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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 같지만 다른

시계 : 같지만 다른

 

온통 새하얀 공간, 그럼에도 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하얀 벽과 바닥이 무색하리만치 음침하다. 솔직히 벽과 바닥이 맞는지, 천장이 있기는 한지도 모르겠다. 경계와 구분이 없는 이곳에 똑바로 서있다고 할 수 있는 자세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체...”

 

오로지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시계뿐이다. 벽에 걸린 건지, 바닥에 세워진 건지, 새하얀 공간을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시계, 수십, 수백의 시계가 내는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 째각째각...

 

- 틱틱틱...

 

- 똑딱똑딱...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 시계는 흘러나오는 소리도 제각각이다.

그런 시계를 쭈욱- 훑어보다가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전자시계가 없어.”

 

하나같이 모두 시침과 분침, 초침이 있는 시계다. 전광판에 숫자가 표시되는 시계는 없다. 이즈 오래된 태엽을 감아야하는 시계부터, 커다란 종이 달린 괘종시계에 자그마한 구멍이 열리며 새나 인형이 나와서 정시를 알리는 시계까지. 시계 박물관이라고 해도 믿을 광경이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고,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시계뿐이라는 사실에 투덜거리며 가장 가까이 있는 시계로 다가갔다. 작고 동그란 테두리는 밝은 갈색의 나무로 되어있고 숫자가 적힌 판은 누렇게 색이 바래있었다. 3개의 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8시 5분 29초...

 

- 틱틱틱...

 

계속해서 움직이는 가느다란 초침을 빤히 바라보았다.

 

“느린 거 같은데?”

 

1초라는 시간을 움직이는 초침의 움직임이 어째서인지 느려보여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 한번 깜빡이고, 말 한마디 꺼내면 지나가는 시간이 1초일 텐데, 이 시계의 초침은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되어서 그런가?”

 

옆으로 걸음을 옮겨 다른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반짝거리는 은색의 테두리에 검은색의 숫자판이 세련된 시계는 옆의 시계와 똑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초침과 분침의 속도가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아까 본 시계가 느긋하게 걸어간다면, 지금 보고 있는 시계는 빠르게 뛰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이상하네. 분명 시간은 같은데...”

 

한걸음씩 옮기며 다른 시계들을 살펴보아도 시간은 모두가 같다. 그런데 속도가 다르다.

 

“뭐지?”

 

오래되어도 빠른 시계가 있는가 하면, 반짝거리는 새것인데도 느린 시계가 있다. 모양과도 무관하고 크기와도 무관하다. 모든 시계의 시간은 같은데 흘러가는 속도가 다르다.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기분에 계속해서 수많은 시계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어?”

 

눈앞에 하나의 시계가 보였다. 술렁이며 소란스레 시침과 분침, 초침을 움직이는 다른 시계와 달리, 고요하게 멈춰있는 시계, 혼자서 다른 시간에 멈춰있는 시계, 너무나 낯익은 시계!

 

“아, 안 돼!”

 

그제야 이곳에 오기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북받치는 눈물을 떨구며 멈춰있는 시계로 달려갔다.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아직 멈춰서는 안 된다.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시계를 붙잡아 이리저리 만지며 앞뒤를 살폈다. 분명 다시 움직이게 할 무언가 있을 것이다.

 

“아직 안 돼. 멈추면 안 된다고!”

 

혹여나 건전지를 끼우는 곳이 있을까, 태엽이라도 있을까, 아니면 뭔가 스위치라도 있지 않을까, 소용없었다. 태엽도 스위치도 건전지도 아니었다. 대체 무엇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제발,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야! 제발!”

 

눈물범벅으로 목이 터져라 외친 그 순간.

 

- 째각, 째각, 째각째각...

 

멈춰있던 시계가 서서히, 조금씩 다시 움직이는 걸 들으며 눈을 떴다.

쓰라려오는 눈부심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때 귓가에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환자 깨어났습니다!” “정신 드니? 응? 혁아!”

 

희미하게 또렷해지는 부모님의 얼굴에 살았구나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멈춰있던 소년의 시계가 움직이고, 오래되고 낡은 시계 하나가 멈춘다. 오래되고 낡은 나무 테두리의 동그란 시계, 소년이 가장 처음에 들여다본 시계다. 소년의 간절한 외침에 멈춘 시계, 마지막 남은 시간을 다해 소년의 시간을 움직인 것처럼 그렇게 멈추었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제 할 일 끝내고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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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선물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자는 시간 8시간에서 9시간을 뺀다면

깨어있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5시간에서 16시간이 남는다.

그 중에서 또 내가 빈둥거리는 시간들을 빼면

정작 나에게 남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이라는

하루를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나는 월, 화, 수 일주일에 3일은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

하루에 5시간 수업을 하고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

거진 2시간 하루에 7시간을 밖에서 할애한다.

공부하는 시간을 빼면 하루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8시간에서 9시간이 남는다.

 

집에 와서 씻고 먹고 하는 시간을 뺀다면

적어도 한 시간이란 시간을 자유시간으로 사용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방으로 올라와서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해도 진득하니 앉아서

오롯이 공부에 집중을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뒤로 미루고

드라마나 내가 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을

몇 시간을 보면서 또 시간 낭비를 하게 된다.

 

나는 방에 있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방에 있으면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거의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에서 나는 할 일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저절로 할 일들이 마구 떠오르기도 한다.

일단, 노트북을 켜고 SNS를 훑어보다가

글이 쓰고 싶어지면 이렇게 글을 쓰며 앉아있고,

매일매일 쓰는 일기도 빼놓지 않고 쓴다.

나는 글쓰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글을 쓰지 않고서는

하루도 못 견디겠는 사람이기도 하다.

할 일이 없으면 그냥 멍하게 있는 시간보다는

책을 읽고 한줄이라도 글을 써야 마음이 편한 사람.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집에서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름대로 바쁘게 산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그저 이것저것 끼적이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오늘 하루 참 잘 살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24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서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 나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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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가이드

시간 가게(Time Store) -2-

시나리오 가이드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나도 현재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시나리오 가이드,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 그가 왜 이야기가 필요한지, 왜 저런 조건들을 내세운 이야기들을 수집을 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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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1부 Restiny] 

이 글은 시나리오 가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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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째깍째깍. 머릿속이 시계 초침 소리로 가득 들어찬 듯하다. 지끈 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지금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나의 결말이 고작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서 죽는 것이라니.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째깍째깍 한번만 더. 한 번만 더 내게 기회가 있더라면. 나에게 조금만의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결과가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았었을까.

 

 째깍재깍 머리 속에서 울리는 시계 소리가 점점 선명해져가고 그와 동시에 두통이 강해져 온다. 두통이 심해지면서 다리와 팔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덜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나는 죽어간다.

 

째깍째깍 당신이 정말로 무엇인가를 바란다면 온 우주가 당신을 도울 거야. 아내는 항상 내게 이런 말을 해주곤 했다. 아내는 자신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자랑스러워했지만 사실 그 구절이 소설 '연금술사'에서 나왔던 구절과 거의 같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째깍째깍 정말로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지금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째깍째깍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과 어두움으로 가득차 있다.

 

째깍째깍. 초침 소리가 점차 크게 들린다. 어지럽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건가. 눈앞이 흐려지면서 눈물이 난다. 누군가 나를 도와줘. 누군가 나를 도와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

 

 째깍째깍 시간을 돌릴 수 있었다면 몇 초라도 다시 돌릴 수 있었다면.

 

 째깍째깍재깍 흐려지던 시야가 이윽고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째깍째깍째깍째깍 어두워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등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째깍.

 

 시간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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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앉아있다. 눈을 감고 있다 보니 주변이 보이지 않았지만 감촉으로 미루어보아 의자에 앉아서 오른쪽에 있는 벽에 기대어 있는 것 같다. 포근하고 따뜻한 공기가 휘감는 듯하다. 그때 느껴지는 감촉에 움찔한다. 어깨에 얹어진 가볍고 따스한 손.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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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착륙합니다.”

 

 안내방송을 통해 들리는 기장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푸른 눈에 금발을 한 승무원이 눈에 들어온다. 음료를 원하냐는 말에 괜찮다고 대답한다. 목을 다시 왼쪽으로 돌리려고 하는데 목이 뻐근하다. 사지가 꼬인 기분이다. 무슨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분명한건 좋은 꿈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윽고 창문에서 공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린다. 선잠을 잔 탓일까. 왼손으로 관자놀이 부근에 힘을 주어 누르면서 게이트를 나간다.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비행기 모드를 해제한다. 울리는 진동과 함께 문자와 메일의 리스트가 업로드 된다. 무빙 워크 위에서 하나씩 확인해본다. 월차 잘 쓰고 오라는 영어로된 메일, 오늘도 어김 없는 금융 담보 대출 문자까지 확인하다 카톡이 하나 와 있는 것을 확인한다.

 

‘뭐하쇼?’

 

딱 세 글자였지만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답장한다.

 

‘숨쉬오.’

 

  집사람한테는 아직 한국에 온 것을 알리지 않았다. 며칠 전 교통 사고 때문에 다리 깁스를 한 채로 입원했다 하여 쟁여 놓은 휴가를 쓰기로 마음 먹고 온 한국이다. 이렇게 글로벌 스케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놀래키는 것도 꽤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10시반 정도 되었다. 내가 몰던 차는 집에 있을 테니, 병원으로는 따로 가야 한다. 택시를 탈까 고민을 잠깐 하지만, 런던에서 질리도록 타던 택시. 택시를 보기만 해도 이제는 현기증이 날 것 같다. 그 검은 차에 쓴 돈이 얼마인지. 아낄 겸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버스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맞아. 이 나라 원래 이런 곳이었지. 몸을 간신히 밀어 넣고 몸을 기대어선다. 사람들의 열기로 버스의 공기가 데워진다. 에어컨이 가동되고는 있지만 역부족. 머리의 지끈거림이 심해짐을 느낀다. 편두통 약이라도 사올 걸 그랬나. 앞을 보니 길이 꽉 막혀 있다. 12시는 커녕1시 전에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한숨을 쉬며 버스 손잡이에서 힘을 빼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혹 당신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누구더라도,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어반자카파의 River. 선율과가사가 내 취향에 맞아서 자주 듣던 노래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며 병원에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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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린다. 따뜻한 온기.

 

  “괜찮으세요?”

 

누구지? 익숙한 것 같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는목소리.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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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난 잊혀지겠지. 쓰러지겠지. 널 그리며.”

 

  강력한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이 곡은 몽니의 소나기. 화려한 기타 사운드 때문일까, 아니면 갑자기 가속을 시작한 버스 때문일까, 잠시 버스의 공간 속을 부유하던 정신이 퍼뜩 든다. 창 밖을 보니 그 많던 차들이 온데 간데 없고 버스는텅 빈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딱 12시 반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군. 눈을 붙이고 다른 생각을 하던 사이에 두통도 가신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진다.

 

 

 

  버스에서 내린다. 이제 여기에서 20분정도 걸어가면 고려대 병원이 나온다. 그나저나 가기 전에 무엇인가를 살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 근방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의외로 주변에 뭐가 없다. 아, 이런. 차라리 중앙역에서 내려서 먹을 거라도 사서 갈 걸. 하지만 중앙역을 들렸다 가기에 날씨는 끔찍하게 덥다. 아 맞다! 공항에서 나오면서 면세점을 들렸으면 됐을 것을! 둔한 나에게 타박을 한다. 그 때 내 눈에 작은 꽃집이 들어온다. 그래, 아내는 꽃을 많이 좋아했다. 설마 해외에 있는 동안에 꽃 알러지가 생기거나 하진 않았겠지. 

 

  작은 꽃집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넓다. 점원에게 꽃다발 큰 걸로 하나 사겠다고 하자 원하는 꽃이 있냐고 묻는다.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한다. 점원이 하나하나 꽃들을 모은다. 제법 크다. 크게 해달라고 했지만 저렇게까지 크게 하면 꽤나 비싸겠는걸. 점원은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며 서툰 손으로 꽃다발을 완성해나간다. 꽤 시간이지나자 커다란 한아름의 꽃들을 계산대에 얹어놓고 점원이 계산을 시작한다. 공항에서 은행을 들리지 않고 바로 온 거라 현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살짝 긴장된다. 입국하면서 면세점도 안 들리고, 환전도 안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다 해서 3만원 입니다.”

 

“…네?”

 

  계산을 잘못 했다는 눈빛을 점원에게 보낸다. 이렇게큰 거가 3만원이라고? 점원이 내 눈치를 보더니 다시 계산을 한다. 안개꽃, 장미, 튤립, 골드 메리 등등. 점원이 조심스럽게 다시 말한다.

 

“지금이 세일 기간이라서 3만원이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제대로 된 가격이라면 나야 좋지. 커다란 꽃을 안고 밖으로 나온다. 째깍째깍 또다시 머리가 아프다. 손으로 눈 위를 살짝 누른다. 미간이 지끈거린다. 마치 피로가 모두 그 곳에 몰린 것처럼. 머리 속에서 초침이 울린다.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이런 것인가? 횡단보도 앞에 선다. 저 길을 건너서 쭉 걸어가면 병원이 나온다. 막파란 불이 켜진다. 째깍째깍. 머리 지끈거림이 보다 심해진다. 병원 1층에서 두통약이라도 사먹어야겠다. 빨리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왼쪽에서 들리는 큰 소리.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에 고개를 돌린다. 붉은 색의 SUV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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