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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雜

기다림

기다림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에 안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딸~ 보연이 아줌마가 맛있는 거 사준댄다. 같이 밥 먹게 이리로 와.”

 

이전에 살던 집에서 위층에 살며 친하게 지내던 아주머니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고, 엄마가 알려준 장소는 이사를 오기 전에 살던 동네의 한 버스 정류장이었다.

 

“혼자 올 수 있지? 옷 따뜻하게 입고, 조금 있다가 봐.”

 

“네.”

 

그렇게 대답을 하고 두꺼운 잠바를 챙겨 입고 아파트를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가장 먼저 온 버스를 타고 빈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여러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익숙한 동네의 모습이 나오고 나는 당연히 여기서 엄마가 있는 장소로 버스가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상각과 달리, 버스는 다른 길로 지나쳐 다음 동네로 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버려서 차창 밖을 보다가 아저씨를 보다가, 그렇게 머뭇거리다 빨간 버튼을 누르고 내렸다. 이미 엄마가 기다리는 동네를 한참 지나쳐버린 버스에서 내려 근처에 보이는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엄마에게 휴대폰이 없었기에 엄마가 일하시는 직장으로 전화를 했고, 주인아주머니가 받으셨다.

 

“아줌마, 저희 엄마 지금 거기 있어요?”

 

“아니. 이미 퇴근했는데.”

 

그때의 내가 울고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엄마가 어디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그리로 안 가더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아고~ 그 버스 거기 안가지. 거기 가려면 좌석버스 98번 타야지.”

 

마침 그때 98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오는 게 보였다. 난 급히 전화를 끊었다.

 

“지금 버스와요. 98번, 끊을게요.”

 

대답도 듣지 않고 수화기를 걸어두고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내리는 문 바로 앞의 빈자리에 앉아서 다시 차창 밖을 내다보며 안도했다. 이 버스는 이제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갈 거라고, 곧 엄마와 아줌마를 만나서 맛있는 걸 먹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98번은 엄마와 시내를 갈 때에 타던 버스였고, 익숙한 거리의 모습이 계속해서 차창 밖으로 지나쳐갔다. 하지만 버스는 다시 되돌아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동네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멀어지며 시내로 달렸고, 나는 조그만 더 가면 되겠지,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야, 그런 생각으로 초조하게 앉아있었다.

 

차창을 내다보며, 운전기사 아저씨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마침내 시내에 도착한 버스가 백화점 앞의 기점을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할 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서 나온지 거의 3시간이 넘어서야 엄마가 기다리는 정류장의 맞은편에 내릴 수 있었다.

 

건널목 앞에 서고, 버스가 지나간 뒤 신호가 바뀌었다. 추운 한겨울의 해가 저무는 어슴푸레한 날에, 건널목 건너편에 엄마가 보였다. 발을 동동 구르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엄마를 부르며 뛰어갔다.

 

“엄마-!”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제야 오냐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기다리다가 너무 안와서 아줌마는 그냥 가버렸다고 하셨다. 나는 그제야 버스를 잘못타서 바꿔 탔는데 시내까지 갔다가 다시 오더라는 말을 했다.

 

“건너서 타야지.”

 

“그치만, 엄마하고 탈 때는 안 건넜잖아.”

 

“그때는 기점에서 타서 그런 거고, 오늘은 건너서 탔어야지.”

 

혼자서는 처음 탔던 버스였기에 되돌아올 때는 건너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다. 괜히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다물고 볼을 퉁퉁- 불렸다. 엄마는 그래도 무사히 와서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웃으셨던 것 같다. 결국 맛있는 저녁은 보지도 못하고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끝이 찡- 하다. 버스 안에서 내가 마음 졸인 만큼, 기다기고 있던 엄마도 얼마나 맘을 졸이셨을까 싶어서, 그러다 어린 애 혼자 버스를 탔는데 기점을 돌 때까지 내리지를 않았으니, 버스 기사 아저씨는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을까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길가다 모르면 바로 물어보게 된 것이,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든, 아저씨에게 물어보든, 편의점이나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든, 혹은 버스를 타며 기사아저씨께 물어보든, 길을 모르겠다 싶으면 일단 물어보는 것이다.

 

또 그렇게 헤매면 안 되니까, 어디를 어떻게 가든 집에는 돌아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