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마다 검은 어둠이 실처럼 엉겨 붙은,
시곗바늘 소리가 대포를 쏘아대는 방안에
나는 지금 누워 있다.
오래전 자려고 감았던 두 눈은
사냥감을 뒤쫓는 맹수의 눈처럼 커져버렸고
머릿속에서는 양들이 신나게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은
삐걱삐걱 열을 맞추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주인공이 된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
10년 전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밤은 점점 더 까맣게 타들어가고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방안 가득 눌어붙은 어둠 한편에
한줄기 희미한 그림자를 만든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미 한 마리가
그림자 위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저 녀석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거미의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꺼져버렸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머리 위로 밀려들어오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늘도 나의 온몸을 두들긴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