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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눈소리

 

 

 

    어릴 땐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고 생각했다. 빗소리를 노래하는 가사는 많지만 눈이 내리는 소리를 담은 멜로디는 없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사전에도 '눈소리'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침침한 눈으로 휴대폰 주소록을 더듬으며 하나 둘 마음을 전하다, 문득 우리가 인생의 반 하고도 열 해를 더 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맛있는 것도 두 번 세 번 먹으면 무뎌지는 것처럼 나이도 계속 먹으니 잊게 된다. 아니면 일부러 어딘가에 던져둔 채 그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이기를 기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찾지 않은 보물이 시간을 먹고 썩어버리듯, 내 나이도 세월을 먹고 어딘가에서 녹이 슬어 없어져버리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귀 기울이지 않는 동안 소리 없이 내린 눈처럼 푸른 새벽에 후두둑 쌓여버린, 예순을 조용히 끌어안아본다. 쿵쾅, 심장 가까이에 두니 체온에 녹아 내 안으로 금세 스며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눈소리를 나마저 외면하면 외로워서 어쩌누…. 그렇게 생각하니 꼭 돌봐주어야 할 벗처럼 느껴져, 흰 눈송이가 된 세월과 근심이 귓등에 앉아 소근소근 속삭이는 것만 같다.

 

 

 

       to. 올 해 예순이 되신 엄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