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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나를 찾는 연습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그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은 과연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남들의 말대로 보이는 시선으로 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정말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사람들의 말대로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들이 말하는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면

그것대로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게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나를 포장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든 일이 있을 때, 혹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대처하는 능력에서부터 순발력,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즐겁고 행복할 땐 몰랐던 나의 본모습이

힘든일이 있을 때 불쑥 튀어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포장했던 나의 본모습이 답답해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씩 웃으며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같다.

 

'넌 원래 이런 사람이잖아.

왜 포장하면서 본모습을 숨기려고 해? 어울리지 않게.'

 

섬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신 내면 속에 어떤 모습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말하는 내 모습은 보여지는 모습일 뿐이다.

너무 그들의 말에 심취해서 나를 잃어버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

정말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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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나만의 개성을 살리자.

나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독보적인 사람을 굉장히 좋아한다.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람들의 특징은

솔직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절대 가식적이지 않으며 싫다와 좋다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기도 한 부분이다.

 

싫은 부분이 있어도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은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남들이 뭐라하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용기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독보적으로,

이기적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도 않는다.

캐릭터가 강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뿐이지,

절대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겸손할 줄 알며, 예의가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다.

 

잘난 사람들을 못난 사람들이 시기질투하는 것은

자신이 정말 못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안 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은

충족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탓을 하거나 그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기질투하지말고,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탐내지 말고 나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쪽을 선택하길 바란다.

 

모든 사람들이 생긴 것이 다르듯 성격 또한 다르고,

자신이 뭘 가지고 있는지 재능또한 다르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캐릭터가 되도록

노력하는 나와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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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는 누구일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은 뭘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뭘까? 계속해서 나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면 아주 지극히 정상이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가져본 적도,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그 동안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불현 듯 궁금해진다는 일은 보다 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엇인가에 굉장히 갈망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아무런 의미도 없이 생각과 뚜렷한 주관도 없이 그저 남들과 엇비슷하게 살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일은 상상만 해도 지루하고 재미도 없다. 나만의 색깔을 찾아, 개성 있고 즐겁게 살아가도 모자랄 판국인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찾아온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뛰어 놀던 시기가 지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인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性徵)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異性)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게 된다. 보통 15세부터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춘기가 오면, 비밀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다. 짜증도 많아지고 많이 예민해지기도 해서 상처도 곧잘 받기도 한다. 게다가 사춘기에 제일 많이 스스로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하고 괜스레 답답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혀 반항도 하게 되고 공부는 뒷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황하기에도 쉬운 때이기도 하다. 스스로 깨닫고 정신 차리느냐, 아무리 뜯어 말려도 계속 방황을 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그 선택으로 인해 각자의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똑같다. 어떻게 사는 것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궁금증으로 시작해 꿈이 생기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시점에서 꼭 태클이 걸려와 힘든 시기를 맞닥뜨려야 할 순간도 찾아오게 된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처음부터 쓰디 쓴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좌절하게 되었을 때 나약하고 볼품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견딜 수 없이 분해 오기로라도 다시 일어나 맞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과정을 누구나 겪게 된다. 빨리 찾느냐, 느리게 찾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남들과 똑같은 속도를 유지해야 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왠지 뒤처지는 것 같고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일 것이다. 더 두려운 일은, 나의 인생을 그 어느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공허하고 쓸쓸하다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살아가지 말고 잠시만 멈춰 나에게 쉼을 주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일단, 어디로든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떠나보면 두렵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하지도 않고 틀에 박혀있던 편견과 생각들이 깨질 수도 있다. 그렇게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곱씹으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새로운 것들도 받아들이며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에서는 순발력과, 어떤 일에 대해 대처능력 또한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신과의 대화도 분명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친해지고 하나씩 알아가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현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빨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누구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오래 끌어봤자 손해다. 하루라도 빨리 나를 찾아,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나를 찾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른 것들을 전부 잡고 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생각도 없이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하고 매 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즐기며 살아야 한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절대로 시간낭비가 아니다. 매일 시간에 쫓기고, 일에 찌들어 살아가는 자신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뿐이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고 늘 피곤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껏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정리되지 않고 마구 엉켜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잊어버릴 일들은 훌훌 털어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고 좀 더 자신감에 차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은 언제나 강해보이며 멋있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당당하게 살아야지, 주눅 들어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아가는 건 그 어느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면 분명 하는 일마다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진심으로 그 일을 사랑하고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나 자신을 잃지만 않는다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나의 내면에 가득 들어있다. 생각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 어느 누구도 하루아침에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에도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재미없는 인생에서 그만 허우적대고 오늘부터 재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해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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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의 의미

띄웁니다_엄마에게

안녕엄마

안녕을 고한게 어제 같은데,

멈춰버린 엄마의 시계와 함께 내 시계도 멈춘 줄 알았는데

흘러가더군요. 모든게.

 

시간이 약이라기에 시도 때도 없이 약을 먹었는데도

드문드문 올라오는 타는 듯한 통증에 힘이 들어요.

아직 멀었나봐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엄마의 딸들이 태어났던 곳,

우리 가족이 시작 된 그 곳에서 우리는 떠났어요.

 

엄마 막내 딸도

엄마 없는 고등학교 졸업식을 무사히 마쳤어요.

 

엄마가 걱정했던 회사일도

남은 분들이 엄마를 생각하며

열심히 해주시고 계세요.

 

엄마 마지막 길을 함께한

내 친구들, 엄마 친구들, 은사님들

다 감사를 전했으니 행여나 염려 마세요.

 

엄마,

엄마는 내가 늦게 결혼 했으면 좋겠다 그랬죠

오래오래 엄마 옆에 있어달라고.

엄마는 내가 아이를 늦게 낳았으면 좋겠다 그랬죠

벌써 할머니 되기 싫다고 소녀같이 투정하던 모습이 선해요.

 

근데요

그게 너무 힘드네요.

내가 결혼식장에서 인사드리는 순간에

엄마가 없을거라는게.

내가 엄마가 된 순간에

엄마가 없을거라는게.

영원히 엄마의 나이든 모습 조차 볼 수 없을 거라는게.

 

남들은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는게 가슴 아프다던데

나는 나이 든 엄마를 보지 못하는 게 평생 한이 될 거 같네요.

그래도 내가 나이가 들고

엄마처럼 내 자식들 열심히 키우며 살다보면

거울속에서 엄마를 볼 수 있을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랑 붕어빵이라는 소리 들었으니까.

 

엄마

당신처럼 살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라는 말 기억해요?

채우지도 못하는

엄마의 빈자리에 감히 들어갔다가

엄마의 인생을 느꼈을 때 참 서글펐어요.

짧은 인생 한평생을 고생만 한 엄마.

내가 좀 더 어른이었다면

조금 덜 고생했을텐데

조금 더 좋은걸 했을텐데

 

사회생활 시작하고 모은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려 했을 때

병 때문에 멀리 다른 나라도 못 보내준다는 걸 알고

가슴이 미어졌어요.

 

그저 새해 일출을 보고싶다고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에 다시 가고 싶다고

가족끼리 예쁜 펜션에서 고기 구워 먹고 싶다고

그렇게 좋아했던 코스모스 보러 가고 싶다고

소박한 소원들이 이루어졌을 때

죽어가는 몸인데도 생생히 웃어준 엄마.

 

영원히 잠든 엄마를 마주했을 때도

웃어줘서 고마워요.

그 힘든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평온한 표정 지어줘서 고마워요.

 

너무 어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미안했어요.

 

편안히 행복하게 쉬다가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

 

그때는

내 엄마 하지말고

내 딸 해줘요.

 

너무 어린 딸이라 못해줬던거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서

다해줄게요.

 

언제나 '우리딸 언제와?'

메세지 보내며

기다렸던 엄마

다음 생에는

내가 기다릴게요.

 

엄마가 남겨준 내 삶,

열심히 살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 엄마에게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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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雜

소녀와 고양이와 나비

소녀와 고양이와 나비

 

5월의 늦은 오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뽀얀 먼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방금 막 옷장정리까지 끝낸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상자를 뜯어서 그 안에 든 물건들을 꺼냈다. 누렇게 바래고 각진 부분이 헤진 일기장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졸업 앨범들이 상자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정리함에 담아 옷장에 넣어둘까 하다가 유난히 볼품없고 닳아버린 일기장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노트였지만 어린 시절의 가장 힘들었던 때를 담아둔 타임캡슐이며, 주저앉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그래도 일어서기 위해 다시 열어보고는 했던 상처투성이 기억 보관함이었고, 어느새 더 이상 찾지 않게 된 과거의 기록이었다.

 

그래서일까?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보게 된 모호한 반가움에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다가 일기장을 펼쳤다. 처음부터 한장 한장 넘기던 일기장의 삐뚤빼뚤하던 글씨들은 점차 또박또박해졌고 유쾌하고 즐겁던 내용들은 우울하고 분한 내용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낯설면서도 낯익은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때의 난 말수도 적었고 내성적이다 못해 겁도 많았었다. 미움 받기 싫었고 그래서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싫다는 소리도 하지 못했다. 잘 웃는 만큼 잘 울기도 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약하고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어느 날 친구들의 그저 가벼운 장난과 농담으로 시작된 행동들은 점차 심해졌고 단순히 장난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그걸 알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려서 학년이 바뀌고 졸업을 하고 다시 입학을 해도 항상 반복되어 언제나 날 외롭고 괴롭게 만들었다.

 

「밉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냐고 물어봤더니 이유 같은 거 없단다. 그냥 보기 싫단다.」

 

「왜 나만 힘들어야해? 왜?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은데! 왜 나만?!」

 

「그냥 선생님한테 말할까? 아님 전학 갈까? 그냥 뛰어내려버릴까?」

 

물음표 옆에 종이가 살짝 울어있었다. 방울방울...얼룩진 종이. 번져있는 잉크.

 

말할 용기가 없어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대들 용기도 없어서. 그저 혼자 앓으면서 삭혔을 뿐이었다. 그땐 그렇게 참기만 했다. 그렇게 잘 웃고 잘 울던 난 변해갔다. 겉으로는 잔뜩 움츠린 채 마음속에는 미움을 채우며 가시들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그 가시들이 나에게도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상처 위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나도 강해질 거야! 그 고양이처럼! 더 이상 당하지만은 않을 거야!」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이 꾹꾹 힘주어 눌러쓴 글씨.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이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또 다시 반복될 외로움과 괴로움이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인 채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집근처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어느 집의 담장 위에 고양이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었다.

 

‘싸우는 건가?’

 

가만히 보니 한 마리는 짙은 잿빛 털에 덩치도 좋고 풍채도 좋은 성묘였고 한 마리는 노란 줄무늬 곳곳에 자잘한 상처들이 나있는 아직 어린 고양이였다. 자세를 바짝 낮춘 채 송곳니를 드러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는 건 어린 고양이 쪽이었다. 오히려 아직 어린 녀석의 독기에 잿빛 고양이가 당황한 듯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두 고양이 사이에 있는 건 작은 소시지 조각 하나.

 

‘누가 준건가? 아님 흘렸나?’

 

“하갹!!!”

 

다시 들려오는 살벌한 울음소리. 결국 잿빛 고양이가 뒤로 물러났다. 어린 고양이는 잽싸게 소시지를 입에 물고 담장에서 내려와 날 한번 흘겨보더니 당당한 걸음으로 저만치 사라져갔다. 그때였다. 그렇게 자신의 몫을 챙긴 녀석의 너무나도 당당한 그 뒷모습에 내안에 숨겨두었던 가시들이 날 찌르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해 그 날카로움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나를 지키기 위해 가시로 무장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까칠하고 예민하며 나밖에 모르고 거절과 거부만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마치 독불장군처럼 말이다.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의 위에 서기 위해서. 독종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죽어라 공부만 했다.

 

그게 강해지는 거라고 믿었다.

더 이상 날 놀리거나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었기에 그게 정답이라고 믿었다.

그 가시로 인해 나에게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것이 옳은 거라고 말이다.

 

‘바보 같았지. 외로움에 외로움이 더해진 줄도 모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다시 한장 한장 일기장을 넘길 때 작은 발소리가 들리더니 부드럽고 따뜻한 털뭉치 두 마리가 다가왔다. 쓴웃음을 짓고 있던 난 어느새 기분 좋은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때마침 펼쳐진 페이지.

 

「어쩌면 난. 여전히 가시만 잔득 세운 채 내가 강해진 거라고 착각하는 어린아이인 것은 아닐까?」

 

3학년이 되던 첫날. 이제 고 3이 되었으니 더 독하게 맘먹고 공부만 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하교를 하던 길이었다. 갑자기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을 텐데. 그땐 왜인지 모르게 그 울음소리에 이끌리듯이 발길을 옮겼다. 어느새 도착한 곳은 정확히 2년 전. 잿빛 털의 고양이와 노란 줄무늬의 어린 고양이가 소시지 조각 하나를 두고 싸우던 그 골목이었다.

 

‘어? 여기는...?!’

 

우연인지. 우연을 가장한 또 다른 무엇인지. 무언지 모를 묘한 기분에 난 발걸음을 멈추고 울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두 고양이가 마주보고 다투었던 그 담장 아래에서 울고 있는 건 노란 줄무늬 고양이였다. 분명 그때 당당하게 소시지를 물고 걸어갔던 그 어린 고양이였다. 다만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번듯한 성묘가 되어 마치 도와달라는 듯이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혹여나 놀라서 도망이라도 갈까 싶어 조심스레 다가가던 나는 노란 고양이 등 뒤에 축 늘어져 있는 잿빛 털의 또 다른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힘없이 누워 있는 그 모습이 걱정되어 다가가니 노란 녀석이 나를 경계하면서도 마치 봐달라는 듯이 옆으로 살짝 비켜주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애옹. 아옹’ 거리는데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애처롭던지. 난 나도 모르게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던 잿빛 고양이를 안아들고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그런 내 옆을 노란 녀석이 놓칠세라 따라붙으며 쫓아왔고 그 울음소리에 감염이라도 된 듯이 내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렸다.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조금만 버텨줘! 제발!’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까지는 달리기로 5~10분정도 걸린다. 그동안 내 품안에는 가쁜 숨을 내쉬며 눈도 뜨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가 안겨있었다. 평소 운동하고 담 쌓고 지낸 내 체력을 원망하며 턱까지 숨이 차오르게 달린 나는 동물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로 돌진해 간호사 언니 품에 잿빛 고양이를 안겨주었다. 나에게서 고양이를 건네받은 간호사 언니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의사선생님을 부르면서 병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친 고양이를 안고 오느라 엉망이 된 교복에 눈물범벅인 내 얼굴을 보며 또 다른 간호사 언니가 수건과 물을 건네며 달래주었다. 잠시 후 간신히 진정한 나는 병원 문 밖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의 끝에서 노란 줄무늬 고양이를 발견한 간호사 언니가 병원 문을 열었다. 그 틈으로 노란 녀석이 뛰어 들어오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병원 안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모습에 난 새삼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비벼 눈물을 닦아내었다. 간호사 언니는 다시 내 옆으로 와서 앉으며 두 마리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인지를 물었다. 난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으며 두 녀석을 처음 본 날부터 방금 전의 일까지 천천히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간호사 언니는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노란 녀석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다친 고양이가 아직 어렸던 저 노란 고양이를 보살펴준 건지도 모르겠네.”

 

“보살펴준 거라고요?”

 

의아한 듯이 되묻는 내 말에 간호사 언니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끔 길냥이들 중에서 다 큰 성묘가 아직 어린 길냥이들을 돌봐주기도 하거든. 그래서 은혜를 갚으려고 그렇게 울었던 게 아닐까?”

 

간호사 언니의 말에 난 새삼스레 신기하고도 묘한 기분으로 끙끙거리며 병원 안쪽의 수술실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노란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2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담장 위에서 작은 소시지 하나를 두고 마주 서있던 두 고양이를 말이다.

 

‘그때 일부러 양보해준 거였을까? 자신보다 어리고 약해보여서?’

 

그 순간 난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강해진다는 건 으르렁대고 사나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하고 어리고 더 어리석은 이들을 돌보며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여유로워서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그런 거라는 걸 말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있는 어린아이 그대로인데 오히려 그때의 노란 고양이가 나보다 더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잿빛 고양이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그렇게나 울어대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여전히 가시를 잔득 세운 채 아무도 다기오지 않길 바라는 나와 너무나 대조되어 보였다.

 

얼마 후 치료를 끝내고 나온 반백의 수의사 선생님은 아마도 큰 개한테 물린 것 같다며 출혈이 심하기는 하지만 일찍 데려와서 치료도 잘 끝났고 건강한 녀석이라 금방 나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나에게 혹시 키울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치료를 끝내고 입양을 보내도 괜찮을지를 물어보셨다. 어쨌건 잿빛 고양이를 안고 온 사람이 나였기에 먼저 물어봐주신 것이다.

 

그러시면서 여전히 카운터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노란 고양이를 보시더니 두 마리가 꽤나 친한 모양이구나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푸근해보였다. 그 모습에 잠시 망설이던 나는 집에 가서 한번 물어보겠다고 혹시 괜찮으면 노란 고양이도 맡아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수의사 선생님은 물론 간호사 언니들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본 엄마는 엉망이 된 교복과 퉁퉁 부은 내 눈을 보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내 팔을 붙잡고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난 괜찮다며 다친 건 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 팔을 잡고 있던 엄마 손을 잡으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근데 듣고 나서 화내면 안 돼. 응? 화내지 마. 응?”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마주앉아 여태까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과 두 고양이를 보며 내가 했던 생각들과 내가 했던 행동들을 털어놓았다. 혹여나 혼이 날까 꾸중을 들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도 천천히 머뭇거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내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천천히 나를 안으며 말했다.

 

“이 미련한 것아. 왜 말을 안했어. 엄마가 몰랐잖아. 왜 그랬어. 엄마 미안하게. 우리 딸 왜 그랬어.”

 

“엄마 미안해. 말 안 해서 미안해.”

 

그렇게 모든 걸 다 털어놓은 나에게 엄마는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그렇게 독불장군처럼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며 엄마보다 먼저 나에게 그걸 알려준 그 고양이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난 엄마와 함께 그 동물병원에 갔고 잿빛 고양이의 치료비를 지불하려는 엄마에게 수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며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어제 내 이야기를 들어준 간호사 언니에게 들었다며 나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 우당탕!

 

내가 일기장을 보며 과거에 빠져있는 사이 녀석들이 뭔가 또 사고를 친 모양이다.

 

“에휴. 요 애물단지들!”

 

일기장을 도로 상자 안에 넣고 작은 거실로 나온 나는 지네들이 놀다가 떨어뜨린 소리에 놀라 벽에 기대어둔 쿠션 사이로 숨어있는 녀석들을 발견하고는 키득거리며 웃고 말았다. 그렇게 잠시 웃던 난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 두꺼운 전공 교재들을 주우며 한숨을 쉬었다.

 

“이걸 여기다가 둔 내 잘못이지. 그래도 안 다쳐서 다행이네. 이거 꽤 무겁단 말이야.”

 

전공 서적들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다 창가를 바라본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옅게 웃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올려둔 작은 화분 위에 어느새 노오란 나비 한 마리가 사뿐히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앉아 있었던 걸까? 어쩐지 반가운 마음에 조용히 화분으로 다가가는 내 뒤로 고양이다운 발걸음을 뽐내며 묵이와 황이가 살그머니 따라왔다.

 

‘예뻐라. 노란 날개가 반짝거리네.’

 

날다가 지쳐 잠시 쉬려고 왔을까? 작고 동글동글한 날개를 몇 번 파닥이던 나비는 그 노오란 날개를 눈부시게 반짝이며 다시 푸른 하늘 속으로 날아갔다. 나비가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날갯짓이 너무나 상쾌해서, 날개를 타고 들어온 푸른 바람에 마음이 벅차올라 한참을 그렇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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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하梅夏 매일 그리고 하루

누나면 다야? 그럼 너도 누나 해!

"야!!!!!! 큰일 났어 빨리 좀 와봐!!"

 

나는 큰소리로 거실에 있는 남동생을 부른다. TV를 보고 있던 동생은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내 방으로 온다.

 

"왜.""불좀 꺼줘"

여느 누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동생을 엄청 사랑하지만 딱 사랑하는 만큼 괴롭힌다.

 

찬장에서 부시럭거리더니 꺼낸 라면 봉지를 동생은 내 앞에서 흔들었다.

"라면 먹을껴?"

 

나는 대자로 누워 TV를 보다가 힐끔- 라면 봉지를 쳐다보고는 '아니 안 먹어'라고 대답한다.

 

동생은 물을 팔팔- 끓여서 라면 두 봉지를 넣고 라면을 끓인다. 라면 스프가 물에 녹아 공기 중에 퍼지면 나도 모르게 코가 킁킁 거려진다. 파를 송송 넣은 라면이 완성되자 동생은 상을 펴고 라면을 냄비 째 들고 온다.

 

후루룩-쩝쩝 후루루룩-짭짭 꿀꺽-

 

내 귀는 이미 그 소리를 향해 있고, 내 눈은 새초롬해져 동생을 째려본다.

"아! 진짜!!!!"

짜증 섞인 한마디다 나오면 나도 모르게 라면 옆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 내 동생은 라면을 손으로 가리곤

"먹지 마, 안 먹는다며"

라고 말한다.

 

나는 동생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급 착하게 돌변해

"한입만"

을 외친다. 결국 그 한입은 한입이 되지 못하고 우리 둘은 싸운다.

 

"9:40분에 축구한단 말이야""10시에 드라마한단 말이야"

 

우리 둘은 싸운다. 동생은 20분 동안 축구를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켠다.

결국 승자는 나다.

 

엄마는 컴퓨터를 하다가 올라가는 동생과 나를 보고 말한다.

"아빠가 요플레 사왔으니까 올라가서 먹어~"

가끔 요플레를 사오는 아빠. 우리 집 장보는 일은 아빠가 한다.

 

나는 동생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늘 요플레는 나에게 먼저 발견된다.

그러면 나는 무조건 딸기 요플레부터 먹는다.

 

동생이 냉장고를 열더니 말한다.

"딸기 요플레.... 없네? 다 먹었냐?"

우리는 싸운다.

 

동생은 그 덩치에, 남자애가 딸기 요플레만 먹는다. 그러곤 남은 사과, 복숭아, 포도, 플레인 요플레는 내꺼다.

그러니까 다, 내꺼다.

 

"엄마, 내 빨간색 줄무늬 들어간 흰 티 못 봤어?"

"몰라~ 잘 찾아봐~"

엄마는 잘 모른다. 동생은 자신이 원하는 티셔츠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밖에서 나와 동생이 마주친다.

 

우린 싸운다.

 

"누가 내 거 입으래"

동생은 남자라 내 옷 중에서 맞는 게 없다.

하지만 난 보이프렌드 룩을 즐겨 입는다.

 

내 동생에게.

안녕, 누나야. 군대에 있는 너에게 매번 장난 같은 편지를 쓰다가 이렇게 정상적인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떨린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둘 다 각자 생활을 하고 있고, 그래서 1년에 서너 번 보는 것도 힘들어졌지. 누나가 술 마셨다고 데리러 나오라고 하면 차 끌고 데리러 나오고, 무거운 거 못 든다고 떼쓰면 다 들어주는 너에게 정말 고마워하면서도 한 번도 표현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편지를 써봤어. 지금 좀 오글거려.

 

네가 어릴 때 호기롭게 자전거를 계단에서 내려오면서 탈 수 있다고 하다가 굴러서 크게 다친 적이 있었잖아. 그때 너는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고, 엄마는 너무 놀라서 주저앉고, 급하게 아빠랑 병원에 갔던 날. 병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다행히 큰 이상이 없다고 머리가 조금 찢어진 거라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네가 피를 흘리며 집에 왔을 때 오늘 날짜도, 왜 다친 건지도, 심지어 집에 어떻게 온건지도 기억을 못해서. 나 정말 무서웠다. 네가 날 기억 못할까 봐. 나 진짜 엄청 울었어. 너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야.

 

너 예전에 지나가던 고등학생 형한테 돈을 뜯겼던 적이 있었어. 그 형이 PC방 갈 돈을 달라고 말했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너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 그 동네 PC방을 이잡듯이 뒤져 그놈을 찾으려고 했던 날이 생각난다. 중학생 여자애가. 그게 참 그런가 봐. 내가 욕하고 괴롭히는 건 되지만 딴 사람이 내 동생을 욕하면 가만 둘 수 없는 그런 거. 그런 마음이었나 봐 내가.

 

네가 없으니까 요즘은 집에 가도 재미가 없어. 괴롭힐 사람이 있어야 신나는데.

보고 싶다.

물병을 딸 때, 무거운 짐을 들고 옮길 때, 딸기 요플레를 먹을 때, 라면을 혼자 먹을 때. 그리고 문득문득.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내 동생아, 내 동생이어서 고마워. 언제나 서로에게 든든한 남매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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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의 의미

못된 딸

영원한 이별. 내 피부에 닿아버린 죽음.

고작 20년 조금 넘은 내 삶이 이토록 무서웠던 적이 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는 사람이기에 죽는다.

참 언제보아도 공포스러운 명제다.

 

엄마의 꺼져가는 숨을 함께하며

나는 죽음을 경험했다.

 

흔히들 말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부인, 분노, 흥정, 공포, 체념.

 

나을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부인.

왜 이렇게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분노.

방사선이라도 해달라고, 혹시 모른다고 떼를 썼던 흥정.

새벽 늦은 시간 죽고 싶지 않다고 매달렸던 공포.

눈을 감고 감내했던 체념.

 

나의 엄마,

그리고 나.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죽음 이후, 시작된 또다른 단계.

또다른 부인과, 분노, 흥정.

그러나 공포 앞에 멈춰 버렸다.

 

왜 사람은 이렇게 쉽게 죽을까.

뉴스와 신문에서 나오는 누군가의 사망.

그 자체는 공포였다.

 

밖이 무서웠고, 사람이 무서웠고, 삶이 무서웠다.

공포스러운 고뇌의 시간, 그 후 다가온 체념으로

난 못된 딸이 되었다.

 

내 숨을 엄마가 남긴 숨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내 남은 삶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일거라고 생각해버렸다.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마주 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렸다.

엄마를 만날 수 있으니까.

 

홀로 길을 건넜을 엄마 앞에

나는 겁쟁이 못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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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나쁜놈, 못된놈

 

나쁜 놈, 못된 놈

 

오전 9시. 노트북과 핸드폰, 열쇠를 챙겨들고 방을 나섰다. 문을 잠그고 가벼운 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바로 아래층의 302호 문 앞이다. 언제나처럼 익숙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 띵동.

 

문이 열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부스스한 머리에 잠이 덜 깬 얼굴, 어제도 뒤척이다가 늦게 잠든 게 분명했다.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하품까지 한다. 그 모습이 어린아이 마냥 귀엽다.

 

“어제도 늦게 잤어?”

 

“응. 나 씻고 나올게.”

 

당신은 졸린 얼굴로 눈까지 부비며 그대로 화장실로 향한다. 난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폰을 내려놓았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주스를 꺼내서 컵에 따랐다. 그리고 작은 주전자에 물을 받아 물을 끓인다. 씻고 나오면 분명히 커피부터 찾을 테니 말이다.

 

‘얼마나 됐더라.’

 

반년 가까이 된 거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간단하게 챙겨서 이곳으로 내려온다. 그럼 당신은 여전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날 반겨준다. 당신이 씻는 동안 나는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부글부글- 물이 끓는다. 빈 컵에 작은 아메리카노 스틱을 뜯어서 넣고 불을 끈 뒤 물을 부었다.

 

“향은 좋아.”

 

하지만 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컵의 절반 정도를 채운 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넣었다. 컵이 가득 찰만큼, 한 10개는 넣은 거 같다. 얼음이 컵에 부딪히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와중에도 입매는 나도 모르게 싱긋거리고 있다. 매일 반복되고 있는 이 일상이 싫지가 않다.

 

테이블 위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차려놓으니, 그 앞에 앉은 당신이 말간 얼굴로 생글거리며 웃는다. 입안에 고소하게 구운 빵을 한입 우물거리며 종알거린다.

 

“아침 잠 방해받는 건 별로지만, 그래도 네가 아침 차려주는 건 좋네.”

 

“아침에 방해받기 싫으면 일찍 일어나. 침대에서 폰 만지작거리며 늦게 자지 말고.”

 

“시이-러!”

 

그리고는 히죽- 웃는다. 꼭 말괄량이 동생 같다.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며, 농담도 하고, 평소와 같은 아침식사가 끝나면,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펴고 서로 마주 앉는다. 약간은 즐겁게 모니터를 바라보는 당신은 아마도 웹툰을 보고 있는 걸 테다. 살풋- 웃음을 지어내고 어제 저장해둔 리포트를 열었다.

 

한참 자료를 찾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중에 익숙한 자판소리가 들렸다. 눈을 힐끗 돌려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의 어린아이 같던 모습은 없다. 당신의 눈은 모니터를 응시한 채 차분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빨라졌다, 느려졌다, 간혹 멈추기도 한다.

 

‘옆에서 불러도 모르겠네.’

 

빤히 쳐다보아도 모를 것이다. 아니. 이미 빤히 쳐다보고 있지만, 전혀 모르는 눈치다. 평소에는 그렇게 소녀 같은 당신이 일에 집중하는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실감하게 되는 그 거리감에, 시간의 차이에 가슴이 저려온다.

 

그래. 그런 걸 테다. 나에게 예뻐 보여야 할 이유도, 내가 남자로 보일 이유도 없기에, 언제나 그렇게 부스스한 차림으로 아무런 경계도 없이 문을 열어주는 거겠지.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번 이렇게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기가 힘들다.

 

문득 내 시선이 느껴진 걸까? 시선을 돌려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아무것도 아냐. 아. 누나 얼음 더 줄까?”

 

“응!”

 

컵 두 개를 들고 일어나 싱크대에 놓고, 냉장고를 열어 주스와 얼음을 꺼냈다. 등 뒤에서는 다시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자리에 앉으며 얼음이 가득 담긴 컵을 건네주니, 양손을 뻗어서 생글거리며 받는다. 컵을 잡아든 그 손이 참 작고 희다.

 

“고마워.”

 

차가운 얼음 하나를 입에 물고, 다시 모니터를 향하는 당신의 표정이 바뀐다. 태연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으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태 내가 본 당신의 표정은 웃거나, 졸리거나, 일할 때의 표정 말고는 없다.

 

‘울거나 화내는 건 못 봤어.’

 

내 시선은 모니터 속의 자료에 가있지만, 머릿속의 뇌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신도 울까? 크게 소리 내어 울기도 할까? 죽을 만큼 울기도 할까?

 

당신도 화를 낼까?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낼까? 미친 듯이 화를 내기도 할까?

 

왜 갑자기 그런 당신의 모습이 궁금하지? 왜 그런 당신의 모습이 보고 싶지?

 

울며, 화내며, 감정이 무너져 내린 당신이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당신이 갖고 싶다.

 

나 정말 나쁜 놈이다. 나 정말 못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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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의 의미

빈자리를 메운다는게

 아버지와 엄마, 나와 엄마, 동생과 엄마.

엄마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중심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떠나버렸다.

 

나는 아버지의 부정적인 말들을 이해 할 수 없었고, 아버지는 나의 세심한 면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가족 중에 영원한 부재가 생기자 부재자에게 의지했던 구성원은 혼란스러워졌다.

 

'누구에게 그 역할을 부여 할 것인가'

 

엄마의 중재가 없자, 아버지와 나 사이 대화는 이상해졌다. 어느 순간 결국 화가 났고, 답답했다. 그러나 본질은 같았다. 내 반려자는, 내 엄마는 맞춰줬는데 왜 아버지는, 너는 안맞춰주는건가. 한쪽은 감정을 내려놓아야했다. 어릴 적부터 동생 앞에, 아픈 엄마 앞에 내려놓았던 내 감정들은 다시 한번 숨겨졌다. 모든 것이 그저 그래졌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하세요. 그게 맞아요. 네.

무미건조한 대답들의 연속. 아예 드러날 생각조차 안했던 내 감정들은 암 세포가 갉아먹었던 찢어진 가슴들을 더 짓눌렀다. 내 온몸을 내던져 채워나갔다. 빈자리를.

 

 그렇게 몇 개월. 채울 몸이 없어졌다. 희한하게 빈자리는 더 넓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채워나갔지만 부족했다. 그 부족함은 견뎌내는 나에게로 활시위는 당겨졌다. 나에 대한 요구, 아버지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변인들의 우려, 내 삶의 의미는 화살이 되었다. 찢겨지고 짓눌린 내 가슴에 명중한 화살들로 피가 터졌다. 움켜쥐고 있던 고름들이 흘러나오면서 빈자리가 다시 비어버렸다.

 

 나도 아직 어리다고, 나도 엄마 필요하다고, 나도 아직 아프다고,

차라리 엄마한테 가겠다고 다 토해버린 나.

내 아버지의 가슴을 후벼팠다는 죄책감에 몸은 덜덜 떨렸는데, 내 아린 가슴은 후련해했다.

결국 서로의 포기로 빈자리는 그대로 비었다.

 

 빈자리를 메운다는게 꼭 필요했을까?

나는 무엇때문에 그리도 애썼을까.

가족의 평화? 예전같은 행복? 단란함?

아니다. 그냥 그리웠다. 엄마가 있었던 시간들이.

그러나 애쓰면 애쓸수록 그리움이 차올라서 빈자리는 넓어진다.

 

그대로 냅둘 수 밖에 없다.

 

원래 그 자리는 엄마만이 채울 수 있으니까.

 

그냥 적응하면 된다. 

앞으로 있을 셋만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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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奇

또 다른 나

또 다른 나

 

“어? 너 저 위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나 저 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는데?”

 

횡단보도 건너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소영이가 날 보더니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난 방금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 쪽으로 올라오고 있던 중인데 말이다. 소영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상하다는 얼굴로 뒤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저 위에서 분명히 너 봤는데. 옷도 똑같고 불러도 대답도 안 하더니.”

 

“별일이야. 나 간다. 낼 봐.”

 

“어. 응. 그래 낼 학교에서 보자.”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소영이를 뒤로 하고 난 건너편의 슈퍼로 들어갔다. 엄마가 시킨 두부와 계란, 애호박을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소영이가 한 말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고 기억해 두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20살 대학생이 되었다. 그 날은 전공 수업을 마치고 채플 수업을 듣기 위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산학협력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앞 시간 채플이 끝나고 정문이 열렸다. 먼저 마치고 나오는 사람 중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난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어? 너 방금 채플 수업 듣고 나오지 않았어?”

 

날 발견하고 다가온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는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듯이 웃으며 대꾸했다.

 

“무슨 소리에요. 선배. 저 지금 들으러 가는 중인데. 이제는 후배도 못 알아봐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키득거리며 웃었고 선배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내가 잘못 봤나보다. 그보다 이따 저녁때 동아리 회식 있는 거 알지?”

 

“네. 근데 저 6시까지 수업이라서 좀 늦을 거 같아요. 장소 확정되면 문자 좀 보내주세요.”

 

“그래. 수업 잘 듣고. 졸지 말고. 이따 보자.”

 

“네.”

 

선배는 졸지 말라고 했지만 자고로 채플 수업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난 무대에서 기도를 하든지 공연을 하든지 졸음으로 시작해 졸음으로 끝난 채플 수업을 마쳤다. 뒤이어 전공수업까지 마치고 문자를 확인 한 뒤 선배가 알려준 장소로 갔다. 그 날 낮의 일은 저녁 때 회식의 즐거움에 까맣게 다 잊고 말았다.

 

그리고 내 나이 30이 되던 해. 난 평범한 직장에 평범한 연애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여느 날과 다름이 없었던 그 날이 이렇게 끔찍한 일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소영이의 말을 선배의 말을 흘려 넘기는 것이 아닌데. 후회스럽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업무준비를 하던 나에게 입사동기인 지현언니가 오더니 내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혜영씨. 괜찮아?”

 

“예? 뭐가요?”

 

“응? 아까 같은 버스 탔는데 안색이 엄청 창백하더라고. 나도 사람들 틈에 끼여 있어서 보고만 있었는데. 결국 몇 정거장 못 가서 내렸잖아. 지금 보니 괜찮은 거 같네. 혜영씨 멀미했나보다.”

 

“언니. 저 오늘 지하철 타고 왔는데요.”

 

언니는 내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 혜영씨 맞는데. 옷도 같고 머리도 같은데. 아닌가? 불렀을 때 살짝 뒤돌아 본 것도 같은데.”

 

“그냥 닮은 사람인가보죠. 옷이야 비슷한 옷들도 많고 머리도 뭐. 이런 머리가 한 둘도 아닐 테고.”

 

“그런가?”

 

“그럼요. 아님 제가 쌍둥이게요? 저 오늘 지하철 타고 왔다니까요. 언니가 잘 못 본 거예요.”

 

그렇게 난 또 한 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그 날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점심시간 오전 업무를 마무리 하느라 조금 늦게 밥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나에게 같은 부서의 최대리에게 그 날의 두 번째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어? 혜영씨 아까 밥 먹고 또 먹으러 가?”

 

“예? 무슨 소리세요. 대리님. 저 오전 업무가 좀 늦게 끝나서 지금 내려가는 건데요.”

 

“어? 아까 1층 로비에서 들어오는 걸 봤는데. 밥 먹고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저 출근하고 1층에 내려간 적이 없는데요. 이제 점심 먹으려고 내려가는 거라니까요. 그러는 대리님이야 말로 또 어딜 가시는데요?”

 

“아. 난 담배 사오는 걸 깜빡해서. 내가 잘못 봤나?”

 

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난 폰을 받아서 식당에 먼저 간 동료들에게 내가 먹을 메뉴를 부탁했다. 나와 같이 1층에 내린 최대리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1층 로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최대리는 곧 머리를 긁적이며 담배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때 이 경고라도 들었어야 하는데. 난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퇴근 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난 내 어린 시절부터 내 주변을 맴돌았던 그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 중에 가로등이 없는 짧은 골목길이 있었다. 근처 창문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전부인 20걸음 남짓한 골목길이었다. 그 길의 맞은편에서 한 여자가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오늘 저녁은 뭘까? 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의 가운데. 정확히 10걸음을 남겨두고 그 여자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난 여자에게 밀쳐져 벽에 부딪히며 여자와 벽 사이에 끼게 되었다. 그때 가슴 한 구석에서부터 서늘하게 퍼져나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본 곳에는 차가운 칼날이 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심장에 박혀있었다.

 

“어...?”

 

어째서인지 피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실감나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사라져 가는 것이.

고개를 들어 날 찌른 여자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안색에 알게 모르게 나와 닮은 이목구비.

나와 비슷한 옷차림에 내 또래 여자. 그녀는 날 보며 희열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내가 되는 거야. 이제 내 것이 되는 거야.”

 

무슨 말이지? 춥다. 싸늘한 한기는 점점 더 퍼져가고 내 체온이 식어갈수록 그녀의 모습은 뚜렷해진다.

흐릿하던 실루엣도 희미하던 이목구비도 옅어서 잘 보이지도 않던 그녀의 그림자까지.

반면에 나의 그림자가 옅어져가는 게 보였다.

 

“그래도 하나 알려줄까?”

 

“무엇을...?”

 

“오늘을 잘 기억해둬. 내가 네가 된 이 날을. 앞으로 태어날지.

혹은 이미 태어났을지 모를 또 다른 네가 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이날을...”

 

그 말을 끝으로 난 모든 것을 잃었고 정신을 차린 난 어디인지 모를 곳을 헤매고 있었다.

한 손에는 내 모든 것을 앗아간 그 칼을 쥐고서....

 

그 날 난 나를 찾아온 또 다른 나에게 나의 일상을 뺏겼고 난 또 다른 나를 찾아 그 일상을 뺏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있을 자리도, 나의 존재도, 나의 가치도, 아무것도 되찾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나로 남기 위해. 난 또 다른 나를 찾아 낼 것이다. 반드시.

그리고 바로 당신일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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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모음집:愛

어느 비오는 날

 

어느 비오는 날

 

우중충하게 흐린 하늘에서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에 길을 가던 사람들은 머리 위로 가방이며 신문을 들어 올리고 달린다.

 

- 쏴~와~

 

비를 피해 달리는 사람들 중에 회색의 트렌치코트를 함께 뒤집어쓰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정확히는 남자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깃의 한 쪽을 여자의 머리 위로 둘러서 우산처럼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새까만 긴 생머리에 붉은 타이트 스커트를 입었고 새하얀 블라우스에는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목걸이를 매치했다.

검은 테일러드 자켓에 누드 톤의 힐을 신은 여자의 차림은 모던하면서도 화려하다.

 

남자는 선이 날렵한 네이비 색상의 슈트 안에 옅은 하늘색 셔츠와 검은색의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매치했다.

이 빗속에서 여자를 감싸주고 있는 콜드 그레이 색상의 트렌치코트 차림이 단정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이다.

 

비를 피하기 위해 이 남녀가 선택한 곳은 어느 작은 카페의 차양. 그 차양 아래에서도 남자는 여자에게 빗물이 튀지 않게 자신의 옷깃을 잡은 채 한쪽 팔로 감싸 안듯이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어느새 남자의 옷에서는 비에 젖은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 향 때문일까? 어쩐지 여자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요.”

 

“어차피 젖었는데요. 그냥 이대로 있죠.”

 

남자는 힐을 신고도 자신의 어깨 높이 밖에 안 되는 여자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살며시 웃었다.

여자에게서 나는 향긋한 샴푸 냄새? 아니면 비누 향일까?

 

그런 남자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듯 여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금방 안 그칠 것 같은데요.”

 

“아. 그러게요.”

 

남자가 옷깃을 잡은 채 비를 막고 있던 한쪽 팔을 그대로 굽혀서 여자의 어깨를 안았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여자는 꽤 당황한 얼굴이다.

 

“정말 쏙 들어오네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남자의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저음에 여자는 목 언저리까지 벌게졌다.

여자는 뾰루퉁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말했다.

 

“내가 작은 게 아니에요. 당신이 큰 거라고요.”

 

어쩐지 뒤돌아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남자의 짓궂은 웃음에 여자는 벌게진 얼굴을 푹 숙였다.

남자는 그런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는 듯이 좀 더 살며시 꼭 안아주었다.

 

“좋은데요.”

 

잠시 후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환하게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순식간에 맑아진 하늘을 여자는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여자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비에 젖은 트렌치코트를 벗어 한쪽 팔에 걸치고는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잠시 망설이던 여자는 이내 살풋- 미소 지으며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부드럽고 상쾌한 햇살 속으로 걸어갔다.