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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산책

Is edit, sed quid is edit?

        Salvete! 잘 지내셨었나요? 오랜만에 돌아온 라틴어 산책입니다.  

 

        오늘 배울 것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지난번 시간에 저희가 무엇을 다뤘었는지 기억나시죠? 간단하게 요약하면, 처음엔 인칭대명사를 소개했고, 3단 동사와 sum 동사를 소개했었죠. 또한, 주어-동사 일치를 지적해드리며, 왜 라틴어에선 주어를 생략해도 의미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는지 또한 설명해드렸죠.  

 

        또한, 라틴어는 명사 별로 성별이 있기 때문에, 그 성별에 맞는 인칭대명사를 써야 한다고 언급했었습니다. 예컨대 강아지는 실제 그 개(canis)가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이 남성 명사이며, ‘그 개’는 3인칭 남성 대명사인 is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feles)는 여성 명사니 ea로, 사과(malum)은 중성 명사니 id로 받아줄 수 있다고 소개해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의 do not/does not에 해당하는 non의 용법 또한 알려드렸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많은 걸 한 단원에 다뤘던 것 같네요.  

 

        이번 시간에는 3단 동사 말고 어떤 동사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동사들은 주어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형태로 바뀌는지, 마지막으로 목적어를 수반한 문장을 만드는 법을 배워볼 겁니다. 

 

        자, 그럼 다시 동사로 돌아가 보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몇몇 분들 긴장하신 모습이 역력하군요. 아니 3단 동사가 있다는 건 1단, 2단도 있다는 거 아니야? 도대체 동사가 몇 종류나 되고 걔네들도 주어에 따라 변할 테니… 도대체 얼마나 외울게 많은 거야? 너무 겁내실 필요는 없어요. (적어도 현재형의) 동사들은 형태 변환이 제법 비슷하거든요. 그러니, 금방 외우실 수 있을 거예요. (정작 저는 아직도 헷갈리지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라틴어에는 총 다섯 종류의 동사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편의상 이 동사들을 1단, 2단, 이런 식으로 부릅니다. 제가 라틴어를 한국어로 못 배워서 제 임의로 번역한 것임을 기억해주세요. 이 다섯 종류의 이름은 1단, 2단, 3단, 3단 io형, 4단입니다. (간혹 어떤 교재는 3단 동사와 3단 io형을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하나하나 예제를 들어가며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1단입니다. 대표적으로 사랑하다라는 뜻의 amo가 이 형태에 속하죠. 그러고 보니 지난 시간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의미의 'Cogito, ergo sum'에서도 cogito가 1단 동사라고도 소개해드렸군요. 각 주어에 따른 변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으로 2단 동사. 이 동사들은 대개 -eo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만나서 반가워’를 했을 때 배운 Te noscere gaudeo에서 ‘기쁘게 하다’에 해당하는 gaudeo가 2단 동사입니다. 소유하다, 갖다는 뜻의 habeo도 역시 2단 동사입니다. 2단 동사의 변호 나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3단 동사는 지난번 시간에 배웠으니 넘어가고, 3단 io형태를 볼까요? 대표적인 3단 io형으로는 ‘보다’라는 의미의 aspicio, ‘잡다’라는 의미의 capio도 역시 3단 io형에 해당합니다. 왜 이 동사들이 3단 io형이라 불리는지, 옆에 3단 동사인 curro와 비교해드릴게요. 

 

 

        마지막으로 4단 동사입니다. 2단 동사가 -eo로 끝났다면 4단 동사는 -io로 끝납니다. 아니, 그러면 3단 io형과 같은 형태 아닌가요? 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하겠습니다. 굳이 이 동사들을 4단 동사라고 따로 분류하는 이유는 3단 io형 동사들과 다른 변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반은 맞다’고 한 이유는 지금 저희가 다루고 있는 현재형 동사에 한해서는 4단 동사의 변환과 3단 io형의 변환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예로서 듣다의 audio와 목말라하다의 sitio는 4단 동사에 속합니다. 이들의 변환을 살펴볼까요? (주의: 목말라하다의 sitio는 형용사가 아니라 ‘목마름을 느끼다’라는 동사예요!)

 

 

        지금까지 배운 동사들의 변환들을 표로서 작성하면 다음과 같아요. 

 

 

 

        자 동사도 배웠으니, 이번엔 목적어를 배워봅시다. canis, feles, equus, malum 따위의 명사들을 소개해드렸는데 사실 지금 소개한 명사들은 모두 주격에 해당합니다. 혹시 지난 시간에, 왜 만나서 반가워(Te noscere gaudeo) 직역하자면, ‘당신을 아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에서 왜 당신을 의미하는 인칭대명사인 tu가 아니라 te로 쓰였는지 간단하게 언급했었죠? 바로 여기서 ‘당신’은 주어가 아니라 (직접)목적어로 쓰였기 때문에 te로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격, 목적격 말고도, 라틴어에는 모든 명사마다 6개의 격이 있으며, 각각 주격(Nominative), 소유격(Genitive), 여격(Dative-간접목적어), 목적격(Accusative-직접목적어), 탈격(Ablative-보어), 호격(Vocative)이며, 이들을 편의상 N, G, D, Ac, Ab, V로 표기하곤 합니다. 여기서 호격(V)과 주격(N)은 아주 약간의 예제를 제외하곤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어떤 교재에서는 호격을 제외하고 다섯 개의 격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또한 장소격이라는 어격도 존재하나, 장소격을 보유한 명사들은 한정적이므로, 하나의 독립된 격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명사 별로 다섯 개에 해당하는 격들을 언제 일일이 다 외우고 있느냐. 단어들이 각 격 별로 어근을 공유하고 어미만 바뀌므로 (조금 많지만) 규칙이 있습니다. 동사처럼 명사도 ‘단’이 있고, 앞서 언급했듯 성별이 있습니다. 이 단과 성별에 따라 격규칙이 대개 일치합니다. 그러니 너무 겁먹으실 필요 없어요. 명사의 단과 성별에 따른 격변화는 앞으로 천천히 각 격 별로 하나하나씩 다뤄보기로 하죠.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문장을 봅시다. 사랑하다가 amo라고 1단 동사의 변환을 소개할 때 설명했었죠? 나는 주어, 즉 ego를 사용합니다. (물론 동사 amo에서 그 주체가 ‘나’ 임을 내포하니, 생략해줄 수 있고요.) 그리고 여기서 ‘너’는 사랑하는 주체, 즉 주어가 아닌 사랑받는 대상, 즉 목적어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tu가 아니라 te로 쓰여야겠지요. 그래서 이 문장을 라틴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go) te amo.

 

        자세히 살펴보면 라틴어가 얼마나 흥미로운 언어인지 알 수 있어요. 아마 한국어를 하는 분들 대부분 영어를 배울 때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거예요. “영어는 한국어랑 어순이 반대야. 동사가 목적어보다 먼저 나오거든. 나는 너를 사랑하다가 아니라 나는 사랑한다 너를 이라고 번역해야 옳아. 그리고 대개 서양 언어들이 그렇지.” 그런데 놀랍게도 서양 언어의 할아버지 격에 속하는 라틴어는 한국어랑 정확히 일치하는 문장 형태를 갖습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순으로 문장이 구성되죠. 

 

        자 목적어를 포함한 라틴어 문장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 하나! ‘나는 요아네스입니다.’ 그리고 ‘그는 학생입니다.’같이 입니다 즉 sum 동사가 두 명사가 같다는 의미로서 쓰인 경우. 즉, 나 = 요아네스, 그 = 학생의 경우는 뒤 따라오는 요아네스, 학생도 N. 즉 주격으로서 사용됩니다. Veritas lux mea est에서도, 진리 = 나의 빛 이므로 빛(lux)이 Ac. 형이 아닌 N. 형을 갖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lux의 Ac. 형은 lucem입니다.) 

 

        잠시만요, 이름에도 형태가 있나요? 요아네스도 목적격이 있어요? 네, 있습니다. 라틴어에서는 모든 이름들조차 여섯 가지의 형태를 갖습니다. 첫 번째 산책에서 브루투스 너도냐?가 Et tu, Brutus 가 아니라 Et tu, Brute라고 설명한 이유가, 바로 Brutus가 호칭(V. 격)으로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죠? 다른 명사들과 마찬가지로 라틴어 이름들도 여섯 가지의 격을 갖습니다. 이들은 기회가 되면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죠. 

 

        저희가 지금까지 배운 명사로는 개(canis), 고양이(feles), 말(equus), 사과(malum), 이름(nomen)이 있습니다. 이들의 Ac. 형은 다음과 같으며, 이들을 기반으로 다음의 문장들을 한번 만들어볼까요? 

 

 

 

그는 강아지들이 있다. 

 

Is canem habet. (이스 카넴 하벳)

 

그녀는 고양이가 있다. 

 

Ea feles habet. (에아 펠레스 하벳)

 

나는 사과를 먹는다. 


Malum edo. (말룸 에도.)

 

너는 말을 먹지 않는다. 

 

Equum non edis. (에쿰 논 에디스)

 

나는 이름이 있다. 그것은 요아네스다. (이름은 중성 명사입니다.) 

 

Nomen habeo. Id Ioaness est. (노멘 하베오. 이드 요아네스 에스트.)

 

강아지가 있다. 그것은 이름이 없다. (강아지가 남성 명사입니다.) 

 

Canis est. Is nomen non habet. (카니스 에스트. 이스 노멘 논 하벳.)

단어의 숲 

 

     영어 단어 중 ame-/ami-가 들어간 단어 중 친근하고 사랑스러운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amiable, amicable, amenity, amity 등이 있고, 스페인어로 친구인 amigo는 라틴어로 친구인 amicus에서 왔으며 역시 이 단어는 사랑하다 amo를 어근으로 삼습니다. 

 

        영어단어 have가 habeo에서 왔다는 것은 눈치 빠른 분들은 바로 아실 겁니다. 심지어 습관을 의미하는 habit도 여기서 왔어요. ex-가 밖으로/~로부터 따위의 접두사이니 (역시 라틴어 ex에서 기원합니다.) exhibit은 자신이 갖고 있는 걸 밖으로 보내는, 즉 ‘표현하다’라는 의미가 되는군요. 이외에도 영어단어에 habit 혹은 hibit을 포함한 단어들이 많은데(exhibit, inhabit, prohibit) 대게 habeo를 어근으로 삼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왜 듣는 것과 관련된 많은 영어단어들에 audio가 포함되어있는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자 이렇게 오늘은 다양한 동사들의 변형과 목적격의 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명사들의 목적격 변환에 대해서 조금 다뤄보도록 할게요. 모두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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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산책

Ego sum, tu es, id est.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에는 간단한 동사들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문장을 만들어보는 첫 시간이고 하니, 가능하면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가진 문장을 만들어볼까 해요. 첫 번째로는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는 sum동사, 그다음에는 다양한 동사들을 가지고 보여드릴게요.

 

        문장을 만들기에 앞서 인칭대명사부터 다뤄야겠군요. 마치 영어에서 1인칭이면 I 혹은 We, 2인칭이면 단수든 복수든 상관없이 You, 마지막으로 3인칭이면 He, She, It, They 등을 사용합니다. 라틴어에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인칭 나 = ego,          우리 = nos

2인칭 너 = tu,            너희들 = vos

3인칭 남성 = is,         복수형 = ii

3인칭 여성 = ea,        복수형 = id

3인칭 중성 = id,         복수형 = ea

 

        여기서 네 가지 주의할 점을 소개해드릴게요.

 

        첫째, 인칭 대명사는 사람을 서술하곤 합니다만, 사람만을 서술하진 않아요. 앞으로 천천히 소개하겠지만, 라틴어의 모든 명사는 남성/여성/중성 중 하나로 구분되며, 그 성별에 맞게 인칭대명사를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feles는 실제 고양이의 성별과 무관하게 여성 명사입니다. 그래서 앞서 고양이를 언급했다면, 그 이후로는 '그것'은 id가 아니라 ea로 표현해주어야 합니다. 고양이 말고도 모든 동물, 사물을 it으로 표기하는 영어와 너무 다르죠?

 

        둘째, 만약 남자들과 여자들이 섞여있는 경우 '그들'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는 ii인가요 eae인가요, ea인가요? 그 경우는 ii로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공존하는 경우에도 ii로 사용합니다.

 

        셋째, 여기서 '그것들'도, '그녀'도 둘 다 ea라는 점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그러면 번역할 때, 이 인칭대명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헷갈리지 않냐고요? 걱정 마세요, 그럴 일이 없는 이유가 이번 포스팅 후반부에 곧 나올 겁니다. 명심해두세요.

 

        마지막으로 복습을 열심히 하신 분들이라면, ‘잠시만요! 지난주에 만나서 반가워라는 표현을 배울 때, Te noscere gaudeo 였고, 거기서 te가 당신을 의미한다 했었잖아요, 왜 이번에는 tu라고 하시죠?’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실 겁니다. 그 이유는 '너를 만나서 반가워'에서의 '너'는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로서의 당신이었기 때문이에요. 반면 vos noscere gaudeo가 여전히 vos인 이유는, 당신들을 의미하는 vos는 주격과 (직접) 목적격이 일치하기 때문이에요. 각각의 인칭대명사들은 주격과 목적격뿐만 아니라 4개의 격이 더 있으며, 이는 인칭대명사뿐만 아니라, 라틴어 모든 명사도 공유하는 성질입니다. 이는 매우 방대한 분량이니 앞으로 차근 차근히 소개해드릴게요. 

 

        그럼 이들을 주어로 삼아, 이번에 ‘뛴다’라는 동사를 접붙여 볼까요? 뛴다는 라틴어로 curro입니다. r발음, 기억하시죠? 개가 으르렁 거리듯 소리내야 한다는 점 유의해주시며, 다음을 읽어봅시다.

 

Ego curro. (에고 코로)

 

        발음유의) curro에서 cu-에 해당하는 발음은 우와 오 사이의 발음입니다. 쿠로가 아니에요. 저는 이 발음을 오라고 표기하겠습니다만, 가능하면 아래의 링크 §7에서 u의 정확한 발음을 들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http://dauthier.com/latin/easy-latin-method-introduction/

 

        이는 ‘나는 뛴다’ 입니다. 그럼 너는 뛴다는 Tu curro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라틴어는 특이하게도 동사들이 자기가 묘사하는 주어의 인칭에 맞춰 형태가 바뀌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앞서 소개한 인칭대명사들이 각각 뛰는 것을 라틴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go curro. (에고 코로)

Tu curris. (투 코리스)

Is/Ea/Id currit. (이스/에아/이드 코릿)

Nos currimus. (노스 코리무스)

Vos curritis. (워스 코리티스)

Ii/Eae/Ea currunt. (이이/에아이/에아 코룬트)

 

        나열한 대로, curro는 주어가 누구냐,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다음과 같이 여섯 개의 형태로 나뉘게 돼요. 동사가 주어의 인칭과 단/복수의 여부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동사만 봐도 그 주어를 가늠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라틴어 문장들은,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습니다. 

 

Curro = 나 혼자 뛴다. 

Curris = 너 혼자 뛴다. 

Currit = 누군가가 혼자 뛰고 있다. 

Currimus = 우리들이 뛴다.

Curritis = 너네들이 뛴다.

Currunt = 누군가들이 뛴다. 

 

        지금 소개한 curro는 현재형이기도 한데, 라틴어에서는 영어처럼 현재 진행 현재 따위의 구분이 없습니다. 나는 뛰고 있는 중이다 와 나는 뛴다 둘 다 curro로서 표현이 가능해요. 자 그럼 이번엔 curro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인칭에 따라 변화하는지 살펴볼까요? 

 

1인칭 단수 curr - o

2인칭 단수 curr - is

3인칭 단수 curr - it

1인칭 복수 curr - imus

2인칭 복수 curr - itus

3인칭 복수 curr - unt

 

        즉 기본 형태의 동사에서 -o를 제외한 부분, 즉 curr가 어근의 역할을 하며 인칭과 단복수의 여하에 따라 -o, -is, -it, -imus, -itus, -unt등 형태가 바뀝니다. 이는 curro뿐만 아니라 라틴어의 다섯 가지 동사 패턴 중, 세 번째 패턴에 해당합니다. 앞으로 표기상 이를 3단 동사라고 부를 것입니다. 

 

        아이고 맙소사, 지금 이 여섯 개 외우기도 벅찬데, 동사 패턴이 네 개나 더 있어? 하지만 너무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록 형태는 다섯 개나 되지만, 공통점이 많이 겹쳐서 외우시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일례로 이 다섯 개의 모든 동사들의 1인칭 단수는 모두 -o로 끝납니다. 라틴어 문장도 한국어처럼 대개 동사가 가장 뒤에 오므로, 만약 가장 마지막 단어가 -o로 끝난다면, ‘아 주어는 자신이고, 이건 동사겠구나’하고 눈치채실 수 있어요. 

 

        또 간략하게 첨언하자면, 라틴어에서는 동사를 부정하는 건 정말 간단해요. 동사 바로 앞에 non을 붙이면 영어로는 do not/does not이 됩니다. 나는 뜁니다가 curro였으니, 나는 뛰지 않아요 혹은 나는 뛰고 있지 않아요는 non curro가 됩니다. 참 쉽죠? 

 

        이번에는 다른 3단 동사들을 드려볼 테니, 이 규칙에 맞게 다음의 문장들을 한번 번역해볼까요? 

 

edo (에도) 먹다 

bibo (비보) 마시다 

lego (레고) 읽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레고와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volvo (월워) 구르다 (차 상표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었군요!) 

나는 먹는다. 너는 먹는다. 우리는 먹는다.

 

Edo, Edis. Edimus. (에도, 에디스, 에디무스.)

 

너네들은 마신다. 그는 마신다. 그녀는 마신다. 

 

Bibitus. Is bibit. Ea bibit.  (비비투스, 이스 비빗. 에아 비빗.)

 

그 남자들은 읽지 않는다. 그 여자들은 읽지 않는다. 

 

Ii non legunt. Eae non legunt. (이이 논 레군트 에아이 논 레군트.)

 

그것은 구른다. 그것들은 구른다. 그녀는 구른다. 

 

Id volvit, Ea volvunt, Ea volvit. (이드 월윗, 에아 월운트, 에아 월윗.)

        앞서 소개했던, ea가 그녀도 되고 그것들도 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었었죠? 아마 마지막 문제를 풀어보시면서 그 의문이 해결되셨을 겁니다. 동사가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서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둘 다 같이 ea더라도,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영어의 be 동사에 해당하는 라틴어의 sum 동사를 살펴볼게요.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인칭 단수 sum (숨)

2인칭 단수 es (에스) 

3인칭 단수 est (에스트)

1인칭 복수 sumus (수무스)

2인칭 복수 estis (에스티스)

3인칭 복수 sunt (순트)

 

        왜 ‘나는 학생입니다’가 'discipulus sum'이고 주어가 빠져 있음에도 '나'라는 의미를 함의할까 궁금하셨던 분들, 이제 감이 잡히시나요? 바로 sum이 단순히 ~이다 같은 동사의 의미 뿐만 아니라 주어가 누군지 또한 내포하므로, 굳이 '나'라는 주어를 다시 명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Nomen mihi est Iōannēss'에서 왜 be동사는 sum이 아니라 est일까 또한 알 수 있으시죠? 바로 est가 묘사하는 주어는 nomen mihi, 즉 나를 위한 이름이고 이는 3인칭이며 단수이기 때문에 est가 되는 것입니다. 

 

        주어 동사 일치는 독자 혹은 청자로 하여금 간단한 문장에서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컨대 제가 만약 ‘discipulus es’라고 말한다면, 듣는 사람은, ‘화자가 es를 사용했으니 '당신'이 주어인 것이고, 그 ‘당신’은 학생일 것이며, discipula가 아니라 discipulus라 했으니, 그 상대방은 남자구나!’ 까지 의미를 전달합니다. 배우긴 어렵지만 생각보다 효율적인 언어예요. 

 

        이제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인 'Cogito, ergo sum'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왜 이 짧은 세 단어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긴 의미를 담는지 살펴볼까요? 먼저 cogito는 생각하다는 동사이며 -o로 끝나는 것을 봐서, 1인칭 단수, 즉 내가 주어겠죠. ergo는 그러므로 라는 접속 부사입니다. sum은 앞서 말했듯 be 동사, 즉 있다, 그리고 역시 주어는 '나'가 됩니다. 여기서는 좀 더 괜찮은 해석으론 존재하다가 되겠죠. 

 

데카르트의 명언인 Cogito, ergo sum이 처음 기록된 책, 철학 원리.
사실 이 명제는 프랑스어로 방법서론에서 먼저 소개되었으나, 라틴어 구절이 더 유명해졌다.

 

        마지막으로 몇 개의 단어를 더 소개하여드릴 테니, 문장을 만들어 볼까요?

 

강아지 = canis, 복수는 canes (남성명사)

고양이 = feles, 복수도 feles (여성명사)

말 = equus, 복수는 equi (남성명사/또 다른 차 상표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군요!)

사과 = malum, 복수도 malum (중성명사)

(남자/남녀 혼합) 학생들 = discipuli, 여자 학생들 = discipulae 

 

사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구르지 않습니다. 

 

Malum est. Id non volvit. (말룸 에스트. 이드 논 월윗.)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뛰지 않습니다. 

 

(Ego) feles sum. Non curro. ((에고) 펠레스 숨. 논 코로.)

 

 

그 남자들은 학생입니다. 그 여자들은 학생입니다. 그들이 읽습니다. 

 

Ii discipuli sunt. Eae discipulae sunt. Ii legunt.

(이이 디스키풀리 순트. 에아이 디스키풀라이 순트. 이이 레군트.)

 

 

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뜁니다. 

 

Equi sunt. Ii currunt. (에퀴 순트. 이이 코룬트.)

 

단어의 숲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나오는 에고(ego)와 이드(id)라는 개념 둘 다 라틴어의 인칭대명사 나와 그것에서 온 말입니다. 특히나 에고는 자아라는 뜻 넘어서, 자부심, 자긍심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죠. 

흐름을 의미하는 current, 커리큘럼 curriculum도 어디서 왔나 했는지 이제 보이시죠? 바로 curro에서 온 말입니다. 먹을 수 있는 이란 뜻의 edible 도 라틴어 edo에서 기인했고요, 술 따위를 마시다, 혹은 정보를 습득하다의 imbibe, 습기를 빨아들이는 이란 뜻의 bibulous도, 음료 beverage도 모두 bibo를 어원으로 둡니다. lego는 읽다 말고도 무언가를 뽑아내다 따위의 의미도 갖는데, 그래서 elect는 선출하다, legible은 (글자 따위가) 읽을 수 있는 이란 의미를 갖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말 등의 라틴어 단어들은, 영어에서 개의, 고양이의, 말의 와 같은 형용사가 됩니다. canis에서 canine이, feles에서 feline, equus에선 equine 이 나옵니다. 이 단어들은 미국 수능에 해당하는 SAT에 단골로 나오는 고급 어휘들입니다. 이와 비슷한 라틴어 동물에서 기원한 형용사들은 다음번에 또 기회가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네, 오늘은 이렇게 간단한 라틴어 문장 만드는 법과, sum 동사와 3단 동사의 변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목적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목적어가 포함된 간단한 문장들을 만드는 법을 볼 거예요. 그럼 모두들 그때까지 Va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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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산책

Salvete! Vos noscere gaudeo!

Salvēte! Vos noscere gaudeo!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의 첫 번째 라틴어 산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산책이고 하니,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에 필요한 문장들을 배워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살펴볼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오늘 배운 단어들을 어원으로 삼는 영어 단어들 또한 소개해드릴게요.

 

오늘의 표현

 

어느 나라 말을 배워도, 처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사하고 자기소개겠죠? 물론 이 인사를 알아듣고 화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먼저 인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Salve! 

 

만약 인사를 받는 상대방이 여럿인 경우에는 뒤에 -te만 붙이면 됩니다.
 

Salvete!

 

인사를 한 다음에는 자기 이름을 소개해야겠죠?

 

Ioannes vocor.

 

Ioannes는 제 이름 John의 라틴어로 바꾼 것이고요, 여기서 vocor는 ~라고 불리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나는 요아네스라고 불려"이고, 조금 더 정중하고 올바른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Nomen mihi est Ioannes.

 

Nomen은 이름, mihi는 for me, 나를 위한 이란 뜻입니다. est는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며, 마지막으로 이름이 붙습니다. 번역하면, "나를 위한 이름은 요아네스 야"라는 아주 이상한 문장이 되지만, 실제로 라틴어에서는 이게 더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하네요.

 

이번에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법을 배워볼까요? 저는 학생입니다 를 한 번 배워볼게요.

 

Discipulus sum. 혹은 Discipula sum. 

 

만약 남성분이 시라면 discipulus, 여성분이 시라면 discipula라고 하면 돼요. 둘 다 각각 학생을 의미하는 라틴어입니다. sum은 여기서 be 동사에 해당하고요. 왜 앞에서 be 동사는 est였는데 지금은 sum이었냐고요? 그건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인사도 하고 자기 이름도 말했으면, 이제 "만나서 반가워"하고 이야기해야겠죠? 그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Te noscere gaudeo!

 

반면 상대가 여럿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Vos noscere gaudeo!

 

뜻은 Te/Vos은 당신 혹은 당신들을, noscere는 알게 되다, 알게 되는 것. 마지막으로 gaudeo는 나를 기쁘게 하다. 당신을 알게 되어서 나는 기쁘다. 그러므로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번에는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보는 법을 배워볼까요?

 

Quod nomen tibi est?

 

nomen은 내 이름을 소개할 때, 이름이라고 얘기했었죠? Quod는 which 혹은 who 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mihi가 나를 위한 이었던 것처럼, tibi는 for you, 너를 위한 이란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est는 be동사에 해당하죠. 즉, "너를 위한 이름은 무엇이야?"가 바로 네 이름은 뭐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역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조금 이상하지만, 이 표현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작별할 때의 인사는 무엇일까요?

 

Vale!

 

Salvē와 마찬가지로, 여럿에게 건네는 작별에는 -te만 붙이면 됩니다.

 

Valete!

 

마지막으로 그러면 오늘 배운 표현들을 다 복습해볼까요?

 

Salve!/Salvete!                             안녕하세요(단수/복수)

Ioannes vocor.                             요아네스라고 합니다.

Nomen mihi est Ioannes.            제 이름은 요아네스입니다.

Discipulus/Discipula sum.          저는 학생입니다.(남/녀)

Quod nomen tibi est?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Te/Vos noscere gaudeo!              만나서 반갑습니다.

Vale!/Valete!                                다음에 봐요(단수/복수)

 

그럼 이 표현들을 어떻게 발음할까요? 일단 그러기에 앞서 라틴어 문자에는 무엇이 있나 알아야겠죠? 다음과 같습니다.

 

Aa      Bb      Cc      Dd      Ee      Ff      Gg      Hh      Ii      Kk      Ll      Mm

Nn      Oo      Pp      Qq      Rr      Ss      Tt      Vu      Xx      Yy      Zz

 

보시다시피 지금 알파벳의 J와 U, W를 제외한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J는 훨씬 이후에 만들어진 글자였거든요. V를 자세히 보면 그 소문자로 u가 적혀있는데, 오타가 아니에요. 당시에는 V가 U와 W의 역할을 같이해서, 둘의 구분이 없었거든요.

 

티투스의 개선문. 가장 윗 두 줄은 주로 SPQR로 줄여 쓰이는데, 이는 로마 공화정을 상징한다.
보다시피 V가 많은데, 이를 U로 읽어야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자는 지금 영어 글자와 발음이 같은데, 몇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Cc의 경우는 영어단어 cat, candle, coke 등 ㅋ로 발음합니다. Cinema의 c처럼 ㅆ로 발음해주는 일은 없어요.

Gg 또한 영어단어 gift, goal, gain 등 ㄱ로 발음합니다. Giraffe나 Germany의 g처럼 ㅈ로 발음하진 않아요.

Ii의 경우는 뒤에 모음이 따라오면 y처럼,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i로 발음합니다.

Rr 같은 경우는 마치 개가 으르렁하듯 혀를 떨어주어야 하는데, 이게 익숙해지는 데는 조금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으르르 으르르 하면서 연습해보세요.

Ss도 영어의 sandle, sun등 ㅅ으로 발음합니다. rose 처럼 ㅈ로 발음하는 일은 없습니다.

Tt도 time, tune의 ㅌ으로 발음하지, ratio, vacation 처럼 ㅅ로 발음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Vu의 경우 뒤에 자음이 오느냐 모음이 오느냐에 따라 w처럼 읽기도 하고 u처럼 읽기도 합니다. 조금 더 정확한 발음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지난번에 말씀해드렸듯, 작대기가 딸린 모음과 일반 모음을 이 포스팅에서는 구분치 않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하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wtgvwJljto&t=102s

 

오늘의 표현들을 발음으로 써보면 다음과 같아요.

 

Salve!/Salvete!                             살웨/살웨테

Ioannes vocor.                             요아네스 워코르.

Nomen mihi est Ioannes.            노멘 미히 에스트 요아네스.

Discipulus/Discipula sum.          디스키풀루스/디스키풀라 숨.

Quod nomen tibi est?                   퀃 노멘 티비 에스트?

Te/Vos noscere gaudeo!              테/워스 노스케레 가우데오.

Vale!/Valete!                                왈레/왈레테

 

단어의 숲

 

마지막으로 영어 단어들 중 오늘 배운 어휘를 뿌리로 삼는 단어들을 몇 개 소개해볼게요.

 

Salve 가 인사말인걸 보면 , salv- 로 시작하는 많은 영어 단어들이 평안, 안녕 등의 의미를 담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대표적으로 salvation (구원), salve (연고), salvage(인양)등이 있죠.

 

불리다 vocor의 경우도 부르다 voco에서 파생된 말인데, 역시 이에서 기원한 영어 단어들이 많죠. vocabulary(어휘), convocate(소집하다), vocation 같은 말은 부름 받음, 즉 천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요.

 

이름인 nomen 은 화학을 하는 분들이라면 분자식의 이름을 정하는 방법으로 Nomenclature라는 단어를 보셨을 거예요. 작명법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noun(명사)도 이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해요.

 

Discipulus/Discipula는 딱 보면 disciple(제자/사도)와 discipline(규율/훈육)의 어원이 어디서 근거했는지 알 수 있죠?

 

알게 되다 noscere. 이걸 보면 영어 단어들 중 알다, 깨우치다의 의미를 담은 많은 단어들이 no-라는 어근을 공유하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란 걸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notion(생각), notice(알아차리다), ignorant(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notorious 같은 경우도 원래 의미는 '잘 알려진'인데, 지금은 나쁜 의미로 잘 알려진, 즉 악명 높은 이란 의미를 갖게 되었죠.

 

마지막으로 작별인사인 vale는 valere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는데 이는 강하다는 뜻입니다. 마치 작별이 건강해야 돼 하는 느낌 같죠? 여기서도 참 많은 단어가 파생됩니다. value(가치)라는 단어도, 더불어 evaluation(평가)도 이와 뿌리가 같으며, equivalent는 같은(equal)과 강한이 합쳐져 동등한 이라는 의미를, ambivalent는 양쪽/둘(ambi-)과 가치가 합쳐져, 양면가치의 라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자 오늘의 라틴어 산책 즐거우셨나요? 다음엔 왜 be동사가 어쩔 땐 est이고, 어쩔 땐 sum 인지. 왜 학생은 남성이냐 여성이냐 따라 다른지. 라틴어의 복잡한 문법 체계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소개해드릴게요. 그럼 모두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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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산책

Cur Linguam Latinam?

        간혹 영어로 적힌 글들을 읽다 보면, 같은 알파벳이지만 생소한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의 Carpe Diem. 현상 유지를 의미하는 Status Quo.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의미하는 Homo Sapiens. 모 대학교의 로고에 조그마하게 박힌 Veritas Lux Mea도 있군요.

 

        교과서를 살펴보면 이런 생소한 말들이 더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를 의미하는 e.g. 는 exempli gratia의 줄임말이며, "다시 말하면"을 의미하는 i.e. 는 id est의 약자입니다. "잘 알아두어라"를 의미하는 n.b. 도 "기타 등등"을 의미하는 etc. 도 모두 nota bene와 et cetera의 줄임말입니다. 이런 말들은 어떤 언어이며, 어쩌다 영어에 이렇게 깊게 뿌리 박혀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영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요?

 

콜로세움에서 발견된 라틴어 비석. 지금 널리 사용되는 알파벳은
사실 영어 문자 체계가 아니라 라틴어 문자 체계, 즉 로마자다.

   

        이 언어의 정체는 바로 라틴어. 이제는 역사의 발자취로 사라진 고대 로마의 모국어입니다. 안타깝게도 라틴어를 공식적인 국어로 삼는 국가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바티칸 시국에서는 중요한 가톨릭 의례에서 여전히 라틴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다른 나라의 일상어처럼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금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젠 사용하는 나라도 없는 언어를 왜 배워야 하나요?

 

        어리석게도 저는 이 질문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을 붙잡고, 덜컥 라틴어 공부를 시작해버렸습니다. 예전에 Sogno di volare라는 곡을 접하고 가사가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이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열망이 막연하게 생겨났습니다. 마침 그 가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글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접하고, '르네상스 시대라면 라틴어겠지, 다빈치도 라틴어를 했었다잖아'라는 매우 빈약하고 어설픈 역사관으로 라틴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곡이 이탈리아어였음을 알게 된 것은 라틴어 공부를 시작하고 3일이 지났을 무렵. 하지만 라틴어 교재도 구매한 뒤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라면 로마의 직계 후손과 같은 존재니까 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가슴 속에 품은 채로요.

 

        물론 저처럼 충동적으로 언어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적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바보가 세상에 여럿이 있으면 큰 일 날거에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언제 꽃을 틔울지 모르는 나무를 키우는 것 같아 오랜 시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풋에 비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아웃풋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나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처럼 큰 시장을 가진 언어도 아닌, 사어가 되어버린 라틴어는 노력 대비 결과가 영 시원치 않아 보입니다.

 

        사실 누구나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스피킹을 더듬는 분들이라면, 조금 더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스피킹에 문제가 없으신 이들은, 이젠 작문도 독해도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감이 붙더라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해서 피어납니다. 왠지 지금 자신의 수준보다 더 높은 경지가 있는 것 같고, 그 경지로 온 몸을 부딪쳐보고 싶은 마음은 아마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친구부터, 미국에서 평생을 지낸 사람들까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밟고 계시다면, 언젠가 부딪쳐야 할 관문은 라틴어라고 저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원어민 수준으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몇 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탄합니다.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어. 신문이나 뉴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러면 저는 조언합니다. 저는 그러면 한국어를 넘어서 한자를 공부해야 할 때라고. 영어, 더 나아가서 서구 언어에 라틴어의 위치가 그렇습니다.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언젠가는 라틴어를 배워야한다는 것이, 라틴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입니다.

 

        언어를 논하는데 문화를 배제할 수 없겠지요. 특히나 문화교류가 활발한 국가들일수록, 언어도 서로를 닮아갑니다. 중국과 오랜 시간 영향을 주고받은 한국과 일본도, 한자는 더 이상 필수 불가분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한자가 불편하다, 외울 것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문화라는 것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오늘부터 이전 문화로부터 독립이야! 이제 한자는 폐지하고 순우리말만 쓸 거야!"라고 할 수 없듯, 문화는 연속체이며 언어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라틴어 역시 이제는 2000여 년의 시간 동안 변화를 축적해 각기 다른 언어로 변모했지만,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 등 다양한 서구 언어들이 여전히 눈에 띄게 공통점이 많은 이유는, 결국 이 언어를 쓰는 국가들이 로마 문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라틴어를 알아두면 유럽의 다양한 언어들을 배우는데 용이합니다.

 

카이사르의 마지막 단말마, "Et tu, Brute?"
여기서 Brutus가 아니라 Brute인 이유는 문장 안에서 호칭으로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라틴어를 배워야 되는 이유는, 라틴어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구하고 찬란했던 역사를 품었던 로마제국은 동과 서로 분열되었고, 서로마는 게르만족의 손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으며, 동로마, 이른바 비잔티움은 오스만 제국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 비잔티움 몰락 당시에는 라틴어를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대 라틴어는, 서로마제국의 몰락 이후에 평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로망스어로 분화되었으나, 여전히 가톨릭 문화에는 라틴어의 입지가 굳건했었습니다. 중세시대가 끝나고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면서, 인문학과 인본주의로 회귀하는 문화가 전 유럽에 퍼졌습니다. 이 때 라틴어는 다시 한번 크게 각광을 받았으며, 그렇게 명맥을 이어 내려오며 발전된 라틴어는 이제는 수학, 과학, 신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 전반에 걸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미적분을 소개하는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 역시 라틴어로 적혔으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의 기원이 되는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 원리(Principle of Philosophy)또한 마찬가집니다. 생물 분류법을 창시한 칼 폰 린네는 라틴어를 사용해 분류했고, 지금까지도 생물 분류법에 사용되는 역, 계, 문, 강, 목, 과, 속, 종은 대개 라틴어를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 해부학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명칭들도 라틴어에서 기반했고, 법조계에서도 라틴어로 된 표현들은 여전히 즐비합니다. 이렇게 라틴어는 수천년이 지난 지금, 우리 문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라틴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충분했나요? 그래 라틴어가 참 흥미가 가는 언어야, 근데 영 배울 자신은 안나. 굳이 배워야 할까?라는 의문이 드시나요? 부담 갖지 마세요. 저 역시 이제 겨우 라틴어를 배우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배우면서,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복습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저는 지금까지 배운 걸 포스팅으로 정리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선 제 복습을 보시면서 공부하시고, 저는 여러분들께 더 정확한 설명을 드리고자 복습하는, 그런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이만하면 개관으로 충분할 것 같군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여러분에게 건네는 라틴어로의 초대장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상의 한계다." -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5.6번 명제

 

p.s. 앞으로 포스팅에서 라틴어 단어/문장은 Latin 글씨체로 표기합니다.

p.s.2 라틴어에선 모음 글자 위에 작은 막대기를 달아 (e.g. ā, ē, ī, ō, ū)로 종종 액센트 표기를 합니다. 이에 대한 일관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액센트 표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