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어보기

잔상

 

행복은 무엇일까

자기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

조용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은은히 빛나면서도

언제 꺼질지 모르는

그런 불안함일까

 

타인에게 기대는 한편

주변에 좌우되는 

행복이라면

자신을 주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씩 내려놓고 벗어나는 법

 

살아가며 자라며 

그 방법을 익혀야 한다

본래 아무것도 없이

일차원적 환락과 값싼 입맛에

익숙해지도록 명멸하는 빛들이 있었지

이곳은 정신을 말살시킨다

 

태어나서부터 말살되어 있어

자기가 텅 빈 바보가 된 줄도

모르고 사는 삶을 지속하게끔 한다

원망하지 않는다

하잘것 없는 감정으로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기에

 

벗어난 사람들만이 안다

인생은 합리화와 양보의 연속

애초에 그럴 상황을 만들지 않는

편이 더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 교차해서는 안된다

섞이고 모일 수는 있지만

삶 하나가 다른 쪽을 침범해서는 

안된다 생은 모두의 것 

누군가 말했지 그러나 누구도

 

남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되고

자기를 맡겨서는 안되는 것을

그들도 알지 않았는가

딱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호로비츠의 피아노 

별이 하나 둘 울리는 것 같았다

 

두통이 몰려왔고

그런 와중 생업은 이어가야 했지

여자들은 힘겨웠다

하지만 그들의 일이다

땅거미가 지면 

부풀어오른 흰 뺨의 아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슬픈 광경이었다

세포 하나에 집착하는

생명을 완강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극도의 이기심

태어나지 않아도 되었을 

 

낙엽색 외투와

갈색 머플러가

흩날리는 가지처럼 흐트러졌고

새들은 새들은 솟구쳤다

겨울의 반이 사라져가며 

새 이파리를 기원하면

 

근본 없는 후손들의 

체면 치레가 곳곳에 불붙었다

술도 시간이 흐르면 발효되는데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썩는다

눈빛부터 악취를 풍긴다

목소리에 향기를 품은 나는 

 

가장 어두운 봄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고단한 나날도 하나둘 불이 꺼졌고

한데 엉킨 팔다리도 움직임을 멈췄다

무의미한 연극

암흑 속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글 이어보기

토성

 

웅성이는 암흑과

기어가는 모래 바람

증식하는 세포들이

번식을 거듭하며

앙상한 팔을 흔들어댄다

 

하늘의 빗금

어둠이 깔리고 

빛이 변하면 

그들의 시간이

찾아왔다

 

불길한 꿈, 환영받지 못하는 징조

내면으로의 잠식

그들의 정신이 실처럼

한 가닥 한 가닥 풀어헤쳐졌을 무렵

요동치던 소음이 문득, 멈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 사막의 끄트머리에서

모래 더미 속 파묻힌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어

아늑한 감옥이자 동굴

 

맴돌던 나무 지팡이의 머리가

사막의 어느 부분을 가르켰고

별 사이를 헤매던 방랑자는

퍼뜩 깨어나 시선을 들었다

분명한 마을이었다

 

어둠에 사로잡힌 자여

어둠이 되어버린 자여

떨구어내고 고개를 들어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 사이 빛이 있을 것이니

 

서재 안 가로막힌 책들이 

한 데 모여 피어오르는 

각자의 목소리가 

시선이 목을 옥죄고

귓 속을 가득 메우더라도

 

자신만의 감옥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세운 세상에

파묻혀 몰두했으므로

언뜻 비치는 뜻모를 암호 같은

행성의 의미에 집착하지 않았다

 

별은 괴이한 소음을 내뿜으며

오직 자신의 세계 속 

돌고 돌고 또 돌았다

그의 비호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가

팔을 뻗어 윤택해진 대지 위

 

생명이 증식했다

헤매는 의미와 헤아리는 생

헤어나올 수 없는 그들의

정신의 실타래가 

삶의 물레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