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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오늘도

행여나 내가 화를내면 너가 기분이 나쁠까

노심초사.

어떻게 하면 최대한 완곡하게 내가 기분이 상했다는걸

웃으면서 말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잔뜩 토라져도, 눈물이 범벅이 되도

애틋하게 내려다봐주던 너인데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가.

 

너와 싸우다 큰소리를 내면

나는 또 너에게 혼날 일만 만드는거더라.

너의 행동에 아무리 화가 나도,

너가 사과를 하면 나는 받아줘야하더라.

그저 내 기분 아랑곳하지않고

급하디 급한 사과이기에

받아주지않으면,

나는 노력하는데

너는 노력하지 않는다며

매서운 질책이 날라온다.

 

내가 노력하지 않은게 뭘까....

난 너의 가벼운 말들에

상처를 받고,

화가 나서 뱉은 말들에

너는 화를 낸다.

나는 실수로 뱉었지만

너는 일부로라고.

 

졸지에 너는 실수가 잦은 아이가 되고,

나는 일부로 남에게 상처주는 못난이가 된다.

그거 알아?

실수가 안고쳐지는건

그냥 성격인거야.

톡 쏘아주고 싶지만,

행여 너가 상처 받을까, 나는 또 고민한다.

 

너무 많이 붙어있었던걸까.

너무 많은걸 함께한걸까.

 

처음,

나에게 열심히 산다며 대단하다고

웃어주던 너.

사귀었던 날. 이뻐서 눈도 제대로 못보겠다고

설레었던 너.

어디 의지 할 곳 없어서 핸드폰 붙잡고 울던 나에게

너앞에서만 울라고 했던 너.

 

그런 너는 이제 없더라.

 

그저 너만 생각하는 나인데.

퇴근하면 너를 조금이라도 혼자두지 않기 위해

내달리는 나인데.

맛있는거 해먹이겠다고 피곤한 몸 이끌고

이것저것 끄적이는 나인데.

너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하기 위해

퇴근하고 또 다시 너가 마치는 곳으로

향하는 나인데.

 

나는 너에게 노력조차 안하는 못난이가 되었지.

 

내가 아닌 핸드폰을 바라보는 너의 눈이.

내 손이 아닌 호주머니로 향하는 너의 손이.

내가 먹고싶은게 아닌 너가 먹고싶은 음식을 찾는 너의 입이.

그 모든게 견디기 힘들어서

헤어지자 했을 때.

 

너에게 돌아온 말들.

'변한듯한 행동들은 잘못했어. 마음이 변한건 아니야.'

'나만 말 심하게 한거아니야. 너도 말 심하게 했잖아.'

'나는 아직 너가 좋아.'

 

그래 나도 아직 너가 좋으니까

한번 더, 너의 손을 붙잡았다.

 

처음처럼 돌아온

애정.

손길.

시선.

칭찬.

 

그 짧고 덧없는 행복은

얼마지나지 않아 드러나버렸어.

너는 노력을 참 잘하는 아이라.

내가 원한건

자연스러운 사랑인데

너는 그걸

노력으로 할 수 있더라.

 

헤어짐을 뒤로 미루고

계속 만나자 했을때,

너는 벼르고 있었던 걸까.

얼마못가 또다시 너의 말실수로

내가 화가나 있을 때,

너는 사과를 했지.

얼른 넘어가려고 하는 듯한 그 사과에

기분이 더 나빠져

화를 풀지 않았더니,

 

너는 말하더라.

 

'나는 너가 장난쳐도 넘어갔잖아.'

'너가 저번에 잘못하면 바로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했잖아.'

'사과했는데 안받아주는건 너잖아.'

'너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봐 나 공부 쉬는 시간에 바람 쐬러가자고 배려해주는데 난.'

'나는 노력하는데 너는 노력을 안하잖아.'

'넌 변하는게 없잖아.'

'상대방에게 일부로 상처주잖아.'

 

결국. 같더라.

너의 말이 장난 수준이 아니기에 나는 화를 낸거였다.

사과를 했지만 얼른 화해하고 나가려고 애쓰는 사과라

나는 더 화가났다.

쉬는 시간에 나가자고 제안하는건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사랑인거다.

내가 노력을 안했다면.

너가 받은 사랑은 뭐였을까.

나는 화가나도 화를 내면 안된다.

 

너의 말에 따르면

싸움이 커지는건

너의 아주 작은 잘못에

내가 화를 내서

너를 화나게 만들기 때문이라니까.

 

나는 또 참아야겠지.

 

기억해?

멀리 떨어져있던 너가 아팠을 때,

나는 다 팽개치고 바로 열차를 예약해서

뛰어갔어.

 

바로 옆에있던 내가 아팠을 때,

너는 전날 싸운일을 기억하며

등을 돌려 잠만 자더라.

 

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너는

내가 너를 기분나쁘게 한 일이 있다며

신경조차 써주지 않아.

 

나 아픈데 왜 안봐줬어.

'너랑 싸운거 때문에 기분이 안좋았어.'

 

그래..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거니까

나는 이해해보려 한다.

내 끝났던 모든 사랑들이

나의 이해로 끝이났지만,

너도 나는 이해해보려 한다.

 

이건 사랑이 맞는데.

웃을 때, 우린 너무 행복한데

나는 슬프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흐르는 시간이

나는 야속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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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의 의미

이별의 크기

사망.

장례.

입관.

발인.

 

지독히도 아파했던 글자들.

3일 사이, 뉴스에서 고인의 마지막이 쏟아져 나왔다.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고,

멍하니 손으로, 입으로 찾고 있었다.

선했던 그의 죽음 앞에 서있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별의 크기를 알기 때문에....

 

 

사람은 본인의 고통을 가장 고통스럽게 느낀다고 한다.

남이 칼로 찔리는 고통보다

내가 종이에 베이는 통증을 더 크게 느낀다더라.

사실, 나도 그래왔다.

1년 반의 투병생활,

죽음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 옆에서

나도 같이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장례식장에 서있던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그 말들이 미웠으니까.

'그래도, 돌아가실거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준비 할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가기전에 좋은거 많이 해드렸으니까.'

'그래도'에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괜찮지?'가 수반된 말에

나는 내 고통으로 나를 숨겼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웠고,

엄마가 떠난 자리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 미웠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죽음들에도 눈 하나 꿈쩍 안했다.

내가 제일 아팠다고, 내가 제일 힘들었다고,

투정아닌 투정을 나에게 부려댔다.

내가 나를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 속에서 나를 꺼내올린건

엄마다.

 

형체도 없고, 말도 없는 우리 엄마.

홀로 찾은 엄마의 영원한 안식처에서,

참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스쳐가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은 나와 같이 울고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묻어놓고,

저마다의 눈물을 흘리며,

그 작은 네모칸을 쓰다듬고,

그 작은 꽃다발을 품에안고....

 

엄마만을 바라보았던 내 눈이

처음으로 이웃들을 향했다.

나의 이별,

엄마와의 이별,

그 못지 않은 이별들이

납골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평안하세요.

평안하세요.

평안하세요.

 

그저 입에서 맴도는 한마디는

오히려 나를 평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별의 크기는 없구나.'

 

실체가 없는 이별,

크기가 없는 슬픔인데도

나는 언제나 나의 이별에게

관대하게도 상대적 평가를 내려왔다.

 

이별의 실체를 알게되자,

세상 모든 죽음 앞에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의 죽음.

오랜 고통 끝에 안식을 찾은 죽음.

꿈 속으로 떠난 듯한 죽음.

그리고....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죽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난 죽음.

갑작스레 떠나버린 죽음.

 

동일한 이별의 아픔 앞에 서있는

그들의 심정.

 

세상 모든 이별의 크기가 가늠이나 될까?

어리석은 답을 품고 살아왔던

나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이별의 크기는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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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아직은,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남자는 잠든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창백한 새벽빛이 여자의 얼굴을 더욱 하얗게 만들어, 기력이 쇠한 환자처럼 보였다. 입가에 생긴 주름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난 밤 저녁 식사를 하고, 매번 그러던 대로, 자주 들르던 모텔을 찾았다. 방에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침대 맡에 앉은 여자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의 움직임을 쫓으며 노려보았다.

“나를 무시하는 거니?”

등 뒤에서 들리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뒤를 돌아봤다.

“뭐라고?”

“아니, 어떻게 내가 경쟁 PT에서 떨어졌다는데, 위로 한 마디 안 해줄 수가 있어? 내가 그 PT 때문에 한 달을 꼬박 고생한 걸 잘 알면서.”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식사하면서 경쟁 PT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함께 안타까워한 것 같은데. 뭘 더 했어야 했나?

“미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과는 다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여자가 화가 나서 내뱉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여자의 이야기 속 다양한 화제가 다 남자와 상관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한참동안 말을 하던 여자는 그 사이에 스스로 화가 누그러져, 평소의 나긋한 어조로 “당신이 나를 존중했으면 해.”라고 했다. 남자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은 저녁 식사를 할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자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연인들의 익숙한 행동 패턴. 우리는 이렇게 별 거 아닌 일로 날 세우고 화해하고 잠드는 건가. 언제부터? 개별성을 가졌던 우리가 언제부터 이름이 필요 없는 흔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 것일까.

오년 전 처음 만난 여자는 생명력 그 자체였다. 살아갈 날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온 몸으로 여과 없이 품어내는 싱그러운 생기, 남자는 여자의 생기에 끌렸다. 자신의 기억으로 오년 전의 남자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때 여자는 남자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남자는 그게 자신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것 같이 들리곤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알려줄 것들이 더 많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사랑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여자는 남자를 선생님으로 부르지 않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존중 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좋은 아내가 되었을 테지만, 아이를 원치 않는 나와 결국 헤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어둡고 나약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실망했을 수도, 지금도 이렇게 나에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것처럼.

그녀의 생기에 반했던 나는? 그녀 가까이에서, 지금보다 더 강렬하게 그녀의 생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겠지. 지난 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어디 있는 걸까, 한숨을 내쉬면서. 지금 우리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거 아닐까?

먼 데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사이렌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다시 멀어진다. 여자가 뒤척이다가 남자에게 다가와 남자를 품에 안는다. 여자의 체온이 남자에게 전해져온다. 햇빛이 좀 더 밝아져 여자를 환하게 비춘다. 그래,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