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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너라는 이름의 중독

 

너라는 이름의 중독

 

봄이 오고 가로수에 벚꽃이 피면 네가 생각난다.

매해 봄마다 벚꽃 보러가자며 노래를 불렀던 네가.

그때마다 다음에 가자며 미루고 미루었던 내가.

 

여름이 오고 햇볕이 좋은 날에는 네가 생각난다.

매해 여름 이번 휴가는 계곡으로 가자고 하던 네가.

그때마다 바다가 더 좋다며 바다로 갔던 내가.

 

가을이 오고 하얀 갈대꽃이 피면 네가 생각난다.

매해 가을마다 갈대 보러 가자고 하던 네가.

그때마다 피곤하다며 PC방으로 갔던 내가.

 

겨울이 오고 새하얀 첫눈이 내리면 네가 생각난다.

매해 겨울 새하얀 설경을 보러 가자고 하던 네가.

그때마다 춥다며 가기 싫다고 했던 내가.

 

왜 그랬을까?

벚꽃을 보러 가자던 네 말은 사람 북적대는 벚꽃 축제를 보러가자는 게 아니라

조용한 밤 벚꽃이 가득 핀 거리를 그저 나와 함께 걷고 싶었던 것뿐이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계곡으로 가자던 네 말은 푸른 잎이 우거진 숲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그저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었던 것뿐이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갈대꽃을 보러 가자던 네 말은 새하얀 갈대밭 사이를 내 손을 잡고

그저 나와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뿐이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눈을 보러 가자던 네 말은 어디선가 열리는 눈 축제를 보러가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주머니에 네 손을 넣고 소복이 내리는 첫눈을 나와 함께 맞이하고 싶었던 것뿐이었을 텐데.

 

그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왜 항상 미루기만 했을까?

왜 아쉬움을 숨기며 웃는 네 미소에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네가 옆에 없는 지금에서야 너에게 중독된 나를 느끼며

그저 아무런 말없이 웃어주던 너의 미소에 행복해 하던 나를 떠올려 본다.

 

내가 행복했던 만큼 너도 행복했을까? 아니면 나 혼자 느꼈던 행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