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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뉴질랜드의 여름 바다

 

뉴질랜드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도 바닷가에 가서 일광욕만 하고 돌아오던 때가 있었다.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끈적거리고 모래가 사방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싫어

그저 조신하게 그늘에 앉아 바다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만 구경했었지.

 

그런데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바다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고,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뜨거워진 모래가 따뜻해 몸에 모래들을 묻히며 뒹굴거리고, 

썬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면서도 신경질이 아닌 해맑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여름만 되면 "바다가자!" 를 외쳐대기 시작하며

깊은 물까지는 무서워 들어가진 못하지만 파도를 타면서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여름 바다는 예쁘다. 아름답고, 찬란하다. 

서핑하는 사람들도 있고, 부기보드타며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뉴질랜드의 여름 바다는 자유롭고 자유롭다. 

 

사람은 점점 달라지는 게 맞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늘 그 자리에 머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게 알게 모르게 변해간다. 

변해가는 과정을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면 정말 내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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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다는 건

2000년, 12월 초.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왔을 때,

'과연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그저 설레고 마냥 기분 좋았던 어렸던 나에게 환상을 심어줬었지. 

한국은 추운 겨울이었던 12월이 뉴질랜드에서는 여름이라는 것도 마냥 신기했고,

길거리에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당연히 많았던, 조금은 아니 많이 낯설었던 뉴질랜드의 삶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환상적인 일들이 일어날까? 늘 기대했던 나에게 큰 시련이 다가온 것은, 

영어의 A도 모르고 무작정 학교부터 입학한 것이었다.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벽이었고,

그 벽을 뛰어넘기엔 의지가 없었던 나에게 낯선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자꾸 말을 걸어오는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영어가 빨리 늘었을텐데

파란 눈동자를 가진 그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하는 말을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에 도망만 쳤던 나.

결국, 영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며 영어를 소홀히 했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뉴질랜드에서 살면 현지인처럼 영어 진짜 잘 하겠어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지인처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얼마나 노력을 했고, 얼마나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틀려요~ 오래 살았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예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12월 초, 

17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뉴질랜드의 여름은 여전히 아름답고 예쁘다. 

바닷가에 놀러가기 딱 좋은 요즘, 언제 바다 놀러가지? 생각에 들떠있다. 

영어공부는 늘 해야하는 일, 여전히 영어는 어렵지만 사는 데 지장없으면 됐지, 뭐. 

 

이제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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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한, 밤의 기록

볼품없는 여름 밤의 끝자락에서

아직, 길지 않은 삶이지만 지금 뒤를 돌아보면 작은 언덕에 올라서 마을이 어느 정도 보일 높이쯤 온듯 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느낀 감정이 지금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수도 있는 나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에세이지만 가끔은 공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나갈 것이다. 처음은 남자Y에 관한 이야기다. 

 

am 7:59 

가끔 그런 밤이 있다. 정말 오늘밤은 내게 너무하다는 생각을 주거나, 누구에게는 대낮일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칠흙같은 한 밤 같을 때. 너무한, 밤이라고 느낀 처음 순간에 대해 지금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

이 사람을 Y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름 이니셜은 아니다. 알파벳 Y처럼 처음부터 나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남자 Y가 이 사람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남자Y랑 헤어진 순간은 점점 꼬여가던 그 사람의 인생이 이제 잠잠해지려고 한 시기였다. 그 시기를 난 기다리고 있었다. 구렁에 빠졌을 때 나 먼저 빠져나가는 건 사랑하는 이에게 할짓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때 내가 사실 더 깊은 구렁에 빠지고 있었다. 사랑의 지독한 단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이해했다. 그 사람에 휴식의 시간을 주기도 했다. 그때 그 남자는 나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사람이 너무 좋았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나고 일주일은 그 사람을 생각할 때 마다 두근거림을 느꼈으니깐. 하지만, 그의 힘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상황을 해결할 시간이 필요했고 난 기다렸고 반복되는 사과와 우리 만남의 지연에 나도 지쳐갔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내가 그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놓여있던 전선과 종이 등등이 아주 커다란 벌레로 보여 화들짝 놀란 것이다. 내가 망가지는 순간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남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면 '나도 내가 잘됐으면 좋겠어' 하고 본인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갔다. 그는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먼저 떠나가길 바랬었나? 

 

헤어진 날은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그에게 마지막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의 첫 마디는 말씀하세요. 였다.  물론 그의 말에는 오해가 있었지만, 내 번호를 아직(?) 지우지는 않았고, 사실 감정은 이미 그는 떠나보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그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라 일이 끝나면 통화하기로 하고 집 근처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날처럼 바람이 좋았던 날도 없었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심장을 뚫고 나오려고 했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더욱 얄밉게 느껴졌다. 

 

운동 후, 그에게 그만하자는 말을 전하자, 그는 좋은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마치 내가 하루종일 쫓아다닌 것처럼. 

 

다시,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아는 이의 소개로 간 자리에 그 사람이 있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별 생각은 없었다. 첫 눈맞춤. 제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눈동자의 방향이 일치한 순간, 잔잔한 떨림이 느껴졌다. 손도 입맞춤도 아닌 눈맞춤이라니. 그 순간을 Y는 불꽃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느낀 불꽃은 여의도 축제의 불꽃이 아닌, 우연히 놀러간 바닷가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매한 폭죽에 예상치 못한 불꽃에 내 마음이 젖은 기분이었다. 

 

이로 시작해서 여태까지 느껴온 연애와는 다른 감정이 정말 진부하고 자칫하면 스토커가 될 수도 있는 짝사랑으로 치부되다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 밤은 참 볼품없는 여름밤이었다. 

 

그렇다고 짝사랑이 찌질하다는 건 아니다. 나도 꽤 절절한 짝사랑에 후회없이 다 쏟아부은 적이 있다. 그 사랑이 끝날 때 오히려 개운했다. 상대방과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어 시원했다. 이번 사랑을 시작할 때 역시, 한번도 쌍방간의 사랑에서 다 표현하지 못한 나였기에, 이번 만큼은 다 표현하자고 결심한 사랑이었다. 그렇지만 감정이 이렇게 매몰차다. 

 

어떻게 지내냐, 사랑은 왜 그러냐는 노래를 달고 살고, 그와의 기억을 매일 반복재생했다. 지금은 후련한 이 감정에 절대 객관적일 수 없었다. 그 때 다른 사람이 찾아왔지만 흐르는 공기의 냄새에도 Y의 기억 속 냄새와 목소리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여태까지 상처 주었던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본 시기였다. 아직도 그와 보낸 날들과 밤을 생각하면 아리지만 아깝지 않은 기억이 꽤 많다. 

 

그래도 그가 나에게 바랬던 기대점이 충족되지 못하진 않났을까, 그냥 우리의 방향이 달랐기에, 그가 나에게 혼돈을 주었던 우리의 관계도 사실은 허무하게 끝난 건 아닐까.

 

그래도, 그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었다. 변화를 얘기하기 보단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나를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이 눈에 선하다. 참 내 마음에 스크래치는 가장 크더라도, 아문 흔적도 무늬처럼 보이는 듯 하다. 사랑은 아직도 참 어렵고 알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면, Y와 만남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중이었는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탈 때마다 봄바람에 실려오던 냄새에 난 괜스레 눈물이 맺혔다. 그의 사람냄새, 향수냄새를 닮아 있었다. 그 때 이미 이별이 예측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나는 그 밤, 올해의 여름은 볼품없더라도 토닥여 줄 수 있는 밤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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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것, 멈춰있는 것들

물웅덩이

그날도 나는 심심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름 모를 거리 위에서 또 다른 이름 모를 거리로 옮겨가면서 말이다.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그다지 변함이 없어서 내가 같은 지점에 둥둥 떠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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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보았다. 어제 온 비가 남긴 흔적이었다. 웅덩이 속에 비친 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한 얼굴들이 있었다. 이 웅덩이는 내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하늘에선 모든 것이 다 보일 것 같지만, 사실 바닥에 시선을 꽂은 얼굴을 볼 재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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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어쩐지 뒤통수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썩 기분 좋아지는 표정은 아니었으나 신기함에 발이 묶인 나는 거울 속에서 계속 그 표정들을 주워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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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 속 구경에 맛들린 나는 다른 웅덩이를 찾아 둥둥 떠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겨운 살구색 얼굴이 아닌 초록 얼굴들이 비치는 공원 속 웅덩이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자꾸만 보고싶은 한 잎의 얼굴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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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잎은 땅 위에 서 있는 나인 양 주변을 관찰하기 바빴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그와 함께 온 강아지를 하트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눈치없는 새가 앉아 가지가 흔들릴 때면 깜짝 놀라기도 했고. 나처럼 아래만을 보며 살아가는 누군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신기함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나를 같은 지점에 묶어두었다. 덕분에 햇살에 따라 달라지는 초록빛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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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즐거운 자리를 떠난 건 그 잎이 웅덩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잎은 웅덩이 속에서 하늘을 보고는 그 처음 보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처음 보는 아래와 위의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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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잎의 시선을 따라다녔다. 왼쪽을 보면 왼쪽을 보았고, 오른쪽을 보면 오른쪽을 보았다. 그러다 물웅덩이 안에서 시선이 마주쳤을 때,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그곳에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후에 나는 꽤 오랫동안 후회했다. 잎을 비추는 거울이 다시 나타날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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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웅덩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동안 사람들은 자꾸만 비가 온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면, 어차피 난 또 그 초록 없는 세상을 떠돌 수밖에 없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