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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행복이 시작되었다.

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A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을 길게 늘어뜨리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뚜둑 뚝 뚜둑. 짧게 끊어지는 소리에 쓴 웃음을 짓는다.

전동차가 도착하고 A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른 시간인데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지하철에 있었다. A는 한발짝 물러서 기다렸다가 전동차에 올라탔다.

A가 손잡이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전동차 안에 따뜻함이 흘러나왔다. 손을 꼬옥 잡고 웃고 있는 연인, 아이들과 놀러 가는 가족,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통화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요새 중국에서 미세 먼지가 몰려온 탓에 며칠째 해를 보지 못했다. 덕분에 주중에 출근할 때면 잿빛 도시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주중과 확연히 달랐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화창한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둥싱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니 그 안에 몸을 맡긴 듯 서서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A가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톡을 열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잘 자라는 달콤한 인사가 끝이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B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느긋해 보이는 얼굴을 보니 침대에서 자고 있을 B가 떠올랐다.

핸드폰 화면이 꺼지면서 A의 얼굴이 비쳤다. 잠시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슬며시 미소를 지은 모습이 전동차 내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해 보였다.

 

역에서 나온 A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날씨가 맑아졌지만, 여전히 겨울이었다. 하아. 숨을 내뱉자 하얀 김이 길게 늘어졌다. 몸을 웅크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하얀 핫팩 하나를 꺼내 들었다. 살며시 흔들고 얼굴에 비비자 따스한 온기가 얼굴을 감쌌다.

A가 곧장 길 건너 편의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추위에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펭귄 같았다. 그렇게 힘겹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이 웃으며 반겨줬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날이 많이 춥죠?”

점원의 인사에 맞춰 A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요. 역시 겨울은 겨울이에요. 날이 맑아서 따뜻해졌나 싶었는데.”

호호 웃는 소리에 A가 점원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티를 버리지 못한 그녀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항상 사던 거 선반 뒤쪽에 놔뒀어요.”

“매번 고마워요.”

점원의 손길을 따라 A가 샌드위치가 있는 선반으로 갔다. 다양한 샌드위치가 있지만, 선반 구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스윽 훑어보다 잡히는 두 개의 샌드위치를 꺼냈다. 베이컨 토마토 샌드위치, 야채 샐러드 샌드위치. 두 개 다 B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다.

계산대로 가서 A가 핸드폰을 꺼냈다. 잠금 버튼을 누르자 화면 위로 알림 표시가 나타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빠르게 잠금 해제하고 알림줄을 길게 늘였다. 하지만 그 상태줄에 A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

A가 점원에게 카드를 건넨 후 카카오톡을 열었다. 숫자 1은 놀리듯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얄미운 엉덩이를 A의 눈앞에서 흔들고 있었다. 아직도 자고 있나? 정말 잠이 많은 사람이니까.

“부럽네요.”

“네?”

A가 카드를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원이 A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샌드위치를 봉투에 담았다.

“매번 샌드위치 사는 거 애인한테 주는 거죠?”

“네. 그건 맞는데……”

“어떻게 알았냐고요?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

점원의 말에 A는 지하철에서 봤던 자신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구나.

봉투를 받은 A는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한 손에는 봉투를, 나머지 한 손에는 핫팩을 쥐고 B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 발걸음은 가벼웠다.

 

띵동.

벨을 누르고 A는 잠시 기다렸다. 예상대로 문 안쪽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루루.

연결음이 이어지더니 B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늘어지는 목소리가 핸드폰을 기어 나와 A를 맞이했다. 뒤이어 하품 소리가 몇 번이나 이어졌다.

“아직까지 자고 있었던 거야?”

“응? 지금 몇 시인데?”

B의 목소리는 여전히 붕 떠 있었다. 비몽사몽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A의 귀를 사로잡았다. A는 살며시 핸드폰을 쥐고 얼굴에 더 가까이 가져갔다.

“이제 열한시 넘었어.”

“벌써 그렇게 됐나? 미안 어제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으이구. 그럴 줄 알았어. 집 앞이니까 문이나 열어줘.”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B가 나왔다. A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B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입에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B는 서둘러 옷으로 입을 닦았다. 하지만 닦은 침과 다르게 헝클어진 머리는 여전히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밉지 않았다.

“얼른 씻고 와. 샌드위치 사왔으니까.”

“매번 고마워.”

웃으며 B가 A의 손을 잡았다. 마주 잡은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에 A가 미소 지었다.

“추울 텐데 어서 들어와. 금방 씻고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봉투를 받은 B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에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A는 그러한 B의 손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조금 더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눈길만 주었다.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 B가 그런 A를 보았다. 그리고 A의 앞으로 다가갔다. 말없이 양팔을 벌리자 A가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니까. 알았지?”

B의 품 안에서 A가 눈을 깜빡였다. 이럴 때 보면 B가 다르게 느껴졌다. 매번 아이 같았는데 이럴 때면 선수가 따로 없었다. 손을 뻗어 B의 등 뒤를 감싸며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B의 냄새가 느껴졌다.

 

B가 화장실로 가자 A는 홀로 방안에 남겨졌다. 침대에 앉아 A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요일마다 오는 방이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책, 책, 책. 언젠가 봤던 티브이 프로그램 제목이 떠올랐다. 정말 책밖에 없는 방이었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구나.’

책이 있는 곳은 책장 만이 아니었다. 이미 책장에는 이중 삼중으로 책을 쌓아 놓았고 그래도 남는 책들은 책상 모서리나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흔한 게임기나 장난 거리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고리타분한 할아버지 방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게 20대 청춘의 방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A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하지만 그런 B를 A는 좋아했다. 언젠가 B에게서 받은 단편 소설집은 아직도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닌다.

-너와 부딪친 순간 행복이 시작되었다.

A가 책 겉표지를 눈으로 훑어보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많이 놀랐다. 물론 B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책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제목일 줄은 몰랐다.

B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철학이나 과학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탓에 사랑 이야기를 읽는 것을 본 적이 드물었다. 더구나 B는 연애 서설이라면 극도로 싫어했다. 단순 소비라면서 그에 관련된 책은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B가 준 이 책은 여느 연애 소설과는 달랐다. 각각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들은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랑이 담겨있었다. 애절한 사랑 앞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수줍은 사랑 앞에서는 A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빠져버리고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오죽했으면 하얗던 책 표지는 너덜너덜해져서 테이프로 고정을 했다.

손을 뻗어 책 표지를 만졌다. 손끝으로 B의 손길이 느껴졌다. 분명 B도 이 책을 봤겠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B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미안. 오래 기다렸어?”

그때 문이 열리면서 B가 들어왔다. A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 좋은 타이밍이야.”

A가 천천히 책을 펼쳤다. 이미 질릴 정도로 봤지만, 오늘도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사락.

방안에서 책을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두 사람은 조용히 책을 읽었다. 이따금 차를 마시거나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대화를 하지 않았다.

A가 책을 읽다 고개를 덜었다. 슬며시 A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순간이 좋다. 이렇게 둘이서 책을 읽을 때면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풀었다. 일상에서 매일 치이고 살았던 탓일까? 편안한 침묵이 A의 몸을 쓰다듬었다.

고개를 돌려 B를 보았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책을 읽는지 겉표지에 어려워 보이는 단어가 가득했다. 그저 책을 읽는 모습이건만 보기 좋았다. 만일 B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A가 책을 내려놓고 팔을 길게 쭉 뻗었다. 한 자세로 오래 책을 본 탓에 몸이 늘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하자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지루해?”

책을 읽던 B가 고개를 들었다. A는 천천히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냐. 책 읽다가 잠시 쉬는 중이야.”

“그래? 그러면 나도 쉬어야겠다.”

B가 책을 내려놓고 A에게 다가왔다. A의 옆에 앉아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 책 기억해?”

그런 B에게 A가 책을 내밀었다. 책을 보고는 B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당연히 기억하지.”

책을 받은 B가 천천히 책을 넘겼다. 스르륵. 책이 넘어가는 소리가 두 사람의 틈을 채웠다.

“이 책. 난 많이 좋아해. 연애 소설은 별로인데 이 책은 좀 특별하거든.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니까. 특히 여기 이 부분에서 눈물도 나왔다니까.”

해맑게 웃는 B를 보자 A가 미소 지었다.

“너와 부딪친 순간 행복이 시작되었다라. 정말 그렇네.”

A가 고개를 내밀어 B와 입을 맞췄다. 입술이 살짝 닿는 거리에서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다.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 위의 서로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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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것, 멈춰있는 것들

애물단지 M-1에 대하여

"충돌 주의! 충돌 주의! M-1*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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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구나 또 왔어 우주의 신이 내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M-1의 궤도를 반지름이 엄청나게 큰 원으로 바꿔달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행성들은 가까이 있어도 얌전히 공전하는데 M-1은 때가 되면 내게 미친 듯이 가까워지는 타원형 궤도를 가졌다 멀리 갔다 싶으면 내 옆을 살짝 비켜가고 또 한시름 놓으면 또 찾아오는 식이다 그래서 나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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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언가 와서 나에게 충돌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코딱지 1호**라던가 들킬수없성*** 같은 게 막무가내로 달려들어서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래도 이런 충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회복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M-1은 다르다 M-1은 다른 것들에 비해 엄청나게 거대할 뿐만 아니라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서 나에게 다가오는 순간 그야말로 큰일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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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얘기를 하면서 벌벌 떨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M-1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M-1을 좋아한다 M-1의 반지름이 말도 안 되게 커져서 내게서 멀어지는 것도 사실 싫다 단지 안정적인 거리를 두고 평화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M-1이 좋은 이유는 다른 어떤 행성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M-1 안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다 달팽이수제비 만들던 것 속상해하는 내 편을 들어주던 것 내가 잠들기 전에 먼저 잠들지 못했던 것 등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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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과의 충돌이 두려운 건 아프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M-1 안에 담겨있는 것들이 영영 사라질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그 기억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조금 멀더라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내 맘을 알 리 없는 M-1은 앞으로도 계속 나를 뒤흔들 것임을 안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게 이 우주의 법칙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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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에 대한 기억이 담긴 행성 공전주기 매우 짧음
**코딱지를 판 것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담은 혜성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담긴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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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0 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매서운 추위에 입고있던 외투를 다시한번 여미게 만드는 날씨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그 끝이 보인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했고,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사다난의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필자 개인적으로는 힘든 한해였다.

 

부산과 창원에서 줄곧 생활해온 촌놈이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본의아닌 상경을 하게되었으며, 보통사람들처럼 매일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이 빼곡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했다. 어쩌다보니 남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그나마 일하기 편해 보이는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으나, 필자도 어림없는 보통사람이었으니 남들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 채로 일하고 있었다.

 

운좋게 연말에 고향으로 내려와 카페에 앉아 한가로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노라면, 회사에서의 갑갑했던 기억이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도 그런 묘한 기분에 휩쌓인채로 글을 쓰고 있다. 물론, 02로 시작하는 서울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여느 보통사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걱정이 앞서는 직장인이다.

 

글을 쓴다라는 행위는 과연 어떤 행위 일까. 어떤 이에게는 아주 가치가 크고 숭고한 작업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이에게는 시간낭비에 불과한 작업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떠한 가치로 사람들에게 느껴지던지 모든 것들은 오롯이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받아야 할 평가일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에 드는 생각은 글쓰기라는 행위는 그리 거창한 것도, 소수의 엘리트들에게만 허용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보통사람인 필자가 글을 몇글자 끼적거리고 있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누구나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사실 글쓰기는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제한된 특권이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계층,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사람들은 생업을 하느라 글을 따로 배우고 익힐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서방에서는 라틴어가, 동방에서는 한자가 지배계층의 특권을 공고히 하는데에 이용되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의 행위는 이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문맹률은 낮아졌으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만 봐도 글못쓰는 사람의 비중이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극단적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행위는 무언가 보통사람이 하기엔 거리가 먼 것으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소위 문학을 한다던가 작가라고 하면 '저 사람은 특별하다'라는 선입견에 휩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선입견이 서서히 깨져만 가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수상자가 밥 딜런과 같이 문학을 향유하는 계층이 넓어졌다. 물론,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다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향유층이 넓어지는 것을 나쁘게만 보진 않는다.

 

사실 문학이라는 것의 출발은 춤과 음악, 노랫말이 어우러진 원시종합예술행위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분화가 되기도 하고 어우러지기도 하며, 작금의 소설, 극 등의 장르들이 등장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단순히 보는 문학이 아닌 듣는 문학의 비중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듣는 문학의 경우에는 휘발성이 높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구전되는 이야기에서 변형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고, 사라져버린 이야기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보는 문학이 대두되었을 것이다. 책이라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구비되는 이야기들이 기록되어지고,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작성하는데에 오래 걸리고, 집중해야 하는 보는 문학을 향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보는 문학은 미디어의 한계로 인해 일방향적 성격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 작가가 독자에게 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열린 결말이라던가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보완했다고는 하나 쌍방향적 소통이라기엔 부족했다.

 

이후에 발명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의 대중매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방향적인 미디어로 우리는 글을 읽어왔던 것이다. 보통사람은 글을 수용하는 독자, 소수의 사람들은 글을 쓰는 작가로 고정된 업을 수행해 온 것이다.

 

이제는 다르다. IT기술의 발전은 볼 수 있는 매체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불과 몇년 사이에 디스플레이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필자가 군 복무중일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막 생겼던 시기였다. 그런데 군복무를 마쳤을 때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기기를 목적성에 맞추어 여러개를 구비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N스크린 시대가 도래했다.

 

비단 IT기술은 하드웨어만이 발전하지 않았다. 각종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이 오픈하면서 보다 쉽게 자신의 글을 남들과 공유하고 상호교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소셜미디어 역시 하나의 글쓰기 플랫폼이라 필자는 바라본다. 각 플랫폼마다의 특성이 있고, 이 특성에 맞는 글들이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이 또한 하나의 장르 분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거에 비해 독립출판의 기회도 많아졌고, 보통사람이 글을 쓰는데에 투입해야 할 비용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 얼마나 글쓰기 좋은 시대인가. 그야말로 글쓰기의 시대다.

 

옴니글로같은 글쓰기 플랫폼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보다 많은 보통사람들이 글쓰기를 즐기다보면, 언젠가는 마치 원시시대에 부족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나누었던 글쓰기가 가능해 지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추운 겨울 날, 보통 사람이 휴가를 맞아 고향에 내려와 쓴 최초의 잡기이다. 아무래도 보통사람이다보니 아는 것도 부족하고 글도 매끄럽게 쓰질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잡다한 것을 글로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