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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별일 아닌 이야기

3년 후 만남

 항상 편지의 첫 시작은 안녕 자기였다. 

 

 3년, 사람에게 데인 후 딱히 누구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간들 그렇게 3년 이란 시간을 홀로 보낸 후 

그 사람을 만났다. 지금은 과거가 된 이야기지만... 

난 그사람 아니 그녀를 만났다. 외로움에, 서로의 공통점에 이끌려 누가 먼저 사귀자는 말도 없이 우린 그렇게 만났다. 

강한 여자이지만 상처많고 외로움이 컸던,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내려 하지만 눈물이 많고 옆에 누가 있기를 바란 듯 하던 그녀를 만났다. 

 

 우린 그렇게 사랑했고 난 이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전해주고 사랑해 주었다. 그렇게 우린 서로 맞춰갔다. 난 언제나 그녀가 우선이였고, 그녀가 내 중심이였다. 아픔이 많은 사람이란걸 알기에 그래서 더욱 그녀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본다면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헤어졌으니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던 군대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훈련소를 들어가기 한달 전, 난 오로지 그녀만을 보며 생활했다. 언제나 같이 있었고 언제나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부담이였을까? 훈련소를 다녀온 한달, 그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마음이 변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함께 있던 시간들 속에서, 그녀가 웃으며 말하던 순간들 속에서 진지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자기의 마음을 말했다. 하지만 바보 같았던 난 그저 흘러들었을 뿐 그 말들이 지쳐간다는 표현이였음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내가 없던 한달, 그녀의 마음은 변하였다. 당연히 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가 했던 말을 이해한다 말했지만, 난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점점 그녀가 날 멀리하는 기분만 들었다.

 

 그렇게, 그렇게... 또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난 스스로의 답답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 내 서운함 때문에 했던 스스로의 잘못을 사과 했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난 변하지 않았다 라는 대답이였다. 그리고 더이상은 너무 지친다는 말이였다. 난 내가 바뀌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 물었다. 그녀는 보인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헤어짐을 말한 날, 그녀는 내가 바뀔꺼라 생각도 하지않는다 말했다. 하지만 왜일까? 아직 그녀의 모바일 프로필, 배경사진 그리고 SNS의 사진들은 한장도 지워지지 않았다. 차분히 정리해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그 곳에는 나와 함께 했던 순간, 내 눈에 비췄던 그녀, 그리고 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난 스스로가 바뀌길 바랬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아직 그대로인채 우리의 관계만 바뀌었다. 

 

 편지의 첫 시작은 언제나 안녕 자기였다. 

이젠 그 안녕이 인사가 아닌 헤어짐을 뜻한 말 같다.  난 바뀌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서 함께 맞춰가고 싶었다. 지금도 그녀가 나에게 돌아온다면... 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건 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난,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응원한다. 꿈이있는 사람,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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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삶이라는 아름다운 책

잘 다듬어져 꽤나 멋져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허술하고 온통 상처투성이며 가까이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로

가시를 내세워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렸을 적 나는, 활달했던 아이였던 것 같다.

사람들을 좋아했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좋아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생각들을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내게 처음으로 닥쳤던 시련은,

친구의 배신으로 왕따를 당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늘 무시를 당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쉽게 눈치를 보며 주눅들어

늘 의기소침해 있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견딜 수 없을만큼 모욕적인 일들도 다반사인

그 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을까?

또 한 번 생각해본다.

 

워낙 친구들에게 편지 써주는 걸 좋아했던 나는,

혼자가 되어서도 꾸준히 무언가를 끼적이며

나의 외로움을 달랬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

생각해보면 완벽하게 혼자는 아니었다.

늘 곁에 소수의 친구들이 있었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잘 다듬어진 멋진 사람은 아니다.

늘 상처투성이에 허술한 점이 여럿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허술한 내 모습이 싫진 않다.

허술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더 많고,

배우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내가 나는 애틋하고 참 좋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의 문제.

아직도 나는 소통의 문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바로 사과를 하면 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늘 그것이 고민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배우고 싶다.

괜한 자존심 부리며 사과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적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늘 자책하며 나를 못살게 굴지만

꼭 고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는 책이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서 배움이 있는 것이고,

그 배움으로 인해 내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

인생이 주는 교훈이 바로 진정한 삶의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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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관계의 아이러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어렵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나랑 친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와 연락도 뜸해지고

나보다는 다른 친구들이랑 더 자주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그 친구에게서 받을 때가 있다.

 

그래, 나와도 친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친하게 잘 어울리는

워낙 친화력이 좋은 친구니까 주변에 사람 많은 게 당연하지

괜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생각해봐도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왜 그럴까?

 

나 혼자서만 고민하는 것 같아 괜스레 서운함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생각을 친구에게 말하기엔

너무 민망해서 혼자 꽁해있을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렇듯 언제나 어렵다.

상대방은 내가 하는 고민이 가벼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서운함일수도 있고,

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닐까?

 

너무 가까이 지내서도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두어서도

안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인 것은 누구나 다 알테지만,

적당히의 기준은 어느정도를 뜻하는 것일까?

 

늘 궁금하지만 쉽사리 풀리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더 소통을 해야된다지만,

마음 깊숙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가벼운 일상얘기들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일상얘기들만

나눈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친하고 가까운 사이임에도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사람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 어렵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기도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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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끄쩍끄적

(소설) 구름위의 만찬 5화 (완결)

*

 

서울 여의도 DDM 빌딩 18층, 많은 기자들 앞에 서있는 여자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일어섰다. 그녀는 비행기 내에서는 높은 고도로 인해 미각이 둔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입맛을 돋울 수 있는 향과 맛으로 메뉴들을 구성한 점이 이번 기내식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 전채 요리로 이탈리안 전통의 맛을 한국식으로 모던하게 재해석한 ‘파르메산 치즈를 곁들인 제동한우 카르파치오’ 등을 즐길 수 있고, ‘청양 고추와 매운 돼지고기 살라미가 들어간 가르가넬리’로 청양고추 특유의 매콤한 맛을 살린 파스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메인 요리로는 신선한 채소에 구운 잣과 바질 잎을 올리브 오일에 버무려 만든 페스토 드레싱을 곁들인 ‘농어 필레, 후식으로는 쑥 티라미수로 구성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시빌레 쇤버거는 기내식 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손님들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이 요리가 지상에서 조리된 후 항공기 기내에서 최소한의 조리 공정만을 거쳐 서비스되는 제한적인 조건에도 훌륭한 품질 유지가 가능한 메뉴라고 말했다. 시빌레 쇤버거는 이 메뉴가 그런 메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시빌레 쇤버거의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낱 인스턴트식품이라고 여겼던 기내식을 자신이 만들게 될지 몰랐다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씁쓸하면서도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 증조할머니께서 조선시대 마지막 주방 상궁이라고 하시던데 사실입니까?

- 네, 맞습니다. 증조할머니께서 궁중조리인 이셨고 할머니, 어머니께서 대를 이어 음식장사를 하셨습니다.

 

그녀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말아 올라갔다. 자신도 그 피를 이어받은 것 같다며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수상소감을 말한 후 고대하던 시빌레 쇤버거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

그녀는 시빌레 쇤버거에게 인사를 한 뒤, 입을 뗐다.

 

-왜 기내식을 선택 하신 거예요?

 

정말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시빌레 쇤버거에게 물었다.

그러자 시빌레 쇤버거는 하늘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음식이잖아요, 했다.

 

-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준비해둔 질문들을 연이어 물었다.

 

-호텔음식도 하셨잖아요? 호텔음식과 기내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세요?

 

- 호텔음식이 라이브 음악이라면 기내식은 녹음한 음악을 라이브처럼 들려줘야 하는 일이죠. 어쩌면 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 말을 듣고 여자는 마음속 잔잔한 파문이 일며 무언가가 부서짐을 느꼈다. 하늘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음식. 그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며칠 뒤 회사에 휴가를 낸 그녀는 여행을 갈 짐을 챙겼다. 커다란 캐리어에 여벌의 옷과 속옷을 넣었다. 세면도구들과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우겨넣곤 뚜껑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여권을 챙긴 여자는 집을 나왔다. 하늘은 어두웠고 무서웠다. 그녀는 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버스 안은 여행객들로 화려하고 활기찼다. 들떠있는 공항에선 행복감이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둥둥 떠다녔다. 여자의 입술은 긴장감으로 잔뜩 짓눌리고 뜯겨져 있었다.

 

- 손님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 이륙하겠습니다. 좌석벨트를 매셨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Ladies and gentlemen. We will be taking off shortly. Please make sure that your seat belt securely fastened. Thank you.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더니 곧이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찮게 생각했던 첫 하늘 여행길에 올랐다. 지상 위 구름과 파란 하늘이 일직선상으로 펼쳐지자 여자의 눈에선 생동감이 올라왔다. 잔득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자 그녀는 나른함을 느꼈다. 그녀는 도착할 곳의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어디를 둘러볼지, 무엇을 먹을지. 그녀는 사소한 행동들 속에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그녀 옆에는 5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인 듯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아이 때문에 시끄러운 비행이 될 것 같아 여자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 고기와 생선 중에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손님?

 

그녀가 여행 정보에 대해 검색을 하는 동안 승무원이 다가와 그녀와 아이엄마에게 차례대로 물었다. 그녀는 고기로 주세요, 했다. 아이엄마는 자신은 생선을 달라고 했고, 아이는 아동식으로 달라고 말했다. 이윽고 기내식이 그녀의 눈앞에 놓여졌다. 처음으로 하늘에서 먹는 기내식에 그녀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자는 그동안 자신이 기내식을 한낱 인스턴트식품에 비교하며 비하했던 것을 후회했다. 눈앞에 있는 음식은 너무나 훌륭했고, 입안에 넣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로지 하늘 여행길에 오르는 여행자만이 즐길 수 있는 음식, 하늘 위에서만 느끼는 밥상에 그녀는 여행의 설렘이라는 양념이 가득 뿌려진 기내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자신이 구름위의 만찬을 즐기는 것이 꼭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여행의 일부인 이 구름위의 만찬을 느긋하게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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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끄쩍끄적

(소설) 구름위의 만찬 4화

 

4:00 또랑또랑한 알람에 그녀가 눈을 뜬다. 밖은 아직도 새카만 밤이지만 창문을 열고나니 시원한 새벽 공기가 아침을 깨운다. 그녀는 커피포트에 커피를 내렸다. 하루아침의 시작으론 커피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부엌에 있는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었다. 4:15분 개운해 보이는 몸짓으로 화장실로 간 그녀는 4:20분 화장실에서 나와 화장을 시작한다. 화려한 핑크 빛 펄 쉐도우가 그녀의 눈에 안착한다. 체리를 머금은 듯한 빠알간 립스틱이 그녀의 입술위에 칠해진다. 4:50분 집 밖으로 나온 여자는 4:56분 회사에 도착한다. 그녀는 큐빅이 박힌 파란색 머리망을 하고 흰색 모자를 목까지 덮는 위생모를 착용한다. 진공청소기, 먼지제거 테이프를 거쳐 에어 샤워기까지 통과한 후에야 그녀가 담당하는 핫 키친 파트로 들어선다.

 

- 어~ 좋은 아침~

 

허인식이 철재 문을 통과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 그녀는 입은 멈춰 있는 채 눈웃음으로 화답하며 네 좋은 아침이에요, 했다. 그러자 허인식이 다가와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잘 잤어?, 했다.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덕분에요, 했다. 그녀는 하얀 옷은 겹겹이 입은 직원들에게 오늘 만들어야 할 메뉴와 양을 말했다. 그녀는 오늘 메뉴와 양을 확인한 뒤 디시업방으로 향했다. 오슬오슬한 공기 속 하얀 벽 한쪽 구석 모니터에 숫자가 계속해서 바뀐다. 그녀는 모니터를 확인하며 일렬로 서서 손으로 음식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해야 되는 양이 많으니까 파이팅해요, 우리.

 

그녀의 입에선 줄지어 서있는 직원들을 향한 응원의 멘트가 나왔다. 차가운 방안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디시업방을 나갔다.

 

-지희년 보다 더해 저년은, 아주 소름이 끼친다니께

-그러게나 말이에요. 지희씨가 회사를 관둔 것도 있지만, 이번에 저 여자가 진급한 건 십중팔구 허인식이랑..

 

그때 다시 문이 열렸고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두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가더니 모니터 옆에 놓여 있던 검정 펜을 집어 들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가 펜을 두고 가서요, 했다. 기시감이 한기처럼 느껴지는 디시업방 안엔 정적과 눈이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핫 키친과 콜드 키친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메뉴들을 체크한 후, 퇴근 전 올려야할 보고서를 쓰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왔다. 사무실 벽 초록색 게시판에는 온갖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녀는 보고서를 쓴 뒤에 게시판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개월 전 회식이후 지희는 회사에 오지 않았다. 차마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겠지, 그래서 회사에 못 왔겠지 생각할 뿐이다. 여자는 조용해진 환경에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 보고서를 쓰던 중 무수한 종이들이 들러붙어있던 게시판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그녀는 게시판으로 다가가 떨어진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 종이를 여자는 보이지 않는 입으로 조용하게 읽어 내려갔다.

 

- 퓨전 기내식 메뉴 공모전..

 

종이에는, 이메일을 통해 출품 레시피를 접수 받고 공모된 레시피 중 우수작 10개를 선정해 출품자가 직접 레시피를 조리하는 형식으로 본선을 진행되는 공모전이라고 적혀있었다. 출품된 메뉴는 세계 아름다운 기내식 1위를 차지한 ‘시빌레 쇤버거’ 밀레니엄 루트 호텔 총주방장이 직접 심사를 하며 공모전 1등에게는 부상으로 유럽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이 제공되고 유러피언 스타 시빌레 쇤버거 셰프와 직접 만나 요리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듣는 멘토링 기회도 제공된다고 큼지막하게 써져 있었다.

 

그녀는 이 내용을 두 번 세 번 읽고 또 눈으로 읽었다. 그녀의 눈에는 시빌레 쇤버거라는 셰프와 함께하는 멘토링이란 단어가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죽기가 두려워 살았었다. 바꾸어 생각하면 살고 싶었다. 여자는 잃을게 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소유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허나 자신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내재되어있던 욕망들이 스믈스믈 벌레처럼 올라왔다. 하루를 살아야하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무기력하고 힘들었던 삶, 단하나 놓을 수 없었던 음식이라는 이름을 마주하기로 했다. 여자는 이것이 자신의 손끝으로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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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끄쩍끄적

(소설) 구름위의 만찬 3화

 

어느새 자리는 무르익고 얼큰하게 취한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녀는 곱창과 물김치를 계속해서 먹었다. 이 자리에 곱창의 존재보다 더 작은 존재가 자신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우울과 안도를 반복한다. 중간에 들어온 허인식이 그녀 옆에 앉아 있다는 점만 빼면 나름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그녀다. 허인식은 새빨개진 전형적인 술톤 얼굴빛을 하곤, 멀리 떨어진 지희에게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말했다.

 

-지희씨 정말 축하한데 말이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그 말에 옆에 앉아있던 남자직원이 아부적 멘트를 날린다. 당연히 위생, 맛 그리고 개발이지요, 했다. 그들은 사실 언제보아도 윗사람을 너무 경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다시 속이 메슥거렸다. 이미 넘어간 곱창들이 꿈틀대는 것 같아 물김치 국물을 마셨다.

 

-그것도 그거지만 메뉴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단 말이야. 이번에 그, 누구냐 시벌레 버거?

-시빌레 쇤버거.

 

그녀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이 되었다. 그녀는 그 시선들에 당황해 고개를 푹 숙였다. 여자는 시빌레 쇤버거를 호텔셰프 때부터 좋아했지만 그가 단순노동인 기내식을 만든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녀는 시빌레 쇤버거가 성의 없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기내식을 만드는 셰프 중에서 그나마 나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다채로운 색깔로 눈으로 아이들과 아이들의 마음을 가진 어른들을 사로잡는 기내식을 만드는 셰프. 다양한 맛을 추구했던 그녀의 어머니처럼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한 시빌레 쇤버거는 재미와 맛 그리고 상상력과 정성까지 더하는 그런 기내식을 선보였다.

 

허인식이 험험- 헛기침과 함께 그 시선을 자신에게 가져왔다.

 

-그래 시빌레 쇤버거. 웬 패스트푸드 이름 같은 그 요리사가 작품을 만들었단 말이야. 이젠 기내식도 작품이 되는 시대가 왔어. 우리 기내식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새우 넣은 뇨케티 파스타 샐러드를 뭐라고 지었더라.

 

허인식은 그녀를 팔로 툭툭 치면서 말해보라고 종용했다. 셰프 이름도 알고 있는데 음식 이름도 알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녀는 설레는 이름에 괜히 아는 척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그녀에게 다시 포커스 된 시선들을 거두며 작게 읊조렸다.

 

-나비의 꿈..

-그래 그거! ‘나비의 꿈’이니 ‘감자 일몰’이니 이름에 스토리를 담아야 잘 팔리는 시대가 온 거라고. 역시 비행기는 못타봤어도 뉴스는 보나봐?

 

그녀 빼고 모두가 웃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녀 밖에 없을 거란 말에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남은 네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굳이 여행이라는 걸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을 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해야 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이곳에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데 굳이 인스턴트식품 같은 기내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내가 비행기 좀 태워죠? 첫 여행으로 홍콩 보내줘?

 

허인식은 그 말을 하면서 두툼하게 살이 오른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쓸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감쳐물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눈앞의 곱창이 철판에 눌어붙고 있었다. 그 공간에 있던 곱창 냄새가 그녀의 옷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지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반동에 앉아있던 파란색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지희는 두 손으로 테이블 위를 쾅- 하고 강하게 한번 내리쳤다. 그리곤 허인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펼쳤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법?

 

지희의 목소리는 술에 의해 많이 꼬여있었지만 분명하게 귓가를 때렸다. 가운데 손가락은 굽혀지지 않은 채였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이가 당황으로 얼룩져 지희를 말릴 틈이 없었다.

 

-그거 너 같은 새끼랑 홍콩 가는 거잖아.

 

지희는 작은 비웃음에서 큰 폭소로 소리를 변경했다. 허인식은 철판 바닥에 붙어 타버린 곱창보다 더 딱딱해진 굳은 모습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까지 양껏 마신 소주가 증발해 버린 듯 했다. 술 때문에 원래도 붉었던 허인식의 얼굴이 김칫국물보다 더 달아올라 있었다.

 

-그 돼지 같은 몸으로 홍콩은 무슨, 제주도도 못가 더만.

 

정적이 흐르다가 양옆에 있던 직원들이 서있는 지희를 잡고 말렸다. 곱창은 그새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완전히 검게 그을리고 있었다. 다들 똑같은 인간들이라며 옆에서 말리는 직원들을 밀쳐낸 지희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푸릇푸릇한 초록색 고추를 집어 들었다.

 

-적당히 해. 이것보다 작은 주제에!

 

지희는 그 고추를 된장에 푹 찍더니 우걱우걱 씹었다. 그녀는 지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희 자신이 원해서 허인식과 관계를 가진 게 아니었나? 왜 화를 내는 거지? 그 순간 여자는 울렁이던 속이 잠잠해졌다. 어지러웠던 머리도, 답답했던 명치가 편안해, 했다. 이율배반적인 몸뚱아리였다. 그녀는 단지 시끄럽고 화려해서 지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자신보다 먼저 진급을 한 게 배알이 꼴렸을지도 모른다. 늘 기내식 자부심으로 가득해 열변을 늘어놓던 허인식이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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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끄쩍끄적

(소설) 구름위의 만찬 2화

 

구름 위는 지상과는 180도 다르다. 기압이 80%까지 떨어지고, 산소농도가 낮아지니까 음식의 맛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음식 속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재료들을 켜켜이 쌓아둔다. 그녀는 소고기를 마무리하고 최근 인기 메뉴인 포두부 보쌈을 만들기 시작했다. 얇은 포두부를 찜기에 쪄낸다. 증기가 모락모락 한 포두부가 여러 장 겹쳐있고, 보쌈용 야채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려있다. 공기와 닿는 면적을 최대한 줄여서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한다. 이것 역시 비빔밥과 마찬가지로 기내식 중에 소스를 뿌려 먹는 메뉴다. 그래야 물기가 덜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자가 되기 전 할머니와 엄마가 알려주었던 요리들을 기억 속에서 꺼냈다. 어떻게 해야 음식이 맛있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것들을 넣어야 음식이 조화로워 지는지를 되뇌었다.

 

자신이 오늘 맡았던 음식들을 다시 한 번 체크한 그녀는 ‘디시업 방’으로 향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공업으로 음식을 담는 시스템이다. 20여개의 긴 식탁에 7~8명이 서서 손으로 일일이 음식을 담는다. 이코노미 석, 비즈니스 석, 퍼스트클래스 석에 따라 용기가 다 다르고 양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일은 기계가 할 수 없다. 온몸을 흰옷과 모자로 둘둘 감아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는 새하얀 직원들 사이로 으슬으슬한 찬 기운이 스민다. 벽조차 하얀 그 곳에 붙은 온도계는 ‘16도.’그녀의 작은 한숨에도 입김이 퍼진다. 공간 모서리 기둥에는 작은 모니터가 보인다.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예약손님의 숫자가 껌뻑인다. 지희는 그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숫자가 바뀔 때마다 큰소리로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 그녀는 지희가 말한 숫자를 상기시키며 차갑게 시린 연어를 뚝뚝 잘라 용기에 담았다. 지희는 아직 진급전인데도 마치 이미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장수처럼 굴었다. 그녀는 훈제된 연어의 비릿한 냄새가 역겨웠지만 연어를 계속해서 담았다. 그녀는 디시업방이 싫으면서도 좋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같은 음식을 담기만 하면 되는 반복적인 일이라 좋았고, 아무런 의미 없이 담기는 사랑 없는 이 음식들이 혐오스러웠다. 그녀는 끝없이 올라가는 모니터 화면의 숫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지금 이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바랐다. 2시가 되자 교대자들이 들어왔고, 차디찬 연어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오늘 올꺼죠?

 

뭐? 라는 의미로 그녀는 지희의 화려한 핑크 쉐도우가 덮여진 큰 눈을 쳐다본다. 그녀의 표정 속엔 어딜? 이라는 질문이 들어있다.

 

-오늘 회식이잖아요. 매번 빠지고. 오늘은 꼭 와야 해요. 저 진급도 축하해 줘야죠.

 

5년째 일하고 있는 그녀보다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지희가 먼저 진급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저 이 조용하고 잠잠한 하루가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발버둥 쳐서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할지라도 고작 얼마 안 되는 차이에 더 행복해지지 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여자는 그저 주어진 하루 그리고 현실에 안주한다. 누군가를 책임지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지 않는 혼자의 삶. 미래를 희망과 꿈에 버무리지 않고 지금 이대로를 바꾸지 않는 것을 원한다. 여자는 요리를 사랑했고 요리를 나름 잘했지만 기내식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노동 속에서 의미 없는 인스턴트식품을 만드는 일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고 원했던 요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게 무의미 하고 욕심일 뿐이라고 되뇌었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꿈이라고.

 

누군가는 오해하고, 미워하고, 착각하고, 욕할 수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경 쓸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욘 없지만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싫은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도 회식에 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의심할 수도 있다. 그녀가 억울해 한다고, 더 노력한 다른 이를 축하해 줄줄 모른다고 지들 마음대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자는 5년 동안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회식을 가기로 했다.

 

-진짜죠? 언니 온다고 했어요?

 

그녀는 짙은 쌍꺼풀에 속눈썹까지 붙여진 화려한 지희의 눈을 보며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늘 오후시간엔 집에서 목욕을 하거나 책을 읽던 여자의 오늘 오후는 달랐다. 5년 만에 처음 참석한 회식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말을 붙여준 지희의 진급을 축하하기 위해서 회식에 왔다. 허나 그녀는 그렇다고 해서 지희를 다른 직원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회사에서 말을 섞게 된 사람이라 생각할 뿐이다. 지희는 누구에게나 활기찼으며 싹싹했고 화려했으며 시끄러웠다. 여자에게 지희는 그저 말이 많은 과하게 엔돌핀을 소비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할머니와 엄마가 죽은 후 시끄러운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대화도 잘하지 않았으며 손님과의 대화도 싫어 대대손손 내려온 가게도 다 처분에 버렸다. 밥알이 익는 소리, 치익치익 무언가를 볶는 소리, 촤악- 튀겨지는 소리 외에 귓가로 들리는 모든 말들을 싫어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일할 곳을 찾아 들어온 것이 하필 음식을 만든 회사였을 뿐이다. 회식은 회사 근처 곱창 집이었다. 회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인 오후 3시. 하지만 이미 그녀가 오기 전 몇몇 회사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와우. 이게 누구야? 여긴 웬일이래?

-오늘 저 축하해준다고 왔어요.

 

정신 사납고 화려한 걸 싫어하는 그녀가 지희를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그녀의 대답을 늘 지희가 대신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초점 없는 눈으로 가장자리에 앉는다. 그리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시금 안심한다.

 

선홍색 핏기가 도는 곱창이 앞에 있다. 그 곱창의 모습이 다소 흉물스러우나 다 익고 난 뒤에 입으로 들어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 노릇노릇함과 가득 차있는 곱. 구수하고 부드러운 곱이 알싸한 마늘과 함께 들어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모든 것들이 한 대 섞인다.

 

-곱창을 기내식으로 먹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면 한국 사람만 먹을걸요.

 

그녀를 빼고 모두가 웃는다. 곱창이 익기 전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다. 첫째는 위생, 둘째가 창의성일 정도로 기내식은 위생이 관건이다. 절대로 곱창 같은 건 기내식이 될 수 없다. 기내식은 조리 직후 바로 배식이 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기내식은 비행기 출발 4~6시간 전에 조리를 마친다. 따뜻한 음식의 경우 72시간 이내, 차가운 음식의 경우 48시간 이내 소진해야한다. 인스턴트식품 따위가 참 까탈스럽다. 이질적인 모습으로 태어난, 위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이 곱창은 절대로 하늘 위로 갈 수 없다. 곱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마치 거울을 바라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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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끄쩍끄적

(소설) 구름위의 만찬 1화

 

 

투두둑- 빗방울이 어둡고 습한 지하창문을 때리며 굴러간다. 아직 해가 일지 않은 새벽, 그녀는 창문을 두드리는 물방울들 소리에 4:25분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뜬다. 불빛이라곤 반쯤 보이는 창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데, 그것마저 캄캄하고 무거운 하늘에 가려 저녁인지 아침인지 분간할 수 없다. 알람이 울릴 때 까지 똬리를 튼 뱀처럼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다가 이내 알람이 울리자 몸을 일으킨다. 4:27분 아무런 의식이 없어 보이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화장실 불을 팟-하고 킨다. 4:40분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로션을 바른 뒤 어젯밤 떠놓았던 자리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신다. 4:45분 옷장 문을 연 여자는 몇 개 없는 옷 중 가장 앞에 있던 검정티셔츠와 검정바지를 집는다. 4:50분 집 밖으로 나온 여자는 4:56분 회사에 도착한다.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의 무한반복인 일상. 그녀는 매일 일어나는 시간도 밖으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늘 동일했다. 여자는 돈을 많이 벌기위한 노력도 무언가를 소유하고자하는 욕망도 없었기에 이 숙복적인 삶에 만족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녀는 태어났기 때문에, 죽을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먹기 위해서라는 허망하고 잔인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녀의 회사는 집에서 오 분 거리였는데, 늘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너무나 편한 차림으로 회사에 갔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그녀는 파란색 머리망을 머리에 쓰고 흰색 모자를 목까지 덮는 위생모를 착용했다. 집에서 입고 나온 검정 옷은 회색 철재 캐비닛에 박아두고 흰 옷, 흰 바지, 흰 장화, 흰 이중위생모로 온몸을 하얗게 하고 블랙홀같이 까맣고 텅 빈 혼몽한 눈만 보이게 복장을 갖췄다. 꼭 아바야에서 눈만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완전히 가린 중동 전통의상 니캅의 화이트 버전을 입은듯했다. 그 후 진공청소기로 그나마 남아있던 욕망덩어리 같은 작은 먼지들을 제거하고, 그래도 떨어지지 않은 건 먼지 제거 테이프로 온몸의 오물질을 없앴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손톱 사이사이를 세척하고 입구를 통과하기 전 강한 바람으로 먼지를 날려주는 에어샤워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입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잠에서 덜 깬 상태처럼 동공이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그 행동들은 몇 년간 반복한 동작인 듯 물 흐르듯 빠르게 진행됐다. 은빛 두꺼운 철문을 통과하면 식전에 먹는 단내 가득한 빵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지나 그녀는 자신이 담당하는 한식 핫 키친 파트로 들어선다.

 

- 어, 언니 왔어요?

 

그녀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지희는 그녀를 알은체하며 잘 보이지 않은 입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응- 이라는 개미목소리 보다 못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늘 그래왔던 일이라는 듯이 지희는 답도 없는 그녀에게 조잘거린다.

 

그녀가 하는 일은 비빔밥, 불고기, 영양쌈밥과 같은 메뉴를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일보단 이코노미 석, 비즈니스 석, 퍼스트 클래스 석에 각각 맞는 팩과 그릇에 음식을 담아 기내식 트레이로 옮기는 일을 더 많이 할 때도 있다. 만드는 양은 그때그때 항공기 노선과 스케줄, 탑승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해당 노선에 제공되는 메뉴도 천차만별이라 그 메뉴에 맞춰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를 시작한다. 조리실에는 한식과 일식, 중식, 양식 등 기내식 종류별로 해당 유명 셰프가 요리를 한다. 그녀는 셰프들을 도와 간단하고 반복적인 음식들을 만들고 담는다.

 

그녀가 애호박을 한 300개째 썰고 있을 때, 그녀 옆으로 한식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허인식 메인 셰프가 다가왔다. 깡마른 그녀와 대조적인 커다란 곰 같은 덩치에 억지로 입은 흰색 조리복이 힘들게 잠가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위에 손을 올리며 애호박에만 집중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비행기 타봤어?

 

기름지며 조악한 눈빛에 그 말투는 명백히 냉소적이며 적대적인 느낌이었다. 그녀는 작게 아뇨, 했다.

 

-역시. 그쪽은 비행기를 안타봐서 잘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타면 혀가 달라져. 혀에 돋아있는 작은 돌기 있지? 그걸 미뢰라고 하는데, 이 미뢰는 딱 해수면 1000피트 이내 높이에서 까지 제 기능을 한다고. 그런데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보통 장거리 비행기 고도 3만 5000피트를 날아.

 

허인식은 삼만 오천 피트를 끊어서 강조하면서 한손을 들어 비행기처럼 물결 흉내를 냈다. 그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의 손을 눈으로 따라갔다.

 

-그렇게 기압이 떨어진 미뢰는 엉뚱멀뚱해지지. 뭐지? 이게 맛있는 건가? 이렇게.

 

허인식은 혀를 내밀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것은 콜레라 걸린 돼지와 흡사했다.

 

-거기에다가 건냉한 기내석 공기는, 냄새~ 이 달큰한 애호박 향도 못 맡게 할 정도로 코를 마비시켜. 그래서 기내에서 먹는 맥주나 와인도 잘 선택해야 하는 거야. 와인은 과일 맛이 나지 않는 드라이 와인으로 하는 게 좋고. 비행기에서 타닌은 배가되니 더 빨리 취하지. 비행기에서 와인 먹어봤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여전히 손은 애호박을 썰고 있다. 여자의 옆으로 볶은 애호박, 살짝 데친 콩나물, 버섯, 얇게 채 썬 무, 작은 쇠고기가 보인다. 기내식 비빔밥은 보통의 비빔밥과 다르다. 고슬고슬한 밥을 만들 필요도 없고, 나물과 고명을 색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할 필요도, 양념해둔 다진 쇠고기를 볶다가 고추장, 설탕, 물을 1:1:1로 넣어 부드럽게 볶아 약고추장을 만들 필요도 없다. 기내에선 짜서 먹는 고추장볶음을 사용하니까. 기내식은 비행기 출발 전에 여기 땅에서 만들어져 냉동상태로 기내로 운반되고 이를 데워서 그저 인스턴트식품처럼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간편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내식이 최고인양 말하는 허인식의 말투에 여자는 속이 쓰라렸다.

 

-아, 맞다. 비행기도 못타봤다고 했지.

 

웃음. 그것은 흡사 자신을 좀 바라봐 달라는 듯 화려한 색으로 자신을 포장한 독버섯 같은 미소였다. 비웃음이 분명함에도 그녀의 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늘 상 있는 일이라는 듯 한 얼굴,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미소도 화남도 비춰지지 않은 무표정에 담았다. 오히려 옆에 있던 지희의 표정이 홧홧하게 달아올라보였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제공된 음식은 간이 조금 짜고 양도 적은 거야.

 

허인식은 그 말을 하면서 여자의 말캉한 가슴을 만지듯이 그녀의 왼쪽 팔을 주물럭거렸다. 그녀는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온몸이 감싸져 눈밖에 보이지 않는 흰옷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발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자신을 만지는 변태적인 행동보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면서 저 자리에 주인 잘 만나 평생 호강을 누리는 옆집 개처럼 앉아있는 허인식이 싫었다. 허인식이 사라지자 그제야 멀리 떨어져 한마디도 안하던 지희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는 거예요. 화를 내요 화를! 아우 재수 없고 변태 같은 놈. 세상에 어느 여자가 저런 남자를 좋아하겠어요. 안 그래요?

 

가증스럽다는 눈으로 그녀는 지희를 본다. 하지만 그 눈빛을 금세 거두곤 그녀는 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일을 계속했다. 약간의 두통과 메슥거림이 있는 듯 명치를 두어 번 두드리던 여자는 다시 애호박에 집중을 한다. 그녀는 남은 애호박을 다 썰곤 커다란 무쇠 솥에 잘근하게 다져진 소고기를 볶는다. 소고기의 풍미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콧구멍 양쪽으로 기분 좋은 향이 빨려 들어간다.

 

작가say: 사진은 베이글을 먹는 제 셀카입니다ㅋㅋㅋㅋㅋ 나름 베이글녀..(베이글을 먹는 여자의 줄임말..) 

              소설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늘 읽어주시는 모든분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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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in

런던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 런던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 흥미롭다. 같은 곳을 여행하고 있지만 여행을 하는 이유도 천차만별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천차만별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왔다. 하나 뿐인 인생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 그 자체가 "내 인생"이기 때문이었다. 한때 잠시 학원 강사로 일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해 준 말이기도 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난 길 위의 사람들의 모습은 다시 한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동전을 받으면 땡큐를 잊지 않고 말해주던 사람들, 그들은 정말 행복했을까?

 

 

 

                               ┃ 포토벨로 마켓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던 버스커

 

 

런던의 길 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노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연주는 물론 차디찬 바닥 위에 글을 쓰는 사람과 신명나게 춤추는 사람들까지. 그 날도 하릴 없이 피카디리 서커스를 배회하며 이제 어디로 발길을 옮겨볼까 고민하는 찰나, 이들의 흥겨운 한판을 만나게 됐다. 이미 한바탕 난장을 하고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좋은 재미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때였다. 이들 중 한명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들의 자리를 정리하던 그들의 손이 멈췄고, 모두 모여서 뭔갈 이야기 하더니 한번 더 하자! 라고 결론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는 이내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때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PSY의 "강남스타일"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춤추던 B-boy들

 

 

 

익숙하고 흥겨운 음악소리에 흩어지던 사람들은 다시금 몰려들었고,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휩쓸었던 싸이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놀라웠던 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이들의 평균연령이 겉보기에 대략 30대 중후반쯤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 눈이 이들의 연령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10대는 아닌 건 분명했다. 이들 개개인의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들의 춤사위를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즐거워보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춤추던 B-boy들 

 

 

           │현란한 개인기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장소에 따라서 퍼포먼스의 내용들도 조금씩은 달라졌다. 공원 옆쪽 넓은 곳에서 강남스타일 댄스 퍼포먼스가 존재했다면 내셔널 갤러리 앞마당에는 분필로 그림 그리는 화가가 있었다. 영화 노팅힐 덕분에 유명세를 탄 포토벨로 마켓에는 기념사진 촬영을 위한 마임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카메라를 목에 건 여행객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념사진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미술적인 취향보다는 음악적인 취향이 조금 더 강한 나는 어딘가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면 목적지를 바꿔서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곤 했다.

 

 

 

 

│내셔널 갤러리 앞 분필 그림을 그리던 화가                                                        │포토벨로 마켓의 마임

 

 

공연, 전시 등의 문화로 가득한 피카디리 서커스 앞에서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피카디리 서커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무대와도 같았다. 악사의 뒷편으로는 LG, 삼성 등의 전광판이 보였고, 뒤쪽 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국적이 다른 많은 여행객들이 주변을 서성거리는가 하면, 앞뒤 양옆으로는 뮤지컬 극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그의 길거리 무대는 그 순간 주변의 대형 뮤지컬 무대들이 부럽지 않은 듯 했다. 다양한 국적의 작품들이 혼합되어 하나의 문화를 나타내는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을 입은 악사가 연주하는 백파이프 소리는 기막히게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백파이프를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          │버려진 플라스틱 통과 고철물을 이용해 연주하던 버스커 

 

   

│ 코벤트 가든 현악기 연주단                                                  │공중부양 하데스                  │외발자전거 퍼포머

 

 

이들은 자신들의 공연 혹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소정의 동전을 받고 있었는데, 공연을 만족하게 관람한 사람들 역시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공연료를 지불했다. 처음에는 그 문화가 내심 익숙하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도, 모자나 악기 케이스에 동전을 받는다는 것도 괜한 고정관념이었던 건지 구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에 내가 악기를 전공한 사람이고,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길거리에서 저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건,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해왔는데, 그것이 생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먹고는 살아야겠고, 그렇다고 재물에 눈이 멀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살아간들 그것이 두렵진 않을 것 같다. 생각과 마음은 그러하지만 그것이 막상 거리로 나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아무리 작은 것을 보여준다고 한들, 그들의 용기는 대단한 것임엔 틀림이 없다.

 

 

 

          │내셔널 갤러리 앞마당에 분필로 노래 가사를 쓰고 있었다. 노래는 사랑에 관련된 노래들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의 무대"라고 믿고 뛰어들 곳이 한군데 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곳, 바로 이 길 위가 이들에게는 인생의 무대인 것 같았다. 그것이 돈을 목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쥐어짜내서 하는 것이든,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보여줄 곳이 없어서 하는 것이든, 단순한 취미생활일 뿐이든.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들은 길 위의 그 무대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거대한 무대를 꿈꾼다. 나 역시 지금 이곳이 나의 끝이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부정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해 욕심만 냈다. 그런데 이들을 보면서 길 위의 무대가 결코 낮은 곳이 아님을 느꼈다. 어쩌면 길 위의 무대보다 더욱 거대한 곳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 앞으로 더 열심히 달리든, 조금 게을러져서 뒤로 후진을 하든, 인생의 시작과 끝의 무대는 결국 길 위의 어딘가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지금의 내 무대에서 즐겁게 펼쳐내는 것부터 내 인생도 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