 웃으며, “카일은 언제 올까나아?”라는 혼잣말을 흩뿌리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자. 순식간에 온 몸에서 소름이 돋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한층 더 추워진 것 같았다.

 

이거 장르가 호러인가?

어느 귀신을 만나도, 어느 살인마를 만나도, 지금 루니아 누나만큼 무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식사는 대략적으로 다 끝나고, 오랜만에 쇼파에서 늘어지게 누웠을 무렵. 레시아는 내 배 위에서 몸을 말아서 웅크리고 있었고, 시나는 내 왼쪽 얼굴에 가까이 있었다.

 

“아. 정말 이럴 때마다 늙는 다는 것을 느끼긴 하네요.”

 

“주인은. 지금 20세이지 않는가?”

 

“제 인생에서는 최대나이에요.”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늙어 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절대적으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자신이 현 시점으로 보고 있는 그 순간이야 말로, 인생에서 최고 나이가 아니던가?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모두 최대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 해에 1년이 지나간다면, 21살에 내년의 최고 나이가 되겠지.

 

“주인은 너무 늙은 사고방식을 하는 것 아닌가? 독백에서도 이게 20살이 할 수 있는 독백인지 짐은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남의 독백을 몰래 읽지 말아주세요.”

 

“마스터는 비교적 일찍 철이든 것뿐입니다.”

 

“시나도 남의 독백을 몰래 읽지 마.”

 

나는 시나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한 뒤에, 잠깐 의식을 놓았는지 아닌지는 어설프게 잠이 들었을 무렵. 느닷없이 눈을 떴을 때는 베가프의 쇼파에서 기지개를 피고 있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대략 4시간 정도 주인은 잠이 들어있었다. 이런 쇼파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을 정도면, 주인은 왜 땅바닥에서 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초에 땅에서 잘 수 있으니까. 쇼파에서도 잘 수 있는 거라고요?”

 

“마스터의 얼굴이 좋아지셨습니다.”

 

근래 잠을 잔 것 중에 너무 편안하게 잤다.

 

하지만 주변에 들리는 비명소리와 더불어 병사들의 지원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선, 이 집에서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겠는데.

 

“레시아. 왜 이렇게 밖이 시끄러운 건가요?”

 

“지금 잡화점이 뭐에 감염이 되었는지 몰라도, 지금 팔과 다리가 나온 체로 주인을 찾고 있다.”

 

“아. 그렇군요. 잡화점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정도면 정말 큰일이긴 하죠. 게다가 일반 병사나 그런 걸로는 절대로 막지 못할 텐데 말이죠. 대체 루니아 누나가 무슨 요리를 했는지 몰라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동감합니다. 마스터.”

 

이 소식은 루니아 누나의 요리가 드디어, 자아가 붙어있는 무생물에게도 효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화점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날 뛰고 있을 정도로 분노를 할 정도면, 대체 뭘 어떻게 먹인 것일까? 아니면 벽난로에 음식을 죄다 집어넣은 건가? 그런 음식을 처리하기 위해선 벽난로에 태우는 것이 아니라, 독극물 전문 처리반을 불러서 처리해야지. 그냥 강이나 풀에 버리게 된다면 커다란 환경오염

 

“이 아니라! 내가 왜 이렇게 태평하게 독백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잡화점이 뭐가 어떻게 됐다고요?”

 

“말 그대로 지금 ‘날 죽여줘...!’라는 움직임으로 활발하게 파이론으로 침공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느 시공의 폭풍속으로 빨려 들여가서 정원의 괴물로 취직해버리기 전에,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할 것 같다고 짐은 생각하다만?”

 

망할! 이게 무슨 하울이 살고 있는 움직이는 성도 아니고! 나는 어째서 평범하게 쉬지도 못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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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월에 쓰던 그때의 텐션으로 돌아간 것 갔습니다.

허무맹랑하고 개그와 패러디로 떡칠하던 그 날.

[루니아가_만든_요리의_위험성.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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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2 - 1

281

 

티르의 본성이 아직까지 나오지도 않은 이런 불길함 속에서도

늘 위험이 도사리는 문제는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흔한 패턴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위험하고 스멀스멀 기어온 본능적인 무언가가.

-휴가를 나온 루니아를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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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저 놀러온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12월의 2째주가 여전히 진행이 되었을 때, 루니아 누나는 휴가를 나왔다는 충격발언과 함께, 쇼콜라 씨와 같이 잡화점의 청소를 도와주고 있었다. 평화롭게 지내면 그만이라는 나의 일념에 한치 오차도 없이 가루까지 으깨버리는 루니아 누나의 등장만으로, 계속해서 긴장을 한 상태로 접어들 무렵. 검은 고양이 상태로 있는 레시아는 언제나 벽난로 근처에 포근한 듯이 몸을 말아서 엎드리고, 시나는 내 품안에서 고개만 내밀면서 전방만 주시했다.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3층 청소를 하느라 바쁜 상태이고, 이렇게 북적거리는 잡화점을 보니, 활기차고 쓸쓸하지는 않는데, 지금 내 눈에는 언제 어디서 폭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평화파괴범이라는 타이틀을 전부 달고 있었다. 이대로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이런 분위기도, 언젠가는 끝이 없는 줄타기만 타다 추락을 하겠지.

 

누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누려라.

이 말은 누군가가 했던 말 중 하나다.

지금 이 평화를 최대한 누리지 못한다면, 결국 무너지는 평화를 보며 천천히 쓰러지고 좌절을 하겠지. 마치 나처럼.

 

“마스터. 글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아. 그건 지금 글쓴이가 워드로 쓰고 있지 않아서 그래. 지금 워드를 여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면서 한글로 대신 사용한다고 하더라고.”

 

“마치 도화지에서 대리석으로 옮겨지는 기분이군요.”

 

난 왜 이런걸 알고 있어야 하지?

그보다 도화지에서 대리석으로 옮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루니아 누나. 보통 휴가는 다른 곳에 먼저 가는 것이 좋지 않나요? 어째서 이런 곳에 청소하고 지내면서 휴가를 보내는 거죠?”

 

늘 그래왔듯이 나는 루니아 누나에게 먼저 입을 열었다. 본래 휴가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길든 짧든 업무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즐기고 싶은 일을 하면서, 꾸준하게 자신개발에도 힘을 쓰는 것. 진정한 휴가는 그런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냥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1년이든 늘어지게 자는 것이 행복이라면, 휴가를 보내면서 그럴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잡화점에 와서 같이 보내려고 하는 행동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거야 이곳에는 카일이 있기 때문이랍니다아.”

 

“정말 심플하다 못해 사과를 깎고 ‘요리 완성!’이라고 외치는 기분인데요.”

 

“어머나? 사과를 깎아드려요오?”

 

“아뇨. 누나는 재료도 건들지 마세요. 재료를 만져서 돌연변이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심비오트라도 나오는 날에는 저희들이 전부 베놈처럼 변해버린다는 복선이 깔린다고요.”

 

재료도 만지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루니아 누나는, 오직 요리만큼은 내가 절대로 시킬 수 없었다. 다른 말로 보자면 “물에 한 방울도 묻게 하지 않겠다.”라는 멋진 대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하면서까지 절대로 요리를 시키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이고 있었다. 다른 소설에서는 화학물질을 요리에 넣어서 주인공이 구른다고 한다면, 나 같은 경우는 음식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루니아 누나 때문에 굴려지기 십상이니까.

 

“그래도 누나의 영양식을 먹고 카일이 감기에서 나았잖아요?”

 

“아뇨. 말은 똑바로 하죠. 그때는 저를 죽이고 감기도 같이 죽였다는 말을 쓰셔야죠. 루니아 누나의 요리라면 정말 암세포마저 때려잡아 죽이게 생겼다고요. 물론 사람도 거기서 희생을 당하겠지만!”

 

루니아 누나는 포근한 얼굴로 “그런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풍성하면서도 웨이브가 화려한 루니아 누나의 머리카락은, 고개방향으로 천천히 이동을 했고, 나는 크리스마스에 산타에게 받아야 할 선물을, 미리 받는다는 기분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기분의 한숨이냐고 구체적으로 묻는 사람이 가능한 없길 빌며, 아직까지 차에 담겨있는 따듯한 허브티를 마시려고 할 때. 잡화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선생님 계십니까?”

 

붉은 머리의 남자는 아테리카 학원의 복장을 입은 체 입을 열며 나를 봤다.

 

“미안하게도 카린은 없다.”

 

“애초에. 남자라고 밝힌 사람은 선생입니다만? 그리고 저는 지금 카린 선생이든 카일 선생이든 도움이 필요해서 온 것뿐입니다.”

 

“도움?”

 

검성의 피를 이어받은 루크가 약간 비장한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났다. 게다가 루크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마저 없는 것으로 보면, 스프린터 셀을 찍은 것인지는 몰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을 한 뒤에 이곳으로 온 듯했다. 그래도 아테리카에서 짧지만 스승노릇을 해준 인연으로 나는 그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뭐. 스승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 말해봐.”

 

루크는 비장한 얼굴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여자의 넋을 나가게 하는 키스를 알려주세요!”

 

“푸핫! 콜록! 콜록!”

 

바닥청소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말을 듣고 사는 사람이 되었을까? 지금 내 귀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 아니길 빌며, 나는 루크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그런 거 알아서 뭐하게!”

 

루크는 내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천천히 사정을 설명을 했고, 대략 간추리자면 마를렌, 파르시아, 아르메, 미야와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니. 잠깐만. 진짜 내가 지금 이걸 왜 듣고 있어야 해?

 

“너희들의 문제는 너희들끼리 해결해!”

 

“하지만 카일 선생의 키스는 마왕도 홀려버린다는 소문이 있어서.”

 

누구야? 그거 퍼트린 녀석이.

 

“아무튼 키스네 뭐네 하는 것은 나에게 더 이상 묻는 게 아냐. 진실된 조언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아오는 것이 좋지. 아니 어쩌면 은빛 송곳니...아니, 로버트 씨라면 제대로 알려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실습지향을 제대로 채택하고 있을 테니까. 지금 당장 편지를 써줄까?”

 

당체 제자의 연애관련 문제는 내가 왜 책임을 져야하는지 모르는 와중에, 루니아 누나는 느닷없이 내 목을 끌어안고 입을 열었다.

 

“키스의 교본을 알려줘야 제자가 따라하지 않겠어?”

 

“그만둬요. 대낮부터 이게 무슨 짓이에요. 청소년 앞에서 이상한 것 보여주려고 하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카일 선생.”

 

“안 한다고!”

 

제자와 루니아 누나가 좌우로 난리치는 모습에, 레시아는 어느 사이에 테이블 위에 올라간 상태로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소란이 말도 아니로군. 애초에 주인에게 멋대로 키스를 하려고 하지 말거라. 나중에 주인이 밤만 되면 알아서 해주거늘.”

 

“안 해주거든요!”

 

레시아에게 다시 소리치고는 목이 말라서 다시 허브티를 한 모금 마시고, 나는 루크에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남이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좋지 않아. 그래서 나도 너희들에게 기초만 알려주고 다른 것은 알아서 응용하라고 남기고 갔지. 그런데 아테리카에서 이곳으로 와서 하는 말이 당초에,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신이 다른 행성으로 날아갈 것 같거든? 그러니까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면 그걸 위주로 나에게 말을 해줘.”

 

루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다음 말을 했다.

 

“밤에 사용하는 필살기에 대해...”

 

“진도가 너무 나가잖아! 청소년!!!”

 

엘리트라고 해서 그런 것까지 예습하려고 들지 마!

 

“아무래도 너희들의 연령으로는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냥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기나 해.”

 

“하지만 선생님!”

 

“난 오늘부터 선생을 그만두겠다! 루크!”

 

“주인. 애석하게도 석가면이 없노라.”

 

아무래도 다음부턴 그냥 가면을 들고 패러디를 해보도록 하자. 안 그러면 레시아의 날카로운 태클이 나에게 들어오니까.

 

“그래도 이런 사소한 문제로 나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면, 너도 어느정도는 여유를 되찾았다거나, 아니면 잘 어울리며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안정적이라고 해야할까? 플러그가 뽑혔다고 해야 할까?”

 

“아니. 선생. 플러그가 뽑혔다는 표현은 그때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요즘 청소년들은 알 것 다 아는 시대니까.”

 

“시끄럽고. 너를 따라다니는 여성진들은 지금 네가 여기있는 사실은 모르는 건가?”

 

루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여기서 자리를 뜨는 것이 좋아. 너에게 실프가 붙어있거든.”

 

하급 바람정령 실프.

분명 정령술은 아르메의 특기 중 하나였으니까.

 

-쾅!

 

잡화점의 문이 오랜만에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곧 이어 아르메와 파르시아, 마를렌, 미야가 루크를 발견했다.

 

“루크! 찾았잖아요!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제 별장으로 가기로 했잖아요!”

 

미야가 루크의 팔을 끌고 질질 끌기 시작하고, 아르메와 파르시아가 각각 반대쪽 팔과 등을 끌어안아 옮기기 시작했다. 잡화점의 문은 나중에 마를렌이 가볍게 번쩍 들어서 그냥 붙여놓고 “실례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주인의 제자답지 않는가? 여자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아 하니.”

 

“전 휘둘린 적이...많구나. 저 녀석도 나름대로 고생이 많겠네.”

 

하얀 올빼미는 그 소란 속에서도 내 품안에서 눈을 감고 자고 있었고, 레시아는 작은 앞발을 슬쩍 핥다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인은 적정연령임에도 불구하고 왜 밤에 필살기를 사용하지 않는지. 그것이 짐은 살짝 궁금하다.”

 

“그거야 단순히 그걸 적나라하게 쓰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잘려나가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수위가 있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늘 말했듯이 저는 제 안전이 제대로 확보하고, 잡화점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변했을 때까지는, 사적인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고요. 그보다 밤에 필살기 쓰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거론이 많이 되는 건가요?”

 

“일부 독자들은 주인과 대체 누가 이어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걸 왜 레시아가 알고 있는 건데요?”

 

그러다가 레시아의 머리 위에 전구가 하나 불이 들어오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군. 주인은 결국 하렘왕을 노리기 때문에, 모든 여성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인가?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폭주한 히로인에게 엉망진창 당하는.”

 

“거기 망상 그만 집어넣어. 전에 간지럼 고문을 당했을 때가 생각나니까요. 억압되는 기억은 억압시켜놔야 트라우마가 안 되는 것 몰라요?”

 

루니아 누나는 옆에 수정구로 통해 그때 그 악몽을 보고 있었

 

“그런 거 보면 안 돼!”

 

“괜찮아요오. 이건 제가 잘 간직했다가 백장미 11호집에...”

 

“올리지 마!”

 

겨울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면서도, 이렇게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늘 그렇듯이 마찰이 많아진다. 그래도 내 안에 불안함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는 이유라면, 이런 일상이 나는 항상 깨져나가고, 다시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그런 것 때문이겠지. 그렇기에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생활을 지켜 나아가야

 

“그나저나 마왕님. 저도 카일을 간지럼 태우고 싶은데요오?”

 

“윤허한다.”

 

“하지 말라고! 멋지게 독백으로 마무리 하려는 것마저 방해하려들지 말란 말이야!”

 

하려나? 갑자기 고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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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너무 많아요.

그만큼 늦게 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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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9

280

 

 

 

뭐지?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다고? 루멘의 장례식을 보고 난 뒤에 또 할 이야기가 남아 있던가? 아니면 이게 지금 극히 자연스러운 타이밍이라던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나만 모르는 것일까? 뭔가 할 이야기가 더 남은 것일까? 아니면 이게 이야기 32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건너 뛰어버린 것일까? 수 많은 고민과 문제점을 추측하느라 가속도가 붙어 과열되고 있는 뇌를 부여잡는 동안, 레시아는 카운터 위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보고 있었다.

 

“12월 2주차로 넘어가면서 주인의 뇌가 터지기 직전인 건가? 늘 그래왔듯이 주인은 쓸 때 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한 숨을 내쉬며 레시아가 나를 언짢은 눈으로 보고 다시 입을 열기를...

 

“다음 이야기의 진행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글쓴이의 소재가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만, 주인을 또 어떻게 굴릴지 지금 뇌 안에 있는 인격 A부터 Z까지 모아놓고 회의를 열고 있을 테니. 추후에 사전통보를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허브티나 마시는 것이...”

 

“잠깐. 어째서 내가 굴려진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되는 거에요?”

 

“주인의 숙명이지 않는가? 마치 죠죠 1부에서 파문을 이용해, 자신의 숙적인 디오 브란도를 제거하기 위한 것도 숙명. 죠죠 2부에서는 기둥의 남자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도 숙명. 모든 것은 숙명이라는 것 하나로 이어져 종말을 하는 것이다.”

 

“타고났을 때의 운명이 굴려진다는 것이라고 멋대로 지정하지마!”

 

검은 고양이는 꼬리를 살짝 살랑이다가, 이윽고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별의 아이는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륙으로 떠나간 건가요?”

 

“별의 아이는 가장 중요한 대륙에만 배정을 받아 움직이는 신의 사자로, 이 대륙에는 이미 필요가 없다기 보단, 이 대륙의 사명을 다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 것뿐이다. 분명 느닷없이 바다에서 솟아난 대륙인 리본 테라<Reborn Tera>로 떠나갔다. 증오스러운 나의 숙적인 데모르테 또한 이미 그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고, 거의 죽을 때가 다 되면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오겠지.”

 

다음 계승식을 위해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건가.

 

“여기서 리본테라면 비공정으로 6개월을 가야 하는 거리잖아요? 반년 동안 VIP만 타는 비공정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6개월동안 생활하는 것도 거의 무리라고 보는데요?”

 

“그야 당연히 VIP전용 비공정을 태워 보냈노라. 별의 아이는 이 대륙에서는 신의 사자인 만큼, 교황 그 이상의 직위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루멘을 떠나 보내고 내 할일 다 끝나서, 다시 잡화점으로 돌아와 일을 한 덕에, 그 후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한들 무슨 이익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아두면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주인. 4연패 아니던가?”

 

아 제길.

잊고 있었다.

5연패 이후에는 간지럼 벌칙이 걸려있는 이후에, 레시아는 단 한번도 나를 봐주지 않고 가위바위보에서 이기기 시작하면서, 지금 지는 순간 말 그대로 거의 끝장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마스터.”

 

시나가 나를 응원하러

 

“이번에 지시길 기원합니다.”

 

온 것은 아니구나. 최근에 시나도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그런지, 성격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점점 바뀌기 시작한 것일까? 완전히 이 세상에서 적응이 되었다는 소식은 기쁘지만, 이런 식으로 적응을 하는 것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제발 이번에는 무승부라도 만들어야 다음이 편할 텐데.

 

“이번만큼 강하게 압박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그냥 한번 강하게 맞아서 쓰러지는 것이 더 깔끔하고 편했어. 이런 5연패 벌칙은 뭔가 무섭다고요?”

 

“뭔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확실히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만 다가서면 우리를 금방 밀어내는 성향이 보이는 것은 사실. 따라서 짐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론은 이런 식으로라도 가까워 지는 것이다. 짐과 비둘기의 특수한 연결은 서로 인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 강해지는 것. 사역마와 주인의 관계는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지만, 특수한 연결고리는 호감도로 강해진다. 그거 있지 않는가? 호감도에 따라서 그래픽이 달라지는 게임.”

 

“왜 게임을 예로 들고 그래요? 아무튼 이제 그냥 막 나가자는 거잖아요. 당초에! 강제로 저를 간지럼 태운다고 호감도가 올라갈 사람으로 보여요?”

 

“주인은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여자에게도 철벽이라,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작전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마리아의 꼬임에 넘어가는 주인에게는, 극히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간지럼을 태운다는 것이다. 사설은 집어치우고 유언을 쓴다면 지금 써두거라.”

 

“어째서 유서를 쓰라는 거야! 애초에 내 부모님은 이미 날 죽은 사람 취급으로 했다고!”

 

“자랑스러운 짐의 딸 아이인 카렌이 있지 않는가?”

 

“냥캣. 카렌은 저의 자손입니다.”

 

레시아와 시나는 아직까지 카렌을 가지고 싸우고 있었던 건가? 좋아. 이렇게 싸우고 있을 때, 눈치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탈출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 그 장소에만 가면!

 

-쾅!

 

잡화점이 자동으로 닫히다니!

 

“주인. 잡화점은 이미 닫혔다고?”

 

“하하! 사실 나의 도주경로는 3층이었던 것이”

 

-20초 뒤

 

“알겠어요! 제발 그만 쌓아 올려요! 안 도망가면 될 거 아니에요!”

 

잡화점에 있는 물건을 전부 다 나에게 달라붙게 만들어서, 나를 제압한 시나와 레시아는 도망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모든 물건들을 전부 떨어뜨려놨다. 최강의 독을 지닌 황금개구리의 뚜껑이 열릴 뻔했을 무렵. 다행히 도중에 멈춰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니까...

 

“하하하! 사실 페이크다! 나의 도주경로를 위해 계단 바로 앞에서 멈춘 것! 따라서!”

 

-다시 20초 뒤.

 

“정말 미안하고 정말 잘못 했으니까. 정말 안 도망갈 테니까. 제발 그 뚜껑은 열지 말아주세요. 지금 개구리들은 전부 겨울잠 자고 있을 시기인데, 지금 열어서 깨워버리면 개구리들에게 민폐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뚜껑을 서서히 열려고 움직이지 마시고, 전 어린 나이에 죽기 싫다니까요? 아직 해봐야 할 경험도 많고, 배워야 할 지식도 많은데, 제가 죽으면 잡화점은 누가 키울 거에요? 제발 살려줘요. 우리 사이는 이 정도로 끝나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저를 보시면 뭐라 생각하겠어요? 아니 부모님은 살아있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튼 제발 살려줘요!”

 

나도 지금 무슨 헛소리를 연달아가면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생존이 더욱 중요한 내 입장에서 뇌를 거치지 않고 단어를 날려보냈다. 레시아와 시나는 다시 염력을 풀고 나를 놔주면서, 나는 또 한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인의 간절한 외침이 짐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이제 슬슬 가위바위보를 할 준비나 하거라.”

 

최고로 좋은 시나리오는 무승부로 끝내는 것이고, 어차피 져도 나는 도망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최후의 파문을 짜낸 가위바위보를!

 

“가위!”

 

“바위!”

 

““보!””

 

나는 가위.

레시아는 바...바위!?

 

제길 큰일났다!

내 안에서 중요한 뭔가가 끊어지기 전에 빠르게 도망을 가는!

 

-또 다시 20초 뒤.

 

“음!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지금 그 황금 개구리의 동면을 풀어버리면, 저를 간지럼 못 태우잖아요? 레시아는 저에게 간지럼을 태우면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잖아요? 괴롭히기 위해 고문을 하려는 것뿐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 뚜껑을 열지 마시고. 시나야! 그거 열면 안 되는 거야. 응 못써. 아무튼 그건 열지 말고 개구리에게 독살당하는 주인공으로 기억되기 싫다고요! 개구리 왕자에서 공주가 입맞춤 해서 왕자가 나온 것을 꿈꿔온 어린 여자아이가, 황금 독화살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해서 죽은 사례도 있는데! 어째서 나는 사역마에게 이런 협박을 당해가면서 죽을 위기를 넘겨야 한단 말이야!”

 

결과적으로 나는 잡화점의 기둥에 양손을 포박당하며, 레시아와 시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레시아와 시나는 각각 본 모습으로 변하면서, 레시아는 능글맞은 눈빛을 하고 있었고, 시나는 흥미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지금까지도 빠져나갈 수 있는 책략이 있는지 생각을 했다.

 

“주인. 여전히 이곳에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군? 따라서 주인이 생각하지도 못한 처형방법을 생각해냈노라.”

 

허리와 양손에는 간지럼을 태울 도구들이 한 가득 있었다. 가장 크게 무서운 것은 꿈속에서 봤던 검은 오일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잠시만! 저 검은 오일은 왜 아직도 있는 거에요!”

 

“릴리스에게 받아왔다. 그리고 간지럼을 태우는 기술도 전수 받았지. 간지럼만으로 천계와 마계를 들락날락하게 해줄 테니. 주인은 한 가득 기뻐하며 기대하는 것이 좋다.”

 

시나는 레시아의 말에 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벽색의 눈동자로부터 투지가 나타났다.

 

“잠깐! 멈춰요! 지금 이 상태로 오일을 바르고 시행한다면,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진다고요! 수위를 한 가득 올려서 해일을 일으킬 거에요? 그건 또 아니잖아요!”

 

레시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건들이며, “음. 그렇군. 확실히.”라는 말과 시작으로 다음을 이어갔다.

 

“지금은 주인의 처음을 앗아가기에는 확실이 이른 시점이니라. 게다가 간지럼만 태우기 위해서 전신에 오일을 바르게 만들 생각이지만, 옷을 벗기기에는 좀 그렇군. 확실히 청소년이 보기에는 좋은 장면이 아닌 것이 맞다.”

 

후. 레시아가 그나마 생각이 깊은

 

“그럼 옷 입은 체 뿌리기만 하면 됩니다. 냥캣.”

 

“좋은 생각이다 비둘기여.”

 

너희들은 왜 그럴 때만 죽이 잘 맞냐고!

 

레시아의 붉은 눈과 연보라 빛의 얼굴이, 서서히 나에게 그늘로 만들면서 사형선고를 내리듯 입을 열었다.

 

“당분간 여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비스 컷을 위해서 잠깐 일시적으로 여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주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굴욕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내 안에 항마의 축복을 빼낼 생각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내 안에 레시아나 시나가 들어가야 강제로 변하는 것일 뿐. 지금 둘이 간지럼을 집행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들어가서.”

 

-철컥!

 

“어? 잠깐. 레시아.”

 

“레시아-13<Thirteen>이라 불러라. 아주 예전에 주인에게 사용하려던 여체화 탄환을 기억하는가?”

 

“그거 그냥 드립인 줄 알았는데 실존하고 있었냐!”

 

-탕!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눈을 뜨고 내 앞에 거울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카린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보다 서비스 컷을 위해 희생하라니? 그건 대체 무슨 말이야?

 

“여자끼리라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비둘기여. 옆구리와 겨드랑이 위주로 오일을 뿌리거라. 짐은 귀와 목을 위주로 천천히 내려갈 테니.”

 

“알겠습니다. 냥캣.”

 

오일이 잔뜩 뭍은 붓이라던가 빳빳한 깃털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망을 치지 못하고 발마저 고정된 상태로...

 

“루시피나!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신랑이 기절한 동안 돌아와보니 뭔가 재미있어 보여서. 나는 신랑의 발바닥을 간지럼 태우라고 명령 받았거든.”

 

“그런 명령 받지 않아도 되거든요! 잠깐! 오지마! 이거 정말 부적절한 컨텐츠란 말이야! 안 되겠다! 킹 크림존!”

 

-시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뭣이!?”

 

“짐 앞에 서는 자는 어떤 패러디를 쓴다고 해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노라. 이것이‘골드 익스피리언스 레퀴엠’.”

 

“아니! 레시아가 하는 것도 패러디 거든요! 잠깐! 시나! 귀는 핥는 것이 아냐!”

 

“하지만 마스터는 츤데레라서 귀가 약하십니다.”

 

“그건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루시피나! 허벅지로 손이 올라오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카린이 된 상태의 신랑의 다리는 뭔가 매끈하고 부드러운걸. 핥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핥으면 안...꺄핫! 레시아! 대체 어딜 만지는 거에요!”

 

“오. 주인은 의외로 좋은 걸 몸에 지니고 있지 않는가? 짐의 크기보다는 살짝 작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것 같다.”

 

“안 돼! 그만! 그만해! 그만 두란 말이야! 하지마아아아앗!”

 

 

그렇게 대략 2시간동안 손은 결박 당하고, 강제로 여체화가 된 상태에서 검은 오일 범벅이가 된 체, 철저하게 간지럼 고문을...그것도 너무 부적절하게 당해서, 하나하나 설명하면 큰일 날법한 수위를 가지고 있기에, 이 이상은 쓰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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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뛰어달라는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카일이 굴려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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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8

289

 

 

 

자신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이 느닷없이 운명을 맞이한다면, 그거야 말로 비통하고 암울한 경우는 없을 거다. 사람의 죽음은 절대로 숭고하거나,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맞이해야 하는 마지막 종착지와 같으며, 아주 심플하게 말하자면 그냥 수명이 다 했으니 죽는 것뿐이다. 떠나 보내는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을 모두 뿌리치고 나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버 크라운에서 땅 속에 파묻혀버린 성 안에서 의식을 시작한다고 하니, 나는 밖에서 가만히 의식을 방해하는 적이 혹시나 올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밖에 나가서 멍하니 내 감시구역이나 보고 있었고, 새벽 12시가 되던 오늘 날에는 부상에서 회복한 루시피나가, 나를 대신해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버 크라운은 이제 슬슬 영하권으로 슬슬 떨어지는 날씨를 맞이하여, 밤에는 건조한 찬 바람이 스쳐 지나가서 노출된 피부마다 가벼운 화상을 입게 만들기 좋은 정도. 결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루멘을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다시 울적해졌다.

 

“마스터는 어째서 자진해서 경계를 서겠다고 한 건가요?”

 

“그야. 지금 계승식을 보게 된다면, 나는 그 루멘을 살리기 위해 도박을 하려고 해서 말이야. 누가 죽거나 죽어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절머리 나거든.”

 

하얀 올빼미가 내 어깨에 노란 발톱을 이리저리 옮겨서 내 얼굴 근처로 가까이 갔다.

 

“시나는 계승식을 지켜보지 않는 거야?”

 

“저도 마스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계승식을 그대로 본다면 저는 마스터처럼 느닷없이 도박을 걸어서, 루멘을 빛의 인도자로 만들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확실히 데모르테 여신이 말을 한 것처럼, 빛의 인도자의 의식은 그리 충동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늘 생각해왔지만 빛의 인도자를 만드는 의식은 어디까지나...”

 

시나는 내 얼굴을 그대로 보면서 말을 끊었다.

 

“제가 원하는 사람과 해야 합니다.”

 

마지막에 살짝 뜸을 들인 이유는 무엇인지 잘 알겠다. 허나 입 밖으로도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마음속에 묻어가며 고개만 살짝 끄덕였고, 나는 다시 감시구역을 천천히 보다가 밤하늘이 뭔가 이상해서 올려다 보게 되었다.

 

“별들이 움직이고 있어?”

 

“이전에 있던 별의 아이로부터 새로운 계승자에게 옮겨지기 때문에, 별들이 움직이면서 그 아이에 맞는 구조로 생성된다고 합니다. 물론 헤아릴 수 없는 별 중에서 단 몇 개만 움직이는 거지만, 실버 크라운에서는 별의 움직임이 자주 관측되는 곳이라고 하지요.”

 

시나의 말처럼 이 곳은 별이 빼곡하게 채워진 장소임과 동시에, 별 중에서 6개가 다른 자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천문학에서는 별이 이렇게 움직이는 경우는 전혀 없는 전례 중 하나지만, 고작 6개의 별이 다른 문양을 이루기 위해 눈에 보이는 속도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흔히 여행자들의 별이라고 알려진 북극성을 중심으로...

 

“루멘이 있었을 때의 북극성 중심으로 반지 모양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국자 모양으로 천천히 바뀌고 있어.”

 

물론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굉장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루멘이 수공예를 잘 한 것처럼, 이번 계승자는 가사를 잘 하는 계승자일 수도 있지 않는가. 각각 계승자의 상징을 비춰주는 변화를 감상하고 있던 찰나, 시나가 다급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마스터. 전방에 거대한 생명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전방? 거대한 생명체?”

 

서서히 다가오는 약진이 땅 아래에서 내 다리를 통해 감지되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인형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략 5M이상의 거인들이라면 다른 말로는 ‘자이언트’라고 한다. 보통 거인들이 움직이는 경우는 자신의 맘모스가 공격받을 때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거인들에게 재빠르게 다가가서 불빛을 비추자, 거인들은 내 작은 움직임조차 그냥 넘기지 않고, 이내 자리에 멈추며 가만히 있었다.

 

“거인이여! 이곳에는 무슨 볼일인가!”

 

얼굴이 비추어지지 않았지만 거인은 그저 일어선체 말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일족은 먼 거리를 걸어 별의 인도를 받아, 계승자가 바뀌는 날에 이곳으로 돌아온다. 옛 계승자는 우리의 성에 안치 되어 정신적인 지주가 된다.”

 

“정신적인 지주?”

 

거인들이 하는 소리는 늘 그랬듯이 무슨 소리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말이라도 통하니까 정말 다행이지.

 

“그러니까. 너의 성 안에 루멘의 시신을 보관하겠단 소리로군.”

 

“그렇다. 고작 인간의 몸을 하고 있으나, 온 우주를 담는 그릇은 우리 거인보다 더 커다란 그릇이며, 그 그릇을 숭배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거인들이 해야 할 일.”

 

굉장히 낮은 저음으로 대기를 울리고 있는 거인의 말에는, 예로부터 별의 아이 계승식이 진행될 때마다 나타나, 시신을 보관하는 전통이 있다고 추측했다. 게다가 거인의 일족이 아니라 성을 이루고 있는 한 국가의 방침이라면, 이것은 순순히 비켜줄 수 밖에 없다.

 

“좋다!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고맙다. 별의 수호자여.”

 

임시직이지만...

거인들은 다시 발을 맞춰서 땅을 흔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거인 4명이라면 인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남을 만하지. 하지만 계승식이 끝나고 시신을 받기 위해 이정도 규모로 올 줄은 몰랐어.”

 

“그들에게도 중요한 사명인가 봅니다. 마스터.”

 

그보다 거인들만이 사는 나라가 따로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이대로 아무일 없이 진행된다면 상당히 좋겠네.”

 

나는 다시 되돌아와서 내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을 무렵. 이번에는 페어리들이 내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여왕인 티아 또한 나에게 나타나서 입을 열기를...

 

“오랜만이야 카일. 잘 지냈어?”

 

손바닥보다 더 작은 페어리들의 여왕인 티아는, 오랜만에 귀여운 외모로 단장을 하며, 작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인형처럼 손을 흔들었다.

 

“페어리가 이곳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네. 게다가...”

 

옆에는 엘프들도 같이 동행하면서 세실리아와 멜로디 또한 내 앞에서 인사를 했다.

 

“임시직이지만 별의 수호자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군요. 저는 앞으로 태어날 별의 계승자의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찾아온 것뿐입니다.”

 

멜로디는 의식을 위해 입고 왔는지 달빛에 비추어진 은색의 얇은 면사포를 쓰고 왔으며, 세실리아는 대검만 들고 옆에 호위를 하러 온 듯했다.

 

“엘프와 페어리도 계승식에 찾아오나요?”

 

잠깐만. 이 계승식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종족이 찾아오는 거야? 동방박사인 줄 알았잖아?

 

“여기에는 루나링도 온다고 들었거든요. 별과 달은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니까.”

 

루나를 루나링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면, 멜로디 또한 루나의 팬인 듯했다. 하긴 마왕을 사로잡은 아이돌인 만큼, 그 입지라던가 영향력이 뛰어나야지.

 

“음. 알겠어요. 우선 통과 시켜드릴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별의 수호자.”

 

멜로디와 엘프 정예병들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고, 티아는 내 앞에 머물면서 입을 열었다.

 

“최근에는 내가 너무 바빠서 카일을 볼 시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볼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 이래로 시간을 동결시켜서 영원히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나는 왜 손바닥보다 작은 페어리가 왜 이렇게 무서울까?

 

“그래도 지금은 나 또한 바쁜 시기이고, 요정들 사이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서 거기에 가담하지 않으면 안 돼.”

 

“페어리의 여왕은 너 하나뿐만이 아니었어?”

 

“페어리들의 세계는 애석하게도 수많은 차원에서 존재하거든, 이곳에서는 여왕이라고 해서 나를 따르는 페어리들이 있지만, 말 그대로 나는 여왕벌이라고 보면 되고, 다른 벌집은 각각 다른 세계에 하나씩 존재해. 지금은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는 소리지.”

 

최근 전쟁을 하고 있어서 만날 시간이 없기도 하고, 페어리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로구나. 물론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페어리를 전혀 볼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이 티아에게 있어서는 정말 중요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계승식에 참여하고 있는 거다.

 

“말 그대로 페어리들의 전쟁은 곧 차원 전쟁이구나.”

 

티아는 내 앞에서 투기를 뽐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지. 더 많은 곰인형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내서 막아야 해.”

 

“그래. 곰인형이 중요하지. 곰인형이 얼마나...잠깐? 뭐라고?”

 

내 귀가 잘못 됐나?

 

“곰인형. 이번에 우리들을 침략해 온 페어리들은 궁극적으로 특대 사이즈의 곰인형을 노리고 있어. 우리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니. 비장한 얼굴을 하지 말고. 대체 곰인형이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야?”

 

“귀엽잖아?”

 

페어리들의 전쟁은 잘 생각해보면, 그냥 가만히 놔둬도 될 정도로 평화로운 전쟁인 것이 다른 없었다. 아니면 페어리들의 세계에서는 곰인형이라는 그 존재는, 뭐랄까. 재산적인 가치가 너무 커서, 그거 하나만 있으면 다른 페어리들의 존경을 받는 그런 것? 따라서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쨌든 나도 통과해도 돼?”

 

“그래. 통과해.”

 

작은 가루들이 빛나면서 티아의 행적을 남기고 있었다.

 

한 명은 장례식을.

또 다른 한 명은 탄생의 기념을.

밤 하늘에 별들마저 빼곡하게 모두 모아놓고,

의식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종족들이 몰려왔다.

 

“주인님! 오늘 루나 예뻐요?”

 

“그래. 예뻐.”

 

연분홍 빛의 토끼 귀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달빛을 제대로 받기 위해 은색을 바탕으로 한 복장을 하고 왔으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루나는 내 칭찬을 듣자마자 나에게 달려와서 껴안았다.

 

물론. 저 뒤에 있는 약 몇 백의 몬스터들에게 살기를 받고 있는 것만 빼면, 그나마 좋은 상황이라고나 해야 할까?

 

“뒤...뒤에 있는 인원을 생각해서라도, 일단 놔줄래?”

 

내가 죽게 생겼거든.

 

“아! 죄송해요 주인님. 여기는 주인님의 집이 아니었죠?”

 

살기가 폭주하다 못해 지금 이 땅에서 나를 지워버리겠다는 의지가, 팬들에게서부터 나오고 있다고? 그런 발언은 좀 삼가 해주지 않겠어?

 

“저 인간. 죽인다.”

“루나링을 독점하게 둘 수 없다.”

“형벌이다! 형벌!”

 

살려줘. 이것들아.

 

“아무튼 주인님 고생하세요! 루나는 이만 통과할게요!”

 

“그래. 너의 팬 관리도 좀 하고...”

 

비어있는 성 안이 꽉 찰 정도로 가득 매워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가끔 나도 어린 생각이기는 하지만, 내가 죽었을 때는 과연 몇 명의 사람이 나를 찾아올까? 그리고 나는 몇 명의 사람들의 장례식을 가줘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계산을 하는 도중에, 아까 만났던 거인들의 양손에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루멘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그저 눈을 감고 명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안 보고 있어도 시나 또한 옆에서 침묵을 유지한 체 가만히 있었다.

 

“우리의 여행길에도 축복을 걸어다오. 별의 수호자여.”

 

“임시직이라서 실질적인 것은 잘 모르는데. 아. 맞아.”

 

나는 안리아스의 수정구 중에서 복사한 수정구를 거인의 손바닥에 올려놨다.

 

“이 수정구는 그대들의 여정을 기록해주는 수정구입니다. 물론 거인에게 맞는 사이즈는 없으니, 나중에 녹화한 것은 알아서 다른 수정구에 옮겨주시고 파기해주세요.”

 

“고맙다.”

 

 

짧고 굵은 감사의 인사가 한번 지나갔고, 데모르테의 약속대로 루멘의 영체는 천계로 잘 인도하겠다고 했으니. 천계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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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도 대타 서달라고 해서

우울한 마음으로 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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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7

278

 

 

 

저 하늘에 별이 되어 내가 행성으로 날아가는 짤막한 꿈을 꾸고 일어난 뒤에, 잡화점의 아침에서는 의외로 정상적인 몸을 보고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래. 그건 좀 뭐해도 꿈이었던 거

 

“호오? 주인은 어제 그 일을 겪고도 ‘꿈이었다.’라는 뻔뻔한 전개를 채용할 정도로, 그리 뻔한 사람이었던가?”

 

“...그건 마리아 잘못이라고.”

 

“마리아를 내치지 못한 것도 주인의 탓이니라. 조금만 더 있었으면 현재진행형에서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가지고 큰일을 치를뻔했노라. 주인은 은팔찌라도 손목에 걸고 싶어서 작정이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주인의 취향이 그렇다는데, 짐도 모습을 바꿔서 나타나면 주인을 짐의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인가?”

 

뭔가 상당히 열 받아서 조금만 건들이면 난동을 부릴 것 같은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뭔가 저번과 상황이 역전 되는 이런 기분은 무엇일까?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지만, 자신을 유혹하는 자에게는 그렇게 거절하지도 않는다? 주인은 소위 말하는 초식남의 얼굴을 하면서 함정을 파고 있는 양털을 쓴 늑대인가? 거미집에서 여자가 걸려들길 빌고 있는 거미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만큼 간악하고 엉큼한 자는 보기가 꽤나 힘들다.”

 

댁은 마왕이잖아.

마왕이 일반인보다 간악하고 엉큼하지 않다는 소리야?

레시아는 느닷없이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모습을 바꾸고는 입을 열었다.

 

“따라서. 짐이 생각하지만 주인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참으로 잔혹하고, 가혹적이면서, 냉혹한 벌을 생각했노라.”

 

시나는 옆에서 올빼미가 아니라 10대 중반의 모습으로, 나와 소녀의 모습을 한 레시아를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시나의 눈이 매섭게 바뀌었다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 내가 의식에서 깨어날 쯤에 이미 저런 눈이었다.

 

“앞으로 가위바위보에서 5번 연속으로 진다면.”

 

“진다면?”

 

“그땐 주인이 뭐라고 하던 반 강제적으로 밤 자리에 필살기를 가하겠다.”

 

“젠장! 무승부를 최소 5일 안에 한 번씩 내야 하잖아!!!”

 

머리를 감싸고 팔꿈치를 바닥에 내리치며 나는 소리질렀다.

 

“물론 필살기를 가하는 것뿐이지, 절대적으로 주인만 좋게 해주지는 않겠노라. 매번 임계점에 돌파해도 절대로 멈추지 아니하며, 대신에 계속 참으라고 명령을 할 것이다. 주인이 짐에게 울고 불고 부탁하는 그런 엉망진창의 모습을 봐도, 짐은 주인을 편하게 둘 생각 따위는 절대로 없으니까.”

 

새하얀 다리를 번갈아 가며 흔들고 있는 레시아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이 섞여있긴 하지만 지금 이 방안은 뭔가 잘못 되었으니, 절대적으로 이걸 납득하면 안 된다.

 

“시, 시나. 너는 레시아가 저런 말을 하는데, 뭐라 반박을 하지 않아? 예전이라면 역전재판처럼 “이의있소!”라고 말하면서 싸웠을 거 아냐?”

 

“마스터의 몸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미 저와 냥캣은 대화를 전부 끝마친 뒤였으니까요.”

 

제길. 시나마저 회유를 할 수 없는 것인가?

 

“따라서 지금. 가위바위보를 하지.”

 

레시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작은 손을 든 체.

 

“그보다 왜 어린 소녀의 모습이에요?”

 

“마리아가 딱 이정도 키에 이 정도의 몸매를 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상하게도 가슴은 컸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리아의 신체구조상 이미 성인이라서 딱히 신경은 쓰지 않는다. 그보다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주인? 5번 일부러 져도 상관은 없다. 짐과 시나의 손에서 지옥과 같은 유희를 얻고 싶다면야.”

 

설마 밤에 필살기를 가하겠다는 것이.

 

“나에게 간지럼을 몇 시간 동안 태우겠다는 소리로군요!”

 

나는 재빠르게 일어나 허리를 살짝 비틀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린 뒤에, 왼손은 레시아의 얼굴을 향해 쭉 피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마스터. 그것은 “네 녀석! 보고 있구나!”라는 자세입니다.”

 

“아. 그렇네.”

 

아무튼 장기간 간지럼은 상당히 위험하다. 고문으로 있을 정도니까. 아무튼 가위바위보를 했을 무렵에. 자신 만만하게 무승부를 노리고 있었지만, 내가 냈던 바위는 레시아가 보를 냈고, 느닷없이 내 주먹을 감싸 쥐더니 순식간에 내 팔을 비틀어 버렸다.

 

“악! 레시아! 풀어요!”

 

어린 몸이라고는 하지만 외형만 바뀐 거지, 그 안에 내제되어있는 힘은 전혀 바뀌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1패로군. 하지만 안심하지 말거라 주인. 짐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주인의 5연패정도는 일도 아니니라.”

 

“애초에 전 그것에 대해 승낙한 적이 없는데...아파아앗!”

 

레시아가 내 팔을 점점 꺾기 시작하면서 내 팔은 점점 격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 이상 비틀면 아마 근육과 뼈가 아작이 나는 그런 상황까지 나오겠지.

 

“이런. 루멘의 마지막 날은 오른쪽 팔이 복합골절인가? 주인도 정말 칠칠맞게...”

 

“알았어요! 승낙할 게요! 승낙하면 되잖아요!”

 

말도 안 되는 벌칙을 반 강제적으로 허용하는 이 패배감. 마음속 한 편에서는 과거의 나를 때려죽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 되겠다. 지금 당장 바이츠 더 더스트를!”

 

“마스터는 제 3의 폭탄은커녕 킬러 퀸도 없습니다.”

 

요즘 따라 여기에 와서 정말 많이 적응한 시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허탈감에 잠깐 잡화점의 검은 나무만 보다가 문득 뇌리에 뭔가 스쳐 지나갔다.

 

“루멘은 이번 별의 아이 계승식을 시작하면 죽는 건데, 왜 죽는 건가요?”

 

늘 알고 싶었던 질문을 레시아에게 묻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것. 레시아는 작은 왼손으로 육포를 집어 들다가 내 질문에 입을 열었다. 그보다 본 모습이든 고양이 모습이든 돌아오라고요. 마리아와 비슷한 체구로 변해있지 말고!

 

“그거야 당연히 붕괴로 죽는 것이다. 지금까지 별의 아이들은 자신의 안에 우주를 품어서 그게 중축이 되어왔다면, 그것을 계승하는 의식을 자신의 ‘중축’을 다른 이에게 주는 것. 마법사가 마나를 다 사용하고 탈진해서 죽어버리는 사고와 비슷하다. 신비한 힘이 몸에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전하게 파산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물며 루멘이란 아이는 우주를 주는 것. 마나는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그 방대한 우주는 대처할 만한 것이 없노라.”

 

“그럼. 시나가 계승식을 하는 것과 동시에 빛의 인도자로 만들면요?”

 

레시아는 육포를 입에 물다가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떨어뜨렸다. 시나 또한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기를...

 

“확실히 마스터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빛으로 침식하는 존재.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태초의 빛으로 영원한 암흑기를 찰나의 광명으로, 모든 것을 밝히는 존재인 만큼. 루멘이라는 아이를 빛의 인도자로 만들면 확실히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멍청한 것! 지금 무엇을 말하는 지 잊었는가! 의식이 2개가 겹쳐지면 그 의식은 불안정해진다!”

 

격정을 내면서 시나를 향해 소리치는 레시아와 달리, 시나는 차분한 표정과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별의 아이 계승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마스터와 저는 루멘이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레시아의 표정이 살짝 골치가 아프다는 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얼굴의 레시아는 꽤나 신선한데, 이유는 당연히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만 있으니까, 제대로 된 얼굴 표정을 볼 수 없다는 내 입장을 생각하면 된다. 본 모습으로 되돌아와도 화내거나 기뻐하는 얼굴은 봤지, 저렇게 귀찮다는 표정은 난생 처음이다.

 

“루멘은 주인에게 쪽지를 보냈을 때, 자신의 최후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후라는 단어는 확실히 죽는 다는 의미도 있지만, 별의 아이로서의 최후라고 저는 해석하고 싶어요.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서 빠져나간다는 의미로.”

 

그렇게 되면 모두가 살 수 있

 

“음. 그건 그만 뒀으면 좋겠는데?”

 

나와 레시아, 시나가 동시에 옆을 보자 데모르테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3명이 데모르테에게 전부 외치는 말이지만, 호흡도 상당이 괜찮았다. 이대로 3인 만담팀을 구성해서...가 아니라! 왜 이상한 독백이 여기서 흘러 들어온 거야!

 

“그 아이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 무리하게 바꾸려고 해도 인과율이라는 간편한 설정이 있단 말이지?”

 

“운명의 여신이 인과율을 설정이라고 말 하지마.”

 

“게다가 루멘의 육체는 소실해도 영혼마저 소실하는 것은 아니거니와, 나를 따르는 영체가 되어 천계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게 열심히 도와줄 거야. 하지만 기왕 제대로 되고 있는 별의 아이 계승식을 다른 의식이 진행 된다면, 그 것은 억제가 될지 폭주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운명의 여신이라고? 미래가 어찌 될 것인지는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잘 알 수 있어. 인과율에 의해 더욱 심한 반동으로 별의 아이라는 그 자체를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운명을...”

 

“애초에 데모르테는 보이는 것만 보는?”

 

데모르테는 은근히 나에게 달라붙어서 입을 열었다. 레시아가 “어이! 데모르테!”라고 격정을 내기 시작했지만, 그거에 상관없이 내 귀에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카일? 나는 운명을 점치는 여신이 아냐. 말 그대로 나 자체가 운명이란 소리야.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운명을 보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운명을 설계하는 여신이야. 다양한 상황과 변수 속에서 정확히 계산을 하고, 그에 맞는 합당한 운명을 제시한다. 그것도 인과율에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말이야. 운명은 애초에 죽음이 아니며, 먼 미래에 꼭 벌어지는 일이지.”

 

다시 나와 거리를 벌리고는 레시아의 발차기를 피했다. 궤도로 보아하니 나에게 날아오는...잠깐!

 

-펑!

 

잡화점 안을 한 가득 매운 검은 연기를 손으로 빨리 날려보내고, 발차기를 맞은 턱을 부여 잡으며 뼈는 괜찮은지, 이가 부러지거나 날아가거나 금이 가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고는, 나는 레시아에게 소리쳤다.

 

“죽을 뻔했잖아요! 발차기에서 왜 폭발이 나오는 건데!”

 

“라이더 킥은 전부 맞으면 폭발하지 않는가?”

 

“라이더 킥에서 벗어나!!!”

 

데모르테는 마치 운명이라도 본 듯 아주 여유롭고 우아하게 일어서면서, 레시아의 발차기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회피했다.

 

“이것은 운명이 아니야. 이건 자극과 반응이라는 말이 더 올바르겠네. 이런 것은 굳이 예지를 하지 않아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지.”

 

“갑자기 왜 그런...?”

 

내 독백을 봤구나!!!

 

“아무튼 의식이 2개가 겹쳐진다는 것은 엘티노스가 쓴 책에서도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써놨어. 애초에 엘티노스 또한 별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했었고, 그 결과 매우 부정적으로 나왔으니까.”

 

참혹한 비극이라고 알려주는 데모르테의 말을 듣고는, 나와 시나가 서로 생각했던 것이 시도하지도 않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데모르테는 천천히 시나에게 다가가서는 입을 열었다.

 

“게다가 시나가 말하는 빛의 인도자의 의식은, 오히려 더욱 더 지켜보다가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은 카일이 기뻐한다고 해서 그런 중요한 의식을 남에게 희생하는 것이 아냐.”

 

그 말을 들은 시나의 표정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며 눈부신 백발이 바닥을 향해 걸려있었고, 데모르테는 다시 쓰러져 있는 레시아에게 말하기를...

 

“그나저나. 우리 딸? 감히 어머니인 나에게 라이더 킥을 사용하려고 했었지?”

 

“시끄럽다! 데모르테! 짐의 어머니라고 칭하지 말...잠깐!”

 

-차악!

 

“꺄악!”

 

데모르테는 자신의 무릎에 레시아를 올려놓더니 이윽고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부모님이 엉덩이를 때려서 혼을 내는 그런 모습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데. 내 눈이 잘못 되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데모르테 씨의 성격으로 보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내 목에 다짜고짜 목줄 채우는 사람인 걸.

아니. 여신인가?

그냥 마왕 하시지 왜 천계로 가서 여신을 하고 있데?

 

“그래도 너를 낳아준 어머니를 함부로 시해하려 들다니. 이건 좀 처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쿠후훗.”

 

-찰싹!

 

“아팟! 그만! 그만하거라!”

 

“마계에서 60세 이상 먹은 거로는, 아직 인간계에서는 철도 들지 않는 나이라는 것을 잊은 걸까나? 하긴 우리 딸은 너무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인성이 나빠진 줄은 몰랐지. 우흐흐흣!”

 

-차악!

 

“주인! 도움! 도...꺅!”

 

오늘 그렇게 시작한 데모르테의 처벌은 레시아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엄마!”라고 울면서 50번 정도 말을 한 끝에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운명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직접적으로 설계에서 레시아가 훈육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들고, 게다가 그것이 인과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만들어진 거라면, 데모르테야 말로 최강의 여신이 아닐까?

 

 

그보다 레시아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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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계에서 60세가 인간계에 비유하자면 적은 나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60년의 세월을 겪어온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보다 소녀모드의 레시아라 그런지 저런 처벌이 어울릴지도.

마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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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6

277

 

 

 

상처는 회복을 했지만 아직까지 안정을 위해 자고 있는 루시피나를 보고,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래도 예상했던 것처럼 티르의 동료인지 부하인지는 몰라도, 분명 잡화점 멤버를 압도할 만큼 강한 적은 존재할 거라 생각만 해뒀다. 게다가 상성마저 이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지만, 아직 별의 아이 계승식은 하루 정도 남았을 무렵. 마리아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수술은 했지만 이대로 환자가 깨어날지.”

 

“아니. 마리아. 그건 다른 차원에서 나오는 대사잖아요. 기묘하게 생긴 하늘색상의 수술복도 입고 오지 말라고요.”

 

애초에 수술도 하지 않았어. 시나의 빛이 루시피나의 상처를 치유한 것이지.

그 전에 깨어나야 하잖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나가 왔을 무렵에는 이미 용살자에게 치명상을 준 루시피나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데모르테는 그 용살자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나서, 죽지 않게 보호를 해준 것이지만, 그래도 상처가 깊어서 조금만 늦었다면 어찌 되었을 지는 생각하기도 싫군.”

 

연한 초콜릿 색상의 피부를 가진 마리아는 늘 그렇듯이 사탕을 입에 물고는 말했다. 사탕을 물고 말하는 이상한 묘기를 보여주는 마리아는, 천천히 내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말하기를...

 

“그래도 그 트리니티인지 뭔지 하는 녀석으로부터 잘 도 버텼군. 첩은 카일이 항상 성장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년 정도 될 무렵에 이렇게 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나중에 첩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카일을 불러도 될 것만 같은데?”

 

“마리아는 위기가 없잖아요.”

 

“첩도 위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6인큐를 돌려야 하는데 5명 밖에 없을 때는, 카일을 몰래 데리고 와서 같이 고급시계를 한다거나.”

 

“그건 다른 차원의 게임 이야기이고!!!”

 

그런 일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좋은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슬슬 카일이 성장을 하면서 장난감이 아니라, 나중에는 첩이 장난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 당장 모의전을 하게 된다면 십중팔구로 첩이 승리를 하겠지만.”

 

아직 마리아가 본래의 힘을 전부 개방한 것을 못 봤으니까. 지금에 와서 모의전을 했다가는 미지의 힘으로 디지털 세계에 들어가, 아구몬을 만나는 그런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 아니면 내가 저승길에 다시 가려다가 사신에게 맞고 되돌아오는 루프는 겪고 싶지도 않고.

 

“그나저나 첩이 이 이야기를 해줬던가? 첩이 오랜만에 다른 차원의 종말을 알리기 위해 갔을 때는, 거기에 소년 하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처음 듣네요. 그건….”

 

“물론 여기서부터 날아가야 6개월 정도 걸리는 미지의 땅에 내려다 주기는 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카일과 그쪽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다. 상상 이상으로 발전된 문명단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니까.”

 

누구인지 몰라도 꽤나 고생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그 애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 거니까.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 전에 데이트라뇨. 저더러 잡혀가라고요?”

 

“뭐. 딱히 괜찮지 않은가? 키스도 진~하게 한 사이인데? 물론 남녀의 관계가 더욱 깊게 되려면, 밤에 하는 놀이가 최고지만 말이지.”

 

“커다란 폭죽에 메달아 놓고 밤하늘에 쏘아 올리기 전에 조용히 해요. 아니면 행성 마리아 22 : 53 : 13 좌표에다 걸어드릴까요?”

 

“첩은 어린 아이 같아 보여도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누가 보면 아직도 어린 아이라고 본다고요.

 

“카일을 만나기 이전에도 전에 다른 몸에 들러붙었을 때. 엘티노스가 첩에게 밤에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를 모두 알려줬다. 매번 엘티노스에게 당하긴 했지만, 잠깐 시간이 허락되면 카일에게 시험 삼아 사용하고 싶구나.”

 

“필살기라니? 누구 죽일 거에요?”

 

“확실히 승천이기도 하겠군.”

 

“하지마.”

 

모든 것에 단칼에 거부하는 이유는 늘 그렇듯이 확실하게 존재해야 한다. 자제를 시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미덕이며, 유혹에 지지 않고 넘어가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의 사명. 

게다가...

 

“그런 어린애 모습으로 유혹을 한다고 해도, 특정 취향을 가진 남자들만 몰려온다거나,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는 여성들만 걸려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지나가던 가면 라이더가 라이더 킥을 날려버리거나.”

 

“어째서 라이더 킥인 것인가? 그보다 첩은 디케이드에게 당하는 괴물의 입장인가? 그럼 옆에서 나루타키가 느닷없이 나타나면서“오노레 디케이드!”라고 외치는 것인가?”

 

“어째서 그리 세부적으로 잘 알고 있는 건지 그 이유부터 알려주시겠어요?”

 

가끔가다 마리아가 하는 말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다른 세계와 차원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여왕이라 그런 걸까? 다른 곳의 지식을 마구잡이로 습득을 한 뒤에, 이곳에 퍼트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마리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 무릎 위에 다시 앉고는 내 목을 끌어 안았다. 단순히 지탱을 하기 위해서 끌어 안은 상태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마리아.

 

“애초에 첩은 카일에게 반한 기억이 없다. 당연하게도 첩이 나타났다는 이유는 그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것. 하지만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차기 잡화점의 주인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에서 종말을 면하는 면죄부와 같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그 전에 제가 질문을 하는 것에 답변이 되지 않아요.”

 

여전히 고개를 살짝 비틀면서 자신감 있게 나를 쳐다보는 마리아는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하지. 지금은 첩이 이렇게 붙어 있고 싶으니까 그런 것이다. 최근 오랫동안 출연하지 않아서 카일의 온기가 그리웠던 참이다. 물론 다른 이가 이걸 본다면 수사관에게 신고할 법하지만, 잡설은 집어 치우고 첩은 늘 그래왔듯이 정신기생체다. 이 몸으로 들러 붙은 것뿐이지, 현실은 실체가 없이 유체상태로 떠돌아다니는 망자와 같은 것. 영겁보다 더 오래된 삶을 살아온 첩이 자연스럽게 해온 것은, 첩의 몸이 되어주는 숙주를 다른 차원으로부터 찾는 일이니라. 첩은 때때로는 시끄럽게, 때로는 고요하게 강림을 하며,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식?”

 

“예를 들어 몽골리안 웜의 필살기가 몽골리안 춉이라던가.”

 

“그건 지식이 아...읍!!”

 

마리아는 기습적으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쳐왔다. 제길 내가 태클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었다니. 집요하게 내 혀를 노리고 들어온 마리아의 키스로부터 때어내고는 싶었다만, 애초에 지금 마리아를 밀치면 마리아가 바닥에 넘어진다. 아니 그건 상관이 없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나까지 넘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진행이 되는 구도가 되어버리니까. 이건 내가 범죄자가 되기 이전에, 레시아와 시나에게 걸리는 순간 아마...

 

-폭☆발-

 

제길 귀엽게 강조한답시고 가운데에 별까지 들어가다니. 아무튼 오늘이 마지막화가 되기 전에 마리아가 스스로 멈춰주길 빌었...아니. 멈춰주길 왜 빌어 지금 현재진행형인데!

 

“후우...정말이지. 카일은 빈틈이 없어서 첩은 계속 외로웠단 말이다. 물론 글쓴이가 첩과 카일의 스킨쉽 같은 것은 세간의 눈에는 좋지 않다고 판단을 하고, 계속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글쓴이에게 라이더 킥을 시전하고 와서, 멋대로 이렇게 진행이 가능한 것이니라. 그야 당연히 이번에는 좀 더 진도를 나아갈 수도 있고.”

 

나와 거의 비슷한 흑색의 진주가 촉촉히 빛나고 있을 무렵.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마리아. 글쓴이에게 라이더 킥을 시전하면 안 되죠.”

 

“괜찮다. 꿈에서 가격했으니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니라. 이벤트 호라이즌도 본 적이 없는가? 우주선이 느닷없이 지옥으로 가는 그 전설의?”

 

“본 적 없어요.”

 

차원을 이동하는 마리아만 봤겠

 

-칵!

 

“아팟!”

 

마리아는 정확하게 경동맥이 지나가는 부위를 살짝 물었다.

 

“이건 첩의 서비스다. 카일만큼은 첩을 따르지 않아도 검은 달의 일원이 되어 줘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멸망을 하는 그 날. 첩이 나타나서 카일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있기도 하고, 카일의 수명이 전부 다하는 그날에 카일의 영혼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 첩이 마왕님 아래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카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사실상 첩의 지위는 마왕님과 대등 그 이상이라는 것을 잘 알도록. 그럼 이어서 계속...”

 

툭. 툭. 하고 마리아는 가느다란 손으로 연한 하늘색의 Y-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

 

“이 아니라!”

 

하려고 했으나 마리아의 양 손을 막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대로 진행될 뻔했네.

 

“카일도 부끄럼쟁이로군. 첩이 이렇게 용기를 내어 겨우겨우 행동을 옮기는데.”

 

“그쪽이 행동을 옮겨서 난감할 만한 사람이 많거든요!”

 

마리아는 나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완고한 성격을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언젠가는 크게 한번 무너지게 되면 카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크게 무너지다뇨?”

 

“루시피나가 다쳤다는 그 이유 하나로 카일은 상당히 분노했다. 애초에 신격화를 한 상대를 평소와 같은 몸으로 싸우려고 했으니까. 당연히 카일의 전략과 기량이 있기에 버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상을 섬멸한다는 조건이었다면 카일은 분명 크게 당했을 것이다.”

 

마리아의 눈에서는 약간 걱정하는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리아는 말한다.

 

“카일이여.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다. 하지만 카일은 데모르테를 통해 우리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루시피나를 보호하라고만 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처한 상황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들의 보호로부터 서서히 졸업하려고 하는 행동은, 아직까지는 카일에게 큰 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사실상 잡화점의 멤버는 나보다 더 강력했지 전부 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루시피나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충동적으로 그런 다급한 결정만 내렸다.

 

“그래도 그때 카일이 얼마나 멋있었는데~. 검은 달의 여왕은 사나이가 멋있어지는 것을 왜 그렇게 막는지 모르겠다니까아?”

 

나와 마리아가 거의 동시에 창문 쪽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데모르테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입을 열고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나와 마리아는 거의 동시에 소리친 것과 동시에, 데모르테는 나와 마리아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나. 우리 딸을 놔두고 다른 여자랑 초저녁에 야시시한 모습으로 있다니. Y-셔츠의 단추까지 풀 정도면 현재진행형인가?”

 

나는 당황한 듯이 입을 열었다.

 

“잠깐! 데모르테! 이, 이건!”

 

“주인...”

“마스터...”

 

내 뒤에 분노와 살기가 조화롭게 배치된 레시아와 시나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후우... 기왕 날아가는 거 별 모양으로 날아가야지.”

 

그 후.

 

잡화점이 폭발하면서 나는 저 하늘의 별이 될...수 있었는데, 실제로는 파이론에 있는 공원의 분수대까지 날아가 그대로 분수대의 물에 잠겨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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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오늘 악몽꾸고 일어나도 여전히 꿈이였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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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5

276

 

 

 

평생에 이렇도록 가장 당황한 적은 없었지만, 당황한 이유라고 말할 것 같으면, 느닷없이 내가 죽을 뻔한 백색의 광선도 아니고, 나를 습격해온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내가 전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직책까지 말하는 인간은 처음 봤다! 독자들도 어이가 없어서 코멘트로 태클을 걸잖아! 너는 정보 보호에 대한 개념을 개밥그릇에 같이 주고 온 거냐!”

 

느닷없이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두르는 트리니티, 하지만 그 행동은 이미 운명을 보았기에 간단하게 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데모르테가 나를 신격화 시켰으니 천천히 귀걸이 상태로 있던 티르빙을 사브르로 변환시켰다. 아직까지 이 구역은 엘티노스가 만든 막대기를 설치하지 않았으니,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흐음? 상대가 전력을 안 내고 있네? 그럼 목표는 따로 있다는 건데?]

 

데모르테가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힌트를 줬다.

 

다른 목표라면...

 

“설마 루시피나를!”

 

“의외로 두뇌회전이 빠르시군요. 어째서 티르 님이 이런 얼빵한 남자를 죽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가 서서히 납득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그 드래곤 계집에게는 용살자<Dragon Slayer>가 이미 상대하고 있죠. 아무리 드래곤 로드의 딸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웜급이 아닌 성룡급이니 어린 아이 괴롭히듯 농락하다가 처리하겠죠.”

 

내 앞에 투구까지 써가면서 중무장을 한 트리니티라는 여성은 매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 목에 각인 되어있는 용족혼인의 문양이 불이 난 듯이 뜨거운 걸로 봐선,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한 뒤에 나는 데모르테에게 부탁을 했다.

 

[데모르테. 지금 당장 루시피나를 도와주세요.]

 

[하지만...저 여자는 신격화가 된 상태인걸? 같은 등급으로 올라가야만 상처를 낼 수 있는 상대야.]

 

[지금 그게 문제에요? 루시피나가 죽게 생겼는데! 멋대로 흘러온 잡화점 멤버중에 하나라도, 죽게 내버려둘 수 없는 동료라고요! 게다가 제가 저런 여자 상대로 설마 계획이 없는 줄 아시나요?]

 

서서히 데모르테가 내 앞에서 모습을 보이면서 붉어졌지만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 나를 반하게 하지 말라고?”

 

“반하게 할 생각은 없는데요...”

 

“그래도 멋진걸? 자신의 여자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희생을 하려는 그 정신, 솔직히 그 루시피나라는 그 드래곤이 카일보다 더 강할 텐데, 오히려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나에게 정직하게 부탁을 한 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우리 딸에게 주기는 아까울 정도야. 엘티노스의 잡화점이 너를 후계자로 지목했는지 알겠는걸? 내가 올 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

 

마지막으로 데모르테의 손가락으로 내 이마에 붙여진 반창고를 살짝 누르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나와 트리니티만 남은 상태에서 사브르를 고쳐 잡고, 몸 속에 있는 마나를 서서히 회전시켰다. 거리를 좁혀오는 상대를 눈으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여태까지 살아가면서 나도 많은 검을 부딪치고, 다른 적들과 수도 없이 싸워왔다.

 

이제는 그저 마나로 예민해진 감각만으로 검을 받아내고, 다시 휘두르면서 불꽃이 이리저리 튀었고, 왼손에는 초승달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은빛송곳과, 팔에 장착되는 뱀 조종자까지 소환을 해서 6개의 사슬 검이 빠르게 추격했다. 트리니티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내 모든 공격을 허무하게 할 정도로 빗나가게 만들었고, 트리니티가 방패로 돌진하는 것을 마법방패를 소환한 뒤에 발로 지탱하며 막아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발이 저려오는 충격에 잠깐 비틀거릴 틈도 없이, 방패를 올려 치면서 내 마법방패를 위로 튕겨내고 검으로 내려치는 것을, 사브르를 역수로 잡고 몸을 감싸 저 멀리 튕겨나가는 것이 한계였다.

 

신격화가 된 상대는 이미 신체능력마저 다르긴 하지만, 신을 품어서 신격화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자신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신격화로 만드는 그런 기술이 있을 리가...아니 있다. 딱 한가지가.

 

“초월의 의식이군. 너의 몸 어딘가에 초월의 의식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어.”

 

루노아 씨가 이전에 어릿광대와 나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했던 곳에는, 초월의 의식을 사용해서 압도하려고 했지만, 의식에 필요한 추가 제물이 없어서 그나마 약한 수준이라면, 지금 트리니티가 신격화를 할 정도로 강화가 되었으니, 제물 대신에 다른 무언가가 매개체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정말 상대를 하면 상대를 할수록 말은 많지만, 티르 님께서 왜 당신을 0.000000000001초라도 빨리 죽이라는 말씀을 하신 이유를 알겠군요.”

 

“그 0은 다 세고 있는 거냐?”

 

“실례네요. 정확한 계산이야 말로 특기. 당신을 평방 1cm로 새의 털을 뽑듯이 뽑으면, 생명활동이 정지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건 누구나 다 죽어.”

 

“그리고 정확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 또한 저의 주특기이죠. 그러니까...H2O는 산소입니다. 문과생인...”

 

“그건 유행이 지났으니까 그만 하라고!”

 

트리니티 검에 빛이 응축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아까처럼 방출해서 광선을 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저 강화를 하면서 휘두른다고 한다면야...

 

“마법부여: 새벽<Daybreak>.”

 

사브르와 은빛 송곳에 천천히 바다 빛이 물들면서 내려왔다.

 

“그럼 지금 상태에서는 내 공격에 한방이라도 스치면, 너의 신격화는 풀린다는 말이로군?”

 

정면으로 달려오는 트리니티와 동시에 검을 휘두르기 위해 도약한 나. 하지만 오히려 때리라고 빈틈을 주는 트리니티의 행동이 내 눈에 포착이 되었고, 불길한 기분이 나와 마주칠 때쯤에, 땅바닥에 닿기 전 아슬아슬하게 마법방패를 소환하면서, 다시 공중으로 도약을 해서 트리니티의 공격에 벗어났다.

 

떨어지는 충격을 감소하기 위해 바닥에 구르면서 다시 뒤쪽을 보았을 때는, 트리니티가 3명으로 분할되어 사방에 검이 엉킨 채로 가만히 있는 모습. 그리고 그 3명의 얼굴이 하나같이 나를 똑바로 봤을 때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칫! 피했군요.”

“정말인지 감이 좋은 사람.”

“그 짧은 틈에 피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는 또 뭐야?”

 

막상 다른 점이 있다면, 장비의 색상과 눈동자가 빨강, 초록, 파랑으로 나뉘어진 점을 보면, 애초에 이들은 서로 합쳐져 있다는 소리가 된다.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라는 것. 그렇다고 어딘가의 탐식의 망치+광휘의 검+열정의 검+300골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판다리아의 팬더가 어스, 파이어, 스톰으로 나뉜 것도 아니다.

 

“너희들이 무슨 변신합체 로봇도 아니고, 평상시에 변신하고 다니지 말란 말이야. 깜짝 놀랬잖아.”

 

“현관에서는 자주 합체...읍브브븝.”

“그건 일반인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랍니다.”

“시끄러. 네가 먼저 시도했으면서.”

 

나는 여기서 그런 콩트를 하라고 말한 적도 없어.

 

다시 천천히 서로 겹쳐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하나로 뭉쳐져서 밝은 갑옷을 입은 트리니티로 나타났다.

 

“맨 처음부터 3명으로 분리하지 않는 것은, 방심한 적을 일격에 죽이기 위함이로군?”

 

“아뇨. 그건 틀립니다.”

 

아니. 이 정도면 정론이 아닐까? 애초에 히든카드는 늘 숨기고 다니며, 항상 만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잖아?

 

“글쓴이가 귀찮아합니다.”

 

“...뭐. 그것도 정론이네.”

 

그러면서 지금 옆 대륙에 관련된 글을 천천히 쓰고 있다지?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월의 의식을 받은 3명의 개체가 하나로 뭉쳐졌을 경우에는, 어마어마하게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겠어. 그렇다면 아직까지 승산은 있다는 것이지!”

 

짧은 박자의 스텝으로 트리니티의 오른쪽 옆구리 방향으로 사브르와 동시에, 은빛 송곳은 왼쪽으로 휘두르고, 뱀 조종자는 내 오른쪽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이유야 당연히, 내가 공격하려는 박자에 맞춰서 다시 분리를 하면서 각자 다른 공격을 했기 때문, 지금 상황에는 3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것도 염두 해야 한다.

 

사방에 혼란스럽다고 생각할 때는 다시 합쳐지면서 묵직한 일격이 내 왼쪽 눈 바로 앞에 다가왔고, 사브르로 다시 쳐서 궤도를 바꾸며 오히려 앞에 한발 자국 직진. 그 후에 은빛 송곳으로 어깨를 내려찍으려고 했지만, 다시 분리가 되면서 그 본체는 사라지고, 이번엔 내 뒤쪽에서 각자 색상에 따른 광선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법방패로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의 광선이 밀집되어, 밝게 빛이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마법방패가 서서히 금이 가고 있을 때도 나는 중얼거렸다.

 

“제길. 너희들이 무슨 백터맨이냐!”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자세를 고치는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합쳐진 트리니티가 나에게 날아오는 듯 질주하며 검으로 찌르는 동작을 했고, 다시 사브르로 막다가 거대한 힘에 저 멀리 튕겨나갔다.

 

“고작 드래곤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요. 맨 처음부터 그 여신과 신격화로 해서 동등하게 싸웠으면, 그나마 저의 기분도 더욱 재미있다는 걸 느꼈을 텐데, 이래서는 어린 아이의 사탕을 뺏고 확인해보니, 딸기 맛이 아니라 흑설탕 맛이어서, 어린 아이가 보는 눈 앞에서 바로 뱉고 밟아 으깨는 것과 같네요.”

 

“비유가 너무 상세해서 내가 뭐라 태클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막긴 막았다고 생각했는데...상상 이상으로 너무 많은 충격이 내 몸을 감싸면서 돌고 있었다. 앞에서 막았는데 마치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는 용서할 수 없어. 다른 사람까지 건들일 정도라면, 그토록 평온한 삶을 부수고 나의 행복마저 빼앗아가는 녀석이라면, 일단 용서는 할 수 없지. 특히! 루시피나에게 용살자를 보낸 것도 그렇고, 지금 내 목에 있는 문양이 아직도 고열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느껴지는 것은 적어도 치명상을 면하지 못했단 소리니까.”

 

용족혼인의 문장을 소유하고 있는 나는 직접 눈으로 못 봐도, 루시피나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 지 확실히 느껴진다.

 

“소리니까?”

 

트리니티는 일부러 나를 도발하려는 듯이 내가 마지막에 한 말을 되물었다.

 

“버티기는 끝났어. 레시아.”

 

허공에 보라 빛의 마법진이 천천히 그려짐과 동시에, 검은 고양이가 내 어깨 위로 사뿐하게 내려 앉았고, 고양이는 붉은 눈으로 트리니티를 직시하면서 말한다.

 

“주인은 루시피나보다 약하면서도, 구하려 노력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런 장면에서 짐을 반하게 하지 말거라. 어차피 비둘기가 루시피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으니, 루시피나의 상처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지어다. 지금은 주인이 생각해야 할 것은 오로지 저 계집으로부터 승리하는 거다.”

 

나는 사브르를 트리니티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도망가고 싶으면 지금밖에 없을 걸? 3초후에 너는 확실히 죽어있을 테니까.”

 

“저것이. 마왕 레프리시아. 확실히 지금의 전력으로는 부족하겠군요. 초월의 의식도 유지하기에는 몸이 무너지기 시작할...”

 

“이미 3초가 지났거든? 여기는 손 놓고 적이 도망쳐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

 

레시아에게 받은 보조마법들이 온 몸에서 날뛰기 시작하면서, 트리니티를 향해 사브르를 휘둘렀지만, 하필이면 루비아 씨를 닮은 호문쿨루스가 내 검을 막고 튕겨냈다. 되살아 난 루비아 씨는 다른 색상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반면, 지금 나를 막은 가짜는 과거와 똑같은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제길. 이 가짜가아앗!”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흘겨 본 호문쿨루스는, 트리니티에게 끌어 안기며 공간이동 마법진에 들어가 천천히 사라졌다. 어처구니 없이 그것도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린 나는, 대기 중에 마나를 가득 모아 분노에 몸을 맡기며 허공만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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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말을 다 하기 전에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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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4

275

 

 

 

내가 읽었던 만화 중에는 사이어인이라는 전투민족이 있는데, 그 전투민족의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죽음을 모면하거나, 죽었다가 다시 되살아날 때, 전투력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설정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사이어인이 이곳 잡화점에서 생활을 했었다면, 분명히 최소 내가 겪은 사건이 많으니까 8배정도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운이 좋으면 전설의 슈퍼 사이어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이런 말을 쭉 늘여놓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정말로 사이어인이 여기에 출몰해서 정복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니며, 지금 내가 죽을 고비만 그렇게 넘겼다는 소리가 된다.

 

옛날에는 잡화점에서 오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두려웠다면, 지금은 잡화점에 있는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내가 죽을 까봐 겁난다. 오히려 이전 주인들도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행방불명 된 것은 아닐까?

 

“그래도 신랑은 루멘을 보러 꼭 가야겠어?”

 

일부러 루시피나와 같이 동행하면서 지금은 레시아와 시나는 집을 지키고 있다. 루시피나와 같이 별의 아이 계승식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옷을 고른다며 들어간 루시피나는 30분이 넘도록 걸린 것치곤, 마치 눈사람을 만들러 갈 것처럼 들떠 있었다고 한다. 첫눈은 내려도 쌓이지 않았지만...

 

“데모르테하고 그렇게 약속을 잡았어요. 실버 크라운에서 기다리겠다고 쪽지 날아온 거 봤잖아요?”

 

“너무 강하게 날아와서 신랑 머리에 박혀버린 그 쪽지?”

 

루시피나가 말한 내용 때문에 나는 또 한번 반창고를 붙인 이마를 쓰다듬었다. 나는 맨 처음에 머리에 쪽지가 박혔을 무렵. ‘나를 노리고 온 암살자인가?’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애석하게도 요즘 편지배달부들의 전투력이 급증해서, 실수로 투척연습을 하다가 인명피해를 냈다고 사과문을 2분 안으로 쓰고 돌아갔다고 했다. 물론 다행히도 마리아가 다시 응급처치를 해줘서 지금은 반창고를 붙이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으니. 요즘 따라 맨 위에 숫자가 넘어가면서 말도 못할 사건과 사고들이 자주 터진다.

 

위화감을 쓸어 내리기 위한 이마를 한 번 쓰다듬고는 가만히 걷고 있는데, 루시피나가 내 옆에 팔짱을 끼면서 찰싹 달라붙었다.

 

“겨울에는 이렇게 붙어 다니는 것이 좋아. 여름에는 괜히 붙어 다니면 더울 것 같잖아? 게다가 오랜만에 합법적으로 이렇게 기댈 수도 있고.”

 

팔짱기고 기대는 것이 언제부터 불법이 된 건지부터 묻고는 싶은데, 지금은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도 추위에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서, 옆에서 전해져 오고 있는 온기를 천천히 맞이하고 있었다. 기묘하게 남을 두근거리게 하는 달콤한 향도 덤으로.

 

“그런데 어째서 실버 크라운일까? 신랑이라면 모든지 다 아는 척척박사니까 알 수 있지 않아?”

 

“글쎄요...실버 크라운은 대체적으로 아우리스 여신이 저주를 내린 곳이라, 땅이 매번 뒤집혀지는 그런 장소라는 것은 다 알고 있을 텐데요. 그럼 땅이 뒤집힌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요?”

 

나도 모르는 수수께끼를 대체 어떻게 풀겠는가? 추측하는 것 생각나는 것 전부 지르고 보는 타입이지. 게다가 척척박사라는 타이틀은 다른 사람에게 붙여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하멀 씨라던가...

 

“땅을 뒤집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뭐가?

뭐가 대체 ‘그럴지도 모르겠네.’인데?

 

땅을 뒤집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하나 알아야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풍수지리에 밝은 아랑을 잠깐 빌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 베가프는 아르칸 제국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별의 아이라는 것은 우주를 자신의 눈에 담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 아이는 맹인이란 소리일까?”

 

“맹인이라고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천리안을 품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둘 정도로 루멘은 잘 움직이는 걸요?”

 

“별의 관측자이기도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마치 LOL에서 우리가 조종하는 그런 탑 뷰에서 내려다보는 그런 시점처럼 루멘은 우리들을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왜 하필 LOL?”

 

루시피나가 거기에 있으면 공격력과 주문력이 올라가는 버프를 주는 건가요?

 

“어머나? 우리 딸은 집을 보라고 놔두고,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데모르테가 언제 뒤에서 나타났는지 몰라도 왜 인지 모르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눈으로 나와 루시피나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루시피나는 데모르테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기를...

 

“실례네요! 바람이라니! 오히려 신랑과 저는 약혼을 한 사이에요! 이 정도는 기본이고 그 다음으로도 멋대로 넘어갈 수 있어요!”

 

“멋대로 넘어가지 마요.”

 

그러자 데모르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하!”라고 말한 뒤에, 계속해서 우리들 앞에 내용을 이어갔다.

 

“그럼 여태까지 우리 딸에게 하나 밖에 없는 용족의 남편을 빼앗기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어이. 거기. 청소년도 보고 있으니까 말을 가려서 하라고.”

 

“그럼 얼룩말로 할까?”

 

“왠 얼룩말을 거기서...댁 진짜 소멸 시킨다?”

 

그야 내가 먼저 소멸을 당하겠지만, 그런 저질드립을 사용하는 것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거절하고 배척해주겠어. 아무튼 데모르테는 대체 그게 뭐가 웃긴 것인지 “쿡쿡쿡...”하면서 숨을 죽여서 웃고 있었고, 루시피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은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농담은 그만두고 별의 아이 계승식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부른 이유는 결계를 치기 위해서야. 다음 계승자를 납치할 것 같다고 엘티노스가 신신당부를 해서, 너의 흔적이 남겨진 이 굵은 것을 설치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말 가려가면서 하라고! 그거 변질된 항마의 축복이 담긴 피뢰침 비슷한 거잖아요. 티르가 만든 호문쿨루스들의 인공 정신망을 부수기 위한 목적으로 엘티노스 씨가 제작한 거! 그 전에 여기는 아우리스 여신의 저주로 땅이 한번씩 뒤집어 엎는뎁...???”

 

데모르테는 천천히 다가가서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입술에 대고는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거라면 이미 내가 사전에 다 이야기를 해서, 오늘과 내일은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일이 빨리 끝나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야 하며, 이는 넓은 8각형으로 진을 쳐야 하니까. 남자인 카일이 6개를 들고 나와 저기 있는 드래곤 소녀는 1개씩만 들면 되겠지?”

 

8각으로 결계를 쳐야 하는 내 입장

 

“아니 잠깐만요. 왜 제가 6개를 들어요? 그렇게 따지면 저는 4개를 들고, 두 사람이 2개씩 들면 되는 간단한 어린이 산수문제 아니에요?”

 

그러나 데모르테는 나를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카일이 하는 것은 수학이 아냐! 카일의 수학에는 인간성이 없어!”

 

“왜! 수학에서 인간성 타령이야!”

 

인간성은 어두운 영혼 1에서 찾으란 말이야! 그 뒤에 더 실랑이가 있었다만, 데모르테가 도중에 무시를 하고 한 개만 설치하러 가기 위해 날아가버렸고, 루시피나는 “다 끝나고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을 남기며,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대략 14cm 정도의 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지금 내가 설치해야 하는 이동 거리가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게다가 실버 크라운에도 겨울은 있고, 건조한 이 땅에 차가운 바람이 더 건조하게 만들어서, 나를 말린 육포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빠르게 일을 끝내야 했다. 루시피나와 데모르테가 8각 중에서 가장 북북동과 동북동으로 설치하러 가는 동안, 나는 동남동부터 차례대로 하기로 했다.

 

그럴 거면 정말로 2개씩 가져가지.

나만 부려먹으려고 해.

시간이 지나고 2개를 설치하고 나서, 다시 천천히 움직이려고 할 때. 내 뒤에서 눈을 가리고는 누군가가 안겨왔다.

 

“아직도 2개밖에 설치를 못했다니. 너무 느린 거 아냐?”

 

“그럼 데모르테가 하나 더 가져가서 설치하시죠?”

 

그보다 여신들은 추위나 한기를 느끼지 못하는지, 전에 입었던 칠흑의 드레스 하나만 입고도, 데모르테가 내 눈을 가릴 때는 차가운 것이 아니라, 따듯하게 보온이 되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나는 여신이라고? 여신! 사람들이 받들어야 하는 여신이라니까? 여신이 고된 일을 하는 것이 여신이 아니며, 오히려 여신 밑에서 일하는 카일이 더욱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말할 거면 다른 용사에게 가서 30초 안으로 세상이나 구하라고 해요. 저는 애초에 용사도 아니고 그냥 잡화점 주인인데요? 엑스트라 A와 같고 상점주인 A와 같은 사람이라고요.”

 

“하긴. 그런 외부적인 캐릭터는 그리 잘 다루지는 않지. 어라? 귀여운 귓불이다. 냠!”

 

“사람의 귓불은 무는 게 아냐!”

 

아프지는 않고 입술로만 우물거리고 있는 데모르테는 살짝 때더니...

 

“그래도 카일은 츤데레니까 귀가 약해야 하는 거 아닐까?”

 

“요즘 츤데레=귀가 약점. 이란 공식은 대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몰라도, 지금 여기서 다시 제가 직접 당당히 말하자면 저는 태클을 거는 캐릭터라고요!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도 귀가 민감하니까 그런 장난 치지 마세요!”

 

하지만 내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계속해서 귀 안에 “후우~”하고 바람을 불고 있었고, 나는 내 몸 속에서 가장 깊은 밑, 어두운 심연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한숨을 입 밖으로 내버렸다.

 

레시아와 데모르테는 어딘가 많이 닮았다. 데모르테는 내 귀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입을 열기를...

 

“그런데 카일의 철벽은 너무 견고한 수준인걸? 지금까지 우리 딸은커녕, 수많은 여자들에게 함락당하지 않은 거대한 요새와 같다고나 할까? 사려가 깊고 상냥하면서도, 절대로 둔하지 않는 남자인데?”

 

나는 데모르테의 질문에 즉답했다.

 

“저는 절대로 둔하지 않기에 지금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거에요. ‘자연스러움’이라는 관계를 말이죠. 진보하지도 퇴화하지도 않는 정확한 중간지점을 계속. 이건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잡화점에 살고 있는 모든 멤버를 위해서이며, 저의 짧은 평화를 그나마 되찾기 위한 것이죠. 솔직히 잡화점의 멤버가 이렇게 늘어나서 난장판이 되는 것은 규격 외였지만, 그래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좋은 거에요.”

 

“하지만 멋대로 선을 넘으려는 아이들이 많잖아? 그건 카일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

 

“저의 기초계획이 전부 완료되면 그때 허용을 할 거에요. 절대적인 안전이 보장되고 절대적인 평화가 보장되었을 때.”

 

“음. 차라리 평생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네.”

 

데모르테는 나의 말에 최종적으로 위와 같이 대답했다. 

 

“그래도 카일은...예외적인 면에서 너무 약하다고나 할까? 생각해온 것보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오면, 적지 않게 많이 당황하지 않아?”

 

“그건 왜? 잠깐만!”

 

뭔가 발이 걸려서 넘어지는 것과 동시에, 데모르테도 따라 내 위에 넘어졌다.

 

“미안하게도 카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여성이 약 1명정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뭘 하는?”

 

넘어뜨린 것에 대해 따지려고 하던 찰나. 데모르테는 내 몸 속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지면서, 나를 신격화 하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발동이 되어버린 운명을 보는 눈에서, 검과 방패를 든 여성 하나가 나를 향해 휘두르는 것을 보여줬고. 내 위로 섬광 하나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실패했네요. 누군지 몰라도 정말 운이 좋게 살아남았어.”

 

나는 바닥에 있는 흙을 툭툭 털고 나서, 중무장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 입을 열었다.

 

“다짜고짜 공격을 하는 것 중에는 지금 3가지 분류가 있지. 하나는 도적인 경우와 다른 하나는 티르가 보낸 암살자. 또 다른 하나는 나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이겠지.”

 

그러자 내 앞에 여성은 입을 열었다.

 

 

“암살자라뇨. 저는 간부입니다. 간부 트리니티. 신인류를 배척하고 티르님의 계획에 방해되는 당신을 제거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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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순수하고 맑고 투명하고 착한데 사람들이 안 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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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3

274

 

 

 

막상 눈을 뜬 것은 내가 붕대를 감아서 “뭐야? 이제 미이라를 찍는 건가?”라고,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을 내뱉었을 무렵. 검은 고양이인 레시아가 내 배 위에서 엎드린 체 눈을 감고 있었다. 레시아가 접근을 했다는 것은 데모르테가 어디로 사라졌다는 소리인가? 뭐 그래도 정상적으로 눈을 뜨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잡화점의 검은 나무벽을 보면서 레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고양이가 살며시 붉은 눈을 뜨자, 내 시선과 마주치면서 말 하기를...

 

“주인. 이제서야 일어난 건가?”

 

“적어도 눈을 뜬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시죠. 그 폭발은 일반인이 맞았으면 죽어버릴 정도로 강력했으니까요. 평생 눈을 못 뜨는 줄 알았잖아요?”

 

오랜만에 뱃사공인 그 사신을 만날 뻔했으니까.

 

“어머니는 다시 천계로 돌아갔다. 다시 계승식이 있는 날에 찾아오겠다고 하더군.”

 

별의 아이 계승식은 아직까지 이틀하고도 얼마나 더 남은 것일까? 루멘은 정말로 죽는 것일까?

 

“어이. 주인. 지금은 다른 이의 생각을 하는 것은 그만둬라. 지금은 주인의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행히 마법이 폭발하기 전에 보호막을 친 것은 상당히 좋은 판단이지만, 평소의 주인이라면 좌표마법을 사용했을 것이라 본다.”

 

“애석하게도 그때 당시에 제가 날아가는 운명을 봤거든요. 잡화점하고 같이 우주 저 끝으로 날아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지나가던 울트라 맨이 저를 구해줘서 다시 이곳으로 수송하는 운명이요.”

 

“어머니의 ‘운명의 관측자’인가. 그거라면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군. 운명의 관측자를 본 내용은 절대적으로 피할 수 없는 미래예지니까. 이미 봐서 다른 행동을 취하려고 해도, 그 이전에 운명이 발동해서 죽거나, 다치거나, 정조를 잃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은 아니에요.”

 

마지막은 정말 터무니 없잖아요. 그나저나 내 몸 상태를 보아하니, 왼팔은 골절로 보이고, 오른다리는 부러지거나 골절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금이 간 모양으로 보아, 마법을 맞고 저 멀리 추락을 한 데미지가 더 컸나 보다. 항마의 축복을 몸에 지니고 있는 나에게는, 일정 이하의 마법 데미지는 받지 않지만, 마지막에 내가 봤던 것은 레시아, 시나, 마리아, 루시피나가 합동으로 마법을 한꺼번에 날린 것. 그게 뭉치고 폭주해서 폭발하게 된다면, 본래 거기서 한줌의 먼지로 사라지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인간의 몸은 너무 연약하군. 그 정도의 마법을 맞고도 이렇게 뼈가 부러지다니.”

 

“레시아는 마왕이라서 잘 모르겠죠.”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주인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레시아는 배에서 가슴까지 올라와 말을 하면서도, 인간을 왜 이해하려고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 다양한 변수와 가능성을 어떻게 일일이 전부 이해할 수 있나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이해가 되는 거라고요. 그건 그렇고.”

 

잡화점에 있는 검은 나무벽은 확실히 익숙한데, 원래 바닥에서 자는 것과 달리, 이번엔 처음 보는 침대 위에 내가 누워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레시아. 여기 어디에요?”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잡화점...”

 

“아니. 잡화점인 건 알겠는데. 여긴 잡화점에서 정확히 어느 곳이냐고요?”

 

“그야 당연히...”

 

검은 고양이가 순식간에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나서, 언제나 눈이 가는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이 나를 향해 내려오며, 천천히 뭔가 사냥감을 드디어 잡은 듯한 눈으로, 입가에는 붉은 그믐달과 함께 속삭였다.

 

“짐과 주인 둘만이 있는 장소이니라.”

 

좋아. 천천히 생각을 해보자. 그러니까 여기는 지금 2층도 3층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잡화점 1층에서 내가 늘 자던 곳도 아니고,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쉬는 공간도 아니며, 지하 1층에 루나가 사용하는 방도 아니니까.

 

“2층 계단 옆에 있는 모의전투의 방이잖아!”

 

모의전투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전략과 전술을 가르치고, 다양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어서 적응력과 변수를 계산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지금은 레시아가 어떻게 해놨는지 몰라도 나를 1분 1초라도 더 속이기 위해서, 잡화점과 유사한 공간으로 만들어놓았다.

 

“오랜만에 주인을 독점을 해보는 구나. 요즘 그 비둘기 때문에 이렇게 둘이 달라붙는 날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이. 여길 청소년이 못 보게 할 생각이에요?”

 

“어른들의 놀이는 다 그런 것 아닌가?”

 

“어른들의 놀이라고 하지마! 그리고 지금 당장 내려오고!”

 

“불허하다. 짐은 확실히 말하자면 마왕이니라. 마왕은 언제나 인간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존재. 주인은 짐을 사역마로 사용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주인도 결국은 인간이며 짐에게 언젠가는 굴복해야 한다. 가위바위보로.”

 

“가위바위보를 하기 위해서 마나의 반을 빼서 본모습으로 돌아가고, 제 배위에 앉아서 “잡았다!”라는 듯한 눈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냐!”

 

레시아의 눈빛은 다시 평상시처럼 되돌아가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석하게도...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짐은 주인을 치료하기 위해 이렇게 방해 받지 않는 공간에 있는 것뿐이니라. 간호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욱 혼잡하고 주인은 쉴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거겠지. 그러기 위해서 짐은 오히려 혼란을 틈타 바닥에 있는 주인을 끌고 와서, 이 장소로 순간이동을 한 것이다. 이곳이라면 확실히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시행하다니? 무엇을? 회복마법이요?”

 

회복마법 중에서도 일시적인 체력만 상승시키거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그런 방법도 있고, 사제는 축복을 그 사람에게 내려서 상태이상을 치유한다. 그 이외에 중상이나 치명상을 입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크나큰 시간과 마나가 소요하기도 하는데, 레시아는 내가 많이 다친 것을 알고, 확실하면서도 거대한 회복마법을 준비하려는 듯 했다. 이렇게 보면 나도 사역마를 잘 만났다는 생

 

“방중술이다.”

 

......각을 했다는 것은 전언 철회한다.

댁 정말 미쳤...아니...

 

“걱정 말거라. 피임마법은 확실하다. 저번에 그 로리콘 도마뱀이 했던 크나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

 

“진짜 레시아 정말 진심으로 확실히 정신줄 놨어요!? 지금 대체 무슨 아이디어를 했길래 그 머릿속에서 생성하고 입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단어에요? 그리고 피임마법은 또 뭔데! 당장 저로부터 반경 25만km정도 떨어져요!”

 

“반경 25만km면 이미 우주 밖이니라. 그리고 이건 주인과 짐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페어링이 더욱 강화가 되면, 주인은 이제 무리 없이 짐의 권능의 대부분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고, 마기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짐은 주인의 능력치를 확실하게 강화할 수 있으며,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주인의 옆에 곧바로 나타날 수 있...”

 

“결속이고 나발이고 떨어지라고 말했잖아요!”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안 되잖아?

 

레시아의 고운 손이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느긋하게 그리고 매우 차분하게 입을 움직였다.

 

“괜찮다. 모든 것은 처음이 있는 법. 짐도 처음이니라. 그래도 주인이 많이 다쳤으니까 가만히만 있거라.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디든지 짐이 확실하게 대려다 줄 테니까.”

 

“이거 만 15세이상 청소년마저 볼 수 없는 내용으로 가고 있거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노선이라도 좀 바꿔요!”

 

“그렇게 싫다고 앙탈부리는 것도 지금까지니라. 주인의 견고한 마음이 우선일지, 아니면 몸이 결국 본능에 굴복하게 되어 타락할지는 천천히 알아가 보도록 하지.”

 

오늘 제발 내가 레시아를 사역마로 소환하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되질 않기를 빌어야겠다.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과거로 가는 마법을 배워서, 나란 존재를 지워버리거나. 그런데 일단. 이 거대한 위기로부터 벗어나야 하잖아!

 

레시아의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마치 서서히 단두대를 올리는 듯한 서늘함을 받기 시작했다. 꼼짝없이 이대로 당해야 하는 것인가? 나의 미래는 대체 어떻게

 

-콰앙!

 

“칫! 비둘기 녀석. 짐의 8중 결계를 이렇게 빨리 뚫다니. 앞으로 30분 정도는 더 오래 버티는 줄 알았는데.”

 

“마스터로부터 당장 떨어지세요!”

 

좋아. 미래는 보장받았다.

다행이네.

 

마나의 반이 더 빠져나간 이유가 뭔가 했더니, 시나 또한 여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레시아의 결계를 파괴하고도 사무적이며 태연한 얼굴이었다. 마치 결계를 부수는 것에 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았다는 듯이.

 

“그 혼란을 틈타서 짐에게 도달할 줄은 몰랐노라. 마침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갔으면 주인을 짐 없이 못사는 몸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마스터는 그 누구에게라도 넘겨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냥캣을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투기가 레시아와 시나 사이에서 빠르게 흘러 내려오면서, 주변에 있던 대기가 마치 도망가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 참에 서열이 누가 더 위인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겠는가? 계속해서 애매하게 실력을 겨루느니, 차라리...이 기회에 누가 주인의 정부가 될 수 있는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자고?”

 

“좋습니다. 건방진 고양이가 상자 속에서 죽은 채로 나오는 것을 보여드리죠.”

 

이래도 아마 서로 봐주지 않게 싸우게 되면, 분명히 일방적으로 피해보는 것은 나밖에 안 되겠지. 그렇게 되면 지금 이 상태에서 더 다친다는 소리 아냐?

 

“레시아! 시나! 싸우지 마요!”

 

난 더 다치기 싫다고!

 

“없어져라!”

“사라지세요!”

 

어둠과 빛이 서로 섞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한번 의식을 잃어야만 했다.

 

***

 

“잘못했다. 주인. 한 번만 봐달라.”

“죄송합니다. 마스터. 용서를...”

 

이제 완전히 전신에 붕대를 감아버려서, 곧 있으면 이모텝이 부활할 때 나도 따라서 부활하는 미이라가 되어버렸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다른 미이라와 다르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이모텝은 여기에 없다는 소리겠지.

 

나는 어처구니 없어서 말을 할 수도 없었고, 화가 잔뜩 나서 가슴속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불덩이가 온몸을 태우고 있었다. 잡화점이 이제 겨우 빠르게 수복을 완료했으며, 카렌은 레시아와 시나가 싸울 무렵에, 뒤늦게 와서는 내가 땅바닥에 다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겨우 겨우 그 둘을 뜯어말렸다고 했다.

 

마리아는 거의 숨이 끊어져가는 나에게 응급처치를 했고, 루시피나는 베가프를 부르기 위해 칸포리우스 제국까지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루나는...그걸 보고 또 스케치하고 있고.

 

결국 서로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고 부분 부분 검게 그을린 얼굴과, 해져버린 옷을 입고는 무릎을 꿇고 있던 레시아와 시나 중에서, 레시아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레시아.”

 

“무엇인가? 혹시 용서를 해주는 것인가?”

 

“한달 동안 육포 금지에요.”

 

“그...그런!”

 

어디선가 내려치지도 않는 번개가 밖에서 내려쳤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는지 레시아는 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주인! 짐의 유일한 동반자인 육포를 한달 동안 금지를 시키겠다니! 그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니라!”

 

“그럼 오늘부터 그 재앙이 있겠네요.”

 

나의 단호한 대답에 레시아는...어라?

울고 있잖아!?

 

“흐윽...! 흐아앙! 육포를 못 먹다니! 주인은 어째서 짐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아아! 으아아앙!”

 

마치 어린 아이가 때를 쓰듯이 다 큰 미녀가, 바닥을 구르면서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정말 딱하단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왕이 육포 하나 때문에?

 

확실히 마리아의 말에 따르면 레시아의 지금 나이는 마계에서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젊었으면 더욱 젊은 나이지.

 

“시나는 앞으로 1달 동안 내 몸 속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레시아와 같이 잘 것.”

 

또 한번 뭔가 벼락을 치지도 않는 하늘에 벼락이 떨어졌다.

오늘따라 왜 날벼락이 많은 거야?

 

“마...마스터. 그런...참혹한...훌쩍! 명령을 내리면...훌쩍!”

 

너도 우냐...

그보다 얼마나 레시아를 싫어하는 거야.

빠르게 다시 수정을 해야겠군. 이러다간 정말 잡화점이 울음바다가 되어 또 난장판이 될 거야.

 

“물론. 벌은 다음에 이 일이 다시 반복했을 때에요. 그때는 정말 가차없이 위와 말한 것처럼 시행할 거에요.”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라는 의미로 수정을 가하자, 레시아는 울음을 멈추고 다시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짐은...그럼 지금 육포를 먹어도 되는 건가?”

 

그 말을 눈물을 머금고 진지하게 말하지마.

 

“먹어도 되요. 그리고 다 큰 마왕이 왜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거에요? 타락의 표식을 이어받은 마왕 레프리시아잖아요.”

 

훌쩍거리는 레시아의 눈가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로 눈물을 닦아줬다.

 

“그리고 시나. 나를 구하러 온 것은 기쁘지만, 레시아를 너무 싫어하지는 말아줬으면 해. 그냥 보면 서로 이를 갈고 달려드는 앙숙이 아니라, 적어도 같은 편이라고 생각은 해달라는 거야.”

 

또한 시나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마스터...흐아아앙!”

“주이이이인!”

 

 

레시아와 시나가 서로 울면서 나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금이 갔던 갈비뼈가 부러져버리고, 한 동안 고통 속에서 베가프가 나를 구해줄 때까지 비명도 못 지르고 꾹 눌러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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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항상 늦게오는 교대자가 1시간 30분을 늦어서 결국 팩트 폭력을 가했습니다.
물론 사장님께서 허가하셨지요.

 

-

리코멘

 

연우 / 어...잡화점으로 가세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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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2

273

 

 

 

하얀 눈을 직접 맞아가면서 걷고 있는 나는...아니. 질질 끌려가고 있는 나는, 지금까지 “목줄 좀 풀어주시죠!”라고 13번의 외침에도, 모두 “안 돼.”라고 거절을 당한 체, 지금쯤이면 슬슬 나를 끌고 온 이유라도 알려줘야 할 터인데도, 얕게 쌓인 눈을 부드러운 손으로 잡아 녹이면서 나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눈 싸움 하고 싶은데 눈이 뭉쳐지지 않아.”

 

“아직 눈이 쌓이려면 멀었거든요!”

 

이 여신은 정말 뭘 하러 온 여신인가?

레시아도 물론 마왕으로서 이상하게도 비틀려버린 존재이긴 하지만, 이 여신도 다른 방향으로 비틀려버린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아...슬슬 저를 끌고 온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잡화점으로부터 이제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고요? Yee T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간 한 명과 자전거 하나를 빌려서 공중으로 날아가는 수 밖에 없다고요? 그러니까...”

 

“뭉쳐졌다! 에잇!”

 

-철퍽!

 

나 인생 왜 살지.

 

“카일은 내 처음을 잘 받아줬구나?”

 

“그 대사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니까 쓰지 마세요!”

 

첫눈으로 뭉친 첫 번째의 눈뭉치에게 그대로 폭행당하고, 추격타로 언어로 폭행당한 나는 데모르테 씨에게 소리를 쳤

 

“저기. 데모르테라고 불러줘? 뭔가 뒤에 ‘씨’나 ‘여신님’이나, 접두사에 ‘아름다운’이 붙으면 이질감이 생겨서.”

 

“접두사에 ‘아름다운’은 왜 붙어요! 괴짜라고 하겠지!”

 

...?

 

“데모르테. 내 독백을...보고 있구나!”

 

목줄이 채워진 체로 나는 오른손은 얼굴을 살짝 가리고, 왼손으로는 데모르테를 가리키면서 기묘한 포즈를 취했다. 이 멋진 포즈를 여기서 사용할 줄은 몰랐네. 나중에는 로드롤러라도 가져와서 내려 찍을까?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그저 ‘보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라고? 내가 카일의 독백을 보고 있는 운명을 보았기 때문에 그저 입으로 말한 것뿐이야.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기 때문이야.”

 

“올 픽션은 사양합니다.”

 

나중에 AT필드를 전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제가 왜 여기까지 나와서 옷도 제대로 못 입어서 얼어 죽겠는데, 빨리 볼일 볼 것을 다 보고 집에 돌아가서 느긋하게 쉬고 싶은데 말이죠?”

 

데모르테는 대체 어디서 모았는지 몰라도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놓고는, 손을 털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당연히 지금 당장 말해야겠지? 내가 카일에게 상당히 무리한 부탁을 하려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레시아에게 있어서는 분노를 일삼는 행위이기도 하며, 때때로는 카일도 맨날 품었던 여자들 보다는, 새로운 여자를 가끔씩 품어도 좋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런 애매모호한 대사로 혼란을 주지 말라...잠깐? 지금 데모르테를 품으라고요? 저를 신격화 시킬 생각인 거에요?”

 

“정답!”

 

“허나. 거절한다!”

 

겨우겨우 남자로 되돌아 간지 아직 1주일도 안 됐다고! 12월초부터 나를 난잡하게 만들 생각이냐!

 

“괜찮아. 나는 레시아나 시나와는 달라서 적어도 숙주에게는 많이 상냥하거든. 아랑에게 신격화 한 것처럼 남자인 상태 그대로 유지 될 거야. 나도 여신 중에서는 상급인걸?”

 

그거라면 다행이지만...

 

“데모르테는 애초에 지상에 아무런 일 없이 지상에 내려왔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을 품을 몸을 찾는다니?”

 

“애석하게도 지금 이 상태로는 본래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없거든. 인간계에서 내려오면 힘을 그만큼 깎고 와야 인간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니까. 모든 힘과 권능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성녀가 필요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우리스 교도에 있는 성녀들은 내 존재를 금기하거든. 이단으로 취급하거든. 오히려 적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거든. 방금 라임 괜찮지 않아?”

 

“안 괜찮아요! 잘 이야기 하다가 다른 걸로 엇나가지 말라고요!”

 

그게 대체 무슨 라임이야? 라임을 다 쪼개버릴라.

 

“그런데...제 몸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들어야 하는데요?”

 

데모르테는 나에게 평온한 미소로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별의 아이 계승식에 참여를 해야 하거든.”

 

“별의 아이라면...지금은 루멘이잖아요?”

 

전에 루멘이 나에게 보냈던 편지에서는, 내가 루멘을 보는 날이 자신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데모르테가 별의 아이 계승식에 참여한다는 소리는 즉, 데모르테는 운명에 따라 루멘이 죽고, 다른 계승자가 별의 아이를 이어 받는 것.

 

“애초에 별의 아이라는 것은 우주를 눈 안에 품는 아이. 그런 방대한 우주를 고작 한 어린아이의 두 눈에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해? 눈에 우주를 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수명이 깎여나가는데? 적어도 마지막에는 너를 꼭 보고 싶어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겠지.”

 

“데모르테는 루멘의 영혼을 직접 데려가기 위해?”

 

데모르테는 말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별의 아이 계승식이 언제인데요?”

 

“3일 뒤?”

 

...왜 의문문인데?

 

“3일 뒤라면 좀 남은 시간인데요?”

 

“그야 당연히 카일과 내가 레시아보다 궁합이 잘 맞는지 알아야 하잖아?”

 

그러니까 미리 들어가보겠단 소리로군? 저 말은.

 

“애초에 남들이 오해할 만한 말은 하지 말라니까요? 그리고 저를 왜 여기까지 데려온 거에요! 그냥 잡화점에서 말하고 나갔으면 됐잖아요!”

 

“그야. 육포 50개를 사야 하는데. 나는 육포를 어디서 파는지 모르거든. 하지만 우연히 내가 봤던 운명 중에는 카일과 같이 육포를 사러 데이트를 나가는 운명이었어!”

 

“둘이 사이 좋게 육포를 사는 것이 뭐가 데이트야!”

 

최근에 데이트 코스 중에서는 육포를 사는 것도 포함인가? 무슨 여자 꼬실 때 “우리 같이 육포나 씹으러 가지 않을래?”라고 멘트를 날리는 남자는 없잖아!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내 주변에 마나가 폭주하겠다!

 

“육포만으로 얼마나 다양한 로맨스가 가능한데?”

 

“듣기 싫으니 그만 하시죠.”

 

“단호박.”

 

데모르테가 천천히 사라지는가 하더니 내 안에서 뭔가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항아리 안에 물을 붓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발끝부터 시작해서 따스한 무언가가 이윽고 목까지 곧바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랑을 품었을 때는 너무 순식간이라 몰랐고, 시나를 품었을 때는 너무 익숙해서 모르고, 레시아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반 강제로 여체화를 시켜서 고통만 느껴졌지만, 데모르테는 편안하고 포근해서 주위에 추위도 전부 물러갔다.

 

“본래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라 딱히 뭐가 변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이 정도의 궁합이라면 나의 권능을 전부 사용할 수 있어.”

 

반 투명화가 되어있는 데모르테가 나에게 말했다. 분명 딱히 변한 것은 없고 남자인 것도 그대로이고, 누가 보면 평범하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바뀐 것은 ‘눈’이다. 눈이 지금 대략 1분 앞에 있는 나의 운명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운명의 여신을 몸 안에 품으면, 자동으로 운명이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죠?”

 

“물론 아니지. 대신 자신의 운명을 볼 수 있긴 해. 보고 싶지 않아도 자동으로 볼 수 있다고나 할까? 그래도 운명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면, 더 강한 인과율이 작용해서 더 처참한 결과로 맞이하게 되겠지.”

 

“...그리고 두 번째로. 전에 쾌락과 향락의 여신으로 일한 적 있다고 했죠?”

 

“응. 지금도 가끔가다 도와주고는 있지. 그런데 왜?”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아랑을 품었을 때보다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렸잖아요!”

 

“아 맞다. 권능을 잠깐 지워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네? 데헷!”

 

“지금 느긋하게 ‘데헷!’할 상황이냐!”

 

그리고 정확히 1분 뒤에 벌어진 상황에 있어서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끊임없이 달려왔고 거기서 나는 도망갔다. 이거야 말로 운명대로 이행하는 것일까?

 

“제길! 킹 크림존에 이상한 효과가 붙어있을 줄이야!”

 

“나는 데모르테인데? 시간을 지우지는 못한다고?”

 

“시끄러워요! 이래서는 육포를 어떻게 사냐고요!”

 

“에피타프를 사용하면 될 걸?”

 

“내가 디아볼로냐!!!”

 

영원히 죽기는 싫다고.

 

가까스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거의 대륙 끝까지 도망친 것 같은 기분으로 잡화점에 귀환마법을 사용했다. 육포는 아직까지 모아 놓은 것이 있으니 그걸 줘버리면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운명을 보는 눈은 억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데모르테가 말했다. 자신의 운명을 보게 되는 것 또한 운명이라나 뭐라나.

 

“쾌락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람에게 작용되는 거지만, 청소를 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것도 쾌락이고,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는 것에 만족한 것도 쾌락이며, 쓰레기봉투를 뜯고 거기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도 쾌락이지. 사실상 쾌락이라는 그 자체는 정말 단순한 거야. 쾌락을 즐기고 이어지게 해주는 향락은, 말 그대로 자신이 기뻐하는 일을 계속해서 지속해주는 일. 부족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생물들은 대게 살 수 있지. 게다가 자신의 운명을 예지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카일은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거고.”

 

데모르테는 반투명한 상태로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그보다 대체 어떤 사람이 쓰레기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거지? 어쨌든 나는 신세를 한탄해 하며 데모르테에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까지 왔잖아요.”

 

루시피나와 마리아가 나를 꼭 끌어 안고는 놔주질 않는 운명을 본 뒤에, 10초만에 습격을 당해서 이 모양이 되어버렸다. 루나는 토끼 귀를 세차게 움직이면서 지금의 모습을 스케치 하고 있었다고...

 

“저기. 루시피나.”

 

“안 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마리아?”

 

“윤허할 수 없다.”

 

“아직 아무 말 도 안 했다고!”

 

끌어안는 이유야 욕구가 충족되기 위해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루나가 지금 자신의 욕망에 몸을 맡기면서, 마치 온 몸에 불이라도 나는 듯한 오러를 띄고 있었다.

 

“새로운 소재라니! 주인님 조금만 더 애매하면서도 살짝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어주세요! 루시피나 언니는 조금만 더 주인님의 오른쪽 가슴에 손을 올려주고, 마리아는 왼쪽다리를 주인님의 오른쪽 다리와 서로 얽히면서 색기가 있는 표정을! 좋아요! 엄청난 리얼리티야! 이제 이 소재를 만화에 사용하기만 하면, 흐흐흐! 불타오른다!”

 

저대로 타 죽었으면...

헤븐즈 도어를 사용하는 로한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니 뭐하니 하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루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어버렸다.

 

어쨌든 지금 루나의 눈은 정상이 아니기에 레시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저기 레시아?”

 

“육포 100개.”

 

“왜 나는 100개냐!”

 

레시아는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어투로 나를 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짐의 숙적이라고 불리는 데모르테를 품었지 않았는가?”

 

“레시아는 그 숙적에게 육포 50개로 절 팔아먹었잖아요!”

 

누가 막아줬었다면 이런 일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어머나. 우리 딸이 좋~아하는 카일을 엄마가 뺏어가서 마음이 속상하니?”

 

“시끄럽다! 감히 짐을 상대로 NTR을!”

 

“잠깐! 레시아! 그만! 멈춰! 거기까지!”

 

NTR의 약자는 그저 Nothing to Report의 약자일 뿐이다. 절대로 다른 의미로 쓴 것이 아니길 빌어야지.

 

반투명한 상태에서 데모르테가 보이는지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모녀를 보며, 한 숨을 길게 내쉬고 있는 사이에 카렌은 천천히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는, 점심이 다 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물론...느닷없이 또 다른 나의 운명이 예지되기 시작했는데, 카렌이 나에게 떠먹여주는 것이 화근이 되어 결과적으로, 모두가 질투의 화신이 되면서 잡화점과 같이 내가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난 이제 죽었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떨궈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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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르테가 굴린다!

 

리코멘

 

만다린-난슬 / 확실히 말해서 저는 절대로 길게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짧게 쓰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글을 쓸 때는 생각도 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그래도 이제 제가 이번년도 2월부터 처음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의 느낀점은.

 

제 글은 편법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지요.

제 글은 개그와 만담이 주로 이루어진 글이니까요.

 

게다가 상황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에 힘을 입혀서 더욱 더 길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먹었다. 맛있었다."

라는 것도 "토마토를 먹었다. 끝내주게 맛있었다."

로 바뀔수도 있고. 더 길게 늘리면 "먹음직스러운 새빨간 토마토를 먹었는데, 정말 끝내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라고 늘릴 수도 있습니다.

 

번외로

"책상 위의 중앙을 차지하는 붉은 색의 토마토는, 나의 눈을 매혹하고 나의 식욕을 자극하며, 먹고 싶다는 욕구를 철저하게 들춰내기 시작했다. 토마토의 매끈한 피부를 붙잡고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서, 한입 크게 베어물자 토마토 안에 있는 맛깔나고 신선한 과즙이 먼저...(더 쓸 수 있지만 이하생략)"

 

이런 식으로...

묘사에 집중을 하면 언제든지 늘릴 수 있습니다.

그 장면에 힘을 주고 싶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표현으로 늘리면 됩니다.

 

길게 쓰는가 쓰지 않는 가는 단순히...

컨디션과 귀찮음이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죠.

 

제가 서평을 잘 읽지 않음을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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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1 - 1

272

 

때때로 시간이라는 것은 늦게 지나갈 수 있고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늦게 지나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 볼일 없이 힘든 일에 속하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은 자신에게 즐거운 시간이 된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평온이라도 빠르게 깨져나가지 않기를 빌어야 한다.

-허브티를 마시면서 창밖에 첫눈을 바라보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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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 번째 주가 시작하자마자 은빛을 머금은 하늘에서, 하얀 눈을 사방팔방으로 폭격하기 시작할 무렵. 난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느닷없이 불이 붙어, 주변 공기를 데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따듯한 곳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카운터 위에 올라오지 않고 난로 앞에서 웅크리며 편안하게 있는, 검은 고양이는 이게 마왕인지 진짜 고양이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게 있었다.

 

“레시아. 많이 편해요?”

 

“편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yES다.”

 

보통 Y가 대문자잖아.

 

“마계에는 계절이 뚜렷하지 않고 온통 불바다와, 화산, 검은 구름과 붉은 번개, 특정부분만 멈추지 않은 만년설로 이루어진 곳이 마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며, 릴리스의 성은 유일하게 인간계에 있노라.”

 

그러니까 2층 침대를 타고 가도 인간계로 이동하는 것뿐이라, 마계까지는 도착하지 않는 그런 거로군. 하지만...

 

“그럼 릴리스가 마계로 어떻게 이동을 한다는 거에요?”

 

“릴리스의 성 안에는 마계로 가능 포탈이 있다. 물론 릴리스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릴리스의 부하들이 자주 써먹고 다니지. 그 정작 몽마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릴리스는 대게, 꿈의 미로에서 인간들의 정기를 뺏어가느라 바쁘니까. 아니면 인간계에서도 권력자들의 정기를 뺏어가거나.”

 

“저는 마계로 어떻게 이동하냐고 물어봤지, 그 뒤에 있는 내용은 안 물어봤다고요!”

 

“본래 주인의 호기심은 릴리스가 어떻게 정기를 착취하느냐가 아니었던가?”

 

“절 대체 어떤 사람이라고 보고 그리 대답하는 겁니까!”

 

“괜찮다. 주인의 정기는 짐이 직접 착취할 수 있노라.”

 

“제가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걱정하지도 않았고!”

 

7대 죄악과 묵시록의 4기사, 그 모든 것의 결과로는 타락과 허무로 이어지는 것. 타락의 표식을 가진 레시아는 아무래도 마계 12공작 중에서 대부분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듯하다. 전에 비무대회에서 해연 씨를 처참하게 묵살시킨 것도, 정기를 착취하라는 레시아의 도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레시아가 만일 본연의 힘을 전부 개방하며 싸운다면, 레시아와 대면할 수 있는 존재는 얼마나 될까?

 

“마스터. 저런 위험한 고양이는 멀리하고, 저를 가까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얀 올빼미가 왼쪽 어깨 위에서 노란 부리로 입을 열었다. ‘창세의 빛’이라고 불리는 시나는 어디서 봤는지 몰라도, 기묘하게 유명할 것 같은 단어를 내뱉고는 다시 입을 열기를...

 

“냥캣은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저 난로에게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군요.”

 

“주인의 품 안은 확실히 따듯하지만, 그것은 밤에 해야 더욱 더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는가?”

 

“시나의 질문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텐데요? 요즘 레시아 캐릭터가 변해가는 것은 자주 느끼지 않나요?”

 

“무슨 소리인가? 주인은...늘 그래왔듯이 짐은 마왕이니라, 짐은 절대적으로 마왕이라고 해서, 절대로 틀린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짐이 마왕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지금은 뭐냐...그래! 맞아. 나태다. 짐은 나태하게 벽난로 앞에서 따스한 온기를 맞이하며 뒹굴 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짐의 단어에는 색욕이 들어가있듯이, 주변을 매료할 수 있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놓을 수도 있노라.”

 

검은 고양이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봤자.

별 감흥도 안 온다.

 

“짐 또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노라. 모든 이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다만...예상외로 주인은 그리 쉽게 넘어오지 않아서 이상하지만...”

 

“예상외는 뭔데요?”

 

“그야 당연히 주인이 짐과 사역마에 대한 계약을 맺고, 페어링까지 강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짐의 영향력이 점점 나타나기는커녕, 오히려 그게 익숙하다는 듯이 면역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야 사역마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거잖아요.”

 

대체 어디가 뭐가 어떻게 잘못 된 거야?

다르게 말하면 나는 지금 레시아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설마 지금 역전현상을 기다리면서 계속 저에게 붙어있었단 소리에요?”

 

주인과 사역마의 입장이 바뀌는 역전현상은 사실상 주종관계가 아니면 없는 것 아니던가? 따라서 엘티노스의 책 중에서 사역마 소환에 관련된 책을 따라서, 주종관계는 위험하니 평등한 친분관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마법진을 그리고 주문을 외운 것이었는데?

 

“확실히 평등한 관계에서는 주종관계가 없다고는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자신이 어느새 위에 있고, 또 아래에 있을 수도 있는 무의식적인 서열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조만간 짐에게 홀린 주인을 데리고 마계에서 처음으로 끌어안고 잘 인형이 생기나 했더니, 의외로 완고하고 정신방어가 너무 높아 지금까지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끌어안고 잘 인형은 따로 사! 나에게 그러지 말고!”

 

시나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부리로 내 옷깃을 흔들면서 바라보게 했다.

 

“마스터. 실제로 저 냥캣이 마스터가 자는 동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같은 이불 속에 계속 자고 있는 적이 있긴 합니다.”

 

“자...잠깐! 비둘기 이 녀석! 지금 짐을 모함하는 것이냐! 주인! 저 비둘기도 주인이 자는 동안 본 모습으로 돌아가서 주인의 베개를 치우고, 무릎 위에 주인의 머리를 올려 놓으면서 주인의 자는 얼굴을 면밀하게 관측했노라! 매우 흡족한 얼굴로 보고 있어서 신혼부부인줄 알았다!”

 

“자...잠깐! 냥캣! 그것에 대해서는 서로 비밀로 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비둘기가 먼저 발설하지 않았는가!”

 

“마스터에게 불경스러울 정도로 붙은 횟수가 저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는 좀 힘드니까.

 

“둘 다...싸우지 말랬잖아요!”

 

두 명에게 아이언 클로를 시전했다. 온갖 비명과 아프다는 소리만이 이리저리 퍼지는 와중에, 카렌이 방 안에서 눈을 비비며 나왔다.

 

“아버지...아침이라고 해도 어제는 제가 잡화점을 봐서 피곤하다니까요?”

 

“아. 그래 미안...이 아니라! 너 대체 뭘 입고 있는 거야!”

 

“아...와이셔츠인데요? 아버지꺼...”

 

“내 와이셔츠를 왜 입냐고 그러니까!!!”

 

아이언 클로에 정신이 팔려서 태클이 약 2초정도 늦었지만, 지금 카렌의 복장을 보고 나서야 나는 양손에 있던 사역마들을 힘없이 떨어뜨리고는, 카렌에게 다가가서 따지는 내 모습을 잠깐 거울로 통해 봤을 때는, 영락없이 철 없는 누나에게 따지는 남동생과 같았다.

 

...잠깐? 카렌의 키가 더 크잖아?

제길...내 키는 저주받았어.

 

“괜찮아요. 아버지.”

 

짙은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순진하게 웃으며, 나를 안정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건 나에게 있어서 독이 되었다.

 

“아니. 내가 안 괜찮아. 그리고 네 복장은 심하게 괜찮지 않아. 당장 제대로 입고 다시 나와!”

 

“흐응...이런 걸로 아버지를 유혹할 수 없구나.”

 

애초에 부모를 유혹한다는 그 자체부터가 뭔가 잘못 된 거 아니니?

일단 확실히 따지자면 내 체세포를 사용한 호문쿨루스지만...

 

카렌이 방안에 들어간 뒤에, 다시 남아있는 허브티를 마시려고 테이블 앞에 이동했다. 평온한 생활을 때려 부수는 것은 멀리 있는 적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적도 아니라, 주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두자. 지금 당장은 휘청거렸을지 몰라도, 이렇게 느긋하게 첫눈을 바라보며 즐기는 시간은, 영원히 이어갈 것처럼

 

“신랑! 이번엔 내가 신랑의 와이셔츠를 입어봤어!”

 

“푸하아앗!!!”

 

덤으로 7% 확률로 걸린다는 사레까지 확실하게 전통으로 걸리고 나서, 흐릿한 시야에서도 레드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했으니 특유의 붉은 머리카락과 뱀과 비슷한 붉은 눈에는, 철부지를 나타내는 순박한 빛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카렌보다 더 좋은 몸을 가지고 있는 루시피나가 입고 있으니, 그건 그거 나름대로 파괴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런걸 신경 쓸 기색은 없으며, 내 와이셔츠는 대체 어디서부터 쇼케이스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해 따져야만 했다.

 

“대체! 왜! 내 와이셔츠를 가지고 못살게 굴어요! 그 애가 대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아니. 이렇게 따지는 것이 아닌데.

 

“아니. 그보다! 대체 제 옷을 왜 루시피나와 카렌이 입었던 거에요? 어디 서비스 컷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여기는 글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 시각적인 이미지는 소용이 없다니까요?”

 

“그럼 쓰면 되잖아?”

 

“아니! 루시피나! ‘쓰면 되잖아?’가 아니라! 그거 쓰면 다른 곳에서는 잘려나간다고요! 적어도 이건 15세 이상이 볼 수 있는! 그나마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수위로 만들어야 한다니까요! 제발 와이셔츠 안에 티셔츠라도 입어요! 지금 추운 계절이란 말이야!!!”

 

하지만 루시피나는 듣고 있는 것인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방류하고 있는 것인지 태도가 상당히 애매했다. 그러다가 루시피나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앗! 신랑의 향기~♥”

 

“당장 세탁물에 넣지 못할까!!!!!”

 

루시피나의 마지막 한 마디로 결국 폭발해버렸다. 덤으로 카렌도 붙어서 와이셔츠에 코를 묻는 행동을 했지만, 다시 나의 호통으로 인해 그 와이셔츠는 제대로 된 인도를 받아, 세탁물이 모여있는 바구니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물며. 이런 해프닝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내가 쩨쩨하게 옷 하나로 소리지른 것은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당해보면 상상 이상으로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으니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만화나 소설에서는 정말 야하게 그려지거나 표현되어있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누가 내 와이셔츠와 잘 어울리는가?’에 대한 그런 품평은 없다.

 

조만간 내 옷은 따로 내가 알아서 세탁을 해야겠군.

 

“주인은 쩨쩨하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능구렁이 같이 오히려 작업멘트를 날리거나, ‘오늘 밤은 너와 같이 보내겠어!’라는 암시를 하는 말을 해야...”

 

“수위 높이지 말라고 이 고양이야!”

 

“냐아아아! 아이언 클로는 제발! 아프다고 하지 않았는가! 주인은 어떻게 짐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가!”

 

“뭘 마음을 아프게 해! 레시아야 말로 내가 억지로 정상적인 분위기로 환기시키려는 의도를 왜 읽지 못하는 거에요!”

 

장르가 개그와 만담으로 이루어진 이 곳에서는! 서비스 컷이 많다는 의미는 분명 망하고 있다는 의미란 말이다! 애초에 심야방송에서나 할법한 말들은 여기서 하면 안 된다고!!!

 

1분정도 집행을 한 뒤에 레시아는 축 늘어지며 바닥에 엎어졌다. 흔히 가위바위보 0%의 한을 여기서 푸는 것도 있고, 최근에 레시아의 발언은 내가 듣기에도 너무 도발적이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내 딸과 잘 어울리고 있었구나. 음...확실히 예상과는 다르지만 보기 좋은 광경이야.”

 

...뒤에 농염한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질거리자마자, 좌표마법으로 나는 저 멀리 도망간 뒤에서야 뒤를 돌아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늘 걸까나?”

 

는데 왜 나와 거리감이 제로인가요?

 

“데모르테...”

 

“어머니?”

 

내 마나의 반이 날아가더니 이윽고 검은 고양이 몸에서 마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가는 증거를 보인 레시아는, 천천히 나보다 키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칠흑의 드레스를 입은 레시아의 붉은 눈에서는, 분노가 가득 차오르다 못해 흘러 넘쳤다. 지금의 살기만으로 주변의 식물들이 시들어가기 시작했고,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들은 공중에서 서서히 부유하며 떠올랐다.

 

“이 곳이 어디라고 찾아오는가!”

 

“어머나?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한 거 아니니? 나는 잠깐 카일을 빌리러 온 것뿐인데?”

 

“주인을...?”

 

잔뜩 화가 난 레시아와 다르게 차분하고 포근한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데모르테 사이에서, 나는 혼자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봤다. 그 이유는 내가 괜히 끼어들다가는 레시아가 난동을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든 주인은 짐의 것이니라.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하고 나를 버리면서까지 천계로 도망친 그대에게는 절대로 줄 수 없다고! 제대로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폭탄과 같은 존재인 너에게 주인과 단 1초도 붙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그러고는 레시아는 내 팔을 끌어 당기면서 나를 끌어 안았다.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소중한 것을 끌어 안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내가 말했잖니. 너를 마계에 두고 도망치는 것도. 내 남편을 죽이는 것 또한,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고. 세상이 좀 더 좋아지게 될 운명을 위해서는...소수의 희생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덤으로 나는 세상을 지켜낸 보답으로 여신이 되었지만, 마계에서는 상당~히...위험한 반역자로 찍혔지만. 어차피 그건 다 각오했던 일이었어...”

 

데모르테는 잠깐 눈을 감고 회상을 하듯이 읊었으나, 곧 이어 눈을 뜨자마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건 그렇고. 카일이 정말 필요해서 그런데 잠깐 빌려주면 안 될까?”

 

“싫다!”

 

“부탁이야? 착하지 내 딸?”

 

“그대는 오늘부터 내 어머니가 아니다!”

 

“그러지 말고 좀 빌려줘라? 다음에는 육포도 가져다 줄게?”

 

“짐이 육포로 주인을 빌려줄 것 같은가!”

 

확실히 나를 육포로 등가교환 한다는 그 자체가 좀 이상한

 

“50개다! 50개를 가져오거라!”

 

“알았어~. 역시 내 딸은 말이 잘 통한다니까?”

 

저 마왕이 진짜 정신이 나간 건가!

 

“자. 그러니까. 어서 나를 따라오도록?”

 

데모르테는 내 팔에 팔짱을 낀 상태로

 

-찰칵!

 

아니. 내 목에 목줄을 건 상태로...???

 

“왜 여신이 사람의 목에 목줄을 채워서 끌고 다니는 건데!”

 

“산책하면서 설명을 하도록 할게. 카일~♥”

 

“놔! 풀어! 뭔 산책이야!”

 

“네발로 기어 다니면 더욱 고맙겠어.”

 

“제가 무슨 데모르테 씨의 개에요? 제발 사람을 대할 때는 목줄로 채우지 말란 말이야!”

 

이 여신의 정신상태는 대체 뭐가 잘못 된 걸까?

그리고.

 

“레시아! 이 녀석! 내가 집에 가면 가만히 안 둬! 감히 날 육포 50개로 팔아!”

 

“그러니 아이언 클로를 멈춰달라고 했을 때 멈추는 것이 좋다.”

 

심기가 아직도 불편한 레시아는 내 얼굴을 보며 위와 같이 말했다.

 

아오! 저 삐순이가 이렇게 복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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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는 좋은 협상의 수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