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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12월의 어느 어두운 날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아. 유난히 추웠고 새벽에는 눈도 펑펑 쏟아지더라.

그날따라 늦게까지 잠이 오질 않았어.

집 앞에 나가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발자국을 남겼어.

그러다 네 생각이 났어.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고.

그 어두운 밤에 홀로 밖에 있으니 점점 무서워져서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어.

확인해보니, 너였어. 

 

'어두운데 위험하게 혼자 청승떨고 있냐?'

 

응?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널 발견했어.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 서서 널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또 문자가 온거야.

 

'가만히 서서 뭐하냐, 나 안 반가워? 다시 갈까?'

 

치...너가 오면 되잖아! 저 멀리에서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너.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한 걸음, 또 한걸음 너와 가까워진다.

넌 빨리와서 안기라고 제스처를 취하지만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만 있다.

난 그게 괜히 얄미워 천천히 한걸음씩만 너에게 간다.

몇걸음만 더 가면 널 안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난 멈춰서서 널 바라봤어.

의아한 듯이 나를 쳐다보는 너는 말해.

 

"거기서 뭐하고 있어? 어서 안겨!"

 

그 말에 나도 말해.

 

"너가 와서 나 안아주면 되잖아."

 

사랑앞에서 너와 나는 항상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곤 했지.

그 놈의 기선제압이 뭐라고?

 

결국, 넌 끝까지 먼저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그런 네가 너무 미워서 뒤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 

내가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넌 잡지 않더라, 나를. 내심 기대했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가 삐져서 뒤돌아가면 남자는 백허그해주며 달콤한 말도 잘해주던데. 

 

그 날, 하루종일 널 기다렸는데 결국 넌 나에게 오지 않더라.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사랑에 너무 허무해진 밤이었어.

 

12월의 어느 어두운 밤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사랑앞에서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안타까웠던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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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연애 말고 남들의 연애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게 좋아서 사귀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냥 듣고 있으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안부를 물었을 때,

“헤어졌어.” 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이 이상해진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가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이 보였고,

‘둘이 다시 사귀나 보네.’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참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고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싶었다.

 

잊어갈 때쯤, 우연히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커플 기억나?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그 여자애 죽었대.

완전 충격적이지 않아? 더 충격적인 건 자살이라는 거지.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는데, 하도 연락이 안 돼서 집에 찾아가니까 그렇게 됐대.

완전 소름 돋지 않아?”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 그 남자애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 둘이 헤어졌나?

전에는 다시 만나고 있던 거 같았는데,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함부로 입을 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자는 내내 꿈속에서는 그 커플이 재회하던 그 날이 자꾸 되풀이되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목이 말라 물 한잔을 마셨다.

갑자기 무언가 끼적이고 싶어졌다.

책상에 앉아 수첩과 펜을 꺼내들어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

누구에게 쓰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울지 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술 좀 적당히 마시고 고민 있으면 오래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욱하는 성질머리도 고쳐야 하고 말이지.”

 

결국, 나에게 쓰는 편지를 끼적이고 해가 뜨는 걸 보고나서야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역시, 올빼미형 인간인가? 잠시 짧게 생각하다

이불의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여자를 보았다.

 

“이제 아픈 사랑 따위 하지 말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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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기죽지 말 것.

“절대로 고개를 떨어뜨리지 마라. 고개를 치켜들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 -헬렌 켈러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 -제임스 딘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

 

<1>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다.

눈치를 많이 보고, 싫어도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눈물도 많은 울보였다.

친구들이 놀리거나 때리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보처럼 울음이 터져버렸다.

또한,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기라도 하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우물쭈물.

목소리도 작아 주변에 친구들이 안 들린다고 놀리기라도 하면

눈물이 터져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만큼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였다.

 

<2>

친구들에게 편지 써 주는 걸 좋아했다.

말로 얘기하면 되는데 굳이 편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예쁜 편지지에 적어 주면 친구들은 좋아했다.

친구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 계속 예쁜 편지지에 예쁜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주곤 했다.

비밀 얘기 또한 적어주면서 어린 마음에 그 비밀이 영원히 지켜질 줄 알았지만

다음 날 학교에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아이들은 비밀얘기로 놀려대기 시작했고,

처음 느껴보는 배신감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었다.

 

<3>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어울리길 원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으면 존재감이 없는 아이로 늘 구석진 자리를 좋아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받기 싫었다. 홀로 외딴섬에 걸어 들어갔다.

외딴섬에서 나오고 싶은데 아무도 내가 외딴섬에 홀로 들어가 있는 줄 모른다.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줘.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줘. 난 지금 외로워.

 

<4>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글을 끼적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소설도 썼다가, 수필도 썼다가,

누군가에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도 쓰며 글쓰기 실력을 키워나갔다.

어떤 글은 굉장히 괴팍했고, 어떤 글은 감수성이 풍부했고,

또 어떤 글에는 분노가 가득 들어 있었다.

모든 글들은 내 안의 또 다른 내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눈치 많이 보며 늘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 글 쓰는 일은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나를 안내했고 드디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았다.

빈 종이에 펜만 있으면 내 세상이 펼쳐졌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5>

나를 잃으면,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타인들도 나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절대 나를 잃으면 안 된다.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라.

내가 나를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찾으며 살아가자.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홀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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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붙은 시-

 

위에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얼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사용하는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일단 첫번째에서부터 '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말이 돼?' 를 떠올렸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을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배신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대답은 절대 용서 못한다로 결론이 났으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뭐...

나도 어차피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알아서 잘 살아가면 되는것이며....

 

내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어떤 의도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굳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란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 공감이 되는 글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그 기준을 똑바로 세워서 살아간다면 크게 어렵게 살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는 것이 참...아이러니 할 뿐이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뿐인데, 최대한 즐겁게! 행복하게 !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괴롭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정말 즐거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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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한, 밤의 기록

8시의 경계

일을 다니가 보면 회사는 작은 사회, 사회는 회사가 모여 만든 단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사회 속 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회사에서 꿈을 말하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뜬구름 같은 일이 되고 그렇게 치부해버린다. 

 

열정가득 했던 사회초년생의 열정이 금새 타버리면, 넌 요새 젊은애 답지 않아, 라는 소리를 듣기 쉽상이다. 내가 좋다는 일이 안될 일이 되고 두루뭉술 넘어가 버리는 일이 익숙해졌다. 이 상황에서 열정과 자부심 운운하는 일이 나에게 정말 사치가 되버렸다. 

 

이런 일이 가장 크게 와닿은 사건은 작년 쯤, 겨울이 가을에 들락말락하며 숨통을 트기 시작할 때다. 8시를 넘기면 야근수당을 주는 회사다 보니, 8시가 가까워지면 기껏 넘기고 가는 일이 많아진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좋으면 대표가 안좋다는 말이 sns상에서 우스개소리처럼 떠다닌다. 나 역시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일을 견디고 있었다. 그날도 우정을 끔찍히 여기는 나지만 잠시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팀이지만 그들의 일을 돕기 위해 의리로 남게 되었다. 8시의 경계가 겨우 넘어가고 있었다. 밥까지 굶으면서 빠른 업무 진행을 위해 일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8시가 지나자, 미안함을 느낀 동료들이 나를 먼저 보냈다. 

 

그러나, 대표님 입장에선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유일하게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던 나지만, 그에겐 내가 밥을 먹었는지 따위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본인 주머니에 저녁식사비가 나갔으니 남은 이는 모두가 먹었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이젠 친구들과 의리를 위해 퇴근 준비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니, 먹튀라는 말을 듣는다. 

 

충분한 명분으로 야근한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일일이 보고하는 말에 여전히 탐탁치 않아하는 대표님에게 난 그런 존재라는 각인이 박혔다. A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 혼자 책임지고 혼자 스스로 관리하며, 쓴소리만 여태껏 듣고 왔지만 난 그런 존재인가 싶었다. 

 

그는 그랬다. 직원 사이 신임은 좋지만 나에게 불꽃이 없다며. 그동안 피운 불들은 누가 장작을 패서 불이라는 존재를 발견하여, 겨우 불씨를 살려낸 이 인류발전과 맞먹는 A일은 대체 누가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이후로 난 자존감이 없는 사람으로 팀에서 그런 척 한다. 내 업적이 위대하다고 떠들 필요가 없다. 타성에 젖었다. 그렇다고 꿈이 없는 것이 아닌 감추고 있다. 하지만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렇게 사는 편이 맘이 편할 수도 있다. 

 

열정은 감춰줘야 이 사회는 그나마 살만 하더라. 큰 파이가 있다면 아주 일부분만 콕 집어 맛봤지만 꽤 쓰다. 쓴맛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달디 달다고 느껴지겠지. 

 

8시의 경계는 수당의 차이보다, 내가 나에게 긋는 선이 되었다. 그 대표와 나의 선은 여기까지. 오히려 어필하지 않는 나에게 가끔 던지는 칭찬의 말은 파리떼와 같다. 귀찮은 것. 

 

이직이 무조건적인 답도 아니기에 오늘도 이러고 산다. 오늘도 파이의 더 큰 부분을 맛보기 위해, 8시의 경계를 어쩔 수 없이 넘어버린 오늘 탄식을 하며, 덜컹이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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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한, 밤의 기록

볼품없는 여름 밤의 끝자락에서

아직, 길지 않은 삶이지만 지금 뒤를 돌아보면 작은 언덕에 올라서 마을이 어느 정도 보일 높이쯤 온듯 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느낀 감정이 지금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수도 있는 나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에세이지만 가끔은 공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나갈 것이다. 처음은 남자Y에 관한 이야기다. 

 

am 7:59 

가끔 그런 밤이 있다. 정말 오늘밤은 내게 너무하다는 생각을 주거나, 누구에게는 대낮일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칠흙같은 한 밤 같을 때. 너무한, 밤이라고 느낀 처음 순간에 대해 지금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

이 사람을 Y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름 이니셜은 아니다. 알파벳 Y처럼 처음부터 나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남자 Y가 이 사람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남자Y랑 헤어진 순간은 점점 꼬여가던 그 사람의 인생이 이제 잠잠해지려고 한 시기였다. 그 시기를 난 기다리고 있었다. 구렁에 빠졌을 때 나 먼저 빠져나가는 건 사랑하는 이에게 할짓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때 내가 사실 더 깊은 구렁에 빠지고 있었다. 사랑의 지독한 단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이해했다. 그 사람에 휴식의 시간을 주기도 했다. 그때 그 남자는 나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사람이 너무 좋았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나고 일주일은 그 사람을 생각할 때 마다 두근거림을 느꼈으니깐. 하지만, 그의 힘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상황을 해결할 시간이 필요했고 난 기다렸고 반복되는 사과와 우리 만남의 지연에 나도 지쳐갔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내가 그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놓여있던 전선과 종이 등등이 아주 커다란 벌레로 보여 화들짝 놀란 것이다. 내가 망가지는 순간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남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면 '나도 내가 잘됐으면 좋겠어' 하고 본인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갔다. 그는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먼저 떠나가길 바랬었나? 

 

헤어진 날은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그에게 마지막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의 첫 마디는 말씀하세요. 였다.  물론 그의 말에는 오해가 있었지만, 내 번호를 아직(?) 지우지는 않았고, 사실 감정은 이미 그는 떠나보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그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라 일이 끝나면 통화하기로 하고 집 근처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날처럼 바람이 좋았던 날도 없었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심장을 뚫고 나오려고 했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더욱 얄밉게 느껴졌다. 

 

운동 후, 그에게 그만하자는 말을 전하자, 그는 좋은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마치 내가 하루종일 쫓아다닌 것처럼. 

 

다시,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아는 이의 소개로 간 자리에 그 사람이 있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별 생각은 없었다. 첫 눈맞춤. 제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눈동자의 방향이 일치한 순간, 잔잔한 떨림이 느껴졌다. 손도 입맞춤도 아닌 눈맞춤이라니. 그 순간을 Y는 불꽃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느낀 불꽃은 여의도 축제의 불꽃이 아닌, 우연히 놀러간 바닷가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매한 폭죽에 예상치 못한 불꽃에 내 마음이 젖은 기분이었다. 

 

이로 시작해서 여태까지 느껴온 연애와는 다른 감정이 정말 진부하고 자칫하면 스토커가 될 수도 있는 짝사랑으로 치부되다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 밤은 참 볼품없는 여름밤이었다. 

 

그렇다고 짝사랑이 찌질하다는 건 아니다. 나도 꽤 절절한 짝사랑에 후회없이 다 쏟아부은 적이 있다. 그 사랑이 끝날 때 오히려 개운했다. 상대방과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어 시원했다. 이번 사랑을 시작할 때 역시, 한번도 쌍방간의 사랑에서 다 표현하지 못한 나였기에, 이번 만큼은 다 표현하자고 결심한 사랑이었다. 그렇지만 감정이 이렇게 매몰차다. 

 

어떻게 지내냐, 사랑은 왜 그러냐는 노래를 달고 살고, 그와의 기억을 매일 반복재생했다. 지금은 후련한 이 감정에 절대 객관적일 수 없었다. 그 때 다른 사람이 찾아왔지만 흐르는 공기의 냄새에도 Y의 기억 속 냄새와 목소리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여태까지 상처 주었던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본 시기였다. 아직도 그와 보낸 날들과 밤을 생각하면 아리지만 아깝지 않은 기억이 꽤 많다. 

 

그래도 그가 나에게 바랬던 기대점이 충족되지 못하진 않났을까, 그냥 우리의 방향이 달랐기에, 그가 나에게 혼돈을 주었던 우리의 관계도 사실은 허무하게 끝난 건 아닐까.

 

그래도, 그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었다. 변화를 얘기하기 보단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나를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이 눈에 선하다. 참 내 마음에 스크래치는 가장 크더라도, 아문 흔적도 무늬처럼 보이는 듯 하다. 사랑은 아직도 참 어렵고 알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면, Y와 만남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중이었는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탈 때마다 봄바람에 실려오던 냄새에 난 괜스레 눈물이 맺혔다. 그의 사람냄새, 향수냄새를 닮아 있었다. 그 때 이미 이별이 예측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나는 그 밤, 올해의 여름은 볼품없더라도 토닥여 줄 수 있는 밤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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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라는 감정

부재의 공간

부재의 공간              

​ 뭐,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냐.

깡통같은 내 머리 속엔 온통 나태한 생각들로만 가득했다. 구제불능이야- 하면서 누워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러다가 숨 쉬는 법까지 잊어버릴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내 머리는 부재의 공간이다. 나태함을 밀어내고 나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미련도 없다. 그저, 이대로 모든 것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문 밖 거실에선 다른 가족들이 분주하다. 아침만 되면 전쟁터가 따로 없는데, 고작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이렇게 평온하다.

 

"둘째는 아직 잔대?"

 

밖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짐짓 모른체 눈을 감는다. 뭐라도 해야지, 일어나서 나가든 공부를 하든. 생산적인 걸 해보자. 마음 속 소리도 무시한다. 이런게 나태함인가 싶다.

 

나태함이고 뭐고 무시하자.

 

모든 것에는 틈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에도 틈이 있고 사물에도 틈이 있다. 나는- 내 인생의 틈을 살아가고 있는 것 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이 부재의 공간이 시간이 지나 모두 메워지게 되면, 나는 다시 달리거나 뜀박질하거나 속력을 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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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의 시/소설/편지/기타

Part 1-08 [단편수필]- 하얀별

안녕하세요 만다린입니다.

제가 글을 쓴지 몇일이 되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슴돠.....;;;

안세어봤쪄요~(뻔뻔)

장난이었어욬ㅋㅋㅋㅋ

오늘은 시같은 소설같은 수필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댱^^

ㅇr

다들 설날 잘 보내세요~ 다다음날이면 설날이네요ㄷㄷ

여러분 나이 한살씩 먹고와야하는 거 알죵?

저도 먹는데 여러분이 안먹으면 안되잖아욬ㅋㅋㅋ

건강하시게 지내시고 다음주 수요일에 또 만나요~

이상 만다린이었습니다아~~~~~~~~~

감사해요^^

(새해 절받으셔~ 난 아직 10대라구!)---___---

-------------------------------------------------------------------------

 

나만 힘든걸까

이렇게 외쳐본다

다른사람도 힘들다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을거야

내마음도 몰라주는 사람들,

다 필요없어

그렇게 나를 위해준다면서

나만 구박하는거 같아

나를 위해주면,

좀 내 마음에 공감해주면 안되겠니.....?

 

__

 

너만 힘든게 아냐

나도 힘들다고

그렇게 힘들면

말을 하지 그랬어?

왜 나한테만...그러는데?

인생에 있어서는 많은 굴곡이 있어

그중 하나일거라고 생각해!

 

__

 

내가아니더라도 다른사람도 힘들겠지

세상을 보면 참 행복해보인다

난....의미없는 삶을 살고 있네

이렇게 있을 이유가 있을까?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을까?

이유가 있다면.....

다들...

말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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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저의 에세이집이 출간되었습니다 ^^

http://nblock2.blog.me/220914205724

 

옴니글로 식구들 안녕하세요, 한동안 글이 뜸한 임작가 인사 올립니다 ㅋㅋㅋ

제가 이번에 전자책으로 에세이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옴니글로 식구분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십사 하고 홍보하게 되네요 ^^

리디북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주요 서점들에서 모두 ebook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의 평점과 리뷰는 제겐 힘이고 사랑입니다. 

아, 구글스토어에도 팔아요 ㅋㅋㅋㅋㅋㅋ(안드로이드 사용하시는 분들 참고해주세요 ^^)

애플아이북스에서도 서비스 됩니다. (아이폰 사용하시는 분들도 참고해주세요 ^^)

 

**저의 손글씨도 들어갔답니다. 제가 정말 정성어리게 한 글자, 한 글자 썼습니다. 

대충 쓴 글씨는 아닌데, 참....예쁘진 않지만 예쁘게 봐주십사~^^

옴니글로 식구님들 모두 화이팅 하시고, 늘 긍정적인 글을 썼던 저의 글을 생각하시면 에세이집도 긍정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많은 구입 부탁드려요~^^ 앞으로 더 좋은 글 쓰는 임수진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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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이러니

#31

십 분 동안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쓰기.

 

몸이 차다. 그래선지 겨울이면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도 남들보다 많이 시려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맨발이다. 여간해서는 집에서 양말을 신지 않는다. 양말을 신으면 너무 답답하다. 마치 갑옷을 입고 있거나 내 발에 족쇄라도 채워놓은 것 같은 기분 마저 든다. 평소 넥타이 할 일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매지 않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내 고질적인 산만함과 허약한 집중력의 원인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환절기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 혹은 추위가 지속되는 겨울이면 비염은 버젓이 다시 고개를 든다. 참으로 집요하다.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게 무척이나 미안해지고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구한테 미안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세상을 만드셨다는 창조주 하나님? 아니면 운 좋게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 밑으로 무수히 얽혀있는 먹이사슬 안의 동물들? 그것도 아니라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미안하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을 참이다. 그런데 무심코 보게 되는 경우라던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법. 그럴 땐 그냥 재밌게 보면 된다. 인생을 걸만한 신념이나 소신 같은 것이 아닌 이상에야 자신이 뱉은 말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조금 가볍게 살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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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어제와 내일, 그리고 오늘

요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새겨두려 애쓰고 또 애를 쓸 때가 있습니다.

오늘의 바람과
오늘의 향기와
오늘의 하늘과
오늘의 온도까지.

그러다 보면 아스라이 멀어져 갔던 수많은 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 날의 고뇌와
그 날의 다짐과
그 날의 추억과
그 날의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오늘의 발버둥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하나씩, 하나씩.
말을 걸어옵니다.

이렇게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보면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찰나의 순간을 살았던 철학자들이 떠올라 그들의 생각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우주의 가치를 깨달은 것만 같습니다.

물론, 이런 깨달음도 무심하게 잊혀질 겁니다.
오늘을 잊지 않으려던 나의 작은 발버둥처럼.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 작은 조각들이 줄을 이어 나의 우주를 채워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나 자신이자,
곧 우리들의 자화상일 테니까.

오늘의 바람과
오늘의 향기와
오늘의 하늘과
오늘의 온도가

아스라이 멀어져 간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나를 위해 외쳐주리라 믿으며 오늘을 곱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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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인생

'엄마의 빗질과 머리끈' 카네이션:carnation

'엄마가 많이 늙었구나.'

매일같이 얼굴을 보니까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이듦'이었는데, 새삼 엄마의 세월이 빨리도 흘렀구나 느껴졌다.

늦은 밤, 자고 있는 엄마를 보니 눈덩이까지 내려앉은 주름이 그동안의 삶의 무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코끝이 시큰해졌다.

우리 엄마가 젊었고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내가 2학년 때 처음 머리를 스스로 묶었으니까) 엄마는 예쁜 머리끈을 자주 사서 머리를 묶어주셨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사랑을 표현의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은 작고 앙증맞은 꼬마가 새겨진 머리끈,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작은 구슬이 달린 끈, 장식은 달려있지 않지만 형광색이 포인트인 긴 끈까지...

너무 세게 묶어서 종종 내 눈이 여우눈처럼 치켜올라가곤 했지만 내 전문 미용 선생님의 손길이 참 좋았더랬다.

예쁘게 묶인 머리를 보고 부러워하던 친구들도 많았다.(아마도 맞벌이 부모님을 둔 까닭에 상황상 단정한 빗질은 어려웠을 거다)

지금은 엄마 손은 다소 투박해졌고 쪼글쪼글하다. 내일은 왠지 엄마한테 내 머리를 부탁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어리고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늘 30대다.

모정, 부인의 사랑.

카네이션의 꽃말이다. 우리집 곳곳에는 카네이션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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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인생

'슬프고 괴로운 사랑의 쓴맛' 아네모네 anemone : 바람꽃

배신, 속절없는 사랑, 기대, 사랑의 쓴맛...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사랑하기에 저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아네모네의 꽃말은 슬프고 괴롭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저 말들의 공통점이라면 이뤄지지 않은 사랑, 혹은 이별 뒤 쌉싸름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아도니스와 아프로디테의 사랑이야기'는 아네모네를 더욱 사연있는 꽃으로 만들어준다. 

먼 옛날, 키프로스 섬에 살고 있는 키니라스 왕에게는 미르라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딸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던 왕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미르라가 더 아름답다'고 말했고, 이 사실을 안 아프로디테는 미르라가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는 저주를 내리게 된다. 

죄책감과 수치스러움, 절망감으로 가득찬 나날을 보내던 미르라. 그녀의 자초지종을 들은 유모는 아무도 모르게 키니라스 왕과 동침하도록 뒤를 봐준다. 후에 미르라는 아이를 잉태하게 됐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미르라를 죽이려 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미르라는 신들에게 자신은 죽어도 좋으나 아이만큼은 살려달라고 기도한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는 이를 불쌍히 여겨 미르라를 몰약 나무로 만들어 산 목숨도, 죽은 목숨도 아닌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미르라는 요정들의 도움으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가 '아도니스'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에게 맡겼고,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아름다운 청년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된다. 이에 페르세포네에게 아도니스를 빼앗으려 하지만, 페르세포네 역시 만만치 않게 아도니스를 사랑하는 상황. 

과정이야 어쨌든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건 신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매일같이 함께 사냥에 나서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잠시 아도니스의 곁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하필 그날 아도니스는 멧돼지에게 겁없이 덤벼들다 날카로운 엄니에 찔려 숨을 거둔다. 당시 아도니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멧돼지는 아프로디테의 전 연인인 전쟁의 신 아레스가 변화한 것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가 흘린 붉은 피 위에 향기로운 신주 '넥타르'를 뿌렸고, 그 자리에서는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아네모네다. 

 

아네모네는 다른 말로 '바람꽃'으로 불린다. 아네모네라는 이름도 그리스어로 바람을 뜻하는 anemos에서 유래됐다.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아도니스처럼 살짝 부는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진다. 비록 꽃이 피어있는 기간은 짧지만, 그럼에도 아네모네는 피어있을 때만큼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하늘하늘 벨벳같은 꽃잎의 질감, 보기만해도 취하는 꽃잎의 색감... 한창 아름답게 피어있던 아도니스처럼.

 

*아네모네는 9~10월 가을에 심어져 이듬해 이른 봄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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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인생

'충분히 예뻐' 러넌큘러스 Ranunculus:개구리눈알

개구리 눈알처럼 꽃 얼굴이 동그랗고 큰 '러넌큘러스'의 꽃말은 '매력', '매혹', 그리고 '비난하다'다.

하늘하늘 거리는 꽃잎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황홀하기 그지없다. 꽃말처럼 꽃 자체가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다.

희고 은은한 핑크 색상은 웨딩 부케로도 많이 쓰이는, 신부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꽃들 중 하나다. '하노이'라고도 불리며 꽃이 다른 색상보다 크고 풍성한 것이 특징.

또 다른 꽃말 '비난하다'는 의외이지만, 비난하는 사람에게 혹은 미워하는 사람에게 이 꽃을 선물하거나 받음으로써 마음속 앙금이 녹아내릴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최근 5개월 동안 운동에 나태해지고 먹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는지 5kg이 늘고 말았다. 여자의 평생 숙제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다. 원래도 몸무게에 민감했지만, 불어버린 몸무게를 보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1,2kg이면 열심히 운동해서 한 달 안에 돌려놓으면 돼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뜻밖의 숫자에 허탈함이 더 크게 밀려왔다.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양훅으로 머리통을 강타당한 느낌이었다. 반격을 하고 싶지만,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그 무기력함은 곧 나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일하기도 싫어졌고, 타인과 말을 섞는 것도 싫어졌다. 평소 좋아하던 쇼핑도 하기 싫었다. 사봤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일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남았던 화요일 오후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도착하는 큰 화원에 갔다. 

축축하지만 싱그럽고, 따뜻한 풍경일 것 같지만, 시끄럽고 분주한 꽃 도매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매력적인 노란 러넌큘러스와 디디스커스 한단씩을 샀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화해의 선물이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은 버리는 게 어때?' 

왔다 갔다 왕복 두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었지만, 손질해서 물병에 꽂아놓은 꽃들을 보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리고,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다시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올망졸망 작은 꽃들이 모여 피어있는 디디스커스와 풍성한 얼굴의 러넌큘러스로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알기에 화원으로 무작정 향한 내가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