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어보기

어떤 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입에서 귀로
목소리만이 전달 수단이었던 시절
떠도는 풍문만이 유일했던 날들

땅을 파헤치고
세력을 늘리고
군대를 세우고
지위를 나누고

군락과 성을 지키고 나누었다
철과 피가 늘 함께 하리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영광 있으리라
허상의 거미줄을 향해 그들은 용맹히 뛰어들었다

아무도 알지 못해 찾아오지 않는 동굴
그는 홀로 찾아왔다
단검 하나와 빛 뿐이었다
마녀는 그의 간곡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의미하다, 무의미하다
머릿속 공허함이 북채를 두드린다
허상을 파헤치고, 파헤치고,
개척하고 세우고 파괴하여

필사적으로, 살아가기를 갈망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견딜 수 없어
직시할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 무의미함을
파헤치고 파괴하자
세우고 무너뜨리고 가르고 분할하자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러나 마녀는 반문했다
그런 게 무슨 소용이죠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냥 살아가면 되잖아요

같은 공간
그들은 다른 세계에 있었다
이른 빛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우리는 같은 영역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파헤치고, 허물고, 파괴하고
죽이기만 해요
그리고 되살리겠죠
왜 무의미한 짓을 반복하죠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처럼
남자는 잿빛 성으로 돌아와
전처럼 전쟁을 벌이고 나누었다
철은 점점 쌓여갔고 재산은 불어났다

나는
세상을 가졌다
나는
세상이다

빼앗고 죽이고
나누고 가르고
세상의 이치를
올바르게 세웠다

만져지는 것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당신은
완전해질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우리와 하등 다르지 않다
당신은 무의미함이며
채워질 수 없다

팽창하려 들지 말라
내게, 우리에게 맞서지 말라
죽음이 수많은 손을 뻗었을 때
그는 맞섰으나 패배했다

누군가가 찾아왔다
당신을 안다
희미한 기억, 옅은 빛이 흘러내리던
잿빛 동굴 속 그 형상을

저는 당신이 기억하는 그 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죽었습니다
저는 계승자 입니다
검은 돌 같은 눈과 이끼 같은 목소리

휘장 안은 누구도 들여다 볼 수 없어서
그는 수세에 몰렸다
수 백 명의 군사보다

더 두려운 것
말은 화살과 방패가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오간다

전투를 치르러 온 게 아닙니다
마녀를 죽여라, 마녀를 죽여
검버섯과 주름살 투성이의 쪼그라든 노인이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죽음이 임박한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요
군사들이 달려왔을 때 숨이 끊겨졌다
무한한 암흑으로 쏜살같이 하락했다

이곳도 곧 불타리라
재 한 올조차
바람에 실려 흩어진다

저 견고한 성벽
무엇을 숨기기 위함인가?
무엇을 지키기 위함인가?

 

결국 종착지는 어디였는가?

그 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이 스쳐갔다

쇠는 녹슬고 무뎌졌고
벽은 허물렸으며
사람들은 떠났다

지나간 날의 영광을
드러내는 표적
비석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