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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편지

부모님께

얼마 만에 엄마와 아빠께 쓰는 편지인지 모르겠네요. 어떤 책을 읽었어요. 감성적인 에세이였어요. 자신의 집에 있는 책장 속 책을 보고 아빠가 읽던 책이 자기계발서로 채워진 것을 깨달은 저자는 어느 날 한켠에서 아빠가 아주 젊었을 때 읽던 소설과 에세이 책을 발견해요. 그리고 아빠도 그런 종류의 책만 읽었던 때가 있었음을, 깨닫죠. 아빠가 되면서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읽는 책의 종류가 자기계발서로 바뀌어갔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 글을 읽으면서 엄마와 아빠가 떠올랐어요. 유난히 다른 집보다 책이 많은 우리 집이 생각났고, 거기에 꽂혀있던 책들이 떠올랐어요. 아빠의 자기계발서, 경제 책, 엄마의 국어책, 딸 키우는 법에 관한 책. 책장 앞에서 수많은 책들의 이름들을 읽는 것이 취미이기도 했던 저에게 그 책들이 눈앞에 하나둘씩 지나갔어요. 그리고 그 책을 서점에서 집으로 데리고 올 때 그때의 엄마 아빠를 떠올려봤어요. 엄마 아빠도 엄마 아빠가 처음이니까 우리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많이 고민하셨을 거고 우리에게 좋은 것 많이 먹이고 많이 입히고 싶었을 그 마음에 자신의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을 그 모습. 그 과거가 고스란히 남은 책장이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어떤 책일까, 하나하나 만져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빠 엄마가 그리워졌어요. 두 분이 서로 처음 만났을 때, 결혼을 결정하셨을 때, 우리를 낳았을 때, 우리를 키울 때 그때 엄마 아빠의 시선이 궁금해요. 그리고 그 시간 모두 가슴 속에 따뜻하게 넣고 간직하고 싶어요. 아참, 이 생각을 하게 해 준 그 책에는 이런 문장도 나와요.

“나는 아빠의 청춘을 훔치며 자랐다. …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빠의 청춘과 맞바꾼 내가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달의 조각> 하현

저는 이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하고 싶어요.

“나는 부모님의 청춘을 훔치며 자랐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부모님의 청춘과 맞바꾼 내가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삼남매가 태어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수없이 포기했을 아빠 엄마 감사합니다. 아직 부모님의 마음이 어떤 건지 완전하게 모르지만 그래도 무슨 느낌인지 조금은 알겠어요. 음, 아기 돌보는 알바를 하면서 우리를 키웠을 엄마 아빠를 상상해 봤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면 행복한 일,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찾아낼게요. 찾아서 행복한 사람이 될게요. 아빠 엄마도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곧 얼굴 봅시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