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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단 한번을 위한 구애

단 한번을 위한 구애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홀, 아롱지는 불빛이 가득한 야경이 내려비치는 창가에 앉아 눈앞의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슬림한 라인의 바지에 타이트한 셔츠, 제법 세련된 재킷이 꽤 맘에 들었달까?

 

칵테일이 담긴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남자는 사탕처럼 달콤한 말을 부드러운 속삭임에 실어 내뱉는다. 은근한 유혹이 담긴 눈빛에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얼굴을 가까이 한다.

 

닿을 듯 말듯 슬쩍 슬쩍 스치는 손끝이 오히려 더 애태우며 열기를 더한다. 끈질기고도 능숙한 그 놀림에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다가 선심이라도 쓰듯이 넘어가려는 때에 사나운 구두소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곧장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는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질리더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다가오는 구두소리와 반대방향으로 내달린다.

 

"야! 너 거기 안 서? 잡히기만 해봐. 아주 그냥 가죽을 몽땅 벗겨버릴 테니까!"

 

"여긴 또 어찌 알고, 젠장!"

 

잔잔하게 낭만적이던 bar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워진다. 여자는 온갖 욕을 내지르며 남자를 쫓고, 남자는 인상을 한껏 구기며 궁시렁댄다.

 

방금까지도 내 앞에서 매너가 철철 넘치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심한 모습이다. 더불어 밀려드는 배신감에 자리에서 일어나 기세 좋게 그의 멱살을 잡아챈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이봐요. 당신 누구에요?"

 

"나? 나 이 인간 조강지처다. 왜?"

 

눈을 부릅뜨며 대꾸하는 그녀에게 그는 억울하기 그지없다는 듯이 언성을 높이며 손을 뿌리친다.

 

"조강지처는 무슨! 네가 왜 내 조강지처냐? 난 아직 솔로거든?"

 

그러면서 보란 듯이 왼손을 들어 흔든다. 결혼반지는 없다. 다시 살펴보니 여자의 손에도 반지는 없다. 나는 물론 다들 어리둥절하거나 픽-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주변의 반응에 그녀는 되레 비웃으며 웬 사진과 서류를 꺼내 남자의 가슴팍에 집어던졌다. 남자는 이게 뭐냐는 듯이 바라보며 사진과 서류를 집어서 살핀다.

 

"친자검사, 네 아들이야. 설마 그러고도 도망가지는 않겠지?"

 

"잠, 잠깐만. 아니, 이게..."

 

팔짱을 끼며 기세등등한 여자와 멍하니 당황한 남자가 마주한 광경에 실소를 뱉어주고 뒤돌아섰다. 완전히 잡쳐버린 기분에 거리를 걷다 문득 고개를 돌린 곳에 <원앙>이라는 간판이 걸린 복고풍 다방이 보인다.

 

"하!"

 

참 묘하다. 하필 이런 일에 저런 단어가 보이다니, 빤히 바라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운터에 있는 직원부터 서빙하는 직원까지 모두 남자다. 멋을 낸 유니폼을 차려입은 수려한 남자직원들, 여자 손님에게 각자의 개성대로 주문을 받고 말을 받아주는 그 모습이 왜인지 <원앙>이라는 간판과 잘 어울린다. 마치 암컷에게 구애를 하는 화려한 수컷 말이다. 단 한 번의 교미를 위해서 온갖 속을 내놓는 구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