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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대화가 필요해

 

 

 

    낙심落心을 일상의 감정처럼 마음에 심고 살아가는 친구가 말했다. 왜 나는 생일까지 2월 29인 걸까. 나는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야'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녀의 기분은 단번에 나아지지 않았다.
 
  격언처럼 통용되는 문장 중 가장 잔인한 게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라고, 친구는 속삭였다. 시간이 우울감에 덮이고 쌓여서 보기 싫은 잡초가 수북해질 지 모른다고도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녹음기 하나를 사 주며 그런 뭉글거리는 마음들은 눌러담지 말고 여기에 녹음해두라고 이야기했다. 
 
  아마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이 명확해서, 그 선명한 것들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 같은 나쁜 질환에 걸리지 않을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어느 정도 위험 요소를 안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분명한 의견들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나 혹은 내 친구 같이 어렴풋한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마음에 난 정전기 때문에 지금은 곧바로 떨쳐낼 수 없는 먼지일 지라도, 자꾸만 신경을 쓰고 손을 대면 분명 떨어질 테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보다 서로를 위로하는 찰나의 순간이 더 소중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