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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온다

바람이 스산하게분다

 

어느새 여름은 가고 가을이 찾아온다

 

온힘을다해 여름을 노래하던 매미들은 내년에 보자며

 

개미네 집으로 가버리고

 

나뭇잎들도 벌써부터 가을옷을 입을 채비를한다

 

봄이왔을때는 벌써여름인가싶건마는

 

이젠 바람이부니 가을인가 싶다

 

아... 가을이되면 여름내 고생하던 벼가 노랗게익어 황금들판이되고

 

사람들은 낭만을찾아 기차를타고, 혹은 자전거를타고 여행을떠나겠지

 

그리고 개미들은 겨우내 먹을양식을 모으고

 

그것을 겨우내 함께 지낼 매미와 나누겠지

 

또 추석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지내던 일가친척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음식과 정을 나누겠지

 

그리고 가을되면

 

서점과 출판사에서는 책을내느라고, 파느라고

 

숨돌릴틈없이 바삐뛰어다니겠지

 

아 여름이여 그대와 이제 이별해야겠구나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대는 계절의 열차를타고 떠나가겠지

 

내년에 보자면서

 

그리고 그대신 가을과 겨울이 계절의 열차를타고

 

우리에게로 오겠지

 

우리가 왔노라고 반갑다고

 

여름이여 잘가시게

 

올해도 수고많으셨네

 

내년에 다시 매미와함께 또 보세.

 

어서오시게 가을이여, 겨울이여

 

그대들을 환영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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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뒷모습

현관을 나서는 당신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철모르던 어린 아이 시절에는
함께 더 있지 못하고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쉬워

 

문을 나서는 당신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참 서럽게도 울었었다

 

그러면 당신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앞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면서도
내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연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인 당신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졌을 무렵에는

 

더 이상
당신의 멀어지는 뒷모습에
세상이 떠나가라 울지 않았다

 

당신은 그저
나가는 길목에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을 뿐이다

 

이제 내게
매일 아침 홀로 현관을 나서는 그 뒷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고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서로 나누는 말도
적어져만 갔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그 옛날이 무색할 만큼
많이도 달라져 있었다

 

그러다 언젠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나 또한
그동안의 당신처럼

 

매일 같은 목적지를 향해
매일 같은 시간에
현관을 나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이제는 피곤함과 하나가 되어버린 천근만근한 몸을
겨우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더 쉬고 싶은 마음에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않는
무거운 두 발을

 

현관 밖으로 겨우 내쫓고
만원 지하철에 두 발을 올려놓으면

 

훅 끼쳐오는 텁텁한 공기에
작게 한숨 짓는다

 

나는 떠올려본다

 

오랜 세월
단 한 번의 힘든 내색도 않고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일어났을 당신과

 

출근길의 길모퉁이에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힘찬 하루를 무수히 다짐했을 당신과

 

고단한 하루 끝에 겨우 마주앉은 저녁 식탁에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