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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무늬

#3. 어중간해진다는 건

 

눈길 돌리는 곳마다 풍경이 아롱아롱 흐리다. 미겔은 이를 깔리마(Kalima)라고 불렀다. 언제부터일진 알 수 없지만, 사하라 사막이 제 몸을 동남풍에 조금씩 벗겨가며 섬을 감싸 왔다. 란사로테 섬에 내리면서, 카나리아 제도가 유럽보다 아프리카에 가깝다는 걸 실감했다. 스페인 내륙으로부터는 약 1,000km이지만 모로코로부터는 불과 100km 남짓이라는 걸 말이다.

 

우리가 숙소로 머문 곳은 티아구아다.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작은 시골 마을이다. 가옥은 대부분 1층이며 어디나 하얀 외벽에 초록색 대문을 달았다. 허허벌판 사막에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암이 흔하다. 18, 19세기에 화산폭발로 섬의 상당 지형이 바뀌었다는데 지금도 활화산이다. 그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 섬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아마 이 마을은 연중 어느 때라도 외지인이 한 자리 수에 그칠 것만 같은 그런 조용한 동네다.

 

숙소 주인장 카를로스 아저씨는 필요한 게 있으면 대문에서 “카를로스, 카를로스”라고 부르기만 하란다. 주변에는 산책로와 농업 박물관이 있다며 꼭 한 번 찾아가보라고 일러줬다. 다음날, 동네 한 바퀴 돌 겸 자연스레 농업 박물관을 찾아갔다. 1840년부터 지금까지 쓰이는 실제 농가라고 한다. 집안 곳곳에 닭과 병아리가 돌아다니고 외양간에는 낙타와 염소가 여물을 먹는다. 그 옛날 농가의 살림살이와 건물 내외부 구조와 환경 등을 그대로 뒀다. 곳곳에 걸린 액자에는 마을의 지난 역사가 흑백으로 담겼는데 오래 머물진 않았다. 지금의 바깥 풍경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농가 한편에는 와인 양조장이 자리했다. 주변 포도밭에서 직접 수확하여 만든 와인이다. 바람이 강하고 비가 잘 내리지 않아 농사짓기가 쉽지 않은 섬이다. 포도 재배 방법이 다른 곳과 사뭇 다른 이유다. 여기서는 포도나무를 비옥한 화산재 토양에 묻고 그 주변에 돌담을 쌓는다. 이 돌담을 소코(Zoco)라고 하는데, 바람이 습기를 거둬가는 것을 막는다. 와인 시음을 권하기에 화이트 와인을 부탁했다. 술을 잘 알지 못함에도 텁텁한 기운 하나 없는 깔끔한 뒷맛이 한동안 기억에 남았다.

 

사실 술보다도 곁들여 나온 다과에 더 눈길이 갔다. 모호(Mojo)라는 카나리아 제도 특유의 소스와 함께 크래커에 치즈를 얹었다. 치즈도 여기서 직접 기르는 염소로부터 나왔다. 모호(Mojo)는 크게 붉은색을 띄는 모호 로호(Mojo Rojo)와 초록색을 띄는 모호 베르데(Mojo Verde)로 나뉜다. 모호 로호에는 파프리카 가루, 토마토, 홍고추 등이 들어가는 반면, 모호 베르데는 아보카도, 고수, 청고추 등 푸른색 채소와 허브로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보통 감자를 소금물에 껍질째 삶아서 모호에 찍어 먹는데, 파파스 아루가다스(Papas Arrugadas)라고 카나리아 제도의 전통 음식이란다.

 

미겔은 자신이 꿈꾸던 휴일이란다. 몇 찾아오지 않는 조용한 농가, 햇살 따듯한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한낮을 보내는 것 말이다. 아마 마을 분들은 박물관이 아니라 누구네 농가로 부를 것만 같다. 우리도 관광객이 아니라 옆동네에서 이따금 마실 오는 이웃으로 생각할지도.

 

한낮의 열기가 수그러들 쯤, 박물관을 나서 다시 동네산보를 이어갔다. 한 두 개의 언덕을 빼고는 나무도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 펼쳐졌다. 고개만 돌리면 해안에 자리한 이웃 마을도 눈에 훤히 들어왔다.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서 굽이치는지도 말이다. 사실 길을 벗어나도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어디로 걸으나 마찬가지였다. 그간 여러 사람이 다녀서 땅이 조금 더 탄탄할 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미겔이 문득 자신이 점점 아웃사이더가 되어간다고 말했다. 히피가 되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마드리드의 다른 친구들은 그럴 듯한 가정을 꾸리고 번듯한 직장을 다닌단다. 그에 비해 자신은 마흔이 넘도록 부동산, 잡지, 자전거, 관광홍보 등 이리저리 일을 옮겨가다가 출퇴근 개념을 상실한 프리랜서로 굳어지고 있단다. 이어서 그는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마 이런저런 여러 분야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을 거라고 뒤이었다. 취미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직업으로 삼기에도 애매한 지점에 말이다.

 

그럼에도 미겔은 다시 돌아가도 똑같을 거라고 말한다. 그때그때마다 괜찮은 선택을 했다며. 알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럴 수 있다고. 가만 보면 어중간한 경계에 놓여 있는 이들은 나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럴듯한 시기에 그럴듯한 배경으로 졸업과 취직, 결혼을 이어가며 사회에 자리 붙여가는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굴곡보다는 그 다채로운 빛깔이 좀 더 넓게 퍼져 있을 것만 같다.

 

 

어느덧 하얀 달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며 깔리마가 붉게 물들었다. 한낮이나 한밤보다는 이런 시간이 더 아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낮이 밤이 서로에게 고이 스며들어가는 시간에,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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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기죽지 말 것.

“절대로 고개를 떨어뜨리지 마라. 고개를 치켜들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 -헬렌 켈러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 -제임스 딘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

 

<1>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다.

눈치를 많이 보고, 싫어도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눈물도 많은 울보였다.

친구들이 놀리거나 때리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보처럼 울음이 터져버렸다.

또한,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기라도 하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우물쭈물.

목소리도 작아 주변에 친구들이 안 들린다고 놀리기라도 하면

눈물이 터져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만큼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였다.

 

<2>

친구들에게 편지 써 주는 걸 좋아했다.

말로 얘기하면 되는데 굳이 편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예쁜 편지지에 적어 주면 친구들은 좋아했다.

친구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 계속 예쁜 편지지에 예쁜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주곤 했다.

비밀 얘기 또한 적어주면서 어린 마음에 그 비밀이 영원히 지켜질 줄 알았지만

다음 날 학교에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아이들은 비밀얘기로 놀려대기 시작했고,

처음 느껴보는 배신감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었다.

 

<3>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어울리길 원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으면 존재감이 없는 아이로 늘 구석진 자리를 좋아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받기 싫었다. 홀로 외딴섬에 걸어 들어갔다.

외딴섬에서 나오고 싶은데 아무도 내가 외딴섬에 홀로 들어가 있는 줄 모른다.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줘.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줘. 난 지금 외로워.

 

<4>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글을 끼적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소설도 썼다가, 수필도 썼다가,

누군가에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도 쓰며 글쓰기 실력을 키워나갔다.

어떤 글은 굉장히 괴팍했고, 어떤 글은 감수성이 풍부했고,

또 어떤 글에는 분노가 가득 들어 있었다.

모든 글들은 내 안의 또 다른 내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눈치 많이 보며 늘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 글 쓰는 일은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나를 안내했고 드디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았다.

빈 종이에 펜만 있으면 내 세상이 펼쳐졌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5>

나를 잃으면,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타인들도 나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절대 나를 잃으면 안 된다.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라.

내가 나를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찾으며 살아가자.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홀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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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의 시/소설/편지/기타

Part 1-11 [시/조각글]- 난, 너의 마음에 닫길 바랬던 거야.

약간의 오타가..ㅜㅜ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복귀하고 바로 씁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난 왜 이러는데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건

 

믿음이 깨지는 거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아무도 안 말해주는 건

 

그건 뭘까

 

내 눈치를 보며 점점 도망가는 건 뭘까

 

내가 심한건가?

 

아무리 말해도 답 안해주잖아

 

생각만 해도 끔직한 걸

 

 이게 내 세상이면 좋을텐데...큭

 

잔인..ㄷㄷ 크억...

 

마리분들 사랑합니댜ㅑ >_< (돼지 멱따는 소리: ASMR)

 

 

사랑은 끝내 가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응답했으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주는 센스란 것

 

서로 감시하는, 해주는 관계

 

그런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좀 자유로우면 마음에 안 드니까 감시하는 거라고

 

그런게 서로 센스가 있는 건가?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

 

그게 과연 미안한 것일까

 

서로의 배려인가??

 

난 잘 모르는 게 정답인가

 

그게 심하면, 좀 더 심하면 

 

점점 더 심해지면,

 

결국 그것은 집착이 되는 것이다.

 

 

사랑.

 

좋은선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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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상

마법사의 심부름

마법사의 심부름

 

넓고 넓은 사막

황금빛 모래가 파도치는 곳

 

맑고 맑은 오아시스

별빛이 찬연한 깊은 밤하늘

 

하늘하늘 나풀나풀

무지개를 담은 칠흑의 깃털

 

“그래서 그 깃털은 어디에 쓴다고?”

 

“모르셔도 됩니다.”

 

가늘어진 눈으로 미심쩍게 흘겨보는 에녹의 시선에 피쿠스는 미간을 찡그리고 입술 씰룩이며 대답했다.

 

“스승님의 프라이버시라서요.”

 

피쿠스의 스승이자 궁중 수석마법사 풀크리오 다우리스의 프라이버시라는 핑계에 에녹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표정을 풀었다. 피쿠스는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햇빛이 내려쬐는 모래 위에 발을 내딛었다. 조금의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는 무심한 동작이다.

 

“저,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햇빛을 막기 위해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뒤로 돌아보는 세 사람의 모습에 베르첸은 혼자만 지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체력이 좋은 에녹과 몸이 가벼운 라비에라는 이해할 수 있지만, 책상 앞에 앉아서 책과 마법만 파고드는 피쿠스마저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도착해서 쉬죠.”

 

그렇게 말하는 피쿠스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동정이 느껴졌다. 베르첸의 고개가 힘없이 끄덕여지고 네 사람은 다시 발을 움직였다. 푹푹 찌는 열기에 한손으로 땀범벅이 된 얼굴을 훔쳐내는 베르첸에게 라비에라가 슬쩍 다가와 생글거렸다.

 

“왜 예배를 빼먹었을까 후회하고 있지?”

 

베르첸은 짓궂은 라비에라의 시선을 회피하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딱히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베르첸은 이른 아침 졸음의 유혹에 넘어가 예배를 빼먹고 공원의 나무그늘에서 몰래 잠이나 자려다가 피쿠스와 충돌, 뒤를 쫓아온 에녹과 라비에라까지 마주치며 거의 끌려온 셈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갑자기 사막을 걷고 있는 베르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듯 라비에라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안 덥습니까?”

 

“더워.”

 

라비에라는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대답을 했고, 베르첸은 머쓱하니 앞서가고 있는 피쿠스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라비에라는 작게 키득거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피쿠스는 원래 지구력이 좋아. 게다가 저 로브에는 안쪽에 마법이 걸려있어서 체온이 유지되거든.”

 

베르첸은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에녹과 라비에라의 로브를 번갈아보았다. 그런 시선에 라비에라는 그저 싱긋- 미소했고 베르첸은 억울하고 분하고 황당함이 뒤섞인 헛웃음을 토했다.

 

“허, 허. 그럼 저만 더운 겁니까?”

 

발끈한 베르첸의 작은 외침에 피쿠스는 한숨을 쉬었으며, 라비에라는 꿈틀거리는 입술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돌렸고 에녹은 실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갑자기 포복절도하며 웃는 라비에라의 반응에 베르첸의 표정은 멍하게 바뀌었다.

 

“라비에라하고 내꺼에는 그런 마법 없어, 베르첸. 그녀는 원래 더위에 강한 것뿐이야.”

 

놀림을 당했다는 깨달음에 그렇지 않아도 열이 오른 베르첸의 얼굴이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마냥 벌겋게 달아올랐다. 베르첸의 분노라는 이름의 화산폭발을 피해 라비에라는 잽싸게 그늘을 향해 달려갔다.

 

“가장 뜨거운 사막이라는 별명이 그냥 생긴 건 아닌가 보네. 베르첸이 화도 다 내고~”

 

“더운 건 딱 질색입니다.”

 

베르첸은 그대로 땀에 묻혀 녹아버릴 기세로 축 늘어지며 울퉁불퉁한 나무에 기대어 후드를 뒤로 젖혔다. 후끈한 피부에 서늘한 냉기가 닿으며 한결 시원하게 숨통이 트였다. 에녹은 주저앉은 베르첸의 옆에 서서 물통을 꺼내어 한모금 마시고 땀의 축복을 가득 받은 그에게 내밀었다.

 

그러는 사이 피쿠스와 라비에라는 수풀너머로 보이는 오아시스를 향해 다가갔다. 무더운 사막 속에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차갑게 품어진 오아시스에는 구름하나 없는 하늘이 그대로 투영된다. 발을 디디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미세한 파문 하나 없이 고요하다.

 

“거울이 따로 없는 걸. 여기서 밤까지 기다리면 돼?”

 

“간단하게 준비 좀 하고요.”

 

피쿠스는 왼쪽으로 몸을 틀어 수풀사이로 걸음을 옮기며 오아시스 주변을 도는 동안, 겉으로는 태연하게 바위나 나무에 마법 문자를 적으면서 속으로는 에녹 몰래 빠져나오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연민의 한숨덩어리를 키우고 있었다. 피쿠스가 오아시스를 한바퀴 돌아 일행이 있는 곳에 왔을 즈음 해가 저문다.

 

“베르첸씨,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사막 위로 내려앉기 시작하는 노을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던 베르첸은 고개를 내리며 조금 어리둥절하게 피쿠스를 바라보았다.

 

“아, 네. 괜찮습니다.”

 

“그럼...”

 

피쿠스의 로브 안자락에서 하프가 나오는 광경에 베르첸의 눈이 커다래졌다. 구불구불한 넝쿨이 우아하게 세공되어있는 하프는 순백의 은빛으로 반짝이며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구조가 단순하며 휴대하기 편한 크기의 하프를 피쿠스는 당연하다는 태도로 베르첸에게 건네었다.

 

“악기 연주에는 자신이 없어서 말입니다. 해가 지고 나면 한곡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라비에라에게 향하는 피쿠스의 시선, 베르첸의 연주 실력이야 이 나라 백성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으니 수긍할 수 있지만, 라비에라는 뒤이어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에 흠칫했다.

 

“나도 뭐 도울 게, 있는 거야?”

 

“노래라면 제가 부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수컷이 와야 해서 말이죠.”

 

“풉. 큭.”

 

에녹은 입을 막으며 라비에라를 외면했고 베르첸은 농담이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피쿠스와 라비에라를 번갈아보았다. 라비에라는 새침하게 표독스러워진 눈초리로 뒤돌아서 웃고 있는 에녹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격렬하게 알려주지 않으셔도 안다고요. 제가 음치인거!”

 

에녹은 웃음의 여운이 남은 채로 피쿠스를 바라보며 염려스레 말했다.

 

“그랬다가 오던 새도 다시 날아가 버리는 거 아냐?”

 

베르첸과 에녹의 반응에도 피쿠스는 홀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팔짱을 끼고서 살벌하게 에녹을 노려보는 라비에라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라비에라씨의 노래 실력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목소리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원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담담하게 목소리만 빌리겠다는 피쿠스의 발언에 라비에라는 부글거리는 활화산 같은 눈동자로 얼굴을 들이댔다. 그녀의 뜨거운 열기에 피쿠스는 움찔하며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오호~ 목소리만~? 어떻게 빌리겠다는 건데?”

 

피쿠스는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나 생각하며 서녘에 걸린 태양을 힐끔거리고는 라비에라에게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라비에라는 미심쩍은 눈으로 피쿠스의 손바닥에 있는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냥 목에 걸고만 있으면 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걸고만 있으라고?”

 

“예.”

 

라비에라는 목걸이를 집어서 천천히 목에 걸었다. 피쿠스는 그녀가 목걸이를 제대로 착용한 것을 확인하고 해가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옆에서는 베르첸이 하프의 현을 조율하고 있고 에녹은 느긋하게 앉아서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

 

짙푸른 어둠 속에 하나 둘 별빛이 모습을 드러내고 뜨거운 모래는 창백하게 식어간다. 피쿠스의 나직한 중얼거림에 바위며 나무에 새겨진 문자가 빛을 발하고 모래에 남은 열기가 하늘로 증발되며 차갑게 얼어붙는다. 얼음입자가 밤하늘로 피어오르며 반짝인다.

 

“베르첸, 연주 부탁합니다.”

 

“어떤 곡으로 할까요?”

 

“어떤 곡이든, 가능하다면 로맨틱한 걸로...”

 

베르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다정한 멜로디가 서서히 울려 퍼진다. 피쿠스는 라비에라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 검지를 갖다 대며 당부했다.

 

“이제부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라비에라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피쿠스는 손가락을 떼며 짧게 시동어를 걸었다. 목걸이에 박힌 펜던트가 은은하게 빛나고 피쿠스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목소리에 다들 감탄하고 말았다. 심지어 라비에라는 그녀 자신의 목소리임에도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서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손으로 막아야했다.

 

부드럽고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 달콤하다 못해 에로틱하기까지 하다. 라비에라는 미묘한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며 양팔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에녹은 팔에 오소소- 팔에 돋아난 소름에 멋쩍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손으로 팔을 문질렀다. 반면에 베르첸은 그야말로 황홀한 표정으로 신들린 마냥 하프를 연주했다.

 

마법사 중에 음치는 드물다했던가? 길고 긴 주문을 박자에 맞춰 고저에 맞춰 영창하기에 음치였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고쳐진다고 하던가? 에녹은 그런 소문인지 사실인지 모호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밤하늘을 향해 목소리를 뽑아내고 있는 피쿠스를 바라보았다.

 

“라비에라, 자네 목소리가 이리 고왔나?”

 

에녹은 멜로디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감탄하며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타인의 기교와 발성을 통해 듣게 된 본인의 목소리에 라비에라는 무어라 말해야할지, 기묘한 기분을 쉽사리 표현할 수가 없었다.

 

“으음...”

 

무언가 상당히 낯간지럽고 무안한 기분이란, 라비에라는 마치 첫키스라도 당한 숫처녀가 된 것 같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이어지는 하프 연주는 가늘고 빠르게 바뀌었고 그에 맞추어 피쿠스의 노래도 한층 음이 높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밤하늘에 오색찬연한 빛의 장막이 펼쳐지고 커다란 날개의 소리가 들려온다.

 

커다란 새의 기척에 머리를 뒤로 젖혀 올려다보았지만 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아니,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찬란한 장막이 잘게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일렁이는 흔적을 눈으로 쫓으며 피쿠스는 오아시스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베르첸은 하프 연주가 흐트러지지 않게 주의하며, 에녹과 라비에라는 새가 도망가지 않게 긴장하며 피쿠스의 뒤를 쫓아 오아시스로 향했다. 날개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새의 모습이 확연히 보일 즈음, 탐스런 검은 깃털의 새는 밤하늘을 수놓은 오색빛깔을 그대로 담고서 수면에 내려앉았다.

 

작고 동그란 머리에 고아하게 뻗어서 목뒤로 흘러내리는 머리의 깃과 깊고 어두운 수면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꼬리의 깃털은 여신의 은총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 싶은 매혹을 뿜어낸다. 피쿠스는 목소리를 잔잔하게 바꾸며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가 뺐다. 에녹은 그의 손에 들린 게 잡초인줄 알고 놀랐으나, 다시 살펴보니 귀하디귀한 약초임을 확인하고 헛웃음을 삼켰다.

 

쌉쌀하고 향긋한 약초의 향이 바람을 타고 부리에 닿는다. 피쿠스의 노래는 속삭이듯 낮아져있고 하프의 멜로디는 졸리운 고양이마냥 나른하다. 새까만 밤의 거울 위로 잘게 파문이 일고 새는 미끄러지듯이 피쿠스 앞으로 다가온다. 그 즈음 피쿠스는 손짓으로 라비에라를 부르고 그녀에게 약초를 쥐어준다.

 

피쿠스의 노래는 멎었고 하프의 멜로디는 가녀리게 이어진다. 라비에라의 손에 쥐여진 약초를 모두 먹은 새는 다시 밤하늘로 날아올라 저 멀리 사라지고, 빛의 장막이 걷힌 수면 위에는 그 흔적만이 남았다. 피쿠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둥실둥실 떠있는 깃털들을 회수했다.

 

“설마 그 오루스 입니까?"

 

베르첸은 눈을 반짝이며 살랑살랑 날아온 깃털을 잡아 주머니에 담고 있는 피쿠스에게 다가갔다.

 

“네. 그 오루스 맞습니다.”

 

밤의 여신이 아끼는 애조(愛鳥) 오루스. 그 전설의 새였다는 사실에 베르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라비에라는 멍하니 넋을 놨으며 에녹은 짧게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자신의 감상을 더했다.

 

“그래서 그 깃털의 용도는? 여전히 말 안 할 테지?”

 

피쿠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라비에라의 목에서 목걸이까지 회수한 뒤 곧바로 마법 스크롤 하나를 꺼내어 찢었다. 시야가 어지러워지는가 싶더니 곧 낯익은 대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갑작스런 장소 변화에 휘청이는 몸을 가누며 베르첸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갈 때는 왜 걸어간 겁니까?”

 

“스크롤이 하나 밖에 안 남아서요.”

 

그 대답에는 하나를 더 만들 시간이 촉박했다는 뜻도 담겨있었다. 아마 에녹에게서 도망치느라 시간이 없었을 테다. 피쿠스는 그대로 스승의 침실로 쳐들어가 심부름의 결과를 보고했고, 베르첸은 궁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몰래 숙소로 돌아가다가 발각되고 말았다.

 

덕분에 베르첸은 반나절동안 스승의 잔소리를 들어야했으며, 에녹은 여왕에게 호출을 받고는 새로 임명된 교사와 2주간 근신하며 수업을 받을 것을 명령받았다. 방랑벽이 있는 왕자에는 고문과 같은 명령이었다. 그리고 피쿠스는 깃털의 절반을 숨겨두고서 스승과 흥정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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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글로 매거진 vol.02

옴니글로 매거진 구매처 및 가맹점 안내

 

안녕하세요. 옴니글로팀입니다.

 

처서가 지나고 날씨가 선선하니, 정말 가을이 왔나봅니다.

오늘은 옴니글로 문학 매거진에 대해서 얘기 해 볼까 하는데요

 

독자분들은 옴니글로 문학매거진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또, 판매는 어디서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독자참여형 일상 문학 매거진]

옴니글로 문학 매거진은 사이트 내에서 글을 쓰신 작가님들의 멋진 글들을 엮어

하나의 매거진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거창함 보다는 사람들의 소소한 생각과 일상이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접근하기 어려운 문학의 공간보다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공간 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답니다.

또한, 타 사이트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연락을 드린 후 좋은 작품을 발췌하여

매거진에 싣기도 한답니다:)

 

 

 

<전국 독립출판서점>

 

PQR books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841번길 10

031-255-5448

영업시간

평일 10:00-22:00

주말 13:00-18:00

http://blog.naver.com/hellopqr

 

공상온도

서울 마포구 동교로23길 4 지하

02-336-0247

영업시간 11:00-23:00

http://www.gongsangondo.com/

 

NOrmal A

서울 중구 을지로 121-1 2층

070-4681-5858

영업시간

평일 12:00-20:00 / 토요일 13:00-20: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normala.kr

 

다시서점

서울 용산구 한남동683-67 지하1층

010-9285-4869

영업시간 10: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dasibookshop.com/

 

더 폴락

대구광영식 중구 북성로 103-2

010-2977-6533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thepollack5/

 

딜다책방

제주 제주시 삼성로1길 1 1층

064-723-4441

영업시간 10:00-18:00

http://dildabooks.com/

 

반반북스

서울 노원구 동일로 1456 203호

010-9150-1696

영업시간 13:00-19: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banbanbooks

 

별책부록

서울 용산구 신흥로22가길 8

070-5103-0341

영업시간 14: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byeolcheck.blog.me/

 

살롱드북

서울 관악구 봉천동 1670-5

010-8422-2466

영업시간 14:00-22:00

매주 수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salon_book/

 

아무책방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29길 29 1층 아무 책방

010-8624-7462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facebook.com/amoobooks

 

안도북스

서울 마포구 서교동 247-209 1층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andobooks

 

연지책방

광주광역시 남구 서문대로663번안길2, 102동 809호(진월동, 호반아파트)

010-2960-7982

영업시간 13: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www.younjibook.com/

 

인사마루 하나아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3-4번지 인사동마루 신관 105호

02-2223-2505

영업시간 11:00-20:00 / 토요일 11:00-21:00

http://happy-hana.com/

 

책방무사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 2-127

영업시간 13:00-18:00

https://www.instagram.com/musabooks/

 

책방비엥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흥로 101, 3층 책방비엥(북앤카페 쿠아레 내)

070-8830-7870

영업시간

평일13:00-22:00/주말 10:00-22: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bienbooks

 

파종모종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로20번길 1, 2층

010-7499-7236

영업시간 14:00~20:00

매주 월요일,공휴일 휴무

http://blog.naver.com/pason-moson

 

프루스트의 서재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수막길 56번지

010-8988-2682

영업시간 10: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www.proustbook.com/

 

허송세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명동길 13, 1층 (대흥동228-3번지)

010-9421-8528

영업시간

평일 12:00-19:00 / 주말 12:00-20:00

https://www.instagram.com/hsswbooks/

 

스튜디오썸띵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9-18

02-323-5652

영업시간 10:00-22:00

http://something_in.blog.me/

 

책방요소

서울시 중구 중림동 69-8, 성일B/D 302

070-4144-7866

영업시간 14:00-20:00

https://www.instagram.com/yoso_x_yoso/

 

책방이곶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 66-262 B1

070-4610-3113

영업시간 13: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http://www.igot.co.kr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701

070-5103-9975

영업시간 13:00-19:00

http://www.storagebookandfilm.com/shop/main/index.php

 

온다책방

충북시 충주시 예성로 228 (교현동)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blog.naver.com/onda_books

 

5KM

경기 부천시 경인로 211-1 2층

010-4907-1870

영업시간 13:00-23:00

매주 월요일 휴무

5kmproject.com 

 

고요서사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20-9 1층

010-7262-4226

영업시간 14:00-21:00

매주 화요일 휴무

http://blog.naver.com/goyo_bookshop

 

스튜디오콰르텟

대구시 중구 공평로69(2F)

영업시간 유동적

blog.naver.com/studio_quartet

 

참깨책방

강원도 강릉시 교동 정원로 84-6 (구 물고기 이발관)

0505-982-4312

영업시간  14:00-19: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www.facebook.com/ggeebook

 

이후북스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11길 18 1층

010-4448-7991

영업시간  

14:00-19:00 (월, 화, 수)

12:00-1:00  (목, 금, 토)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now_afterbooks/

 

짐프리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56 LG팰리스빌딩 지하2층 222호

02-322-1816

영업시간  09:00-23:00

https://www.instagram.com/zimfree4u/

 

동쪽바다 책방

강원 동해시 발한로 248-3 그린미용실

영업시간

평일 10:00-16:00 / 토요일 10:00-14: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blog.naver.com/000sr000

 

소심한 책방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070-8147-0848

영업시간 매일 10:00~18:00 / lunch 12:00~13:00

http://sosimbook.com/

 

슈가맨북스

경기 부천시 길주로77번길 37 상동타운 201호

1522-2387

영업시간

매일 00:00-24:00 (멤버십)

매일 10:00-23:00

http://instagram.com/sugarmanbooks

 

지구불시착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70-11 로우폴리스 205호

https://www.instagram.com/illruwa2/

 

책방마실

강원 춘천시 서부대성로 67

033-9948-9968

영업시간

평일 19:00-23:00
주말 11:00-23:00

https://www.instagram.com/masilbooks/

 

책방연희 (2월 3일 오픈 예정)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27길 52. 2층

https://www.instagram.com/chaegbangyeonhui/

 

책봄

경북 구미시 산책길 31 (지하1층)

054-443-8999

영업시간

평일  14:00-22:00

토요일 12:00-22: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bookspring/

 

홍예서림

인천 중구 자유공원로 28

070-7766-1102

영업시간

평일 12:00-06:00
주말 11:00-09:00

http://hongyebooks.com/

 

책방 지나가다

경주시 황남동285번지

영업시간

10:00-18:00

매주 수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oson_doson_/

 

30인의 서점

대전 서구 갈마동 719번지1층

매일 13:00-18:00 (당분간 휴무 없음)

https://www.instagram.com/30nbooks/

 

오 나의 책방

서울 성동구 마장로 137

02-305-9762

영업시간

월, 화, 목 11:00-19:00

수, 금 11:00-18:00

​토 11:00-14: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ohmybookshop.com/

 

공공책방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 신학길 35, 공공책방

0507-1455-0104

영업시간

평일 13:00-20:00

수요일 13:00-18:00

매주 토,일 휴무

http://oobooks.modoo.at/

 

공간, 시도

경기도 남양주시 늘을1로 16번길 9-11

010-2678-8348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매주 화요일 휴무

http://blog.naver.com/ssomanda

 

에이커북스토어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명륜2길 15-14 , AKER FLAGSHIP STORE 지하 1층

010-2816-3574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https://www.instagram.com/tuna_and_frogs/

 

노르웨이의 숲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덕영대로417번길 52-9(율전동), 101호

031-268-0730

영업시간

월-토13:00- 21:00(22:00)

매주 일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norwegianwoodbooks/

 

산책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135번지(창동거리길41)

가배소극장<마산극단.마산국제연극제>건물 3층

https://www.instagram.com/live.book_/

 

라이킷

제주 제주시 칠성로길 42-2 1층

010-3325-8796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매주 수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likeit.jeju/

 

라바북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1층(가운데)

010-4416-0444

영업시간

매일 11:00-18:00

매주 수요일, 셋째 주 목요일 휴무

http://www.labas-book.com/

 

다독이는 책방 (1:1 예약제 책방)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남부순환로 333길 10, 1F

02-3487-6220

영업시간

월,토 14:00-22:00

화,목 10:00-15:00

수,금 18:00-22:00

https://www.instagram.com/dadogim/

 

B급상점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66번길 41

055-864-6638

영업시간

매일 10:00-19:00

https://www.instagram.com/woodmaker_woosejin/

 

청색종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8-6

02-2636-5811

영업시간

화-금 13:00-21:00

http://blog.naver.com/o_bookshop

 

feb:rero (페브레로)
김해시 김해대로2715번길 17-1 (지내동,2층)

https://www.instagram.com/febrero_books/

 

코너스툴

경기도 동두천시 동두천로 115 중앙프라자 4층 403호 책방 코너스툴
영업시간

월,수~일 12:00-22:00 

(화요일만 휴무)
https://www.instagram.com/cornerstool/

 

젤리책방

경기도 김포시 관순로26번길 57(사우동) 1층
010-6368-2710

영업시간

평일,일 13:00~19:00
토요일,공휴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jjellyfactory/

 

 

 

 

 

<카페 & 편집샵>

 

두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516-47

053-652-5004

영업시간 11:00-23:00

매주 월요일 휴무

 

북카페: 마중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442번길 5

055-545-8814

영업시간

하절기(4월~10월) 10:00~24:00

동절기(11월~3월) 11:00~23:00

http://blog.naver.com/cafe_majung

 

스페이스펀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46-9

055-261-5536

영업시간 10:00-23:00

 

봉다방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53-8

055-266-5702

영업시간 10:00-22:00

https://www.facebook.com/boongdabang

 

카페 하우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15-18 1층

055-289-0322

영업시간 11:30-22:30

연중무휴

 

카페쿰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정동 888-42 2층

02-2695-3337

영업시간 11:00-23:00

http://www.qooom.co.kr/

 

메리브라운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87

070-7806-2046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 LUNCH _ 11:30-12:30
일요일 13:00-21:00 / DINNER _ 17:30-18:30

http://www.mary-brown.com

 

KOM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249번길 24

070-8261-6667

 

커피플리즈

창원시 의창구 창이대로464번길 22 귀빈온천

010-9894-0714

http://blog.naver.com/coffeeplzme

 

차방책방

대구시 북구 칠성동 2가 343-11 2층

053-353-4878

https://www.instagram.com/coffeexchaeg/

 

샵메이커즈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로64번길 120 1F

051-512-9906

영업시간 12: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shopmakers.kr

 

카페 오슬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로 105

055-275-0535

영업시간

평일 12:00~23:00
토요일 12:00~23:00

 

책의 정원

경남 남해군 남해읍 평현로 173번길 44-20

010-4125-0535

https://www.instagram.com/bookgarden_/

 

TMR

대구 남구 현충로5길 6 TMR

053-628-2113

영업시간 12:00-22:00

https://www.instagram.com/DARKI88/

 

카페지안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옥동길31

070-7333-2346

 

카페열두시 (12O'clock)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동남 1길 7

055-223-2344

 

피벗테이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로 95

055-251-0101

영업시간 11:00-21:00

 

무용담예술상점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6 중앙시장 2층 가동 4호,13호

070-4195-6341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화요일 13:00-20:00

http://blog.naver.com/tak2236

 

달램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46길 24-5

070-7647-1604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휴무 월요일 휴무

https://www.instagram.com/darlem.yeonnam/

 

씨클로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184-54 102호
02-3493-5784

영업시간

평일 11:00-:17:00

휴무 토·일·공휴일

www.cyclo77.com

 

니어마이비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230 C동 2층

02-402-5051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https://www.instagram.com/nearmyb/

 

구트리젠

대구 중구 동성로2길18-4

https://www.instagram.com/gut_liegen/

 

 

 

옴니글로 북파트너 가맹점 및 판매처는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옴니글로 매거진 주문 정책>

 

※ 위탁판매 정책

1. 북파트너점으로 신청하시면, 위탁판매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판매액 30%의 수수료를 공제한 70%의 판매수익을 옴니글로에 입금)

2. 정산일 : 매월 말~익월 초

3. 계약기간 : 1년

4. 최초 입점 수량은 매거진 각 호당 5권이며, 주문해주시면 검토 후 발송 해드립니다.

 

 

※ 사입판매 정책

1. 정가의 60%(7,200원)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2. 입고 수량 (소량 매입 가능합니다.)

3. 택배비 : 5권 이상 부터 무료이며 택배비는 3,000원입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북파트너 점 셀러 문의 주시면 실시간 답변 드리겠습니다.

 

 

 

 

옴니글로 판매처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은 옴니글로에 북파트너점으로 등록 해 드릴 예정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매거진을 널리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독자분들에게 여러분의 장소를 알려드려 많이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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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雜

커튼이 걷힌 뒤에

커튼이 걷힌 뒤에...

 

공연이 끝나고 우렁찬 박수소리가 넓은 홀을 메우며 높게 울려 퍼진다. 손에 손을 잡고 줄지어선 배우들은 밝게 미소하며 인사하고, 금빛 술장식이 달린 붉은 버튼이 촤르륵- 내려온다. 커튼 뒤로 배우들이 물러가고 관객들마저 떠난 조용한 공연장, 어디선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붉은 커튼 뒤, 적막이 내려앉은 무대 위에서 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직 파릇하고 수줍은 소녀의 미성은 실바람에 몸을 맡긴 꽃잎처럼 청초하다.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볼에 살며시 말려 올라간 입꼬리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설레임 가득한 손짓으로 눈짓으로 몰입한 소녀의 모습.

 

무대 한켠에서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묵직하게 침체된다. 조금씩 힘이 들어간 손은 주먹을 쥐며 바르르- 떨린다. 소녀의 감정이, 목소리가, 멜로디가 고조될수록 그 연기를 감상하는 눈빛은 더욱 무거워진다. 마침내 소녀의 독무대가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그 작고 여린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은 그녀의 여운의 쫓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한달, 두달, 석달, 넉달. 커튼이 내려오면 항상 소녀가 무대에 오른다.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때로는 한쌍, 때로는 두쌍, 온 마음을 쏟아 노래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소녀와 지켜보는 시선은 한줌의 소통도 없이 몇년의 세월을 거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의 인사와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붉은 커튼이 무대 위로 드리워진다. 그리고 조용해진 무대 위로 올라온 소녀는 언제나처럼 커튼의 뒤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 그녀에게 가장 아름다운 노래의 멜로디를 풀어낸다.

 

수줍음을 담아 잔잔하게 시작한 멜로디는 투명한 연못 위에 가느다란 실비가 사뿐사뿐 춤을 추듯이 고조되며 스며든다. 소녀의 얼굴에는 장밋빛 홍조가 피어나고 눈망울은 꿈을 꾸며 젖어든다. 손끝 하나하나 멜로디를 따라 취한 소녀는 무대 위의 커튼이 올라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바람을 타고 가벼이 날아올라 구름에 닿는 감각, 이 세상의 것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녹아내릴 듯이 부드러운 속삭임,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던 관객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천여 명의 관객에 공연장에는 소녀의 노래만이 울린다.

 

소녀의 노래가 끝나고 그녀가 무대를 내려가려는 순간 하나의 박수소리가 터졌다. 소녀가 놀라서 걸음을 멈춘 순간 두 번째 박수가 시작되고, 곧 쏟아지는 박수소리에 공연장의 천장이 뚫어질 것 같다. 소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정신없이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한명의 중년 사내와 부인이 다가온다.

 

“놀랄 것 없단다. 우리 딸.”

 

“다나, 이건 널 위한 박수란다.”

 

부인은 놀란 다나를 품에 안고 다독였으며, 이 극단의 단장이자 최고의 배우인 사내는 관객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박수와 환호가 잦아들고 사내는 벅찬 감정을 차분히 자제하며 입을 열었다.

 

“많이 놀라셨음에도 끝까지 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낌없이 보여주신 환호에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서 더없는 영광입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여기 저의 소중한 딸, 다나 브라이트입니다.”

 

부인은 품안의 딸을 부착하며 함께 무대 앞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백금발이 무대 조명 아래 반짝이고, 짙은 벽안은 초점이 맞지 않는다. 피부는 여기저기 얽어서 거뭇거뭇하며, 움츠린 어깨 너머로 굽어있는 등에 양 다리는 길이가 맞지 않아 걸음이 비뚤하다.

 

오, 맙소사. 저 아이가 진정 저 두 사람의 딸이라니, 한탄과 한숨이 간간이 새어나온다. 소녀의 양 옆으로 서있는 그녀의 부모는 누가보아도 그림 같은 선남선녀다. 헌데 그런 두 사람의 딸이 곰보에 곱추이며 장님인 것이다. 다나의 고개가 아래로 쳐지고 눈시울이 붉어질 때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습니다. 다나 브라이트양, 내 생애 그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는 들은 적이 없을 만큼 가히 천사의 노래였습니다.”

 

노년의 신사는 온화한 미소와 진심어린 감동을 전하며 박수를 쳤다. 그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이 가시지 않은 눈빛으로 잔득 겁에 질린 소녀를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게 일어난 파도가 번져나가듯 어느새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름답습니다. 다나양.” “최고였소!” “정말 좋은 노래였어요.”

 

수많은 찬사가 소녀를 향해 다가간다. 소녀는 꿈만 같았다. 누군가 들어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아름답다는 말도 처음 들어보았다. 스스로의 모습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노래도 멜로디도, 어머니의 것을 듣고 따라 부른 것이었기에 소녀에게 지금의 상황은 정말 꿈만 같았다.

 

“다나, 이리오렴. 같이 인사드리자구나.”

 

소녀는 주춤거리며 조심스레 부모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섰다. 소녀의 모친은 관객석을 향해 환하게 미소하며 말했다.

 

“다나, 웃으렴, 환하게. 넌 충분히 아름답단다.”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맺힌 이슬처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물방울로 채운 것 같은 벽안이 미소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목소리가 청중을 향해 마음을 전한다. 노래가 아닌 인사로써...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쁨에 떨려나오는 목소리에 박수와 환호는 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맴돌고 세 사람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그에 답한다. 커튼이 걷히고 한 소녀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메아리가 되어 세상에 울려 퍼진 날이었다.

 

세상은 그녀의 멜로디에 감동하고 환호했다. 소녀는 아낌없는 찬사 속에서도 언제나 과거를 잊지 않았다. 곰보에 곱추인 모습 때문에 항상 커튼 뒤에서 남몰래 연습한 날들을 그리고 처음으로 박수와 환호를 받은 날을 평생간직하며 언제나 푸르른 벽안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티 없이 순수한 벽안에 비친 세상처럼, 티 없이 맑은 멜로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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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雜

10. 운명의 수레바퀴

10. 운명의 수레바퀴

 

타로 카드에서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표기되는 카드

운명의 수레바퀴. 운명, destiny!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말에 매혹되면서도 경계하고 희망하며 원망한다.

왜일까? 운명이라서? 피할 수 없어서?

 

숫자 10은 완성된 숫자, 가득 채워진 숫자라고도 한다.

즉 하나의 단계, 하나의 주기가 끝났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타로에서 이 10번째 카드가 바로 <운명의 수레바퀴>이다.

 

하나가 끝난 것, 가득 채워진 것

그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준비되어있기에 진화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왜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져도 제대로 잡지를 못한다.

설사 잡았다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는 준비되어 있는 자

잡은 기회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자에게 주어진다.

 

무슨 뜻이냐고?

 

생각지도 못하게 복권에 당첨된 이가 있다.

복권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첨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복권 당첨자가 술과 도박

유흥으로 그 많은 당첨금을 탕진하는 것이다.

평생을 놀고먹어도 될 만큼의 당첨금을 말이다.

 

그렇기에 운명의 수레바퀴는 양면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기회가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굴러갈지는

결국 그 주인에게 달린 것이다.

 

즉,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말이다.

 

그러니 결과가 어떻든지 타인의 잘못으로 떠넘기지 마라.

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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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처음처럼 그때처럼

처음처럼 그때처럼

 

깨끗한 벽지와 바닥, 햇살이 비추어드는 새집.

앞으로 행복한 일만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믿으며 나란히 발을 들여놓는다.

 

비록 작지만 함께 마련한 보금자리에서 열심히 살자며 서로를 북돋는다.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정말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나날을 보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서툴고 어설프게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웃을 수 있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익숙해지는 만큼 피로가 늘어가지만 견딜 수 있다.

 

설레고 바쁜 봄을 보내고, 축축하고 우울한 여름을 보낸다.

마주보며 웃는 시간이 줄어들고, 피곤함에 대화가 잦아든다.

 

유난히도 비가 쏟아지는 날,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귀가한 날.

어둡고 좁은 현관에 서서 초라함을 느꼈다.

 

서로의 일에 쫓겨 아직도 제대로 정리가 끝나지 않은 짐으로 어질러진 집.

신발을 벗어던지며 치미는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성난 걸음으로 들어가 창문을 벌컥 열었다.

 

- 쏴아아...

 

장맛비가 거침없이 창가로 빗발친다. 숨을 크게 몰아쉬는 사이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이거 설마...?”

 

불긴한 예감에 벽으로 다가가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환하게 밝아진 거실과 방을 돌아다니며 냄새의 원인을 발견한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피곤에 지친 그가 들어선다. 난 일부러 보란 듯이 화난 기척을 내며 남편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내 기대에 부응하듯 옆으로 다가온 남편에게 천장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곰팡이 생겼어!”

 

불쾌함이 가득 담긴 내 목소리에 그는 시선을 돌려 곰팡이를 확인하고서 무덤하게 대꾸했다.

 

“그러네.”

 

“그러네? 그게 다야? 곰팡이 생겼다고. 처음엔 분명 깨끗했잖아.”

 

터지기 직전의 불만을 꾹꾹 누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가 모든 걸 해결해주기를 바라듯이,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곰팡이가 핀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사하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짐과 확실하게 끝내지 않은 벽의 페인트칠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칠하다 말아서 생긴 거 아냐? 짐정리도 안했고, 왜 하다가 말았어.”

 

“뭐야? 왜 다 내 잘못인 것처럼 말해? 나 혼자 사는 집이야? 아니잖아! 도와주다 만 게 누군데?!”

 

“그러게 적당히 하자고 했잖아. 그냥 짐만 정리해도 될 걸 뭘 굳이...”

 

“처음엔 너도 맘에 든다며, 좋다고 했잖아. 그러면 끝까지 도와줘야할 거 아냐!”

 

“퇴근하면 피곤하니까 쉬어야지. 그래서 휴가 끝나기 전에 적당히 하자고 했잖아.”

 

“너만 피곤해? 나도 피곤해!”

 

결국 서로 언성을 높이다 대화가 끊어지고 살얼음 같은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른다. 깨끗한 벽지를 좀먹으며 천장과 벽으로 퍼져나가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는 장마 내내 이어졌다. 곰팡이처럼 퍼져 나온 불만과 짜증은 그와 나의 감정을 좀먹기 시작했다.

 

서로 신경질을 내고, 냉랭하게 입을 닫아버리고, 본 체 만 체 고개를 돌리며 날짜가 지나갔다. 둘 사이의 감정에 불쾌감이 짙어질수록 회사의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감정의 불쾌감이 쌓여가니 신체의 피로도 가중되는 기분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올랐다.

 

“하-...”

 

계단의 끝, 지하철역 입구에서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와-...”

 

바로 앞에 주차장이 펼쳐진 위로 노을이 지는 하늘이 보였다. 몽실몽실 작은 털뭉치 같은 양떼구름 사이사이로 옅은 금빛이 스며들고, 짙은 노란색과 황금빛 주황색이 어우러진 하늘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장마 끝났구나.’

 

그 순간, 벽과 장 구석을 잠식한 곰팡이가 생각났다. 어느새 집을 잠식한 곰팡이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짐과 마무리되지 않은 페인트 칠, 천천히 하나하나 떠올리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았다. 말갛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여기서 뭐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남편이 의아한 얼굴로 옆에 서있었다.

 

“그냥. 하늘이 너무 예뻐서.”

 

그는 고개를 돌려 더욱 짙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편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다 살며시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우리 오랜만에 같이 맥주 한잔 어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손을 잡고 근처의 아담한 맥주바에 들어갔다. 간단하게 안주를 주문하고 작은 맥주 한병을 들고서 자리에 앉았다. 병을 따서 한모금을 넘겨 목을 매끄럽게 만들고 입을 열었다.

 

“화내고 짜증내서 미안해.”

 

불시에 나온 사과에 남편은 머쓱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도 미안해.”

 

약간의 어색함이 흐르고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 곰팡이. 찾아보니까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고...”

 

“그래? 어떻게?”

 

이후로는 맥주를 마시고 안주를 집어먹으며 곰팡이를 제거할 방법과 짐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의논하며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진 골목을 남편의 팔짱을 끼고서 걸으며 환한 달을 바라보았다.

 

문득 그와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그날도 하늘이 참 예뻤었다.

 

추억에 젖어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햇볕이 쨍쨍한 날씨에 감사하며 창문과 문을 전부 열어두고 곰팡이와 사투를 시작했다. 곰팡이를 제거하는 비법이라며 알아낸 방법을 이용해 열심히 뿌리고, 닦아내고, 말리는 동안 해는 중천을 지나갔다. 해가 저물 즈음에는 곰팡이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깨끗하네. 좋다.”

 

개운한 미소를 지으며 말끔해진 천장과 벽을 둘러보았다. 이 집에 처음으로 들어섰을 때가 생각났다.

 

“여보.”

 

“응?”

 

상쾌한 오렌지 빛 노을이 천장과 벽을 물들이는 걸 보며 그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었다.

 

“고마워.”

 

그는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포근한 온기에 서로 기대어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속삭였다. 서로를 사랑한 처음처럼, 신뢰와 사랑을 약조한 그때처럼, 잔잔하고 따스하게 두근거리며 설레는 시간 속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진다.

 

-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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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2월 14일

2월 14일

 

인터넷에서는 초콜릿 만드는 법, 초콜릿 파는 장소, 초콜릿 예쁘게 포장하는 법, 연인에게 인기 있는 선물 리스트 또는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가 물결치며 떠다니고, 지하철 편의점 가판대는 물론 걸에서 꽃다발을 들고 오가는 이들이 종종 눈에 보이기도 한다.

 

2월 14일,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아니. 그 유래에 대한 속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굳이 고백의 날이 되어버린 이유가 무얼까? 누가 2월 14일을 연인의 날, 고백의 날, 초콜릿의 대환장 파티로 만들어버린 걸까? 괜스레 심통이 난다.

 

세상에 나만 빼고 전부 커플인 것 같은 이 기분을 어찌할까 싶은 생각으로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도 초콜릿 좋아하는데, 나도 고백 받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사랑받고 싶은데, 결국 마지막에 달아서 나오는 건 한숨이다. 하하호호 웃으며 지나가는 이들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집에나 가야지.’

 

그런 생각에 저만치 보이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사람하고 부딪쳤다.

 

- 퍽. 와르르르...

 

바구니에 담겨있던 초콜릿이 그대로 쏟아지는 광경에 난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굳어버렸다. 금박지에 싸인 작고 동그란 초콜릿이 데굴데굴 구르며 길바닥을 굴렀고,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은 무심결에 밟았다가 깜짝 놀라더니 황급히 도망간다. 상대방은 허탈한 얼굴로 멍하니 초콜릿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하아...”

 

힘없이 한숨을 내쉬는 그 모습에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땅에 떨어진 초콜릿으로 손을 뻗었다.

 

“죄송합니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내 잘못이려니 하는 맘에 짧게 사과하고 초콜릿을 줍기 시작했다. 나와 부딪친 그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허리를 숙이고 초콜릿을 주워 바구니에 담았다.

 

“아닙니다.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부딪친 거니까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하는 모습과 달리 목소리는 맥이 빠져서 기운이 없었다. 아마도 누군가에 선물할 초콜릿이었던 모양이다. 괜히 더 불편해진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사람들 발에 밟힌 몇개를 빼고 거의 대부분의 초콜릿이 바구니에 담겼다. 간혹 지나가다가 주워주시는 분도 계셨다.

 

‘생각보다 많이 안 상했네.’

 

“그럼 전 이만.”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색하게 인사하고 재빨리 버스정류장으로 뛰었다. 그런 내 등 뒤로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때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며 빈자리를 찾아 앉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괜히 나 때문에 차이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급하게 나오다가 부딪친 만큼, 약속시간에 늦어서 차인다거나, 운 나쁘게도 성하지 못한 초콜릿이 눈에 띠어 차인다거나, 설마 그런 일이야 있을까? 라며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눈을 감았다. 내릴 곳이 종점이기에 맘 편히 눈을 붙였다.

 

* * *

 

그녀는 아주 곤란하다는 눈으로 바구니와 나를 번갈아 보며 입술을 떼었다.

 

“혁아, 나...”

 

“알아. 나도 아는데, 그냥 말이라도 하고 싶었어. 이기적이라고 나쁜 놈이라고 해도 돼. 그냥, 그냥. 말도 못하고 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서 그런 거니까. 그대로 잊어버려도 돼. 단지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아주 잠깐만이라도 내가 누나를 사랑했다는 것만, 그것만이라도 말하고 싶었어.”

 

착잡하게 가라앉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면서 힘겹게 웃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나 누나를 사랑해. 그래서 행복하기를 바랄 거야.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아줘.”

 

팔짱을 낀 채 시선을 내리는 그녀의 발 앞에 달콤한 초콜릿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내려놓고 뒤돌아섰다. 입술을 꾹 깨물고 현관을 나와 대문을 지나 길을 걸었다. 몇 년을 앓아온 짝사랑을 고백도 하지 못하고 끝낼 수 없어서였다. 가로등이 켜진 길을 걸으며 후련한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눈물을 참으며 내리막길을 내려와 편의점 앞을 지날 때였다. 터덜터덜 걷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습...어? 아까...”

 

편한 츄리닝 차림에 패딩 점퍼를 입은 그녀는 초콜릿을 사서 나오다가 부딪친 그 사람이었다. 나만큼이나 놀란 얼굴로 뻘쭘하게 굳어버린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그러다 그녀의 손에 들린 비닐봉투에 비친 맥주 캔에 시선이 닿았다. 살금살금 다가오듯 그녀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저, 혹시...차였어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서 시선을 올려 눈치를 살피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맥주 혼자 마실 거예요?”

 

“네?”

 

“같이 마실 사람 없으면 나하고 같이 마셔줄래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그녀를 마주보며 씩- 웃고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 2캔을 사서 나왔다. 그리고는 멀뚱멀뚱 서있는 그녀에게 눈짓하며 익숙하게 앞장섰다.

 

“저쪽 놀이터에서 마시면 되겠네요.”

 

“네, 뭐...”

 

텅 비어있는 놀이터에는 가로등만 환하게 빛나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덩그러니 매달려있는 그네를 한자리씩 차지하고서 나란히 앉아 각자 맥주 캔을 땄다.

 

- 딱! 치익.

 

맥주를 한모금 쭉- 들이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둥그런 보름달이 떠있다.

 

“잊어버려요.”

 

불시에 툭- 튀어나온 그녀의 말에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서는 멋쩍은 투로 말을 이었다.

 

“아니, 뭐. 초콜릿이 조금 엉망일 수도 있는 거고, 어쩌다보면 조금 늦을 수도 있는 거고...그...”

 

말을 끊고서 슬며시 내 눈치를 살핀다.

 

“별거 아닌 걸로 차인 거면 그냥 잊어버리라고요. 더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잖아요?”

 

멍하니 듣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나니 웃음이 나왔다.

 

“설마, 그쪽하고 부딪친 것 때문일까 봐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 뭐.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맘에 걸려서...”

 

눈을 돌려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면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런 내 반응에 그녀의 볼이 발갛게 변하더니 연거푸 맥주를 들이마신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투덜거림에도 한참을 웃고 나서야 맥주로 목을 축였다. 착잡한 심정도 물러갈 만큼 말끔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네. 맞아요. 늦어도 한참 늦어서, 더 늦기 전에 청산했어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맥주가 줄어드는 만큼 대화는 늘어갔다. 달이 중천에 다다르고 4개의 캔이 깔끔하게 비워졌을 때, 그녀의 집 앞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14일, 내 손에는 또 다시 초콜릿이 가득한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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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여리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새벽 이슬에 젖어 또르르- 한방울 흘러냅니다.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리운 그대를 기다리며...

 

당신은 내게 생애 처음으로 느껴본 설렘이었습니다.

모질고 고된 일상 속에서 처음으로 맛본 달콤함이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대를 향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짧은 만남이라도 소중했습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그 시간, 그 순간이 더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습니다.

이별이 멀지 않음을 알면서도 잊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당신이 떠나가더라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더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와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 그대에게 아픔이 아닌 추억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제는 곁에 다가갈 수조차 없기에 다시 만날 때에는 먼발치에서 나마 볼 수 있기를...

투명한 이슬을 떨어내는 물빛 꽃송이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대여 나를 잊지 말아요.

 

우리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웃어요.

가슴 아픈 상처가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해줘요.

 

그대여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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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奇

툭. 투둑.

- 툭. 투둑.

 

지금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이다.

 

무슨 소리냐고?

글쎄. 무슨 소리일까?

 

늦은 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빗물이 맺힌 창문에 바깥의 가로등 불빛이 비쳐 아롱져있다.

겨울밤에 내리는 비는 자작, 자작, 내리며 약하고도 끈질기게 창문을 두드려댄다.

 

- 툭. 투둑.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들고 창가로 다가가 어둑한 밤길을 내려다본다.

 

이런 장면이면 꽤나 소소하고 분위기 있겠지?

하지만 아니야. 틀렸어. 자, 다시 잘 들어보라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고 꽁꽁 언 손으로 서늘한 열쇠를 집어 문을 열었다. 얼얼한 발끝이 신발 밖으로 빠져나오고 문을 잠그자마자 곧바로 보일러를 틀어둔다. 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갈아입을 옷을 욕실 앞에 챙겨두고 겹겹이 껴입은 옷을 훌렁훌렁 벗어서 내던진다.

 

- 쏴아아.

 

욕조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고, 언 몸을 녹이며 비누거품을 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마치고 따뜻한 온기가 식을까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꽉 잠겨 벽에 걸린 샤워기에서 아직도 따스한 온기를 품을 물방울이 대롱거리다가 바닥으로 낙하한다.

 

- 툭. 투둑.

 

방으로 나와 욕실의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소리는 어둠속으로 삼켜진다.

 

크- 한겨울에는 역시 따뜻한 게 최고지. 하지만 이것도 아니야.

혹시 샤워기 소리에서 엄한 상상까지 한 건 아니겠지?

 

아직 하늘도 다 밝아오지 않은 이른 아침, 지평선 너머에서 흘러나온 옅은 빛이 구름을 물들이고, 금실로 수를 놓은 듯이 반짝이는 구름을 보며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고요한 길에 또각, 또각 울리는 구두소리 사이로 작지만 또렷한 소리가 들려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 툭. 투둑.

 

길가의 화단에서 들려오는 소리, 영롱한 새벽이슬이 나뭇잎 위를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다.

 

이른 아침의 그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 그 기분 나도 알지.

하지만 이번에도 틀렸어. 거 참, 잘 좀 들어봐. 이건 그런 소리가 아니야.

 

48층짜리 고층 건물, 커다란 유리창으로 뒤덮인 게 아닐까 싶은 건물의 외벽에서 한 남자가 밧줄에 의지한 채 익숙한 동작으로 유리를 닦고 있다. 그가 있는 층은 옥상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은 44층, 콧노래까지 부르며 유리를 닦는 남자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 툭. 투둑.

 

의지하고 있는 밧줄 중 하나가 끊어지고, 남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최대한 빠르게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런, 아쉬운데. 좀 더 과감해지라고.

그렇게 소심해서야 원. 다시 잘 들어봐.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보글보글 냄비가 끓고, 냉장고에서 꺼낸 감자를 씻어서 도마 위에 올렸다. 세로로 한번, 가로로 한번, 반으로 썰고, 다시 반으로 썰고, 한입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담아두고, ‘Rrrr.' 갑자기 울린 벨소리에 놀라 흠칫하다가 따끔한 통증에 눈을 찡그렸다.

 

- 툭. 투둑.

 

어느새 베인 건지 왼손 검지를 따라 흐른 붉은 핏방울이 도마 위로 떨어져 빨간 흔적을 남긴다.

 

크크크큿. 어지간히 소심하구만.

그래서야 언제 맞추겠어? 참지 말고 과격해지란 말이야!

 

무심한 얼굴로 무감각하게 머리를 베어내고, 내장을 빼내고, 잘 다듬은 고깃덩이에 쇠고리를 꽂아서 어깨에 들쳐 멘다. 머리가 잘린 채 반으로 갈린 고깃덩이들이 줄줄이 걸려있는 창고 안은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가득하다. 빈자리에 고깃덩이를 걸고 빠져나오는 핏물을 받을 양동이를 밑에 놓는다.

 

- 툭. 투둑.

 

그리고는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핏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양동이를 들여다보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쯧, 아무래도 그게 자네 한계인가보군.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거 같으니. 자, 잘 들어보게.

 

- 툭. 투둑.

 

아직까지 내 귀에 들리는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날이 어둑어둑하다. 두터운 잿빛 구름이 하늘을 모두 가린 덕분이다.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치는 축축한 냄새에 걸음을 재촉했다. 몇 걸음을 남겨두고 아파트가 늘어선 단지 내에 들어섰을 때 귓가에 어깨를 때리는 나직한 소리가 들린다.

 

- 툭. 투둑.

 

미간을 찌푸리며 목표를 확인하고 냅다 달렸다. 아슬아슬하게 입구 안으로 들어서고, 후두둑- 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린다.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땅바닥을 두들기는 걸 보다가 승강기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1층에 내려온 승강기를 타고 잠시 후 6층에 도착해서 내렸다.

 

- 또각. 또각.

 

느긋하게 복도를 걸어 문 앞에서 멈추고, 등 뒤에서는 요란한 빗소리가 들린다.

 

- 툭. 투둑. 툭. 투둑.

 

- Rrrr...

 

문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다가오는 작은 발소리가 멈추며 묻는다.

 

“누구세요?”

 

“나야.”

 

찰칵거리며 문이 열리고, 왼손 검지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에 문을 닫으며 바라보았다.

 

“왜? 다쳤어?”

 

“응. 살짝 베었어. 별거 아니야.”

 

손가락은 입에 물고 웅얼거리며 거실로 간 그녀는 구급상자에서 반창고를 꺼내서 붙였다.

 

“조심 좀 하지.”

 

방으로 들어가며 내뱉은 말에 그녀는 새초롬하니 흘겨보더니 입을 비죽거리며 대꾸했다.

 

“얼른 씻기나 해. 저녁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그게 또 귀여워 피식- 웃으며 옷을 벗어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욕실에 들어서고, 샤워기에 매달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반겨주었다.

 

- 툭. 투둑. 쏴아아.

 

고프다고 재촉하는 배를 달래며 개운하게 씻은 뒤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켜져 있는 TV의 리모컨을 집어 채널을 돌렸다. 화면에 뜬 뉴스에서는 오늘 낮, 고층 유리를 닦다가 추락한 사고가 보도되고 있었다. 뉴스를 보다가 부엌에서 풍겨온 냄새에 침을 삼키며 몸을 돌렸다.

 

“오-. 냄새 좋네.”

 

푸짐한 돼지두루치기가 식탁 한가운데서 매콤하고 기름진 향을 내고 있었다. 싱긋 웃으며 건넨 칭찬에 그녀는 으쓱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수저를 놀리며 입안을 채우고, 간간이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문득 두 사람의 귓가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툭. 투둑.

 

둘은 창문에 빗줄기가 스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식사를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일정한 박자의 소리에 결국 남자가 먼저 수저를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대체 무슨 소리야?”

 

그에 여자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러게. 그냥 빗소리는 아닌 거 같아.”

 

두 사람은 주방을 나와 귀를 기울였다.

 

- 툭. 투둑.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한 박자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주방을 나온 두 사람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제일 먼저 창문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창가로 다가가 귀를 대어보았다.

 

- 톡 톡 톡 톡 톡...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는 아니었다. 창가에서 귀를 떼니 아까의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여자는 남자를 흘겨보며 미심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수도꼭지 제대로 안 잠근 거 아냐?”

 

곧바로 욕실로 다가가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벽에 걸린 샤워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을 거라는 여자의 예상의 비웃듯이 욕실 안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여자는 눈썹을 모아 늘어뜨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여자의 등 뒤에서 남자가 부루퉁하니 대꾸했다.

 

“제대로 잠갔다고,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야?”

 

두 사람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거실, 베란다, 침실, 서재, Dress Room 그리고 마지막 다락에 도착했을 때에 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걸 확인했다. 둘은 다락에 쌓아둔 박스와 물건들을 뒤적이며 소리가 나는 근원지를 찾으려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 툭. 투둑.

 

남자는 짜증스레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둘러보았다.

 

“미치겠네. 대체 어디서 나는 거야?”

 

그때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노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위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아?”

 

남자는 고개를 기울여 한쪽 귀를 천장으로 향하게 했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이며 소리에 집중했다.

 

- 툭. 투둑. 툭. 투둑. 툭. 투둑. 툭. 투둑...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 소리는 미세하지만 점점 커졌고, 두 사람의 얼굴에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보다가 황급히 일어나 소리가 나는 천장 아래를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와 그녀가 있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엄청난 먼지가 일었다.

 

- 콰지직. 쾅. 투두둑.

 

먼지와 함께 밀려드는 심한 악취는 코는 물론 눈까지 따가울 정도였고, 둘은 벽에 바짝 붙어서 눈을 감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창백하게 질리며 굳어버렸다.

 

“여, 여보, 저거, 저거...욱!”

 

여자는 헛구역질을 하며 바깥으로 달려 나갔고, 남자는 달달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거실로 나와 폰을 집었다. 사시나무 마냥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를 한 남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사람이 나간 다락방에는 여전히 그 소리가 울렸다.

 

- 툭. 투둑.

 

무너져버린 천장의 잔해 위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녹아버린 시신 위로, 지독하고 매캐한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이 미약한 소리가 어떻게 주방까지 들렸는지, 그건 알 수 없으나, 남자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과 형사는 엄청난 악취에 코를 막고 처참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맙소사! 어떻게 하면 저 지경이 되는 거야?”

 

“크흠. 일단 윗집에도 올라갔으니, 뭔가 단서가 있겠죠.”

 

조금만 건드려도 녹아버린 치즈마냥 늘어나며 훼손될 지경의 시신을 조심조심 들것에 실어 밖으로 보내고, 윗집의 동료와 합류한 형사들은 비릿한 내음에 다시 코를 막아야했다. 그 비린내를 따라 들어간 방은 온 벽이 피로 물들어있고, 바닥은 시원하게 뻥- 뚫려있었다.

 

- 툭. 투둑.

 

천장에는 타이머가 부착된 십여 개의 링거가 매달려있고, 천장의 가장자리에 매달린 링거는 거의 비어있었다. 2명의 경관이 천장의 가장자리에 매달린 링거부터 하나씩 치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천장의 한가운데에 매달린 링거는 아직도 액체를 떨어내며 내부를 비워내고 있다.

 

- 툭. 투둑.

 

훤하게 뚫린 방바닥을 지나 가로막힌 또 다른 방바닥을 두들기며, 시큼하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는 투명한 링거를 빠져나와 허공을 가로지르며 떨어진다.

 

- 툭. 투둑.

 

액체가 떨어져 닿은 바닥은 검게 그을리며 새까맣게 녹아들어간다.

 

- 툭. 투둑. 치이-.

 

크으. 박자감이 좋지 않나? 일정하고 균일한 저 박자감이 난 정말로 좋단 말이야. 자네는 어때? 아니라고?

에이. 왜 그러나, 무심결에 따라 흥얼거렸으면서 이제와 발뺌하긴가? 치사하게 그러지는 말게.

 

아니면, 못 맞춰서 서운하가? 크크크. 새침하긴, 뭐 그런 걸로 서운해 하나.

그러지 말고 이리 오게. 내 이번에는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줄 테니.

 

뭐냐고? 글쎄...보자. 이번에는 어떤 녀석으로 할까?

 

- 달그락.

 

오오! 그렇군. 이 녀석이 있었지?! 이야- 이걸 써보겠구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걸?

자, 이번에도 귀를 한번 기울여보게. 이게 대체 어떤 소리인지, 잘 들어보란 말이네.

 

- 달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