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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의 감성에세이

마음의 눈물

두 눈에서 흐르는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이 아닌. 

 

남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살짝 고이게 되는 그런 추억 담긴 마음의 눈물.

 

살면서 마음에 눈물이 나게 하는 아련한 요소들이 있다

 

나에게는 크게 두 가지.

 

눈 내리는 깜깜한 저녁 처마 아래

따뜻한 불빛을 흘러보내는 은은한 노란 전구와

 

옛날 그 언젠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깊게 빠져들게 된 감미로운 OST들

 

그 겨울 밤하늘에 총총히 뜬 별들을 바라보며 시덥잖은 소원을 빈 뒤

손을 잡고 동네를 걸으면

집집마다 장식된 노란 전구들이 눈에 띄었고.

전구의 은은한 불빛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맞잡은 두 손 만큼이나 따뜻히 내 몸을 녹여주었다. 

 

입소문이 난 영화를 함께 보고난 뒤

귀속에 맴도는 음악과 잔잔한 여운을 새겨둔채 

소파에서 세시간이 넘도록 스토리에 대해 열띈 토론을 하며

입씨름 하는 순간은 나에게 성장을 주었다.

 

이처럼 일렁이는 인생의 순간들

 

이 순간들을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자각'하게 된 뒤로는

시간이 몇달이건, 몇년이건 흘러가도

비슷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어김없이 내 마음속에서 마음의 눈물이 다시 새어나온다.

 

그리움과 사랑. 때론 미안함과 아쉬움이

복잡하게 뭉쳐져 응어리진 마음의 눈물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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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雜

까마귀 엄마

 

까마귀 엄마

 

“응애”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어디서 들리는 걸까?

 

“응애”

 

대답이라도 하듯이 다시 들려오는 울음소리. 고개를 갸웃거리며 찾아가 본다.

 

-폴짝폴짝...푸드덕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잘 짜여진 대바구니가 놓여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하얗고 보드라운 천에 갓난아기가 싸여 있었다. 늙은 까마귀는 바구니의 손잡이 위에 앉아 가만히 아기를 들여다보았다. 아기의 새파란 하늘빛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까마귀를 향해 웃었다.

 

아기의 그 새파란 눈을 가만히 마주보던 까마귀는 훌쩍 날아가더니 어디선가 새알을 하나 가져와 아기의 입 안에 흘려 넣었다. 아주 조금씩, 혹시나 아기가 먹다가 체할까 조심스레 흘려 넣었다. 그렇게 한 알, 두 알, 마지막 세 번째 알을 가져왔을 때 아기는 까마귀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것인지 안다는 양 달라는 듯이 내밀어진 그 작은 손에 까마귀는 구멍을 뚫은 세번째 알을 쥐어주었다.

 

그 이후 까마귀는 자신이 보모라도 된 양 아기를 돌보았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까마귀는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기가 자라 옹알이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까마귀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기가 더 이상 옹알이가 아닌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까마귀도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 *

 

“저쪽이다 잡아!”

 

남자가 가리키는 곳에는 하얀 천이 나풀거리며 잔디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하얀 천을 뒤집어 쓴 까마귀가 도망치고 있었다.

 

“이놈의 까마귀가 어디 감히 여사제님의 옷을 훔치는 거냐!”

 

“거기 서라. 옷 도둑놈아!”

 

- 퍼억!

 

입에 물고 있던 옷이 나부끼다 눈앞을 가리자 까마귀는 결국 나무에 부딪쳐 나뒹굴었다. 그런 까마귀를 둘러싸는 사람들, 손에 뜰채를 든 사람도 보이고 몽둥이를 든 사람도 있었다.

 

“좋았어! 어디 맛 좀 봐라!”

 

“저놈 봐. 저 와중에도 입에 문 옷은 안 놓는데?!”

 

“그래봐야 독 안에 든 쥐야! 날지도 못하는 것 같잖아?!”

 

몽둥이가 막 까마귀를 내려치려는 찰나! 갑자기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둬! 우리 엄마한테 뭐하는 짓이야!”

 

주변 덤불에서 갑자기 달려 나와 몽둥이를 휘두르던 남자에게 달려든 건 작은 소녀였다.

 

“이 꼬마가 뭐라고 하는 거야! 저 까마귀가 네 엄마라고?”

 

소녀에게 밀쳐진 남자는 소녀를 밀어냈다. 소녀는 까마귀 앞을 막아섰다. 마치 까마귀를 지키겠다는 듯이 말이다.

 

“까마귀보고 엄마라니. 실성한 거 아냐?”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근처 마을에 사는 아이인가?”

 

갑자기 나타난 소녀와 소녀가 한 말에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한 여인이 다가왔다. 새하얀 사제복에 하얀 피부, 밝은 금발의 기품이 느껴지는 온화한 표정의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소녀와 까마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마치 소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궁금하다는 눈이었다.

 

소녀의 등 뒤에서 사람들을 주시하며 움츠린 까마귀.

그런 까마귀를 지키겠다는 듯이 가로막고 있는 소녀.

그리고 신중한 눈빛으로 까마귀와 소녀를 살피는 여인.

 

“아이야, 그 까마귀가 어찌 너의 엄마란 것이지? 너는 인간이고 네 뒤에 있는 것은 까마귀인데. 까마귀가 인간인 너를 낳았다는 거니?”

 

“날 낳은 게 누구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날 키워준 건 내 뒤에 있는 엄마라고요!”

 

소녀의 대답에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녀의 말대로라면 저 까마귀가 소녀를 돌봐주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저 늙은 까마귀가 어린 소녀를 키웠다는 말은 그리 쉽게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엄마라고? 까마귀가 아니라?”

 

“그래요! 엄마에요! 엄마. 그렇지? 엄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거야?!”

 

소녀의 말에 까마귀는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여인의 눈에는 어쩐지 곤란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결국 참다못한 소녀가 까마귀를 돌아보고는 재차 불러댔다.

 

“엄마. 왜 아무 말도 안 해! 뭐라고 말 좀 해봐!”

 

그 모습에 여인은 까마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었다.

 

“혹시 이 아이가 곤란할까봐 그러는 건가요?”

 

그런 여인의 모습에 까마귀는 주저하듯이 고개를 주춤거렸다. 여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었다. 여인의 근처에서 보다 못한 사람들이 뜰채를 휘두르며 나서려고 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까마귀의 부리가 움직이고 그 부리에서 나온 건 '까악'거리는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허스키하고 거칠지만 분명 사람의 말이었다.

 

“그야 곤란하니까. 난 당신들의 옷을 훔쳤고, 난 까마귀이니까. 당신들은 이 아이를 나에게서 떼어놓을지도 모르니까.”

 

아이를 떼어놓을지도 모른다니. 이건 정말 엄마가 아이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무슨 소리야. 이 사람들이 엄마와 나를 왜 떼어놔! 그리고 이 옷 아직 입을 만한데 옷은 왜 훔쳤어? 나중에 낡은 옷 내놓을 때 하나 가져오면 된다니까! 왜 그랬어?”

 

울먹거리는 소녀의 말에 까마귀가 한 대답은 사람들의 손에 들린 뜰채와 몽둥이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오늘이 너를 만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니까. 깨끗하고 좋은걸 주고 싶었어.”

 

까마귀는 소녀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서 신전에서 빨아 널어놓은 옷 중에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가져가려 했는데. 그 옷이 하필 여사제의 사제복이라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 것이다.

 

‘정말로 저 까마귀가 이 아이의 엄마구나. 신이시여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군요.’

 

“저 옷은 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사제복이니까요. 하지만 깨끗하고 좋은 옷이라면 다른 것도 있어요. 그러니 나와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여인의 말에 아이는 까마귀를 품에 안은 채 여전히 경계하며 두리번거렸다. 까마귀는 여인에게 정말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우릴 해치지 않을 거야? 이 아이를 뺏어가지 않을 거야?”

 

“네. 약속하죠. 당신들을 해치지도 떼어놓지도 않겠습니다.”

 

* * *

 

여사제를 따라 신전의 복도를 걷던 소녀는 열려진 문 앞에 멈춰 섰다. 소녀가 멈춘 곳은 신전의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는 어머 어마한 양의 책들이 있었고 소녀와 까마귀는 처음 보는 책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책장 사이를 누비며 책을 뺐다 넣었다하며 구경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여사제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까마귀는 소녀에게 글을 가르친 적이 없다고 하였고 소녀도 글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소녀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글자를 배우지도 않았는데 쓰기도 하고 읽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에 여사제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수도의 대신전에 까마귀와 소녀의 일을 보고했다.

 

얼마 후 대신전에서 보낸 사제와 마법사 길드에서 보낸 마스터들이 신전을 방문했다. 그들은 까마귀와 소녀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아마도 이것이 누군가의 마법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었다. 그 마법이 신성마법인지 마법사의 마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녀에게 걸린 마법이 소녀를 발견한 까마귀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까마귀는 소녀와 함께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날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과 소녀는 마법으로 인해 굳이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고 익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갓난아기에게 이런 마법을 걸어 숲속에 버려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소녀와 까마귀는 서로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 늙은 까마귀가 정말로 소녀의 어미가 되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사제의 배려로 신전에서 지내게 된 소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사제가 되길 원했다. 그날 까마귀가 여사제의 옷을 훔친 것이 마치 미래에 대한 예언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여사제는 소녀가 사제가 되는 것을 허락했다.

 

소녀가 20살이 되어 여인이 되던 날 성인식과 함께 정식 사제가 되었다. 소녀의 사제명은 ‘도노두아’ 이곳의 말로는 ‘축복받은 아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여사제는 까마귀에게도 이름을 주었다. ‘카르두아’ ‘축복받은 까마귀’ 라고 말이다.

 

* * *

 

“엄마. 저 다녀올게요.”

 

카르두아를 향해 웃는 소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새하얀 정식 사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여인이었다. 카르두아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그 눈은 그때처럼 새파란 하늘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보고 싶을 거야.”

 

보고 싶을 거라는 말에 도노두아는 환하게 웃으며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도노두아는 내심 아쉬웠다. 같이 갈수 있다면 좋을 텐데. 대신전에서는 까마귀를 들일 수 없다하여 도노두아만 가게 된 것이다.

 

“응. 나도.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올게요. 사제 신고만 하고 바로 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도노두아는 카르두아를 안고 있는 여사제에게도 인사를 건네었다.

 

“다녀올게요. 스승님.”

 

마차에 올라탄 도노두아는 신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카르두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르두아 역시 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도노두아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마치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듯이.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듯이.

 

* * *

 

도노두아가 정식 여사제 신고를 위해 수도의 대신전으로 간지 며칠쯤 되었을까. 여사제는 창가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카르두아를 보았다.

 

“카르두아? 뭐하는 거야?”

 

“나는 법을 떠올리고 있어.”

 

그 말에 여사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날수 있어? 당신 못 날잖아?”

 

“날수 있게 될 거야.”

 

최근 들어 신전의 수도사들이 요즘 들어 창가에서 날갯짓을 하는 카르두아를 자주 보았다고 했다. 그게 나는 연습을 하는 거였을까? 도노두아를 보러가기 위해서? 여사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재차 물었다.

 

“날수 있게 되면 어딜 가려고?”

 

“보러 갈 거야. 내 아이.”

 

“기다리면 올 텐데?”

 

“안 돼. 늦어.”

 

점점 더 알 수 없었다. 늦다니? 무슨 뜻일까? 그러고 보니 수련사들이 최근 들어 카르두아가 가끔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도 하였다. 여사제는 정말 불안했다. 카르두아가 날게 되면 그대로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을까봐. 도노두아가 슬퍼하게 될까봐.

 

* * *

 

“스승님. 저 왔어요. 다녀왔어요.”

 

신전 도서관의 문이 열리며 도노두아가 뛰어 들어왔다. 여사제는 읽고 있던 책을 제자리에 꽂아두고는 어딘가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도노두아를 반겨주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스승님도요.”

 

도노두아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사제를 그런 그녀를 보며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스승님. 그런데 엄마는요? 아까부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어디 계신 거예요?”

 

여사제는 살포시 한숨을 쉬며 슬픈 표정으로 도노두아를 바라보았다.

 

“도노두아. 카르두아는 돌아갔어요.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여사제의 말에 도노두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무슨...말씀이세요? 엄마가 돌아가다니요? 어디로요? 어디로 가셨는데요?”

 

새파란 하늘빛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하얀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여사제는 마음이 아팠다. 갓난아기 때부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을 모녀를 이렇게 헤어지게 한 게 마치 자신의 잘못 같았다. 대신전에 한번이라도 더 부탁해 볼 것을...카르두아를 새장에 넣어서라도 같이 보낼 것을...괜스레 자신의 잘못 같았다.

 

“도노두아. 어제 카르두아는 숲속을 향해서 날아갔어요. 혹시나 해서 방문도 창문도 덧문까지 다 닫아두었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자신의 몸집만한 석상으로 덧문까지 부셔버리고는 날아갔어요. 미안해요. 도노두아. 미안해요.”

 

도노두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잊은 채 숲속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오늘이 도노두아의 20번째 생일인데. 자신의 생일날 항상 옆에 있어주던 엄마가 더 이상 자신의 곁에 없는 것이다.

 

도노두아는 그 자리에서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잊은 채 날아가 버린 엄마를 원망하며 그리워하며 한참을 울었다. 문득 신전 앞마당이 소란스러워졌다. 뒤이어 한 수련사가 도서관으로 황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여사제님. 도노두아. 카르두아가 돌아왔어요! 지금 앞마당에...”

 

수련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노두아는 이미 일어서서 앞마당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한 엄마가 돌아온 것이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안 올 줄 알았는데. 너무나 보고 싶었던 엄마가 돌아온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최고이자 가장 사랑하는 엄마였다.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신전 앞마당. 그곳에 카르두아가 있었다.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으로 부리에는 커다란 대바구니를 물고는 그렇게 지쳐 쓰러져 있었다. 도노두아는 카르두아를 품안에 안아들었다. 도노두아의 품에서 카르두아는 아끼고 아껴두었던 마지막 말을 꺼냈다.

 

“사랑하는 내 아이. 네가 먹어 버린 게 내 마지막 알이었지만 괜찮아. 네가 내 아이니까. 내 사랑하는 아이. 20번째 생일 축하해.”

 

늙은 까마귀 카르두아는 그 말을 끝으로 사랑하는 아이의 품안에서 마지막 숨을 쉬었다. 카르두아가 가져온 대바구니에는 20송이의 새하얀 장미가 담겨있었다. 20송이 순백의 장미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채 찬란한 햇빛 아래 너무나 아름답고 향기롭게 빛나고 있었다. 카르두아를 안은 도노두아의 새파란 하늘빛 눈에서는 눈물이 반짝이며 흘러내렸다. 마치 아름다운 보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