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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애정의 조건

 

 

 

    처음 당신을 만난 날, 바짝 선 털을 빗겨주던 손이 따뜻해 ‘조금만 더’ 라고 말해야 했지만 나는 이 세상의 언어를 몰라 그저 갸르릉, 하고 말았지요.

 

  눈꺼풀이 무거워 한 뼘도 채 못 걷는 나는 당신의 넓은 우주, 그곳에 착륙하고 싶어 잠이 듭니다. 시간을 스치고 공간을 태우는 냄새에 취해 ‘좋아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법을 몰라 다만 야옹, 하고 말았지요.

 

  걸음이 제법 익숙해진 내가 공놀이를 하다 머리를 찧으면 마징가처럼 달려오던 당신. 자라고 또 자라도 넌 너무 작다며 눈을 꿈뻑이던 당신. 다치지 말라며 달아준 방울은 정情이 달아나지 않도록 마음에 올려둔 누름돌이었어요.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여백이라지만, 우리에겐 함께 손을 흔들며 떠나보낸 반 년의 밤이 있어요. 수수께끼 같은 낱말을 당신의 표정으로 읽기 시작한 나와 딸랑거리는 소리로 내 생활을 이해하게 된 당신이 여기에 있는데, 얼마나 더 큰 여백이 필요하다는 걸까요.

 

  나는 모든 조건들이 사라진 이 곳에서 당신을 떠올려요. 마음에 쏟아지는 눈송이가 애정을 증명할 수 있고 갸르릉도 야옹도 해독이 필요하지 않은 이 밤 한가운데에서, 당신이 준 증표를 쥐고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